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3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31화(53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31화
“JPM과 협상을 마쳤습니다.”
이틀 후, 도경은 이지훈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이지훈은 최근 뉴욕으로 가 JPM과 프라임 브로커리지 계약을 맺고 왔다.
마이애미로 복귀하자마자 도경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먼저, 대차거래 수수료를 연 0.038%로 잡았습니다.”
대차거래는 내가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거래를 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다시 말해,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빌려서 차입 공매도를 해야 했는데, 이때 대차를 했다.
빌리지 않고 공매도를 진행하는 ‘무차입공매도’의 경우 한국이나 미국 둘 다 불법이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징역 20년 미만의 징역을 살 수도 있는 중대 범죄였다.
통상 주식을 보유한 사람에게 수수료를 내고 빌리는데 동시에 이를 중개하는 브로커에게도 수수료를 내야 했다.
“물론 대주에게는 수수료를 지급해야겠지만, 브로커 수수료를 이전보다 0.5%가량 줄였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는 미국 메이저 4대 상업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와 프라임 브로커리지 계약을 맺었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때부터 맺은 계약이라 굴리는 돈이 크지 않아 수수료율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도경은 이번 기회로 세계 최고 상업은행인 JPM과 계약을 하며 수수료 혜택도 받길 원했다.
“더불어 대출금리도 최고 우대를 받기로 했습니다.”
투자를 할 때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즉 100만 원의 돈으로 1천만 원어치의 주식을 살 때 10배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당연히 이도 프라임 브로커가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금리는 매번 변하기 때문에, 최고 우대 금리 혜택을 받는다는 건 그때그때 변하는 금리에서 최저 금리를 받는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전담 업무를 담당하는 팀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좋네요.”
“아무래도 저희가 굴리는 자산이 커서 JPM에서도 그렇게 하는 게 이득이라고 본 것 같습니다.”
이제 도경의 팀이 굴리는 자산도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펀드까지 합치면 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조 6,800억 원이었다.
거대 헤지펀드에 비해서는 적은 금액이긴 했지만, 그래도 JPM에서 프라임 브로커를 맡으면 엄청난 돈을 벌어줄 것이다.
“JPM에서는 이번 기회를 토대로 유성투자증권 본사와도 연을 맺고 싶어 하는 눈치입니다.”
“그래요?”
“네. 본사의 미국 주식 프라임 브로커가 누구인지 묻더라고요.”
요즘은 국내에서도 해외주식. 특히, 미국 주식을 거래하는 게 편했다.
대부분 증권사가 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었는데,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가 미국 주식을 사면, 이를 다시 미국에 있는 브로커에게 주문을 낸다.
즉, 증권사는 중개의 중개를 하는 것이었다.
“워낙 한국 국내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어마어마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장난 아니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네, GS가 지난 분기 매출을 발표할 때 아시아에서 매출이 18%가 늘었다고 발표했는데 한국 시장의 브로커리지 매출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내 대부분 증권사는 GS나 시티, JPM, 웰스파고, BofA 같은 거대 은행에 브로커리지를 맡겼는데,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매출 성장을 하고 있었다.
“정말 꼼꼼한 사람들이네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이지훈은 피식 웃었다.
“저렇게 해야 1위를 할 수 있나 싶기도 하고요. 그저 프라임 브로커 수수료를 싸게 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도 자신들이 이득 볼 수 있는 걸 찾으니까요.”
“배워야 할 게 많네요.”
“안 배우셔도 될 것 같은데요? 이미 잘하고 계시잖아요. 이번 아람코 지분을 넘기시면서 돈도 가치보다 더 받으셨고, 수수료 이득도 챙겨오셨으니까요. 팀원들 말로는 지금 우리 운용 자산에서 수수료가 연간 2~300억 수준까지 절약될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레버리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이용해야 할 수도 있었다.
여러모로 브로커리지 수수료 할인은 유성에게도 큰 이득이었다.
“다행입니다. 그렇게 나가는 수수료를 아껴서 직원들에게 더 많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듣기만 해도 좋은데요.”
“협상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쪽에서 낮은 자세로 나와줘서 편했습니다. 아람코의 지분 취득으로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것 같더라고요.”
“네. 빌에게 듣기로는 아마도 아람코 지분 추가상장 주관사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이젠 지분을 소유했으니 좀 더 편하게 대화가 가능하겠죠.”
도경은 생각할 거리가 참 많았다.
외부에서 보면 JPM의 행동은 모든 것을 독점하려고 하니 지탄받을 수 있었지만, JPM 내부의 입장이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든든할 것이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모습에 말이다.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 들었다.
“참, 이건…….”
이지훈은 무언가 떠오른 듯 손에 든 서류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하나 꺼내 도경에게 건넸다.
“이게 뭔가요?”
“저도 뭔진 모르겠습니다만, JPM의 랜스 존스턴이 보스께 전해 드리라고 했습니다.”
도경이 상자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이지훈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도경은 잠시 상자를 바라보다 열었는데, 그 안에는 고급 시계의 브랜드 로고가 그려진 상자가 나왔다.
도경은 다시 그 상자를 열었는데,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랐다.
“이건…….”
월스트리트에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즐겨 차는 시계라 월가의 3초 시계라 불리는 모델이었다.
도경이 알기로는 천만 원이 넘는 비싼 가격대에도 시계를 사려면 6개월이나 기다려야 하는 시계다.
도경은 다시 처음 상자를 뒤졌는데, 그 안에는 작은 쪽지가 하나 들어 있었다.
[윤, 만나게 되어 기뻤습니다. 또, 앞으로 유성과 함께하길 기대합니다.]도경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윤, 전화가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수화기 너머 주인공은 JPM의 수석투자전략가 랜스 존스턴이었다.
당황스러운 선물을 준 장본인이기도 했다.
“랜스, 마음은 고맙지만, 선물은…….”
-하하하, 개인적으로 준비한 겁니다. 이번 성과로 저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을 테고요.
“하지만, 거래 상대에게 선물을 받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거래가 모두 끝나고 주는 선물인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JPM에서 유성에게 뇌물을 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찌 들으면 재수 없는 말이었지만, 사실이었다.
JPM과 유성의 규모와 인지도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기분 나빠지라고 한 소리는 아닙니다.
“아, 네. 괜찮습니다.”
-그리고, 친구끼리 주고받는 선물은 미국 법에도 저촉되지 않으니 받아도 됩니다.
“친구요?”
-그럼요. 저는 윤을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윤은 아닙니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랜스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이번 거래로 얻은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아닙니다. 저도 랜스를 친구로 생각합니다.”
-그럼, 기분 좋게 받아주세요.
“고맙습니다. 랜스.”
-하하하, 그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그럼 나중에 또 전화하죠.
전화를 끊고 도경은 시계를 한참 바라보았다.
“살다가 이런 시계도 선물로 다 받아보고…….”
감격에 차 있을 찰나.
지이잉-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는데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고양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도경 씨는 훌륭한 발표와 더불어 성공적인 거래로 우리를 기쁘게 만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고양이의 칭찬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우리는 그에 따라 합당한 보상을 준비했습니다.
도경은 오늘 선물 복이 터진 듯 고양이도 보상을 이야기해 왔다.
-우리의 보상은…….
이어지는 고양이의 말에 도경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 * *
“모두 좋은 아침…….”
일주일 후, 주말 휴일 이틀을 편하게 쉬고 월요일 출근을 하던 스테판 그린은 사무실에 펼쳐진 풍경에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게 다 뭐야?”
“보스가 주시는 선물이라고 하던데?”
제이크가 놀라는 스테판의 옆으로 다가왔다.
“보스가?”
“뭐 그렇게 말씀은 하셨는데, 한국 본사에서 지원해 준 건가?”
스테판이 놀라는 이유는 이틀 사이에 사무실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전에는 주로 트레이딩하던 직원들 책상 위에만 놓여 있던 블룸버그 터미널이 이젠 모든 직원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새로운 시스템에 눈이 돌아간 스테판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제이크의 말에 답을 했다.
“본사 지원은 아닐 거야. 그렇다면 보스께서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씀하셨을 테니까. 보스 좀 뵙고 올게.”
스테판은 가방을 자리에 내려두고는 빠르게 도경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똑-
문 앞에 서서 노크를 하자 방 안에서는 들어오라는 도경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스테판은 문을 열어젖혔다.
“어, 스테판. 좋은 아침이야.”
“보스, 좋은 아침입니다. 그런데 사무실의 풍경이 많이 바뀌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만족스러워?”
“만족스럽다마다요. 혹시 따로 준비하신 겁니까?”
“어, 뭐. 필요하겠다 싶어서. 준비한 거야.”
“서울 본사에서…….”
“아, 그런 건 아니고. 폐업하는 헤지펀드에서 가격을 싸게 해서 인수한 거야.”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환하게 웃었다.
기실, 사무실에 들어선 기기들과 비품들은 모두 고양이가 보상으로 보내준 것이었다.
그리고 따로 문제가 되지 않도록 폐업하는 헤지펀드를 통해서 그것을 싼 가격에 미국 지사에서 인수하는 방향으로 해주었다.
돈을 지출했지만, 새롭게 들이려는 것에 비하면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이었다.
“그런 거치고는 매우 상태도 좋더라고요.”
“그래서 인수한 거야. 놀랐지?”
“네. 놀랐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기분 좋은 놀람이랄까요.”
“아직 놀라기엔 이른데, 이거 받아가.”
도경은 그리 말하며 서류철을 하나 건넸고, 그것을 받아서 든 스테판의 두 동공은 점점 커졌다.
“보, 보스.”
“우리도 이제 상품을 늘려야지. 이번에 아람코 지분 정리하고 데어에 투자하고 남은 20억 달러 중 10억 달러를 네게 맡길 거야.”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서 있었다.
“다른 헤지펀드들은 모두 이렇게 하잖아?”
대표 펀드 외에도 여러 펀드를 만들어 여러 투자자를 유치해 돈을 버는 방식이 헤지펀드의 방식이었다.
“언제까지 윤도경 펀드 하나로만 돈을 벌 수도 없는 거고, 너도 시작해야지.”
“감사합니다.”
“글쎄, 감사보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거야. 스테판 네게 허용된 손실률은 5%야. 매년 평가할 거고, 펀드의 성적이 -5%일 때 그 해의 네 성과급은 제로야.”
펀드 매니저는 성과급을 먹고 사는 직업이었다. 물론 기본 연봉도 엄청났지만, 퇴근 이후에 집에서 일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연봉은 적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 20시간씩 일하고, 연봉을 10억 준다고 하면 안 받는다고 할 사람이 많을 테니까.
그래서 어마어마한 성공에 따른 보상금인 성과급이 주어졌는데,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에 달했다.
“물론입니다.”
“열심히 해.”
“감사합니다. 보스. 사무실의 업그레이드도…… 또, 저를 믿어주셔서요.”
“그동안 봐왔을 때 네게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야. 사무실 업그레이드가 되었으니, 네 팀도 좀 더 능률 높게 일할 수 있을 테고.”
“감사합니다.”
“고맙다는 말 그만하고, 빨리 나가.”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바쁘십니까?”
“그래, 투자자 서한 작성해야 해.”
“아……! 나가보겠습니다.”
스테판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자 도경은 피식 웃었다.
감사를 받는 게 조금은 낯 뜨거워 내보냈는데, 기분이 여간 나쁘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이것만 좀 빼면 말이야.”
도경은 모니터 화면에 뜬 백지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지금부터 써 내려갈 글은 도경에게는 가장 중요한 글이나 다름없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를 믿고 돈을 맡겨준, 주주들에게 투자자 서한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투자자 서한은 펀드 매니저이자 대표로서, 회사의 현재 투자 상황을 설명하고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 모두 사실대로 설명해야 했다.
“음…….”
잠시 망설이며 화면에 있는 백지를 바라보던 도경은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