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0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04화(50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04화
“기분이 아주 나쁩니다.”
다음 날, 시황에 대한 회의를 마치자마자 스테판 그린이 그리 입을 열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빠져 있었지만,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적이 많다는 건 본인이 우리의 적이라는 겁니까, 뭡니까?”
어제 프레젠테이션 이후 만난 블랙세일즈의 오스카 피어스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지 스테판은 말했다.
“저런 부류의 인간들을 많이 봤습니다. 조금이라도 치고 올라가면, 조심하는 게 좋을 거라고 말하는 인간들 말입니다.”
“맞아요. 자기 기준에서 자리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면 내뱉는 말이죠.”
다른 팀원이 그리 받아치자 팀원들은 공감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기분이 나쁘긴 하지.”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도경은 입을 열었다.
“우리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말을 던지는 게 기분 좋을 리는 없지.”
PGA 투어의 투자금을 얻기 위한 경쟁자를 상대로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수평적인 경쟁 관계에서 자기들이 우위에 서고 싶다는 말로 도경에게는 들렸다.
“그러니까 무시하자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팀원들을 향해 이야기했다.
“저들은 우리의 위에 서고 싶어 하는 거야. 그런 판에 우리가 괜스레 들어가서 박자를 맞춰줄 필요가 있을까?”
“맞는 말씀이네요.”
“다들 신경 쓰이는 건 이해해. 그럴 땐 그냥 그 재수 없는 얼굴을 떠올리며 욕을 하자고.”
도경의 말에 순간 회의실 분위기는 변했고, 모두가 피식하고 웃었다.
“자, 우리가 당긴 활시위는 이미 한 곳을 조준했어. 그렇다면 적절한 시기에 시위를 놓을 수 있도록 준비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팀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자 도경은 자신의 자리로 가 화면을 확인했다.
“보자…….”
도경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빠르게 움직이며 데이터와 차트를 불러왔다. 공매도 포지션을 잡은 후, 일련의 사건들이 도경의 마음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공매도 포지션은 안정적이네.”
도경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장을 확인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이익을 내는 것이었는데, 다행히도 포지션은 팀이 예측했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도경은 진지한 표정으로 여러 가지 지표를 확인했다. 시장은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었기 때문에 과도한 자신감은 금물이었다.
적어도 이 포지션을 잡은 이상은 조심해야 했다.
지이잉-
한참 포지션을 확인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빌, 잘 지냈어?”
통화를 걸어온 주인공은 파미르 캐피털의 수석투자전략가이자 도경의 친구인 윌리엄 마셜이었다.
-그럼, 덕분에 아주 재미를 보고 있어.
“내 덕분에?”
-앨리게이터즈 말이야. 내부에서 반응이 좋아. 성적도 나오고 주변 부지 개발도 순탄하게 진행되니 구단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빌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빌의 말마따나 마이애미 엘리게이터즈의 인수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로 향하고 있었다.
인수에 참여한 컨소시엄 멤버들은 모두 각자의 바람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었다.
-참, 이 얘기를 하려고 전화한 게 아닌데.
“할 말 있어?”
-별일 없지?
수화기 너머 빌의 물음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갑작스레 저리 물어온다는 것은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내부적인 걸 묻는 거야? 아니면…… 빌, 확실하게 말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괜찮으니까.”
-그게…… 요즘 월가에 유성의 포지션을 공격하는 세력이 있다는 말이 떠돌더라고.
“뭐?”
좁혀진 도경의 미간은 좀처럼 펴질 줄을 몰랐다.
-어떤 포지션을 공격하는 건지는 이야기가 안 나오는데, 너도 알 거야. 노던이스트 캐피털이라고.
“잘 알지.”
노던이스트 캐피털은 월가에 흔히 있는 사냥꾼 중 하나였다. 오픈된 타인의 포지션을 공격해 먹고사는 부류…….
-거기서 여러 곳을 공격 중인데 그중 하나가 유성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어. 물론 월가에는 허황된 거짓도 떠다니는 곳이어서 확인차 전화한 거야.
“우리는 괜찮아.”
도경은 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노던이스트가 마이클을 꾀어내 자신들의 포지션을 얻어갔나 하는 생각부터 오스카 피어스가 자신에게 한 경고까지.
“하지만, 알고 대응하는 것과 모르고 맞는 건 다르겠지. 알려줘서 고마워. 빌. 지금은 괜찮지만…….”
띠링- 띠링-
그때 앞에 놓인 컴퓨터에서 알림음이 계속해서 울리기 시작했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입을 열었다.
“빌, 내가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어? 어. 그래. 도움 필요하면 연락해.
도경은 전화를 끊고는 화면을 확인했다. 사무실 내의 분위기는 갑자기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커다란 모니터에 빠르게 변하는 숫자들과 차트는 조금 전 확인했던 모습과는 다른 이상 징후를 보여주고 있었다.
똑똑똑-
문이 열리며 숨을 헐떡이는 스테판이 방으로 들어왔다.
“보스, 테슬라의 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갑자기 매수세가…….”
“확인하고 있어.”
시장의 변동성은 갑자기 증가하기 시작했고, 숏 포지션을 잡은 주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잔잔했던 호수에 갑작스러운 돌이 던져진 듯 빠르게 파문이 일었다.
화면 속 숫자들은 빠르게 움직이며 도경에게 시급함을 알려오고 있었다.
* * *
“하루 손실이 21만 달러입니다.”
다음 날, 도경은 퇴근을 하지 않은 듯 전날과 같은 옷을 입고 앉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테슬라 주가가 갑자기 2%가량 오르며 생긴 손실입니다. 만약 오늘 장이 열리고 1% 오를 때마다 손실은 약 15만 달러씩 늘어납니다.”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팔걸이에 올려진 손가락을 천천히 두드렸다.
숨만 쉬어도 하루에 수수료들을 포함해 36만 달러(약 4억 8천만 원)가 손실이라는 이야기였다.
“어떠한 뉴스가 없음에도 올라서, 시장 분위기가 남다릅니다.”
이어지는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주식이 오르는 것은 앞으로 기업의 가치가 그 주가에 수렴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오르는 게 맞는데, 이번 상승 같은 경우에는 어떠한 소식도 없이 주가가 치솟자 시장에서는 너도나도 주식을 사고 보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모르는 정보가 있나 보다라는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소외당하기를 누구보다 싫어하는 투자자들의 특성상 일단 탑승하고 보자는 것이었다.
“이런 상승이 있기 전에 누군가가 내게 경고를 해왔어.”
“경고라면…….”
“노던이스트에서 우리의 포지션을 공격할 거라고.”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이마에 땀이 솟고 무언가가 고조되는 기분이었다.
“노던이스트라면…….”
“벌처펀드지.”
타인의 시체를 노리고, 먹고 사는 무리.
시장은 그들을 이리 평했다.
“설마 마이클에게 우리의 포지션을 알아간 게 노던이스트일까요? 그렇다면 경찰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도경은 평정심을 찾으라는 듯 스테판에게 이야기했다.
“누군가가 그들에게 우리의 포지션을 건넸을 수도 있어. 스테판,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우리는 이미 법적인 조치를 했으니 그 문제는 차치하고.”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대응이었다.
시장의 힘은 거세게 유성의 포지션을 공격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냐. 그럴 수 있어. 죄송하다는 말은 나중에 하고, 네 생각은 어때?”
“말씀드렸듯 이대로 진행된다면 우리의 손실은 하루 21만 달러입니다. 더 늘어날 수도 있고요.”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대여료를 비롯한 여러 수수료가 어마어마했다.
그러다 보니 숨만 쉬어도 나가는 손실들이 있었고, 이와 같은 손실을 감당하면서도 이득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고위험 투자였다.
“우리의 체력은?”
“개인적으로는 닷새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닷새라…….”
도경의 눈은 순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을 응시하며, 마음속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계산했다.
“닷새…… 그 시간 동안 시장의 변동성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도경의 뇌리에는 숫자와 그래프, 가능성이 빠르게 오가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닷새는 짧고도 긴 시간이었다. 짧아서 시장의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웠고, 길어서 손실이 누적될 수도 있었다.
물론 그 반대도 가능했다.
한참 생각하던 도경은 결정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하고, 내가 내린 결정은 우리가 버틸 수 있는 체력만큼은 버틴다야.”
“네.”
“명심해. 우리의 체력은 닷새야. 닷새 동안은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끈기를 가져야 하고, 그 이상은 변동에 신속하게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해.”
“네. 명심하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 스테판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섰다.
도경의 시선도 모니터로 돌아가 분석을 시작했다.
시간은 유성에게 적이자 동지였고, 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 * *
“테슬라의 주가가 5%가량 올랐습니다.”
“하하하.”
사흘 후, 뉴욕 월스트리트의 블랙세일즈 본사.
오스카 피어스는 부하 직원의 보고에 크게 웃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나흘 동안 5%가 올랐으면, 유성은 지금쯤 어마어마한 고통을 받고 있겠군.”
“그렇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하루에 늘어나는 손실이 적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의 승률은 올라가는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2억 달러의 투자금을 얻는 것이었지만, 장기적으로는 PGA 투어라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일이었다.
2억 달러가 10억 달러가 될 수도 있을 일이었다.
“우리의 이득은 상대의 손실이니까요.”
하나의 종목을 두고 상반된 포지션을 잡았다. 그리고 둘은 하나의 투자자를 두고 경쟁하는 중이었고.
아직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투자자는 정하지 않았지만, 시작부터 수익률이 낮은 곳과 수익률이 높은 곳.
어느 곳을 선택할지는 자명한 일이었다.
“PGA 투어 측에서는 확실하게 유성의 포트폴리오를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건 우리 쪽에서 살살 흘리면 되는 일이야. 유성은 얼마나 버틸 것 같나?”
“레버리지를 썼냐, 쓰지 않았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레버리지는 자신이 가진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가령, 레버리지가 10배라면, 가진 돈 10만 원으로 100만 원만큼의 포지션을 잡을 수 있었다.
“레버리지를 썼다면, 벌써 막대한 손실에 손을 털었을 겁니다. 레버리지를 쓰지 않았다면, 저희가 판단하기로는 닷새 정도가 버틸 수 있는 손실이 아닐까 합니다.”
어떤 집단에서 공매도를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누군가가 공매도를 얼마만큼 포지션을 잡았는지는 알 수 있는 시장이었다.
특정일에 2억 달러의 공매도 물량이 들어온 것을 가정하고 내린 판단이었다.
“그럼 하루만 더 버티면 된다는 거군. 좋아. 노던이스트에서 좀 더 힘내주길 바라자고.”
흡족하다는 말투로 이야기를 한 오스카 피어스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만 나가보겠…….”
부하 직원이 인사를 하고 나가려던 찰나.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당황스러운 표정의 직원이 들어왔다. 이번 펀드의 구성을 맡고, 운용 중인 팀의 팀장이었다.
“무슨 일이야?”
“오스카, 헤이츠에서 한 발표를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헤이츠?”
“네.”
직원은 그리 말하며 태블릿을 오스카 피어스에게 건넸다.
「[속보] 북미 최대 렌터카 업체 헤이츠 “전기차 보유량 줄이겠다.”」
「헤이츠 “전기차의 막대한 유지관리비 버틸 수 없어. 보유 줄이고, 내연기관 차 늘릴 것.”」
「헤이츠 “자사 홈페이지에서 테슬라 전 모델 중고차 할인 판매 중, 많은 관심 부탁한다.”」
“테슬라의 주가가 4% 이상 하락하고 있습니다.”
화면을 확인하던 오스카 피어스는 이어지는 직원의 말에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