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0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08화(50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08화
“현재 공매도 포지션을 정리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6%입니다. 확정 처리한 누적수익율은 +19.22%이고요.”
며칠 후, 스테판의 보고에 도경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보면 되나?”
도경의 물음에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궤도에 오른 정도가 아니라, 이대로 투 더 문(to the moon) 할까 걱정입니다.”
“하하하, 잘했어. 팀 모두의 노력 덕분에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고 있네.”
도경은 스테판을 격려했고, 스테판은 도경의 칭찬에 고개를 끄덕였다.
“팀 윤도경이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하하하.”
“이 모든 게 보스의 지휘 아래에서 가능했던 수익률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팀원들도 한마음으로 노력했고요.”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업계에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커다란 위기에도 자신과 팀원들은 훌륭하게 이겨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내보자고. 우리의 목표는 여기에서 멈추는 게 아니니까.”
도경은 팀의 역량에 만족감을 느끼고, 자부심을 느꼈다. 이번 성과는 팀에게 더 큰 자신감을 주었고, 앞으로 더욱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할 수 있도록 견고한 기반이 되어주었다.
“네.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스테판이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서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붐비는 마이애미 사우스 비치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바쁜 도시의 리듬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은 도경에게 영감을 주고 있었다.
“조금 성장한 느낌인데. 그런 것 같지 않나요?”
도경은 누가 듣고 있다는 듯 혼잣말을 내뱉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자 피식하고 웃었다.
“동의하는 걸로 알게요.”
도경은 다시 사무실로 시선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아직 펀드는 설정액을 다 채우지 못했고,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 대응해야 했다.
지이잉-
이제 막, 일에 집중하려던 그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발신 번호를 확인한 도경은 반가운 얼굴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선배.”
-지사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정말 오랜만에 듣는 최우진의 목소리였다.
“그럼요. 최우진 이사님께서도 잘 지내고 계십니까?”
-하하하.
도경의 너스레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잘 지내고 있지요. 잘난 전임자를 대신해 팀을 떠맡아서 아주 그냥 죽어나고 있습니다.
“아주 훌륭히 해내고 계신다는 말씀 전해 들었습니다. 역시 최우진 이사님이십니다.”
-어휴, 그만해. 오글거려 죽겠으니까.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이번에 큰 고초를 겪었다며?
“고초…… 맞네요. 고초.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겠지. 세상에 나는 책이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전해 들었지 내 주변…… 그러니까, 우리 회사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네.
아무리 냉혹한 금융계라고 해도 포트폴리오를 누설하는 배신행위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실수로 누설하는 경우는 왕왕 있었지만, 돈을 받고 범죄와 연루된 것은 확실히 아무나 겪기 힘든 일이었다.
-거기다 인턴십도 했다며?
“네. 정신없는 시간이었네요.”
-그래도 이렇게 웃으면서 전화할 수 있어 다행이야. 목소리도 꽤 좋아 보이고.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어요?”
-참, 내 정신 좀 봐. 국내 상황이 조금 안 좋게 돌아가고 있어.
“어떤데요?”
도경은 순간 심각한 얼굴로 최우진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축은행 한둘이 터질 것 같은데…….
“네?”
-여파가 우리한테도 올 수가 있을 것 같아. 우리 성문건설 CB 들고 있는 거 기억하지?
수화기 너머 최우진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럼요. 곧 전환일이네요.”
-맞아. 우리는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돈을 상환받으려고 했어.
전환사채(CB)는 돈을 빌려주고 발급받는 채권인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권리가 있는 채권이었다.
도경은 성문건설에 400억 원을 빌려주고는 전환사채를 받았었는데, 주식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이미 결정하고 미국으로 넘어왔었다.
“문제라면…….”
-성문건설에서 낸 PF 중 연장을 해준 저축은행이 있는데…….
“설마?”
도경은 굳은 얼굴로 최우진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는데, 최우진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맞아. 그 저축은행이 날아가게 생겼어.
도경의 눈썹이 급격히 찌푸려졌다. 그 소식은 보유하고 있는 성문건설의 전환사채(CB)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저축은행의 붕괴는 성문건설의 자금 조달 능력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었고, 그 여파로 전환사의 상환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성문건설 측과는 대화를 나눠봤나요?”
-성문건설 측에서는 우리 전환사채의 상환은 문제없을 거라고 말해왔어. 그런데 내가 이걸 믿을 수가 있어야지.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중하게 고민을 마친 도경은 입을 열었다.
“제가 들어가야겠습니다.”
-가능하겠어?
“네. 제가 한 투자였고, 해결도 제가 해야겠죠. 빠른 시일 내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렇게 최우진과 통화를 마친 도경은 책상 위의 전화를 들어 올렸다.
“테일러, 지금 내 방으로 올라와 줘. 출장을 좀 다녀와야겠는데.”
* * *
“한국은 오랜만에 가네요.”
며칠 후, 도경은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나와 있었다. 도경의 옆에는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의 채권 전문가 테일러 우드가 서 있었다.
테일러는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시절 합류한 인물로 일전에도 도경과 함께 한국으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이번엔 등산 못 해.”
도경은 그때를 떠올리며 말했는데, 테일러는 피식 웃었다.
“물론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금 심각한 것 같은데 저도 눈치가 있습니다.”
테일러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걱정?”
“네. 한창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한국으로 들어가셔야 해서요.”
테일러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 영원히 가는 것도 아니고. 전환사채 문제만 해결하면 다시 올 건데. 그리고, 너도 알잖아. 리가 얼마나 유능한지.”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지훈은 유능한 상사였고, 도경이 자리를 비운 사이 지사를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비즈니스 제트를 타고 가는 줄 알았는데 아쉽습니다.”
테일러의 농담 섞인 투덜거림에 도경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 자가 비행기도 아니고 회사 거잖아. 지금은 유럽에 있어.”
“아, 어쩐지.”
유성투자증권의 대표 류태화와 몇몇 팀들이 유럽 일정을 소화하느라 전용기를 사용 중이었다.
“자, 빨리 수속하자고.”
도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발걸음을 옮겨 출국장으로 향했고, 탑승이 시작되자 도경과 테일러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잠시 후, 비행기가 이륙하자 테일러는 안대를 이마에 걸치고는 도경을 향해 말했다.
“저는 좀 자겠습니다.”
“그래, 가자마자 일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푹 자둬.”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서류 가방에서 보고서를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다.
몸은 한국으로 가더라도 펀드에 포함될 포트폴리오 발굴은 계속해야 했다.
“저…….”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는데 한 남자가 반가운 얼굴로 서 있었다.
“네?”
“혹시, 유성투자증권의 윤도경 지사장님 아니십니까?”
“아, 네. 그런데…….”
도경이 그리 말하자 상대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저는 뒷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고 혹시나 싶었는데 맞군요. 안녕하세요. 한성일보의 금융부 기자 박정우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도경은 상대의 명함을 받음과 동시에 자신의 명함을 꺼내 건넸다.
한성일보는 대한민국에서 발행 부수가 가장 많은 언론사였다.
“정말이지, 사진으로 본 얼굴 그대로시네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한국에 들어가시나 봐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마이애미에 출장 왔다가 들어갑니다. 아시다시피 마이애미가 떠오르는 금융의 메카 아니겠습니다.”
기자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고, 제가 엄청난 분을 만나서 혼자 신이 났었네요. 그럼 편안한 귀국길 되십시오.”
“아닙니다. 저도 반가웠습니다. 아무래도 공간이…….”
도경은 주변을 바라보았다. 비행을 하며 눈을 감고 자는 사람들도 있었고, 독서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기자와 인사를 끝내고 다시 보고서를 살피기 시작했다.
한편 자리로 돌아간 기자는 재빠르게 휴대폰을 꺼내 기내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그러고는 데스크에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윤도경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장 귀국, 비행기에 같이 타고 있음]* * *
“오랜만에 맡는 한국 냄새 정겹네요.”
가방을 찾던 도경은 옆에서 들려온 테일러의 목소리에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너 한국이 고향이야?”
“제2의 고향이지요. 산에서 내려와서 먹었던 파전과 막걸리가 그립습니다.”
도경은 정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여유가 많이 늘었네.”
“이게 다 유성에 입사한 이후로 생긴 여유입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가정이 평온하면 사람이 여유가 생기는 그런 거 말입니다.”
“됐고, 빨리 가방이나 챙겨. 밖에서 사람 기다려.”
“네.”
도경과 테일러는 가방을 챙겨서 출국장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자동문이 열리고 나가자마자 정면에서 플래시가 연속으로 터지며, 기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윤 지사장님, 잠시만 인터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도경의 옆에 서 있던 테일러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게 뭡니까?”
“보스, 저는 이런 장면 워런 버핏이 다른 나라에 갈 때 말고는 처음 봅니다.”
“나도 처음이야.”
많은 기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테일러가 당황스러워할 만큼의 기자들이 도경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일단, 여기는 사람들이 다니시는 곳이니까요. 저기로 이동해서 잠깐 답변드릴게요.”
도경은 기자들을 이끌고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적은 곳으로 향했다.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장직을 맡아 마이애미에 계시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요. 오늘 귀국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별일 아닙니다. 보고도 드리고, 국내에 중요 업무가 있어 들어왔습니다.”
“운용 중이신 펀드에서 국내 투자처를 찾고 계신가요?”
기자의 물음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국내 투자는 계획 없습니다.”
“PIF의 투자를 이끌내셨는데요. 규모가 9억 달러가량입니다. 국내 헤지펀드가 따낸 최고 금액인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 타이틀이 있는지 몰랐는데, 좋네요.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투자기금에서 우리 유성을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 다른 고객들도 모실 수 있게 되어 영광이고요.”
“국내에 투자를 바라는 시선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자의 질문에 도경은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답변을 잘해도 본전과 같은 매서운 질문이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습니다. 그럼,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경은 아쉬워하는 기자들을 뒤로한 채로 걸음을 옮겼다.
“이야, 보스. 다르게 보입니다.”
“그런 거 아니야. 기자 수 봐. 많이 온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저 같은 놈은 평생 못 겪을 겁니다.”
도경은 피식 웃으며 걸음을 옮겼는데, 멀리서 반가운 얼굴이 다가왔다.
“지사장님, 테일러.”
“선태!”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온 사람은 차선태인데, 테일러는 반갑다는 듯 차선태의 이름을 불렀다.
“얼마 전에, 제대로 얘기도 못 나눠서 아쉬웠다고.”
“일 때문에 갔었으니까.”
차선태는 테일러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도경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피곤하실 텐데, 모시겠습니다.”
“저 때문에 고생이시네요.”
“아닙니다. 제 일인걸요.”
도경은 차선태의 안내를 받아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 올라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저는 회사로 데려다주시고, 테일러는 호텔로 데려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차가 출발하자 도경은 휴대전화를 확인했는데, 비행 동안 여러 사람에게서 연락이 와 있었다.
[최우진 선배님: 도경 씨, 정말 금의환향이네. 이거 한번 봐. Https://hansung…….]최우진이 보낸 메시지에는 뉴스 기사 링크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도경은 링크를 눌러 기사를 확인했다.
「[단독] 윤도경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장, 극비리 귀국」
「성공적으로 출시한 ‘윤도경 펀드’ 국내 투자 염두에 두고 귀국하나?」
「윤도경 펀드의 국내 투자 가능성에 ‘윤도경 테마주’ 뜬다」
기사를 확인한 도경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