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3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35화(53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35화
“다들 바쁠 텐데 이렇게 시간을 내줘서 고맙습니다.”
이틀 후, 아침.
도경은 사무실 중앙에 서서 자신을 둘러싼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의 직원들 몇몇은 자리에서 서 있었고, 일부는 자신의 자리에 앉거나 책상 위에 걸터앉아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작은 오피스에서 시작해서 이렇게 많은 팀원이 함께할 수 있게 된 건 모두 여러분 덕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먼저 도경은 자신의 진심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하는데, 여러분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도경이 그렇게 서두를 떼자 팀원들 사이에서는 술렁임이 일었다. 몇몇은 도경의 입에서 나올 말들이 기대된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런 팀원들의 얼굴을 마주 보며 도경은 천천히 입술을 뗐다.
“TB에 관해 모르는 친구들은 없을 겁니다. 트러스트 브로커스. TB는 주식과 채권, 선물, 옵션, 외환, 원자재 거래까지. 우리가 자본시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프로그램으로 할 수 있게 해주죠.”
직원 중 TB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들 월가를 꿈꾸며 개인 투자를 했을 때, 한 번씩은 써본 플랫폼이었으니까.
“1983년 아무도 휴대용 기기로 증권거래를 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할 때, 래리 무어는 이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래리 무어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도경은 그에 관해 먼저 소개하고 싶었다.
“직접 만든 증권 거래 프로그램을 넣은 휴대용 기기를 직원들에게 지급하면서, 그들의 팀은 미국의 증시에서 아주 훌륭한 마켓 메이커가 되었습니다.”
마켓 메이커Market Maker는 말 그대로 시장 조성자였다.
종목의 매도, 매수 호가를 제공하고 두 호가 간의 간극을 좁혀서 시장의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일을 담당했다.
“워낙 승승장구하다 보니 래리 무어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죠. 아,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개인투자자가 쓰게 하면 어떨까?”
그의 생각은 시장의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다.
“주식을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시장의 개척자가 된 래리 무어는 이후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개인에게 제공해서 자본시장 플랫폼으로 TB를 탈바꿈시켰습니다.”
천부적인 재능과 더불어 사업 능력도 있는 사람이었다.
“이후 TB는 북미, 유럽, 아시아 시장에 진출했고 현재는 북미 최고의 증권 거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죠.”
설명을 이어나가던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래리 무어는 우리에게 공동경영인이 되지 않겠냐고 제안해 왔습니다.”
도경의 입에서 나온 말에 사무실은 순간적으로 고요해졌다.
직원들의 눈이 크게 뜨이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상대의 얼굴에 자리 잡은 표정에 마음속 놀라움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이 기대했던 것은 그저 평범한 투자 건에 대한 도경의 설득이라 생각했지만, 도경이 제시한 것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의 도전이었다.
“제안을 당장 그 자리에서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우리가 해왔던 일과 다른 일이었기에 여러분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도경은 팀원들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가 TB를 좋게 보는 이유는 그들의 시장의 경쟁 우위에 서 있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자 서한에도 적은 바가 있는 말이었다.
“그들이 가진 경쟁 우위는 시장을 개척했음에도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아 개선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고요.”
시장에 먼저 자리 잡은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물론 도전적인 CEO들은 있었지만, 변화를 꾀하다 보면 기존의 고객들이 모두 떨어져 나갈까 봐 지레 겁을 먹고 도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번 좋아지는 환경, 빨라지는 거래 속도. TB는 성능과 더불어 사용자의 경험을 끌어올려 주는 UX/UI 디자인까지 겸비한 플랫폼이죠.”
흔히 쉽게 말하는 선입견들이 있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안정을 택한다.’
그 선입견의 훌륭한 반박이 래리 무어였다. 래리 무어는 안정보다 빠른 개선, 더 나은 변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두에게 보여주는 열정적인 CEO였다.
“그러한 변화는 후발주자들이 오히려 TB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TB를 따라가기 급급하게 만들었습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는 TB에 대한 설명이었고, 나는 우리가 공동 경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고 TB의 주식은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제안받고 TB에 관해 공부하면 할수록 확신으로 변했다.
“가장 큰 것은 이들의 사업비가 아주 적게 드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사업에 사용하는 비용이 적을수록 매출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사업 대부분은 자동화로 구축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보안을 담당할 기술자들이나 기술의 업데이트를 관리하는 기술자들 이외엔 고용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도경은 이들이 금융기업이라는 섹터에 묶인 것이 안타까웠다.
개인적인 생각은 이들은 알파벳이나 애플과 같은 ‘빅 테크’ 기업에 속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내에서도 ‘코코아 뱅크’가 상장을 할 때 해외 투자자들은 코코아 뱅크를 좋게 보았는데, 그들이 은행 ‘그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엄격한 한국의 금융규제를 맛보곤 그런 생각을 접었지만.
“이런 저비용 경영은 낮은 수수료를 책정할 수 있게 해주어, 고객들은 TB를 떠날 필요가 없는 겁니다.”
가장 낮은 거래 수수료임에도 끊임없이 발전하는 플랫폼을 떠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지금은 TB의 주가가 저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팀원 면면을 바라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문제로 중소 은행의 위기가 찾아오자 금융산업의 주가는 몇몇 거대은행을 제외하고는 곤두박질치고 있죠.”
시장엔 지금 실리콘밸리뱅크의 악몽이 떠오르며 모두가 패닉 셀panic sell을 하고 있었다.
피해자는 지역 중소 은행들과 규모가 작은 금융기업이었다.
“TB의 올해 연 이익은 작년 대비해 20% 증가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개인이 주식을 거래하는 것은 대부분 주변의 권유나 주변의 모습을 보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나도 해볼까?’라는 감정은 무서운 것이었다.
“그리고 주변의 권유를 받으면 주식 거래 플랫폼도 추천받게 되죠. 240만 개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TB는 그런 수혜를 받을 수 있고요.”
계속해서 성장해 갈 수 있는 빈 곳들이 많았다.
“내가 말한 모든 것들을 고려하여, 경쟁 우위에 서 있는 기업이 앞으로 매출이 더더욱 상승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때, 우리가 투자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다면 한 발 더 내디뎌 그 저평가받는 주식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건 어떻겠습니까?”
도경은 직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우리가 경영에 참여해 그들이 가진 단점을 쳐내고, 장점을 부각한다면 TB는 가치에 맞는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나는.”
그리고 도경은 확신이 가득 찬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리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
도경의 제안에 사무실은 순간적으로 긴장감이 흘렀다. 팀원들은 도경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것은 단순히 투자의 결정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경영 참여와 기업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 관여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전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기회이고요. 가장 월가의 타성에 젖어 있지 않은 우리가 TB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점차 확신을 얻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사무실 안은 결의에 찬 분위기로 가득 찼다.
짝짝짝-
그때, 한 팀원이 손뼉을 치기 시작했는데, 이윽고 모든 팀원이 손뼉을 치며 도경의 의견에 찬성의 뜻을 보냈다.
* * *
-그렇군요. 진행해도 좋습니다.
다음 날, 도경은 서울에 있는 본사 유성투자증권의 대표 류태화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일련의 일들을 보고하기 위함인데,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류태화는 도경의 설명이 모두 끝나자 아주 쉽게 답을 해왔다.
“그게…….”
-내가 너무 쉽게 답을 해서 불안한가요?
수화기 너머 류태화의 말에 도경이 머뭇거리자 그는 피식하고 웃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미국 지사의 전결권은 윤 이사에게 있다고요. 내가 준 전결권이고 더불어서 회장님께서도 허락하신 일입니다.
시차 때문에 생기는 보고가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었다.
투자는 초 단위를 다투는 영역의 문제였는데 언제까지 보고를 하고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류태화는 이 비효율성을 없애기 위해 전결권을 도경에게 주었고, 이사회의 반대는 회장 한태오의 지지로 쉽게 통과되었다.
-이번 케이스가 그걸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이 되겠네요. 진행하고 결과만 보고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경은 류태화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통화를 마쳤다.
모든 동의는 얻어냈다. 이제 남은 것은 래리와의 통화뿐이었다.
심호흡을 한 도경은 휴대전화에서 번호를 찾아 통화를 걸었다.
-미스터 윤.
잠깐의 통화 연결음이 지나자마자 래리는 전화를 받았는데, 상대도 자신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결정이 내려졌습니까?
“오래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어디 쉽게 결정 내릴 수 있는 일이던가요. 그래서 답을 듣고 싶은데요.
래리의 말에 도경은 조심스레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우리 유성은 래리 무어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자리를 다시 만들어 보죠.
“이틀 후에 그리니치로 찾아뵙겠습니다.”
-좋습니다. TB 사무실에서 윤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도경은 길게 호흡을 내뱉었다.
똑똑똑-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이지훈이 방으로 들어섰다.
“요청하신 TB의 자료입니다. 월스트리트의 리서치셰어즈에 요청해 받은 자료입니다.”
기업에 대한 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서 사 온 자료였다.
이지훈이 건넨 자료를 넘겨받은 도경은 입을 열었다.
“이틀 후, TB에 가기로 했습니다. 내일모레까지 TB의 개선점과 우리가 할 포지션을 하나라도 찾아야 합니다.”
“팀원들에게 전하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빠르게 방을 나섰고, 도경은 자료를 보며 TB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해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