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0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01화(50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01화
“스테판, 모든 포지션 다 잡았어요.”
그날 오후,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
자리에 앉아 화면을 노려보고 있던 스테판 그린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면을 끄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테판을 비롯한 거의 모든 팀원이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다가왔다.
“당초 우리가 투입하기로 한 7천만 달러면 533만 주 정도를 주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팀원의 말에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당 13달러인 주식이었으니까.
“포지션을 모두 잡고 보니 568만 9,373주를 주웠네요.”
팀원의 말에 스테판은 환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럼 평균 매수 단가가 12달러 정도?”
“네. 12.30달러입니다.”
주당 평균 단가를 1달러나 낮춘 팀원이었다.
“오늘 리비전의 주가가 하락하려는 추세인 것 같아서 오늘 들어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정답이었네요.”
당초 리비전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회의 때 주가는 13달러 초반대였다. 그리고 오늘 진입 목표가는 12.50달러였고.
그런데 그보다 낮은 평균단가로 더 많은 주식을 매수한 팀원을 향해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마이클, 잘했어. 역시 트레이딩 타이밍은 네가 제일 잘 봐.”
스테판의 칭찬에 팀원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팀원들도 손뼉을 치거나 마이클의 어깨를 툭툭 치며 수고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자, 그럼. 포지션 잡는 게 끝났으니까 리비전 포지션은 제이크가 관리하고, 나머지는 계속해서 포트폴리오에 추가될 종목을 찾아보는 걸로 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스테판의 지시에 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자기 자리로 향했다.
“이젠 내 차롄데…….”
자리로 돌아온 스테판은 작게 읊조리며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보스의 말대로 타이밍인 것 같네.”
도경은 오늘 공매도 포지션을 구축하라고 지시했고, 스테판이 보기에도 오늘만큼 포지션을 잡기 좋은 날은 없어 보였다.
화면을 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스테판은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챙겨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비어 있는 작은 회의실을 찾아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211.96달러라…….”
공매도를 진입하기 위한 목표물의 주가를 확인한 스테판은 휴대전화를 들고는 익숙한 번호를 찾아 통화를 걸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스테판 그린입니다. 네. 저희 포지션 좀 잡으려고요.”
-스테판, 오랜만입니다. 조금 전에 마이클과 통화를 했는데…….
“아, 그것과는 별개의 딜입니다.”
-그렇군요. 말씀해 주시면 바로 포지션 잡도록 하겠습니다.
수화기 너머 브로커는 미국 4대 상업은행 중 하나인 웰스 파고의 직원이었다.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는 웰스파고에 증권계좌를 만들고 거래를 했다.
물론 요즘 같은 세상에는 직접 개설한 계좌를 이용해 거래를 할 수 있었지만, 굳이 브로커를 이용하는 이유는 수수료의 혜택도 있었고, 브로커 개인이 유성에게 해줄 수 있는 재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가령, 현재는 이용하고 있지 않지만, 후에 레버리지 거래를 해야 할 때 더 많은 한도를 내줄 수 있는 일이었다.
“테슬라, 티커명 TSL…… 잠시만요.”
수화기 너머로 말하며 주문을 하려던 스테판 그린는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 문을 바라보았다.
“뭐야?”
스테판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인턴십을 진행 중인 에밀리가 서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신 일이 있으신가 해서…….”
“나가.”
짜증 섞인 스테판의 말에 에밀리는 당황한 얼굴로 사과를 하고는 문을 닫았다.
“죄송합니다. 잠시 팀원이…….”
-하하하, 아닙니다. 세팅해 두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저희 공매도 어카운트가 살아 있죠.”
-네, 물론입니다. 공매도 어카운트로 실행할까요?
“네. 테슬라, 티커명 TSLA. 2억 달러 공매도 실행해 주십시오.”
스테판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작은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브로커 입장에서도 큰 금액이라고 느끼는 것 같았다.
한참 수화기 너머에서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는데, 이내 모든 것이 끝난 것인지 심호흡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씀하신 포지션 잡았습니다. 현재 말씀하신 종목의 수수료율은 0.6%네요.
공매도는 종목별로 수수료가 천차만별이었다.
아무래도 보유한 주식을 그냥 놀리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공매도 풀에 주식을 내놓고 공매도를 하려는 쪽에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았는데, 공매도 풀에 나온 주식의 양이 많을수록 수수료는 내려갔다.
생각보다 낮은 수수료에 스테판은 살짝 주먹을 쥐었다.
-물론, 이건 대여 수수료고요. 저희 측 중개 수수료가 공매도는 1%인데, 오늘 거래량이 좀 되니 0.7%까지 줄여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브로커의 입에서 미국 지사가 브로커리지로 거래하는 이유가 나왔다.
“고맙습니다.”
-네. 유지 마진이랑 기타 등등은 메시지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네, 참. 크리스. 저희 포지션은 당연히 비밀…….”
-물론입니다. 스테판. 저와 웰스 파고는 비밀 유지계약서를 작성했고, 그에 따르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따로 당부드렸습니다.”
-이해합니다. 나중에 또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해 주십시오.
그렇게 전화가 끝나자 스테판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이 탁 풀리는 순간이었다.
“보고해야지.”
스테판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도경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보스, 포지션 잡았습니다.]* * *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날 오후, 시장이 종료되고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 팀원들이 하나둘 퇴근하기 시작했다.
보통 아침 6, 7시에 출근을 했기 때문에 장 종료 후 바로 퇴근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물론 업계 특성상 집에 가서도 일을 하는 직원들도 많았고…….
미국 증권계의 살인적인 업무량은 유명했고, 그렇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연봉들을 받고 있었다.
“다들 고생했어. 나도 먼저 갑니다.”
거의 모두가 퇴근하고 몇몇 팀원들이 자리에 남았을 때, 스테판 그린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리 말했다.
“스테판, 웬일이십니까? 오늘따라 일찍 퇴근하시네요.”
“어우, 오늘따라 정신적인 피로감이 장난 아니네. 나는 먼저 주말을 즐기러 갈 거야. 다들 일찍 들어가.”
“월요일에 봬요.”
스테판이 사무실을 나서자 남았던 팀원들도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에밀리, 집에 안 가? 주말을 즐겨야지?”
자리에서 일어난 직원은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인턴 에밀리 스미스를 향해 물었다.
“아! 월요일이 오픈 미팅이잖아요.”
오픈 미팅은 스테판이 인턴들을 모아두고 질문을 던지는 인턴 평가 시간이었다.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을 납득한 직원은 안쓰럽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밀리, 너는 오픈 미팅 때 답을 잘하길래 똑똑하다 생각했더니, 이런 고충이 있었네. 고생해.”
“네. 들어가세요.”
그렇게 모두가 나가고 사무실에 혼자 남은 에밀리 스미스는 오픈 미팅을 대비하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 집중하던 에밀리는 기지개를 켜며 손목에 걸친 시계를 확인했다.
[7:48 PM]“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아직 덜 끝났는데.”
에밀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휴게실로 향했다. 그러고는 커피를 내렸다.
“열심히 나서서 점수를 따고 싶은데, 영 기회가 안 나네. 요행 부리는 건가?”
혼잣말을 하며 내려오는 커피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신은 다른 인턴들과 다르게 이 금융계에 네트워크도 없었고, 화이트칼라의 부모도 없었다.
미국 사회는 부모가 누구인지에 따라 모든 것이 변하는 사회였다.
블루칼라 집안의 자신은 그런 득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에밀리였는데, 요 며칠 의욕이 너무 넘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 내가 할 일이나 잘하자. 그럼 알아서 점수가 따라오겠지.”
양 뺨을 두들기고는 정신을 차린 에밀리는 휴게실을 나가려다 순간 멈추어 섰다.
사무실에 누군가가 와 있었기 때문이다. 스테판의 자리에 있던 블룸버그 단말기가 켜져 있었고, 누군가가 그걸 보고 있었다.
‘스테판이 다시 돌아왔고…….’
스테판이 다시 돌아온 줄 알았던 에밀리는 미간을 좁히며 사람을 확인했는데, 간접조명만 켜져 있어 어두컴컴한 사무실을 집중해서 보니 그 자리에 있는 건 스테판이 아니었다.
화면을 확인하던 남자는 전화기를 꺼내 들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는 입을 열었다.
“접니다. 테슬라인 것 같습니다. 네, 며칠간 테슬라를 확인한 흔적이 있습니다.”
그 목소리에 에밀리는 순간 ‘헙’ 하는 소리와 함께 숨을 들이켜고는 벽 뒤로 숨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마친 남자가 휴게실을 나가자 에밀리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걸…… 어떡하지?”
자신의 생각이 틀린 게 아니라면, 밤늦게 사무실을 찾아온 남자는 스테판이 보고 있던 것을 누군가에게 흘렸다.
그건 포지션일 수도 있었고, 회사가 팔로우하고 있는 종목일 수도 있었다.
자신은 인턴이었지만, 이 업계에서 포지션이 가지는 중요성은 잘 알고 있었다.
“아닐 수도 있잖아?”
순간 자기합리화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에밀리는 스테판의 자리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조금 전 들어왔던 남자가 보던 것을 확인하려던 찰나.
“지금 뭐 하는 겁니까?”
텅 빈 사무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고개를 든 에밀리는 굳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도경과 눈이 마주쳤다.
* * *
“보스. 저 왔습니다.”
그날 밤.
평소와는 다르게 환하게 불이 켜진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 사무실로 급하게 들어선 스테판 그린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는 도경과 에밀리를 향해 다가갔다.
“에밀리, 이게 무슨 일이야?”
퇴근을 하고 집에서 쉬던 스테판은 걸려온 도경의 전화에 화들짝 놀라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고개를 숙인 에밀리 스미스와 가만히 앉아 있는 도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서 와. 네가 오면 얘기하려고 기다렸어.”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에밀리, 고개 들어도 돼. 나는 아직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않은 상황이니까.”
도경이 그리 말하자 에밀리 스미스는 고개를 들었다.
도경의 얼굴에는 그의 말대로 어떠한 적대감도 찾아볼 수 없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더 무서웠다.
“내가 본 걸 그대로 설명하자면, 늦은 시간에 사무실에 남아 있던 에밀리 스미스가 스테판 그린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찾아보고 있었다. 이게 다야.”
도경은 담백하게 자신이 본 것만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말에 스테판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에밀리. 너 뭐 한 거야?”
스테판의 목소리는 떨리기까지 했는데 순간 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저는…….”
에밀리는 순간 고민했다. 자신이 본 그대로를 이야기하면 될진대, 만약 자신이 본 것이 무언가를 오해한 것이라면?
자신은 이곳에 남을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네가 왜! 밤늦게 사무실에서 남아서 내 자리를 봤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스테판은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하는 에밀리의 모습에 화가 난 듯 입을 열었다.
“요즘 내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관심을 가지는 거 내가 모를 것 같아? 그렇지 않아도 뭔가 께름칙했는데, 네가 설마…….”
스테판은 순간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리 포지션을 다른 곳에 유출하려고 했어?”
“스테판.”
도경은 스테판을 진정시켰다. 서로가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진정하고 모든 것을 파악해야 했다.
“보스, 에밀리는 최근 오해할 만한 행동만 했어요. 그런데 제 자리를 뒤지고 있었다고요? 이건 확신…….”
“제가 아니에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에밀리는 억울하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제가 아니라, 마이클이 스테판의 자리를 뒤지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고요. 저는 그게 오해한 걸 수도 있으니 확인을 하려는 것뿐이었고요!”
에밀리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순간 스테판의 표정은 굳었고, 도경의 얼굴에도 차가운 한기가 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