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52화(5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2화
“그래, 이거 정보 확실한 거지?”
유성그룹 회장실.
회장은 여전히 미심쩍은 듯 수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말했다.
-아이고, 형님. 제가 누굽니까?
수화기 너머 상대는 광진그룹의 회장 서기환이었는데 상대는 껄껄 웃으며 얘기했다.
-저 서기환이 주식 잘하는 거 모르십니까?
“알지. 자네가 우리 중에는 가장 주식을 잘한다는 거.”
재벌 회장들 사이에서도 서기환은 일명 ‘주식의 신’으로 알려져 있었다.
회장은 그가 추천하는 주식을 사본 적은 없었지만, 주변의 다른 기업 회장들이 서기환 덕분에 돈을 벌었다는 얘기는 왕왕 들었었다.
-형님, 걱정 붙들어 매세요. 두 배, 아니, 열 배 이상도 갑니다.
“그렇게나 확실해?”
-예. 제가 다른 형님들께도 주식을 추천할 때 이렇게 확신한 적이 없어요.
“말했듯이 나는 잃으면 안 되는 돈을 넣었어.”
-이 형님, 경영은 그렇게 잘하면서. 투자에는 당연히 위험이 따른다는 걸 모르시는 분도 아니고. 회삿돈 몰래 빼다 쓰는 것도 아닌데 어떻습니까?
물론 회삿돈을 빼다 쓴다거나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말했지 않나?”
-여튼 걱정하지 마시고! 좋은 소식 기다리시면 됩니다.
똑똑-
노크 소리에 회장의 시선이 회장실 문으로 향했는데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비서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회장은 수화기를 손으로 가리며 물었다.
“선약하신 유성투자증권 이경채 사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비서는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고, 회장은 손목에 걸친 시계를 보았다.
“어이쿠야,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어? 들어오라고 해.”
회장은 전화기를 다시 귀에 가져다 댔다.
“다음 주에 필드에서 보자고.”
-예, 형님. 그때는 좋은 소식 있을 테니까. 한턱내실 준비 하시고요.
“참나. 자네의 너스레는 정말이지 못 이기겠어.”
회장은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
-들어가십시오.
“그래. 나중에 봄세.”
회장이 전화를 끊자 마침 약속 상대들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어, 이 사장. 어서 와. 오늘은 누구지?”
회장은 유성증권 사장을 향해 그렇게 얘기했다.
“오늘은 WM본부의 심주원 부사장입니다.”
사장은 이미 지난 일주일 동안 다른 본부들의 부사장을 데리고 이곳을 찾아 보고를 올렸다.
“오늘이 마지막인가?”
“예, 그렇습니다.”
회장은 앉으라는 듯 손짓했고,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마자 회장은 무언가 급한 사람처럼 심주원을 바라보았다.
“그래. 자네는 엠바이오젠을 어떻게 보나? 좋은 회사지 않나?”
회장은 본인이 숙제를 내어 주었음에도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는 듯 물었다.
심주원은 회장의 표정을 보며 속으로 망설이기 시작했다.
원하는 답이 있는 회장에게 준비한 답지를 내미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답이 없어?”
회장의 물음에 사장은 안절부절 초조한 표정으로 심주원을 바라보았다.
잠시 고민하던 심주원은 무언가 결심한 듯 회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투자할 가치가 없는 회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주원은 망설임이 없었다.
물론 엠바이오젠이 좋은 회사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증권 종사자로서 또 PB 출신으로서 이런 주식은 고객에게 추천할 수 없었다.
고객에게 추천할 수 없는 주식을 회장이 원하는 대로 답할 수 없었다. 만약 그랬을 거라면 지금 손에 있는 보고서가 아닌 다른 보고서를 들고 왔을 것이다.
“뭐?”
“준비한 보고서입니다.”
회장은 놀란 듯 심주원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입을 열었다.
“이봐. 심 부사장.”
“네. 회장님.”
“내 자네를 잘 알아. 증권 내부에서 신망이 두텁다며? 그리고 다들 다음 사장은 심주원일 거라고 말한다고 한다던데.”
“…….”
“그래서 내 자네가 가져올 보고서를 제일 기대했어.”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심주원이 가져온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탁-
보고서를 테이블 위로 던지듯 올려둔 회장은 심주원을 바라보았다.
“반대를 위한 반댄가?”
회장은 보고서의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심주원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보고서를 보니 좋은 회사지만, 투자할 가치는 없다고 되어 있는데.”
“전망이 좋아 보이는 회사입니다만, 제가 누군가에게 추천해야 한다면 추천하지 않을 회사입니다.”
심주원은 자신을 뚫어질 듯 바라보고 있는 회장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증권사 직원은 주식을 해야지 도박을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추천을 해야 하는 사람이 나인데도 말인가?”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심주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
“심 부사장, 자네 여기에 내가 부은 돈이 얼마인지 아나?”
“…….”
“500억이네. 자그마치 500억 원.”
규모가 작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회장은 생각보다 더 큰돈을 엠바이오젠에 투자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내 앞에서 투자할 가치가 없다는 말이 나오나?”
가장 곤란한 상황이었다.
누군가가 한 업체에 투자했는데 그 회사는 투자할 가치가 없는 회사라고 말하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입을 꾹 다물고 있을 수 있으면 그게 최선이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저는 증권사 직원입니다. 제 돈으로 사지 않을 주식은 고객의 돈으로도 더 나아가 회삿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곤란했지만, 투자에 관한 평가는 냉정해야 했다.
“앞에 다른 본부의 부사장들은 괜찮은 기업이라고 말해왔네. 그래도 의견을 바꿀 생각은 없는가?”
“송구스럽지만, 제 평가는 같습니다.”
“좋네.”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심주원을 바라보았다.
“보고서 준비하느라 고생했네. 바쁠 텐데 일어나지. 이 사장은 나와 얘기 좀 더 나누고 가고.”
회장의 말투는 평소와 같았지만, 얼굴에는 한기가 돌고 있었다.
회장의 축객령에 심주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회장실을 나섰다.
“어떤 인간이야?”
“지금 보신 것과 같은 성격입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성격 말입니다.”
“내가 후계자 시절부터 사업을 하면서 저런 인간들을 많이 봐왔어.”
전대 회장은 오랫동안 경영권을 쥐고 아들들 간 끊임없는 경쟁을 유도했다.
회장은 그런 경쟁 속에서 여러 가지 사업을 성공시키며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 그의 곁에는 예스맨도 있었고 방금 만난 심주원과도 같은 사람들도 있었다.
“태반은 자아가 강하고 남들이 맞다고 할 때 아니라고 떠드는 맹물들이었지. 자아가 너무 강하면 내 옆에 있을 수 없어.”
회장의 말에 사장은 침을 꼴깍 삼켰다.
“시, 심 부사장의 능력은 제가 지켜봐 왔습니다. 증권사의 체질 개선을 이끈 사람이기도 하고요.”
“글쎄, 그건 내가 판단해야 하지 않겠나?”
회장은 그리 말하며 보고서를 들고 소파에서 일어나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자네의 말마따나 지금까지 증권사에서 한 활약이 있으니 오늘 참은 거야.”
회장은 그리 말하며 심주원이 가져온 보고서를 책상 한쪽으로 툭 하고 던져 버렸다.
* * *
“시장에 소문이 도는 것 같군요.”
사흘 후, 도경은 지점장 류태화의 호출을 받고 지점장실에 와 있었다.
지난 사흘간 엠바이오젠의 주가는 9% 이상 올랐는데 시장에 정보가 도는 것 같았다.
“노골적으로 정보가 돌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만 해도 고객 다섯 분이 엠바이오젠의 정보에 관해 물어왔습니다.”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야기했고, 류태화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답변은요?”
“고객님께서 원하신다면 포지션을 잡아도 좋지만,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도경은 자신이 평가를 한 대로 고객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저는 운이 좋게도 고객들께서 제 의견에 따라주셨고요.”
“그렇군요…….”
류태화는 무언가 고민에 빠진 표정이었는데 도경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지점장님께서는 어떻게 하셨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네?”
“지점장님의 고객도 엠바이오젠에 관심을 가지신다고…….”
“아, 네. 저도 윤도경 씨와 같은 말을 전했습니다.”
류태화는 대충 둘러대었다. 언젠가는 진실을 말해줄 시기가 올 테니까.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여러 가지 호재가 나오며 상승은 하겠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객님은 제 말을 듣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씁쓸한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모두가 반대하는 이유와 마음을 알아준다면 좋겠지만, 마냥 따라줬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도 이쪽의 욕심이었으니까.
류태화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시장이 좋지 않으니 어중이떠중이들이 이런 정보를 흘리고, 찌라시를 주워 다른 사람을 꾀어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입니다.”
도경은 류태화의 말에 공감했다.
제약주는 워낙 영위하는 사업 자체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웠으므로 검은 손길들이 많이 이용하는 주식이었다.
더 나아가 경영진들도 마치 이를 즐기듯 그런 상황들을 이용해 주가 띄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만에 하나…….”
지이잉-
그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는데 류태화는 하던 말을 끊고는 확인해 보라는 듯 손짓했다.
알림음의 정체는 뉴스 속보였는데 도경의 미간은 찌푸려져 갔다.
「엠바이오젠, 미국 당뇨병 학회에서 당뇨치료제 신약 연구발표.」
「엠바이오젠 김창선 사장 “연구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 가능성 확인”.」
「김창선 사장 “연구 결과 토대로 FDA에 임상 1상 신청할 것”.」
「차세대 당뇨치료제 개발되나? 설립 4년 만에 큰 성과 앞둔 엠바이오젠.」
“엠바이오젠이…….”
“나도 지금 확인했습니다.”
류태화는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그도 도경과 같은 기사를 받은 것 같았다.
“확인해 보니 주가도 쏘고 있더군요.”
그 말에 도경은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을 켜 엠바이오젠의 주가를 확인했다.
[엠바이오젠 +13.29%]시장은 확실히 빨랐다. 속보가 전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주가는 벌써 폭발적으로 오르고 있었다.
지이잉-
연달아 울리는 진동과 소식에 도경은 정신이 없었다.
‘메시지……?’
이번 진동의 주인공은 자신에게 과제를 내준 메시지였다.
【때론 시장은 갈림길에서 한 가지 선택을 강요하고는 합니다.】
【그 갈림길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고, 그 끝에는 내 선택의 대가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입니다.】
도경은 이미 갈림길에서 한 가지 길을 고른 상황이었고, 메시지가 말하는 대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이 선택의 갈림길에서 윤도경 씨가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고, 언제나처럼 윤도경 씨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신호들 속에서 도경은 스스로 공부한 안목으로 선택했고, 메시지는 그 부분을 말해오는 것 같았다.
【추천 종목: 가온메디칼】
【요주의 종목: 엠바이오젠】
【언제나 곁에서 회원님을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요주의 종목?’
“엠바이오젠의 발표가 모두 사실일까요?”
메시지에 정신이 팔려 있던 도경은 류태화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미국의 당뇨병 학회에서 발표를 한 것이라면, 그들도 자신이 있으니…….”
“자신은 있겠죠. 늘 기술력에 관해서는 자신이 있었던 회사니까요.”
“그럼 FDA에 1상 신청하는 순간 주가는 한 번 더 미칠 듯 오르겠군요.”
“글쎄요.”
무언가 체념하듯 말하던 류태화는 도경의 답에 놀란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네?”
“좀 더 지켜봐도 될 것 같습니다. 말씀드렸듯 신약 개발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서요.”
이제는 도경 또한 불확실성에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자신은 이미 엠바이오젠에 대해 선택을 내렸고, 그 선택을 지지하는 메시지도 왔다.
확신을 가진 도경의 미소에 류태화는 왜 그런지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도경의 말이 사실일 것만 같은 밑도 끝도 없는 신뢰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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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