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2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26화(52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26화
“인류의 역사는 식량 확보와의 전쟁이었습니다.”
도경은 자신의 말에 집중하는 청중들을 바라보며 발표를 시작했다.
“인류는 목숨을 건 수렵 생활로 식량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렵 생활로는 인구 증가를 감당할 수 없었고, 필연적으로 농업의 발명으로 이어졌습니다.”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발표를 이어나가는 도경을 보며 청중들은 빨려 들어가듯 집중하기 시작했다.
“농업의 발명 이후, 인류는 안정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옥수수와 감자가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전해지자 17~18세기 이후부터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유럽 등지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는 당연히 먹을 것의 걱정이 사라지며 생존의 걱정이 사라진 사람들이 집과 가정을 이루면서 일어난 변화였다.
“인구는 늘어갔고, 이때부터 인류의 목적은 ‘어떻게 하면 농업의 결실을 더 늘린 것인가?’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그런데 그런 성장도 문제는 있었다.
“문제는 인구의 증가에 맞추기 위해 무분별한 농지의 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땅의 지력이 소모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력地力은 말 그대로 땅의 힘이라는 뜻이었다.
농작물은 자라면서 땅속에 있는 여러 유기물을 영양분 삼아 자라는데, 농사를 한 곳에서 오래 하게 되면 당연히 땅속의 영양분은 줄어든다.
특히 구황작물인 옥수수는 땅의 지력을 어마어마하게 뽑아 먹기로 유명한 농산물이었다. 이래서 이때 사람들은 한 해는 옥수수나 감자를 심고, 바로 다음 해는 콩을 심었다.
콩은 지력의 회복을 도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때도 나름대로 지력의 회복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고, 이는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기근을 불러왔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화면을 넘겼는데, 화면에는 농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상표들이 몇 가지 떴다.
“그 고민을 덜어준 것은 화학비료의 발명이었습니다.”
1908년 독일의 과학자 프리츠 하버에 의해 ‘하버-보슈법’이 발견된 이후 인류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하버-보슈법은 공기 중에 존재하는 질소를 모아 농축해서 인공 질소 비료로 만드는 것이었다.
“화학비료 발명 이후 인위적으로 콩을 심으며 지력을 늘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식량 생산량은 인구증가율의 두 배를 기록하며 더 이상 인류는 먹을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공기로 빵을 만드는 과학자’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프리츠 하버의 발명은 인류의 많은 것들을 바꾸었다.
인간이 먹고 남은 농작물은 가축의 사료로 쓰였고, 축산업 또한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인간의 기대수명 또한 비약적으로 늘어갔다.
“이때부터 농업이란 산업의 목표는 ‘어떻게 하면 늘어가는 인구증가율에 맞춰 농산물을 생산할까?’에 맞춰졌습니다.”
도경은 화면을 넘기며 청중을 향해 입을 열었다.
“트랙터와 같은 농기구의 발전, 남는 공간을 사용해 농장을 보조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팜의 발전도 그렇습니다.”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말에 집중하는 청중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인류는 지금 17~18세기의 고민을 다시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도경의 말에 청중들은 다시 한번 말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세계 인구의 기대수명은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고, 반대로 영아 사망률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세계 인구가 60억 명이라고 배웠는데, 지금 세계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아시는 분 있으십니까?”
그 물음에 곳곳에서 정답이 나왔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현재 세계 인구는 80억 명에 달합니다. 2억 명이라고 배웠던 미국의 인구는 3억 명이 넘은 지 오래고요.”
문제는 이러한 인구증가율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2030년엔 85억 명, 2100년쯤엔 100억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UN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몇몇 아시아 선진국들의 저출산 비율은 여기에 영향도 주지 못할 정도로 인구는 증가할 것입니다.”
도경의 말에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빈곤이 퇴치되고,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의 수명이 늘어간다는 건 모두가 느낄 수 있었으니까.
“간단하게 인구가 100억 명쯤 되면, 지금 농축수산물의 생산량보다 50%가 더 필요합니다. ‘50%? 생각보다 적은 수치 아니야? 금방 늘릴 수 있겠는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 계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도경은 잠시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지 농담을 던졌고, 청중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몇몇은 진짜 찔린다는 듯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하지만, 앞서 우리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구가 늘어나면 필요한 것이 뭘까요? 식량은 알겠고…….”
도경은 그리 말하며 청중을 바라보았는데, 한 사람이 입을 열었고, 도경은 손으로 그를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집이 필요합니다. 기존에 있는 도시로는 턱없이 부족한 거죠. 미국의 지금 도시는 인구가 2억 명일 때에 지어지고 발전한 도시인데 여기서 1.3억 명을 더 수용하라고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옆에 비어 있는 땅에다가 도시를 지어야겠군요.”
도경은 화면을 넘겼는데, 새롭게 지어지는 도시의 모습이 떴다.
“이곳은 제가 있는 플로리다주 북부에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도시입니다. 플로리다주는 이곳을 이끌어갈 산업체를 유치해 대규모 공장을 짓고 새로운 도시를 올리고 있죠.”
신도시가 지어지면 응당 그곳을 이끌어갈 산업이 있어야 했다.
국내 지방의 신도시들에는 국가 공기관이 내려갔는데, 예를 들자면 김천에는 한국전력과 도로공사 등의 기관 본사가 내려가 그곳의 신도시를 지탱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런 도시화가 일어난 원래 땅은 농지였다는 겁니다.”
도경의 말에 청중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처음 도경이 이 얘기를 할 때만 해도 ‘왜 그런 이야기를 하지?’라는 표정을 지었던 사람들은 더더욱 놀랐다.
“미국의 농경지는 1982년부터 완만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며 늘지 못하고 줄어만 가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인구가 늘어가고 더 많은 식량을 필요로 하는데, 인류의 기반 산업인 농사를 위한 농지는 줄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죠.”
도경은 자신의 말에 집중을 하는 청중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우리의 고민거리는 이제 하나입니다. 기존의 농지에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 내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현재는 힘듭니다. 기후변화 때문이죠.”
어쩌면, 지금 인류가 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가장 체감을 할 수 있는 주제였다.
“매 여름 말도 안 되는 폭염이 우리를 덮치고, 더 나아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립니다. 겨울은 어떻습니까? 9월에 파종해 12월이면 농작물들이 겨울잠을 자며 영양분을 비축하는 시기에 예년보다 더한 추위가 몰아닥쳐 농작물을 죽입니다.”
상상만 하던 것들이 현실이 되어 한 기반 산업을 덮치고 있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종합하자면, 우리는 현재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해 농산물의 생산량을 늘렸지만, 앞으로의 인구 증가율을 따라갈 수는 없을 겁니다. 오히려 기후변화와 같은 실질적인 위협들이 인류의 지속성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도경은 화면을 넘기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해보아야 합니다. 아! 물론 그 고민은 제가 대신해서 해왔습니다.”
도경이 농담을 던지자 순간 심각하던 청중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자리 잡았다.
지금부터는 다른 얘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의도하고 던진 농담이었는데, 분위기가 환기되자 도경은 입을 열었다.
“인류는 지난 수천 년간 쌓은 경험으로 농사를 해왔습니다. 이 경험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데이터입니다.”
겨울엔 어떤 날씨가 주로 왔는지, 올봄의 날씨가 따뜻하니 앞으로 농사가 어떻게 진행될 것 같다는 등 모든 것들이 경험에 의한 데이터였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어떻게 하면 많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저는 이런 데이터들을 더 강화해 주는 것에 우리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한정된 공간에서 더 많은 농작물을 나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현실적인 대응책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을 10년 전부터 먼저 하고 산업을 발전시킨 업체가 있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며 화면을 띄웠는데, 모두가 놀란 얼굴을 했다.
화면엔 농업지역을 지나다 보면 흔히 보이던 초록색 트랙터가 나타나 있기 때문이었다.
“이 기업은 10년 전부터, ‘경험’이라는 ‘데이터’를 가지고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위성 GPS를 트랙터에 달아 자율 주행하는 트랙터를 출시했죠.”
도경은 청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쩌면, 지금 이 자리에 ‘이게 무엇이 대단하냐?’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이 있으실 겁니다. 실제로 3년 전 첫 자율주행 트랙터가 나왔을 때만 해도 모두가 주가 상승의 재료로만 보았지, 이것이 앞으로 농업의 미래를 담당할 거라는 걸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도경 자신 또한 그랬다.
“그런데 알고 보면 엄청 기술 집약적인 트랙터입니다. 기존엔 씨앗을 뿌리고 그곳 위를 사람이 들통을 매고 다니며 비료를 분사했습니다. 그런데 이 트랙터가 나온 이후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화면에 뜬 트랙터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농지 전체에 무차별로 비료를 뿌리다 보면, 실제 작물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트랙터는 눈을 가졌습니다. 센서로 아주 작은 씨앗을 파악해 그곳에 비료를 뿌립니다.”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해준다는 메시지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다시 AI로 학습합니다. 다음에는 더 나은 과정을 거치죠. 그렇다면 이게 뭐가 달라지는 것이냐?”
도경은 정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효율적인 비료의 공급은 작물의 성장에 영향을 직접 줍니다. 더 많은 곡물이 작물에 맺히도록 도와주죠. 실제로 이전 방식보다 같은 씨앗에서 더 많은 양의 농산물이 생산되었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낭비되는 것도 줄여줍니다.”
도경은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많은 사람이 모여 무차별적으로 비료와 씨앗을 배포하는 것을 없애는 것은 결국 효율의 문제입니다. 인력의 낭비와 비료의 낭비를 줄여주는 것은 농작물 생산에서 가격에 영향을 주고요.”
다시 말해, 인건비와 비료 사용량이 줄어든다면 한 면적에서 나오는 농산물의 가격이 낮아질 수 있었다.
더 많은 결과물이 생산된다는 데이터까지 있으니 필연적으로 가격은 낮아질 것이다.
“부족한 것도 채워주죠. 제 고국인 한국은 농가인구가 약 216만 명입니다. 전체 인구는 약 5,174만 명이니 겨우 4%가 한 나라의 식량을 모두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더 줄어갈 농업인구의 빈틈을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트랙터가 도와준다는 이야기였다.
“더 나아가 이렇게 쌓인 데이터로 무엇이 농작물인지 파악하고, 농작물이 아닌 잡초를 정밀하게 찾아내죠.”
화면에는 아주 긴 분무기를 단 트랙터의 사진이 떴다.
“이 애드온(Add-On)은 트랙터에 따로 설치할 수 있는 농약 분무 킷(Kit)입니다. 그저 보면 흔한 농기구의 모습이지만 이 킷에는 3천 기가바이트가 넘는 이미지와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AI가 학습한 데이터이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물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잡초를 정밀 타격 합니다.”
도경은 바로 화면을 넘겼다.
“이 트랙터는 이 기업에서 개발한 애드온을 모두 달고 있는 트랙터입니다. 앞서 말한 파종, 농약 애드온은 물론이거니와 농장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는 시스템까지 달려 있습니다.”
그저 흔한 트랙터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청중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트랙터는 직접 농장의 상황을 봅니다. 지금 기후가 어떤지, 습도는 어떤지. 작물이 어떤 상황인지.”
날이 덥고 건조하다면 작물의 상태에 물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딱 그만큼의 물을 주었다.
“최적의 관리를 받으며 자란 농작물은 같은 단위 면적당 더 많은 옥수수나 감자를 자라게 하죠.”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청중을 바라보았다.
“잠깐 쉬러 들른 리틀 쿠바에서 한 레스토랑의 주인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매년 옥수수가 풍년이었으면 좋겠다고요.”
자신이 힌트를 얻은 그 말을 모두에게 전했다. 그때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이들이 느꼈으면 하는 생각에서.
“풍년이라는 것은 결국 농작물이 최적의 환경에서 자라난 결과물입니다. 그 최적의 환경이 기후변화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후를 다스릴 수 없는 그저 인간일 뿐이고요. 그렇다면.”
도경은 등 뒤의 화면에 뜬 트랙터를 손으로 가리켰다.
“농작물을 다스려야 합니다. 최적의 환경에서 작물들이 자랄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하고요. 그렇다는 건, 우리는 인류 최고 기술을 집약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류는 지금까지 농사에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기술을 투입해 왔다.
더 많은 낱알을 품을 수 있도록 작물을 개량해 왔고, 영양분을 뺏어 먹는 잡초를 없애기 위해 여러 농약을 발명해 왔다.
“그리고 이곳에 모인 우리가 인류의 지속성이라는 테마에서 해야 할 일은 이런 고민을 우리 대신 해주는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도경은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인류는 식량 확보를 위해 무수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뺏고 빼앗아야 했던 시대에는 그랬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뺏고 빼앗는 전쟁으로는 인류는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요.”
기후변화라는 외부의 큰 적을 두고 협력해야 하는 때였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개최한 것이고, 도경은 연사로 참여하겠다고 했다.
“저는 우리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혁신, 정책의 변화, 그리고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합쳐질 때,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식량 확보의 전쟁이었지만, 이제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협력하는 전쟁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상입니다.”
도경은 연단 옆으로 빠져나와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청중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