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0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05화(50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05화
“헤이츠에서 보유 중인 전기차 1/3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편, 도경은 급하게 방으로 올라온 스테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확인한 자료에서 보유 대수를 9%가량 줄였으니 아직 약 22%를 더 줄이겠다는 말이네.”
“그렇습니다.”
스테판의 보고에 도경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시간은 결국 유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했고, 매일 늘어갔던 공매도 포지션의 손실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도경뿐만 아니라 스테판 또한 이제까지의 긴장감에서 벗어나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고 얼굴에서는 활기를 되찾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지쳤지만, 한숨 돌렸다는 안도감에 미소가 번져 있었다.
“내가 이 바닥에 뛰어들고 만난 최대의 위기였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준비한 자료들을 가져왔다.
“헤이츠는 전기차 보유 대수를 30만 대까지 늘리겠다고 공표했었어. 특히 테슬라 차량의 경우는 10만 대 인도하겠다고 발표했고.”
도경은 1년 전 헤이츠의 발표를 기억했다. 당시 헤이츠의 발표 덕분에 테슬라의 주가는 미친 듯 고공 행진을 했다.
물가가 올라 신차 판매량이 줄 거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던 시장에서 테슬라의 입장에서는 10만 대를 팔 수 있는 고정 수입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헤이츠가 발표한 것을 보면 다른 기업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것 같은데.”
언론에는 커다란 헤드라인들로만 떠서 세부적인 내용은 따로 찾아봐야 알 수 있었지만, 도경은 그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헤이츠가 발표하기로는 전기 차량이 충돌이나 손상으로 인한 수리비가 내연기관 차량보다 두 배 이상 든다고 백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더라고.”
백 브리핑은 기자회견 이후에 있는 질의응답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헤이츠가 보유한 전기차의 70%가 테슬라인데 부품 확보가 가장 어려웠다고도 말했어.”
“아무래도 테슬라는 비교적 신생 자동차 제조사니까요.”
“맞아.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지역마다 부품 총판들이 있고, 이쪽으로 부품을 보내주고 그걸 대리점이나 수리점에 판매하지. 하지만 테슬라는 그게 안 되었던 거고.”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에서 공급망 네트워크를 가져야 하는 것은 가장 기본 중 하나였다.
아무래도 땅은 넓고, 도시마다 간격이 넓었기 때문에 그 도시 안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네트워크라도 잘 구성되어 있어야 빠르게 공급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부품 공급을 받는 데만 몇 주, 아니,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헤이츠 CEO도 이 부분을 강조했어. GM이나 포드 같은 부품 공급망을 기대했는데, 나아지지 않았다고.”
“우리가 예측했던 것보다 상황이 조금 심각한가 보군요.”
스테판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지금 헤이츠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중고 차량이야.”
“이게 이렇게나 싸다고요?”
“3년 된 차량이 대다수이긴 한데, 이렇게 싸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
헤이츠의 홈페이지에는 테슬라 차량이 대당 1만 8천 달러에 올라와 있었다. 우리 돈으로 약 2,400만 원이었는데 렌터카의 특성상 킬로 수가 높고 사고 차량이었던 가능성이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이었다.
“얼마 전 테슬라가 공격적으로 신차 가격을 내린 걸 기억하지?”
“아, 네. 그렇죠!”
“헤이츠는 3년 전 비싼 가격에 샀는데, 신차 가격이 내려가니 감가상각에서 더 큰 비용이 들 수밖에 없었어.”
“대당 손실이 어마어마하겠는데요?”
“대충 대당 손실은 1만 2천 달러 정도.”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무언가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만약 이번에 공언한 대로 팔게 되면…… 손실이 대충 2억 4,500만 대 정도 되겠네요.”
“헤이츠의 올해 잉여 현금 흐름은 약 3억 달러.”
잉여 현금의 대부분을 손실 처리에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스테판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맞아. 곧 우리가 예상했던 판이 짜여질 수도 있다는 거지.”
이번 공매도 포지션을 잡으며 예측한 것은 하나.
1년 전, 헤이츠를 비롯한 다른 중고차 업체에서 공언했던 전기차 보유 대수를 늘리겠다는 것이 철회될 거라는 전망이었다.
그리고 오늘 헤이츠 CEO의 말에 그 전망은 공고해졌다.
“홀드 해야겠지?”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죽다 살아난 걸로는 만족 못 하겠습니다. 주먹이라도 내질러야죠.”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습니다.”
한편, 블랙세일즈의 오스카 피어스는 부하 직원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헤이츠가 먼저 나서자 나머지 렌터카 업체들도 같은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요.”
“이걸 왜 우리 하우스에선 몰랐냐고!”
오스카는 격앙된 목소리로 자신의 팀을 질책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게 번뜩였고, 그의 표정은 노여움으로 일그러졌다.
순간 방 안의 공기는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이런 변화들도 예측하지 못하는 게 우리 블랙세일즈야? 우리의 정보력은 대체 뭐야?”
오스카가 차갑게 말했다.
“아무래도 테슬라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하 직원은 끝말을 흐렸다. 내부에서도 이번 상황에 대한 경고를 하는 말들이 있었다. 하지만, 우세한 쪽은 어디까지나 낙관론이었고 오스카의 선택도 그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었다.
부하 직원의 모습을 보고 오스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앞으로 뷰는?”
“여전히 반반입니다.”
“그놈의 반반!”
오스카는 책상을 꽝 하고 내려쳤다.
하지만, 부하 직원의 입장에서도 저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번 투자는 생각지도 않은 투자를 오스카가 밀어붙였다.
“여전히 내부의 뷰는 반반으로 갈립니다. 한시적 충격으로 가라앉긴 했지만, 결국 테슬라는 AI 등의 이슈를 타고 반등할 거라는 뷰도 있고, 당분간은 겨울이 찾아올 거라는 뷰도 있습니다.”
그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오스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
“더불어 캐서린 우드나 지미 도슨같이 테슬라에 대한 전망을 좋게 보는 펀드 매니저들은 이번 기회에 더 많은 매수를 할 거라고 엑스를 통해 밝히기도 했고요.”
결국 판단은 이번 일의 책임자인 오스카 피어스 자신이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지금 우리가 잡은 테슬라의 손실은?”
“-4%입니다.”
“버틸 수 있는 손실이지?”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어느 선까지가 버틸 수 있는 손실이지?”
“두 자릿수가 넘어간다 해도 버틴다면 버티겠지만, 과한 투자입니다.”
부하 직원은 단호하게 말해왔다. PGA 투어의 연금 기금 운용을 맡기 위해 시작한 포트폴리오치고는 과한 손실이라는 이야기였다.
“지금도 과한 투자라고 보고 있긴 하지만, 버텨야겠다면 -8%까지가 우리의 체력입니다.”
“좋아, 그러면 거기까지 버티자고. 일단 PGA 투어의 투자를 따내고 정리하는 걸로 가자.”
오스카는 또다시 낙관론의 손을 들어주었다.
모르긴 몰라도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부하는 그의 결정을 존중했지만, 표정에서는 우려의 기색이 역력했다.
“우리는 항상 위험을 감수해야 해. 하지만, 그 위험이 우리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중요한 기회야. 그 기회를 잊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부하 직원이 인사를 하고 나가자 오스카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과 자신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오스카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오스카입니다.”
상대방은 전화를 받자마자 무언가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예, 우리도 포지션을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네네. 노던이스트도 함께했으면 좋겠는데요.”
오스카가 그리 말하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답이 들려왔고, 이내 얼굴에는 미소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고맙습니다. 네. 낙관론으로 바람을 좀 잡아보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똑똑똑-
전화를 하던 그때 부하 직원이 사색이 된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왔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오스카 피어스의 얼굴은 굳어갔다.
* * *
“현재 우리 포지션은 -0.3%입니다.”
한편, 도경은 사무실로 내려와 펀드운용팀에서 상황을 주시 중이었다.
다행히도 점점 커져가던 포지션 수익률은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매일매일 나가는 부대 비용을 생각하면 손실권이었다.
“확실히 기업의 펀더멘탈이 튼튼하네.”
도경은 테슬라란 기업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여러 가지 악재가 터졌음에도 투자자들은 지금 가격대가 매력적인 가격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도경 또한 만약에 장기적으로 롱을 잡고 있다고 친다면 포지션을 확대할 것인지를 고민할 타이밍일 거라고 생각했다.
“좋은 기업이잖습니까?”
스테판이 옆으로 다가와 말하자 도경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나한테는 그 좋은 기업이라는 딱지가 참 얄밉네.”
“저도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포지션을 알아간 쪽은 지금쯤 어떨까요?”
스테판은 그간 도경의 의견이 궁금했지만, 묻지 못했던 것을 물었다. 아마도 긴장되는 분위기를 환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쪽도 버티겠지. 우리가 먼저 떨어져 나가지 않는 이상 말이야.”
“괘씸해 죽겠습니다. 아직도 그런 부류들이 있다는 게요.”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언젠가 그런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왜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만 모아두었다는 월스트리트에서 가끔 저 사람들도 그렇게 맹목적으로 멍청할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 말이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내린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탐욕.’
돈에 대한 사랑이 모든 악의 뿌리였다.
엔론 사태나 미국 국채 스캔들같이 ‘어떻게 저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눈이 먼 거지. 우리의 포지션을 알고 있으니까. 다른 상황보다는 우리를 잡아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야.”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감합니다. 그들의 행동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죠. 권력에 대한 욕망, 지배하려는 욕구…… 모든 탐욕의 결정체 같아요.”
“맞아. 그리고 그런 탐욕은 결국 자신을 파멸로 이끌지.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 사건을 봐왔잖아? 엔론 사태나 국채 스캔들 같은 것 말이야. 그들은 잠시 성공한 것처럼 보였을지는 몰라도, 결국에는 모든 것을 잃었어.”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곧 판가름 날 거야.”
어느 쪽이 옳은 것인지 말이다.
“자, 그럼 나는 올라가 있을 테니까 뭔가 일이 생기면…….”
띠링-
띠링-
그때, 연속으로 울리는 알림음에 도경은 앞에 앉은 직원의 뒤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지?”
“뉴스 속보입니다.”
「[속보] 헤이츠 CEO, “테슬라에 주문한 차량 10만 대 인도 계획 파기할 것.”」
「5조 원대 규모의 인도 계획 취소, 전기차 시장에 먹구름…….」
“테슬라를 비롯해 전기차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테슬라 주가 -4% 이상 빠지고 있습니다.”
연이어 들려오는 팀원들의 말에 도경은 주먹을 꽉 쥐었고, 팀원들의 얼굴에는 지쳤지만, 성취감에 찬 미소가 번져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