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0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03화(50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03화
“보스, 오셨습니까?”
그날 오후, 한차례 폭풍과도 같았던 일들이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를 휩쓸고 갔다.
모든 일을 정리한 도경이 방으로 들어서자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이지훈과 김우혁 그리고 스테판 그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으세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재킷을 벗어 옷걸이에 걸고는 자리에 앉았다.
“다들 오래 기다렸을 텐데 미안합니다. 교통정리가 좀 필요해서요.”
“아닙니다.”
“먼저, 마이클 젠킨슨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도경은 본사에서 급하게 소환한 차선태와 더불어 감사 인력의 도움을 받았다.
사실 이런 일을 본사에 알린다는 게 자신에게 어떤 평판의 저하를 가져올지 도경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경으로선 처음 겪는 일임과 동시에 앞으로 또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다.
평판의 저하보다 선례를 남기는 일이 중요했고, 감사팀이 미국 지사엔 없었기 때문에 본사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마이클은 우리의 포지션을 외부로 유출했다고 시인했습니다.”
차선태와 함께 온 감사팀 직원들은 유능했다. 빠르게 마이클의 자리에 있는 PC를 분석했고, 실토를 받아낼 수 있는 자료를 만들었다.
“어디로…….”
누구보다 실망스럽다는 얼굴로 앉아 있던 스테판이 도경에게 물었다.
“그건 본인도 몰라. 소셜미디어로 접근해 왔고, 텔레그램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더군.”
“잡기도 힘들겠네요. 텔레그램이면…… 그러면 왜 그랬다고 하던가요?”
“애초에 마이클은 우리의 컴플라이언스를 어겼어.”
도경은 굳은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마이클은 부모님의 어카운트로 개인적인 투자를 하고 있었고, 투자에 실패하고 빚이 많았다고 하더군.”
도경의 말에 이야기를 듣던 세 사람의 표정은 굳어갔다.
“그래서 돈을 주겠다고 접근해 온 사람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했고, 돈을 받는 대가로 우리 포지션을 보낸 거지.”
“…… 얼마를 받았답니까?”
“1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 3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연봉이 25만 달러가 넘는 놈이 푼돈에…….”
물론 푼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앞으로 벌 돈에 비해 그가 이번에 본 이득은 많은 것을 버린 선택이었다.
“10만 달러는 바로 부채를 갚는 데 썼다더라고. 자신은 정말 들킬 줄 몰랐다고 하더군.”
“그렇겠죠. 에밀리가 그때 보지 못했더라면…….”
스테판의 말에 도경을 포함한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CCTV가 있긴 했지만, 별일이 없는 이상 도경도 수시로 열어보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천만다행입니다. 사건을 빨리 알게 되어서 다행이고, 또 마이클을 골라낼 수 있어서요.”
“맞아. 스테판 네 말대로 한번 그런 일을 했으면, 다음은 쉬워질 일이지. 마이클을 골라낼 수 있어서 다행이야.”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마이클은 오늘부로 퇴사야. 지금은 집으로 갔는데, 감사팀에서 내용이 정리되는 대로 경찰에 고소할 거야. 배후가 누군지는 알아내야 하니까.”
쉽게 잡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액션은 취해야 했다.
“킴 그리고 리.”
도경은 이지훈과 김우혁을 불렀다.
“네, 보스.”
“사무실이 많이 어수선한 거 알고 있습니다. 팀원들 잘 다독여 주세요. 두 분께 늘 이런 부탁을 드려 죄송하네요.”
“아닙니다. 저나 킴이 해야 할 일인데요.”
“그리고 이번 일이 끝나면 외부감사를 한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부분도 구성원들에게 말해주세요. 일이 끝나면 제가 직접 팀원들에게 이해를 얻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지훈과 김우혁의 대답에 도경은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테판을 바라보았다.
“스테판.”
“네, 보스.”
“네 팀이 제일 힘들 거야.”
“저희 팀은 괜찮을 겁니다. 다들 강한 친구들이라서요. 그것보다 보스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제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보스의 평판을…….”
스테판은 뒷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내 평판은 내가 걱정하는 거야. 그리고 이곳의 총책임자는 나잖아? 당연히 내부에 문제가 생겼으니 내 평판이 깎이는 것도 당연하지.”
도경은 개의치 말라는 듯 이야기했다.
“내게 주어진 권한만큼 그건 감수하는 게 당연하고, 그리고 앞으로 반복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야. 빠르게 수습했으니 다행인 거고. 그러니 앞으로만 생각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팀원들 잘 다독여서 포트폴리오 문제없도록 해주고, 프레젠테이션 잘 준비해 줘.”
“네, 믿고 맡겨주십시오.”
스테판의 답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추가 팔로우 결과 숏을 한 것 같습니다.”
“숏을 했다고? 테슬라에?”
한편, 블랙세일즈의 오스카 피어스는 부하 직원의 보고를 받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 테슬라 주가가 얼마지?”
“211달러가량입니다.”
“아니, 한 달 전에 비해 40달러 이상이 빠졌는데 아직도 빠질 자리가 있다고 봤다고?”
오스카 피어스는 의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부 리서치는 어때? 우리 하우스 뷰 말이야.”
“내부에서도 반반 갈립니다. 테슬라를 팔로우하는 쪽에서는 이대로 지지선을 가지고 갈 거라는 이야기가 있고, 좀 보수적으로 보는 곳에서는 190달러 초반대까지 빠지지 않겠냐는 말도 있고요.”
그야말로 지금은 마음 가는 대로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이었다.
“시장 분위기기는?”
“이미 빠질 대로 빠졌다는 평가입니다. 다른 Magnificent Seven들이 오를 때 테슬라만 계속해서 빠진 상황이니까요.”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은 미국의 빅 테크 기업들을 뜻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 테슬라, 엔비디아 총 7개 기업을 지칭하는 말이었는데, 미국의 주식시장을 이끌어가는 혁신의 상징들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자신의 생각과 정반대의 포지션을 듣고 나면 늘 이런 찝찝함이 생겼다. 자신이 놓친 것은 없는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브로커 쪽은?”
“유성을 담당하는 브로커가 웰스 파고 쪽 브로커인데, 아시다시피 그쪽은…….”
“보안이 철저하지.”
“네. 직접적인 답을 얻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하물며 유성이 잡은 포지션이 롱인지 숏인지 확실하지도 않았다. 다만, 공매도 포지션을 잡은 세력이 있다는 게 확실했고 이게 날짜를 보았을 때 유성이 아닐까 싶은 짐작이었다.
“견제해야 할까?”
“제 생각을 물으시는 겁니까?”
“아니.”
오스카는 늘 이런 식으로 부하 직원에게 물음을 던졌지만, 답을 원하고 던지는 물음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었다.
“롱을 잡으면 승산은?”
“50%입니다.”
“반반이라는 말이구만.”
“제 생각이 그렇다는 거지 우리 하우스 뷰는 롱에 더 많은 손을 들어주고 있긴 합니다.”
“대부분이 뮤추얼 펀드니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고?”
아무래도 장기적으로 테슬라의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 뮤추얼펀드 특성상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건 아니니 언젠간 오를 거라는 생각들을 늘 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포트폴리오의 메인은 뭐야? 그걸 듣고 결정해야겠어.”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채권을 좀 섞을 예정입니다.”
앞으로 전망이 유망한 산업군의 종목들이었다.
“여기서 테슬라가 들어가면 어떨까?”
“이미 결정하신 것 같은데요.”
부하 직원의 말에 오스카 피어스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먹잇감이 보이는데 어떻게 가만히 두겠나 싶은 생각이 드는걸.”
“롱 포지션으로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좋아.”
부하 직원이 그리 말하고 나가자 오스카는 잠시 생각하다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마침 딱 어울리는 인물이 하나 있긴 하지.”
그리 혼잣말을 하고 휴대전화를 꺼내 든 오스카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존! 오스카 피어스입니다. 숏 포지션을 잡은 세력이 있다는 소문을 전해 드리려고 연락했습니다.”
* * *
“이상 저희 유성의 포트폴리오 발표를 마칩니다.”
며칠 후, 도경은 잭슨빌에 있는 PGA 투어의 사무실로 찾아와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흥미로운 포트폴리오였습니다. 옥시와 처브 그리고 리비전까지.”
PGA 투어의 상임이사들을 상대로 한 프레젠테이션이었는데 도경은 한국에서도 프레젠테이션의 귀재라고 불렸던 만큼, 이들은 도경의 발표에 빠져든 모습이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가진 자산에 비해 포트폴리오 규모가 적다는 겁니다. 세 개 종목이 다인가요?”
“현재는 그렇습니다.”
도경은 이들을 상대로도 롱포지션만을 공개했다. 테슬라에 잡은 숏포지션은 공개할 수도 없었고, 해서도 안 됐다.
나머지 롱포지션들은 어쩌면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할 주식이었고.
몇 달 후, 증권거래위원회에 13F 보고서를 제출하면 만천하에 공개될 포트폴리오였기 때문에 말할 수 있었다.
“저희는 이제 막 출발하는 헤지펀드로서 지금 포트폴리오 구성이 빈약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10.4%이며, 앞으로 더 많은 종목을 발굴해 액티브하게 운용할 예정입니다.”
“좋습니다. 그 부분은 저희도 문제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앞으로 우리의 돈이 투입되었을 때 어떤 방향으로 투자할지가 궁금하군요.”
그 물음에 이사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기존의 포트폴리오는 어떤 곳인지 소개받는 느낌이었고, 이들이 원하는 물음은 저것이 전부였으니까.
“저는 지금까지 이 길을 걸으며 한 가지만 생각했습니다.”
도경은 확신에 가득 찬 얼굴로 입을 열었다.
“금광석이 빛이 나지 않는다고 금이 아닌 게 아니듯,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해 묻혀 있는 기업들을 발굴하고 투자해 최대의 수익을 낼 것이라고요.”
도경이 처음으로 자신의 포부를 밝혔던 말이었다.
지금도 그 마음 그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저는 여러분께서 맡겨주신 돈이 이익을 얻음과 동시에 세상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대리인으로서 행동할 것입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흡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좋은 답변인 것 같군요. 돈도 벌고 세상의 발전에도 기여한다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요.”
대표로 그렇게 말한 존 머서가 손목에 걸친 시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저희는 다음 일정이 있어서 유성의 발표는 이만 끝냈으면 합니다. 결과는 여러 곳의 이야기를 듣고 있기 때문에 종합해서 이사회 회의 이후 통보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께 발표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팀원들과 함께 발표장을 빠져나왔다.
“다들 고생했습니다. 어수선했을 텐데 자료를 준비하느라 고생했고요.”
발표장을 나온 도경은 스테판을 비롯해 이번 일정을 준비한 팀원들의 수고에 감사를 표했다.
“아닙니다. 오히려 보스께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며 복도를 걸어갈 때 맞은편에서 한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고, 맨 앞에 선 남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와우, 놀랍습니다. 금융계에서 가장 핫한 유성인베스트먼츠와 마주칠 줄 몰랐군요.”
남자는 과장된 몸짓과 말투로 이야기하며 도경을 향해 다가왔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블랙세일즈의 오스카 피어스입니다.”
오스카는 환하게 웃으며 도경에게 손을 내밀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투자의 경쟁자이기도 하고요.”
“반갑습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윤도경입니다.”
“미스터 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일이 바빠 들어가 봐야 할 것 같군요. 여기 내 명함입니다.”
오스카 피어스가 건넨 명함을 받은 도경은 자신의 명함도 건넸다.
“다음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찾아오기를 바라겠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며 오스카는 씽긋 미소를 짓고는 도경과 일행을 마주쳐 지나갔고, 도경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참!”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오스카의 목소리에 도경과 일행은 자연스레 몸을 돌렸다.
“유성에 적이 많던걸요. 조금 조심해야 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오스카는 그리 말하고는 발표장으로 들어가 버렸고, 도경과 팀원들의 표정은 굳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