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3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37화(53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37화
며칠 후, TB와의 협상을 마치고 마이애미로 돌아와 있던 도경은 여러모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전 CEO가 뛰어나도 너무 뛰어나.”
호기롭게 적당한 후보를 찾아 건네겠다고 말하고 돌아와, 비즈니스 전문 소셜미디어인 링크드인이나 여러 구인 사이트에 들어가 C 레벨급 인사들의 프로필을 봤지만,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었다.
“이것 참, 후보에 리스트 업 하기도 민망한 인물들뿐이네.”
도경은 그리 혼잣말을 내뱉으며 책상 위에 있는 서류를 펼쳤다.
당연히 TB 내에서도 적당한 인물이 있는지 찾아보아야 했다.
그리고 같은 능력이라면, TB 내부의 인사를 CEO로 승진시키는 것이 TB를 위해서도 좋았다.
아무래도 회사의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쪽도 너무…….”
TB가 증권업 기업이 아닌, 기술 기업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더욱 확고해지는 순간이었다.
“기술자들뿐이네.”
래리 무어는 기술자로서 능력뿐 아니라, 훌륭한 경영인이기도 했다.
그저 자신의 기술을 남에게 선보이는 걸 즐긴다고 말했지만, 그는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기술이 사업에 필요할 때를 귀신같이 알고 적용했다.
“좀 더 넓혀서 찾아보자.”
도경은 이대로는 답이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는 다방면으로 후보를 구해보려 하던 찰나.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며 이지훈이 들어왔다.
“보스, TB 지분 모두 확보했습니다.”
이지훈은 TB의 지분을 매집하는 걸 담당하고 있었다. 도경은 이지훈이 내민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3억 8천만 달러가 들었네요.”
“네. 장이 열리자마자 분위기가 좋지 않아 당초 예상보다 적게 쓰고,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6.32%네요.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아닙니다. 워낙 TB가 지금 저평가받는 중이라서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현재 TB 기저에 깔린 내러티브 자체가 안 따라주니 주가도 지지부진할 수밖에요.”
“네, 보스 말씀처럼 중소 은행 때문에 금융주도 안 좋은 상황에서 래리 무어 은퇴설이 지금 시장에 돌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요?”
도경은 놀란 얼굴로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런 소문이 돈다고요?”
“예, 우리 쪽에서 그런 소문이 나갔을 리는 없고…… TB 쪽에서 흘러나온 소문 같기도 합니다.”
도경은 이럴 때마다 오싹함을 느꼈다. 시장은 모르는 정보가 없었다.
“보스께서도 아시다시피 시장에서는 래리 무어의 영향력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지훈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는 듯 말을 줄였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우리 입장에서는 싸게 포지션을 잡았으니 다행이네요. 펀드에서 노는 돈이 너무 많아 고민이었는데.”
도경은 자신의 이름을 딴 ‘윤도경 펀드’의 포트폴리오에 이번 투자를 편입시켰다.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기금에서 추가로 받아온 돈이 이번 투자에 큰 도움이 되었다.
“팀원들은 추천할 명단이 없다던가요?”
도경이 묻자 이지훈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들 보스만큼이나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도에서 구해보는 건 어떠냐는 말까지 나왔으니까요.”
기술 관련 대기업 중 인도인 CEO 비율이 꽤 되었다.
인도는 인도공과대학이라는 명문 국립 대학에서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오는 능력 좋은 개발자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인도의 압도적인 인구에서 시스템으로 추려 가장 수재들만 입학하는 학교였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IBM도 인도인 CEO를 쓰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미국에 건너와 적응 마치고 활약을 보이는 인도인들이 많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금융업계에도 인도인 CEO들이 나오고 있고요.”
SB 비전펀드의 전 CEO도 인도인이었고,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도 인도인이었다.
이지훈의 말마따나 금융업계에도 인도인이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뛰어난 건 알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풀에는 없네요.”
도경은 인위적으로 한 국적의 인물들만 파보는 것도 별로라고 생각했다.
“일단 유성전자 미국 지사의 도움을 받아 헤드헌팅 업체 돌렸습니다. 그쪽에서 적당한 인물의 리스트를 보내줄 거고요. 또 저도 찾아봐야죠. 어쨌든 고생하셨습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방을 나섰다.
잠시 멍하니 책상 위 서류를 바라보던 도경은 결심이 선 듯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익숙한 앱을 찾아 틀었는데, 어째 평소엔 자리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계신가요?”
도경은 조심스레 불렀는데, 화면 속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안 계신가 보네요. 도움이 필요했는데.”
도경이 그리 말하며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려던 그때, 화면 속에 있는 책상 밑에서 고양이가 올라와 자리에 앉았다.
-윤도경 씨가 그 말을 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아닌 것 같은데요?”
도경은 고양이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이 터져 버렸다. 눌려서 새집이 지어버린 털 하며 퀭한 표정까지 누가 봐도 자고 있었던 모습이었다.
“진짜 고양이처럼 행동하네요.”
-래리 무어는 뛰어난 경영인이자 개발자입니다.
고양이는 도경의 말을 무시한 채로 입을 열었고, 웃다가 표정을 가다듬고는 고양이의 말에 집중했다.
-그런 경영인의 후계자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다만?”
-눈을 돌려본다면 더 나은 후보들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가까운 곳으로요.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도경이었다.
“가까운 곳으로 눈을 돌리라고요? 우리 내부에 있나요?”
-글쎄요. 그것 또한 윤도경 씨가 찾아야 할 답이겠죠.
고양이는 그리 말하고 다시 사라졌고,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다가 사내 인사 명부를 펼쳤다.
“공대를 나온 사람이 있었어?”
도경은 그리 말하며 내부 직원 리스트를 훑었는데,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 있을 리가 없지. 다 내가 채용했는데.”
도경은 가까운 곳을 보라는 고양이의 말뜻을 이해하려 애썼다.
지이이잉-
그때, 평소보다 더욱 요란한 진동 소리가 귓전을 때리자 도경은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연락하는 인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였다.
“어, 성현아. 잘 지냈지?”
-너야말로 어떻게 연락 한 번이 없냐.
“미안해. 주변 사람을 못 챙길 만큼 바쁘다. 내가.”
수화기 너머 주인공은 퀀트엣지의 대표 황성현이었다.
그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기업 리서치 기업을 운영하는 중이었는데, 도경이 한국에 있을 때 협업을 하며 서로가 많이 성장한 사이였다.
더군다나 같은 빌라에 살았다.
“어머니한테 들었어. 네가 많이 챙겨준다며. 고맙다.”
두 사람은 몇 년 동네에서 술친구를 하며 굉장히 친해져 있었다.
도경은 사회에 나와 만난 동갑내기 친구인 황성현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가르쳐 주었다.
아무래도 황성현은 어린 나이에 한 기업을 경영하고 있었으니, 도경의 입장에서도 배울 것이 많았다.
-그냥 내가 먹을 거 두 개 사서 하나 가져다드린 것뿐이야.
“그렇게 마음을 써준다는 게 고맙지. 잘 지냈지? 회사는 어때?”
-우리 회사 팔린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파격적인 말에 도경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설마…….”
-그래, 엑시트야.
“어디에서 사는 거야?”
-신화증권, 리서치 자료 유료화를 고민하더라고, 우리 기술을 높게 봐줬어.
신화증권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 증권사였다.
최근 국내 증권사에는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리서치 보고서를 유료화하겠다는 흐름이 있었는데, 신화증권에서는 그 단계를 준비하기 위해 퀀트엣지를 인수하는 것 같았다.
-내 지분 전부 털었어. 300억 원에.
“와, 축하한다. 엑시트의 신이네, 게임사도 그렇고 말이야.”
-하하하, 고마워.
“그럼 인수되어도 경영은 계속하는 거야?”
-아니, 좀 쉴까 해서. 미국에 가서 공부하려고. 그래서 전화한 거야. 마이애미 어떠냐고.
황성현의 말에 도경은 무언가가 머리를 ‘쾅’ 하고 내려친 기분이었다.
“가까운 곳…… 개발자, 금융경영인…….”
도경은 저도 모르게 모든 키워드를 나열했는데, 이내 그 키워드들이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무슨 말이야?
“마이애미보다, 그리니치는 어때? 코네티컷주.”
-그리니치? 뉴욕 바로 옆에? 거긴 너무 시골이지 않나?
뚱한 목소리의 황성현이 말해오자 도경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입을 열었다.
“일단 들어와.”
* * *
“황성현, 연희대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
도경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현에 대한 프로필을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대학 시절 투자 동아리 활동을 한 것을 계기로 증권 업계에 취업하고 싶었지만, 학교 선배들과 함께 게임회사를 창업. 창업 4년 만에 매출 2천억 원 기록하며 코스닥에 상장.”
어린 나이에 그렇게 어마어마한 자산을 가지게 된 황성현이었다.
“상장 이후, 지분 정리하고 퇴사하고, 퀀트엣지를 창업했고.”
자신이 꿈꿨던 업계에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회사를 창업했다.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기업을 분석하는 업체였는데, 황성현이 개발한 인공지능은 꽤 훌륭한 성능으로 여러 증권사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다 도경과 만나게 되었다.
“개발 능력도 뛰어나고, 더군다나 금융기업 경영 경험까지…….”
지금까지 봐왔던 여러 후보 중 절대 뒤처지는 것이 없었다. 한 가지만 뺀다면 말이다.
“미국 경험이 없다는 게 걸리긴 하네.”
물론 도경은 자신도 미국 시장에서 경험이 없었고, 새롭게 뛰어들어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그런 편견이 없었지만, 문제는 래리 무어의 눈에 드느냐였다.
미국이란 사회는 멀리서 보면 이민자에게 한없이 친절한 나라였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보수적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닫힌사회였다.
“만약 관심이 있다면 그 또한 성현이 본인이 뚫고 가야 할 문제겠지.”
“어이, 윤!”
그렇게 고민하며 프로필에 집중하던 찰나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드니 반가운 얼굴이 손을 크게 흔들며 다가왔다.
“이야, 회사를 300억에 팔아서 그런지 신수가 훤하네.”
“네 얼굴은 어떻고, 동양인이 너밖에 없어서 망정이지 못 알아볼 뻔했다. 어떻게 그 얼굴에 물광은 매년 더 밝아지는 거 같냐.”
황성현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맞은편 자리로 안내했고, 황성현이 자리에 앉자 입을 열었다.
“어떻게, 오는 데 안 힘들었어? 직항노선이 없어서 힘들었을 거 같은데.”
“아니, 너무 설레더라. 그리고 마이애미에 오고 나니까 피로가 싹 사라지네.”
“숙소는?”
“당분간 다운타운에 있는 리츠칼튼에서 지낼 것 같아.”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황성현과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공유하며 회포를 풀었다.
“그나저나 전화로 한 말 뭐야?”
황성현은 궁금하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리니치에서 지낼 생각 없냐는 말 말이야.”
그 물음에 도경은 올 것이 왔다는 듯 서류를 내밀었고, 황성현은 이것이 뭐냐는 듯한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너, 면접 볼 생각 없냐? 트러스트 브로커스 CEO직 말이야.”
도경의 입에서 나온 말에 황성현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도경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