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3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32화(53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32화
“어휴, 월요일이라 그런가 체크할 게 너무 많네.”
2주 후, 전라북도 전주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NPS의 사모 벤처 투자 실장은 월요일부터 체크해야 할 보고들이 많아 서류에 치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기금운용본부는 미래에 국민에게 지급해야 하는 자금을 운용했기 때문에 모든 것에 철저해야 했다.
그렇게 한참 서류를 살피고 있던 찰나.
띠링-
PC에서 알림음이 들리자 모니터 화면에 시선이 돌아갔는데, 실장은 작게 뜬 알림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첫 번째 투자자 서한 – 유성투자증권 수석 투자전략가 윤도경]알림의 주인공은 이메일이었는데, 제목에 홀린 듯 실장은 마우스를 움직였다.
“어, 진짜 윤도경 이사…… 아니, 이젠 지사장이지.”
NPS는 외부 금융 기관에 운용자산 중 일부를 위탁해 운용했는데, 도경이 이끄는 유성투자증권 블라인드 펀드에 5천억 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어느새 1년이 조금 지난 상황이었는데, 도경은 어마어마하게 성장해 있었고, 블라인드 펀드의 첫 투자자 서한이 도착했다.
실장은 떨리고 기대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첨부된 PDF 파일을 열었다.
투자자 여러분, 블라인드 펀드의 총자산은 설정일 당시 2조 171억 원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기준으로 총자산은 31.7% 상승한 2조 8,592억 7,000만 원입니다.
건조하게 수익률부터 보여주는 글의 시작에 실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시장이 우울감에 빠져 있을 당시에도 우수한 실적을 냈으며, 최근 시장이 희열에 젖어 들어가며 더더욱 훌륭한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의 양면을 본 한 해였습니다.
실장은 투자자 서한 내용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글이 점점 흥미롭게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시장참여자들은 ‘자본 시장의 종말이 찾아왔다.’라는 종말론을 믿는 것처럼 앞다투어 주식을 팔아치웠고, 시장은 어마어마한 폭락을 했습니다.
하지만, 근래 시장의 모습은 ‘미국 경제는 강하다.’라는 말을 떠들며 축제에 빠져 있습니다.
이러한 양면적인 모습은 책에서만 봤었는데, 직접 목격하게 되어 개인적으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실장은 큰 소리로 웃었는데, 지난 1년간 주식 시장의 모습이 머리로 스쳐 지나갔다.
우리 포트폴리오는 시장의 조울증에도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래, 포트폴리오의 일부분에 대한 성과를 소개하겠습니다.
투자를 맡긴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런 성과를 전해 듣는 것만큼 설레는 시간이 없었다.
원 카지노 리조트 그룹 +6.99%
블라인드 펀드 포트폴리오 구성 당시, 가장 초기에 들어간 주식입니다. 시장의 극심한 변화 속에서도 견조한 흐름을 보여주었으며 6.99%라는 훌륭한 성과도 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원 카지노 리조트 그룹에 대한 우리의 평가가 한 단계 아래로 내려갔고, 머지않아 포트폴리오에서 정리될 것입니다. 우리의 평가가 내려간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 간단하게 두 가지만 이야기하겠습니다.
1. 경쟁자의 훌륭한 경영성과
원 카지노의 잠재적 경쟁자들은 동일 기간에 더 높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공격적인 투자로 새로운 방식의 경영을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원 카지노는 여전히 자신들의 보수적인 경영방식을 고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2. 더 나은 대안이 생김.
현재 미국 내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그룹은 윈덤 호텔 그룹입니다. 이들은 새로운 도시로의 끊임없는 확장을 하고 있습니다. 가령, 마이애미에 유성그룹과 함께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다른 휴양도시에도 새로운 호텔과 카지노 등 관광시설을 지으며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이들은 과감한 투자를 토대로 실제로 점유율도 늘려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킬지는 더 고민해 보아야겠지만, 원 카지노의 매력이 떨어지게 만드는 대안임에는 충분합니다.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외부 자산운용사들의 투자자 서한도 받아보았지만, 이렇게 자신들의 생각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투자자 서한은 처음 받아보았다.
블라인드 펀드를 이끄는 펀드 매니저의 결정이 이해되는 설득들로 가득한 글이었다.
리소스파워 +58.29%
어찌 보면,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종목입니다. 리소스파워가 처음 포트폴리오에 투입되었을 때 많은 분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셨지만, 이제는 이 펀드의 수익률을 이끌어가는 대표 주자가 되었습니다.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리소스파워의 초기 부진 때, 도경의 펀드에 출자하자는 의견을 낸 이유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었다.
투자가에게 있어서 기업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때는 다른 기업보다 경쟁 우위에 있을 때입니다.
경쟁 우위는 매우 중요합니다.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는 것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고, 고객들의 피드백을 잘 적용한다면, 사업의 여러 부분을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장은 흥미로운 얼굴로 글을 읽어 내려갔다.
이러한 경쟁 우위의 장점은 회사가 성장할수록 더더욱 강화되어서 선순환이 만들어집니다. 가령 많은 거래 덕분에 원자재 상승에도 제품의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생기죠. 그렇다면 더 많은 고객들이 회사를 찾게 될 테고요.
이런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 리소스파워는 지난 1년간 아주 많은 성장을 했습니다.
특히 정부 정책의 혜택도 많이 보았는데,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 규제를 강화하며, 값싼 중국산 변압기가 미국으로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더불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늘며, 변압기의 수요 또한 늘었습니다.
이에 따라 리소스파워를 찾는 고객이 더 늘어났고, 매출 또한 급성장하였습니다.
실장은 이런 기업을 알게 된 것도 투자자 서한을 작성하고 있는 도경 덕분이라 생각했다.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기업을 알게 되었고, 이로 인해 성과도 내고 있으니 몹시 만족스러웠다.
리소스파워는 앞으로 계속해서 포트폴리오에 가져갈 것입니다. 점점 승자독식이 가능한 사업 구조화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 선순환의 고리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투자 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후로도 도경은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주식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전망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하나하나 납득이 가는 설명이었다.
향후 우리의 투자 방향을 투자자 여러분께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단기적 성과가 필요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투자를 진행했습니다만, 이제 우리는 미국에서 더 많은 네트워크를 구성했습니다. 이에 따라 더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경은 서한에서 자신의 포부를 이야기해 오고 있었다.
지난 시기 시장의 모습을 보며 세상의 불확실성에 우리가 대처하는 모습을 여러분께서 보셨을 겁니다. 우리는 훌륭한 직원들을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주식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할 것입니다.
그중에 하나 힌트를 드리자면, 기업의 경영권을 취득하는 방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요.
우리는 언제나 더 많은 성과를 투자자 여러분께 돌려드리기 위해 생각을 멈추지 않고,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 투자자 서한에서도 더 많은 성공의 결과물들을 전해 드릴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하…… 엄청나네.”
투자자 서한을 모두 읽은 실장은 혀를 내둘렀다. 다른 펀드사들의 투자자 서한은 그리 길지 않았는데, 도경이 작성한 투자자 서한은 무려 200페이지가 넘었다.
“이렇게 긴 글인데 지루하지도 않고.”
실장은 그리 혼잣말하며 내부 메신저를 틀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부하 직원에게 투자자 서한 PDF를 공유했다.
[나: 첨부파일- 첫 번째 투자자 서한 – 유성투자증권 수석투자전략가 윤도경.pdf] [나: 이거 한번 읽어봐. 여러 가지로 생각을 정리하는 데 좋은 서한이네.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도 늘고 말이야.]그렇게 메시지를 보낸 실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야, 우리 중에 우진이 네가 가장 성공했으니까 오늘 쏘는 거야?”
며칠 후, 서울 모처에 있는 식당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바로 유성투자증권 전략투자사업부의 이사 최우진의 대학 동기 모임이었는데, 최우진은 처음으로 이런 자리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자 어깨가 한껏 올라가 있었다.
“그럼, 물론이지.”
“마음대로 시켜도 되지?”
동기의 물음에 최우진은 피식 웃으며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마음껏 시켜.”
그 한마디에 동기들은 식당 직원을 불러 어마어마한 양의 고기를 주문하기 시작했고, 최우진은 순간 당황하는 얼굴로 앉아 있었다.
“후회되냐?”
그때, 그 모습을 보던 동기가 묻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다들 나이가 40이 넘었는데, 아직도 대학생 같냐?”
“다 그렇지. 뭐. 그나저나 너 그렇게 초고속 승진해도 되는 거야?”
질문을 해온 친구는 국내 경제 서적 전문 출판사에서 일하는 친구였다.
“우리 업계가 성과에 따라 다르잖아. 그리고 내가 줄을 좀 잘 타서.”
“줄?”
“너도 알잖아. 윤도경 지사장.”
“아…… 아직도 친해? 그 양반 미국 갔잖아.”
“아직도 친하냐니. 여전히 내 상급자야. 당연히 여러 가지로 이야기 나누고 연락하지.”
“그래……?”
최우진이 그리 말하자 동기의 눈에는 이채가 서렸는데, 조심스레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혹시 그럼 나랑 연결해 줄 수 있어?”
“윤도경 지사장을 너한테?”
뜬금없다는 얼굴로 최우진이 묻자 동기는 휴대전화에서 무언가를 찾아 건넸다.
“이거 봐. 너 이거 알아?”
최우진은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읽어 내려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알지. 우리 내부에서 검토하고 보낸 거니까.”
“이거 지금 온라인에서 반응 엄청 핫한 것도 알아?”
“뭐?”
“이야, 너는 업계에 있는 애가 나보다 모르냐.”
아무래도 동기는 출판사 직원이었기 때문에, 소문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았다.
새롭게 책을 내야 했으니 어떤 것이 경제 시장의 트렌드인지 파악해야 했다.
“이거 어디선가 유출되어서 도는 것 같은데 거의 바이블 취급받더라.”
최우진에겐 낯선 풍경은 아니었다. 실제로 유명 헤지펀드들의 투자자 서한은 일반인에게도 종종 유출되어 공유되니까.
하지만, 이질적인 단어가 하나 붙어 있었다.
“바이블?”
“거기 적힌 수익률만 봐라. 그렇게 시장이 어려울 때 그런 성과를 냈는데 당연히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지침서 수준이지.”
“그래?”
“글빨도 죽이던데? 책 써볼 의향 없다던?”
동기의 물음에 최우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짜 바쁜 사람이야. 하루에 22시간은 일하는 사람이라고. 그래도 어쩌면 쓰고 싶을 수 있으니까 넌지시 물어는 봐줄게. 대신 기대는 하지 마.”
“이야, 고맙다. 진짜. 동기 덕분에 나도 성과를 가질 기회가…….”
“기대하지 마. 생각보다 이런 쪽엔 단호한 사람이라서…….”
최우진은 대충 대답하고는 동기들과 식사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 * *
“메일이 꽤 많이 오네.”
며칠 후, 도경은 출근하자마자 전날 밤에 도착한 이메일들을 확인했다.
투자자 서한 말미에 질문이 있으면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적었더니, 투자자들로부터 질문과 응원이 담긴 이메일들이 도착했다.
“보자, 이건 개인적으로 답을 해주고 다음 투자자 서한 때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개하면 되겠다.”
도경은 그리 혼잣말을 내뱉으며 이메일에 답장하기 시작했다.
지이잉-
한참 답장을 보내던 그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화면을 확인했는데 반가운 이름이 떠 있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선배.”
-이야, 이게 누구야.
“하하하, 왜 또 그렇게 전화를 시작하십니까.”
-아휴, 너무 연락을 안 하길래 실종된 줄 알았네.
“죄송합니다. 워낙 많은 일들이 있어서요.”
도경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알지. PIF를 쩐주로 잡았는데, 어떻게 안 바쁘겠어. 그리고 또 거의 신앙이 되어 있으시더만.
“신앙이요?”
-지금 컴퓨터 앞이지?
“네. 그런데 신앙이 무슨 말이에요?”
-내가 지금 메신저로 링크 하나 보낼 테니까, 봐.
띠링-
그 말과 동시에 메신저에는 최우진이 보낸 링크가 떴는데, 도경은 링크를 눌러보았다.
[윤도경 < 이 사람 대체 뭐임? 투자의 신. 뭐 그런 거임?] [투자자 서한 미쳤더라. 이거 돈 주고 봐야 하는 거 아니냐?]└ 그렇지…… 수백, 수천억 투자하는 사람들만 보는 거니까.
└└ 공짜로 보기 갑자기 미안해지네.
국내 유명 개인 투자자 커뮤니티였는데, 화면에 뜬 글들을 보고는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수화기 너머에서는 웃음소리만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