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2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20화(52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20화
“그래서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성문건설의 4개 사업장의 PF 대출에 관해 대환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저희가 추산하는 규모는 약 3,100억 원가량이던데. 맞습니까?”
성문건설의 대표 조인혁은 금융위원회로 와 있었다.
회의실에는 조인혁과 성문건설의 관계자, 금융위원회와 시중은행 담당자들이 앉아 있었다.
조인혁은 옆자리에 앉은 부하 직원을 바라보았고, 그가 입을 열었다.
“3개월 안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PF 규모는 그 정도입니다.”
“자세한 건 저희도 들어가서 살펴보아야겠지만, 제가 알기로도 그렇습니다.”
조인혁의 말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그 PF를 5년 만기 대출로 바꿔 드리려고 합니다.”
조인혁은 여전히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은행 관계자들을 찾아가 EOD만은 피해달라고 부탁하며 다녀야 했는데, 하루아침에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금리는 5%대로 해드리려고 하고요. 물론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더 해봐야겠지만, 5%보다 오르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성문건설의 문제는 PF 대출의 이자가 너무 높고, 만기가 짧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대출을 시중은행에서 대신 갚아주고, 5%대의 연이자와 만기도 5년이 된다면 한숨 돌리기에는 충분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조인혁은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며 당국 관계자와 은행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하하하, 아닙니다. 저희 입장에서도 어떻게든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명분이었죠.”
당국의 입장에서도 저축은행 구조조정 후에 해야 할 일은 건설사들의 PF 대출 구조조정이었다.
워낙 둘 사이가 가깝게 엮여 있다 보니, 골치가 아팠는데 유성투자증권이 경신저축은행을 인수해 주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명확해졌다.
“건설사들이 무너지면 안 되니 어떻게든 살리긴 해야겠는데, 아시다시피 태원건설 때 저희가 욕을 엄청 많이 먹었습니다.”
태원건설의 워크아웃 결정 이후, 금융당국은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태원건설 오너가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었는데, 자회사를 매각한 돈으로 문제가 된 대출은 갚지 않고, 오너가의 다른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배 째달라는데 째줘라’, ‘죽일 건 죽여야지, 왜 살려주냐?’와 같은 여론이 들끓었고, 태원건설 오너가의 행동은 금융당국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살리더라도 확실하게 상환 의지가 있는.”
당국자는 의지라는 말에 힘을 주며 조인혁을 바라보았다.
“오너가의 사재 출연이나, 이전 상환 내용을 보고 대상을 골랐습니다.”
조인혁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선택이 그리고 도경이 해준 조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기뻤다.
“고르다 보니 그런 곳은 딱 한 곳뿐이더군요. 성문건설입니다.”
건설사들은 PF 대출 때문에 죽겠다고 말하면서도, 아기 새처럼 그저 입을 벌리고 정부에서 해결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성문건설은 조인혁 일가가 사재를 출연해 유성투자증권과 경신저축은행의 대출을 상환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감사는 경신저축은행의 새 주인에게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네?”
“힌트를 주셨거든요.”
“그렇다면…… 유성투자증권에서 저희 성문을……?”
조인혁의 표정은 미묘하게 변했다.
그의 눈빛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대한 놀라움이 서려 있었다.
“아, 그런 건 아닙니다. 성문을 콕 집어 말씀해 주신 것은 아니지만, 사재 출연이라든지 성의를 보이는 곳에 지원을 한다면 좋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조인혁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아는 도경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선은 지키면서도, 옳은 곳에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을 가진 도경이었다.
“어쨌거나, 저희가 더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른 건설업체들엔 본보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성문의 노력만큼 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받는 기분입니다.”
조인혁의 말에 당국과 은행 관계자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일주일 내로 제반 자료를 챙겨서 보내주십시오. 빠르게 대환이 실행되는 게 성문의 입장에서도 좋지 않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저희를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그럼 일어나실까요?”
당국 관계자의 말에 조인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관계자와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하고는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정말 다행입니다.”
재무 이사의 말에 조인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벼랑 끝에 서 있었는데, 당국과 시중은행의 지원 덕분에 상황이 긍정적으로 전환되었다.
“이번 투자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나 다름없습니다. 단순한 유동성 위기를 넘어서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고요. 이참에 우리 사업 중 부실 사업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장기적으로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겠습니다.”
조인혁이 그리 말하자 재무 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에, 인사를 해야 할 사람이 있네요.”
조인혁은 미소를 지으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익숙한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 * *
“마지막으로 이번 경신저축은행의 인수는 우리 유성투자증권에 여러 가지로 이득을 안겨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한편, 도경은 유성투자증권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었다.
이번 인수 건에서 가장 앞에 서서 제안했고, 당국과의 협상을 마친 자신이 주주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옳을 것 같아 내린 결정이었다.
“우리에게 없는 것을 더해주는 인수로서, 이번 결정으로 인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사업이 늘어났습니다.”
도경은 주주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주주 여러분께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번 인수로 재무제표상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경신저축은행의 손실 중 일부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주들은 집중해서 도경의 말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인수 이후 2년 안에 모든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성투자증권에서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수신 기능의 강화와 더불어, 개인 고객에 대한 대출 상품을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주들은 시장에서 유성투자증권의 성장성을 믿고 주식을 산 사람들이었다. 이들에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업이 이루어질 것인지 도경은 확실하게 설명하고 싶었다.
“2년 안에 주주 여러분께서 보유하신 주식의 가치를 1.5배 이상 끌어올리겠습니다.”
이사회에서 의결된 사항이었다.
아무래도 기존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지금 회사가 돈을 잘 벌고 있는데, 괜히 사업을 확장해 문제를 만드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대안을 생각했다.
“설령, 경신저축은행의 인수 효과가 주가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사주 매입과 더불어 소각을 실행하겠습니다.”
시중에 풀린 주식을 대거 줄이는 정책이었고, 이는 주가가 상승하는 쪽이었다.
“다시 한번 주주 여러분께서 저희를 믿고 투자를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저희 유성투자증권은 주주가치 제고를 기치로 회사를 운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경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주주총회장에는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도경도 순간 당황스러웠다. 아무래도 지금 주주가치에 훼손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결정이었기 때문에, 매를 맞을 생각으로 이 자리에 섰는데 오히려 반대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오늘 임시주주총회를 찍으러 온 언론들의 카메라도 엄청난 불빛을 뿜어내며 도경을 찍고 있었다.
“그럼, 유성투자증권 임시주주총회 제1 안건인 경신저축은행 인수에 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저마다 손에 들고 있는 리모컨을 들어 올렸다.
“입장하시며, 보유 중인 지분대로 지급받으신 기기에 있는 찬성, 반대 버튼을 눌러주시면 되겠습니다.”
기기에는 보유 중인, 또 위임받은 지분을 합한 수치가 적혀 있었다.
표결이 실시간으로 집계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였다.
“30초 후, 투표를 종료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고민을 하던 주주들도 한 표를 행사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시간이 지나자 사회자는 화면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투표 시간이 마감되었습니다. 바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출석한 지분 총 902만 7,731주 중 841만 1,288주가 투표에 참여했으므로 경신저축은행 인수 안건은 성립되었습니다.”
도경은 긴장되는 얼굴로 사회자를 바라보았는데, 사회자는 태블릿 PC 화면을 바라보며 입술을 뗐다.
“찬성 782만 9171주, 반대 58만 2,117주, 기권 61만 6,443주로 경신저축은행 인수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사회자의 결과 발표에 자리에 참석한 모두가 놀란 듯 기함을 토했다. 과반이 넘다 못해 어마어마한 찬성률이었다.
“이상, 유성투자증권의 임시주주총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참석해 주신 주주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사회자의 마지막 말로 주주총회가 끝나자 류태화는 도경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고생했습니다.”
“아닙니다. 이렇게 많이 찬성해 주실 줄 몰랐습니다.”
“모든 걸 소상하고 진실되게 설명하자던 윤 이사의 전략이 통한 것이지요. 고생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점심에 별일이 없으면, 식사나 함께합시다. 인수 협상을 맡은 TF 팀원들도 함께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직원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시겠다고 말씀해 주시면 참석하겠습니다.”
“하하하, 물론입니다. 그럼 비서실에서 식당을 알려 드릴 테니 점심 때 봅시다. 고생 많았습니다.”
“네. 대표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강당을 나서는 류태화의 뒷모습을 향해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이어서 대강당을 빠져나왔다.
“지사장님.”
대강당을 나서자, 최우진이 서 있었는데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선배.”
“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네?”
“우리 회사 주가 말입니다. 주주총회에서 저축은행 인수 건이 통과되었다는 속보가 나가자마자 3% 이상 쏘고 있어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또한 예상 못 한 일이었다.
“거의 실시간으로 지사장님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속보로 나갔어요.”
“속보요?”
“그럼요. 이제는 그런 인물이 되셨네요.”
최우진은 뿌듯하다는 듯 말해왔고, 도경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일개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일개 간부가 한 말이 속보로 나가는 경우가 적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외국에서도 먹히는 우리나라 펀드매니저가 나올 것 같은 기대감에 모두가 응원하는 거죠.”
“어깨가 무겁네요.”
“원동력 아닙니까?”
최우진은 피식 웃으며 도경에게 물었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의 응원이 지금까지 도경이 이 길을 걸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커다란 성공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수고 많으셨습니다. 바로 나가시는 건 아니죠?”
“그럼요. 사흘 후 비행기입니다.”
“그럼 주말에.”
최우진은 술잔을 꺾는 제스처를 취했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연락드릴게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최우진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응원받아도 되나 모르겠네.”
도경은 그리 말하면서도 기분이 좋은 듯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지이잉-
그렇게 뿌듯해하며 걷던 도경은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전화에서 울리는 진동에 화면을 확인했고,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도경입니다. 대표님.”
-지사장님, 조인혁입니다.
수화기 너머 상대는 성문건설의 조인혁이었는데, 목소리가 굉장히 상기되어 있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지사장님께서 저와 우리 성문을 또 살려주셨습니다.
“네?”
-당국에서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해 지원을 해주겠다고 해서 방금 만남을 끝냈습니다.
“지원 말씀이십니까? 규모가…….”
-올해 만기 되는 PF 대출 3,100억 원가량 전액 장기대출로 대환 받기로 했습니다.
파격적인 조인혁의 말에 도경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고, 수화기 너머에서는 연신 고맙다고 말해오는 조인혁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너무 잘됐습니다. 대표님.”
-이게 다 지사장님 덕분입니다.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제가 한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저 당국에 선택권을 드렸던 것뿐입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말씀을 하지 않는 분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건, 저희 성문을 생각해 주신 거라고요.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기실 회사를 위한 선택을 하고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는데, 결국엔 성문도 한숨을 돌리게 되어 너무 기뻤다.
“이게 다 대표님께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언제 한번 뵙는 게 어떠실까요?
“오늘 저녁이 괜찮습니다. 장소와 시간 보내주시면 가겠습니다.”
조인혁과 만남 일정을 조율하고 전화를 끊은 도경은 뿌듯한 듯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