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3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39화(53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39화
“좋은 아침.”
“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서울, 한성경제일보.
대한민국 최고 경제, 증권부의 아침은 여느 신문사와 다름없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간밤에 별일 없었지?”
“네. 우리 쪽은 조용합니다. 미국도 여전히 엔비디아가 주식시장을 이끌어가고 있고요.”
“그놈의 엔비디아 죽지도 않네.”
“주도주가 쉽게 죽겠습니까?”
“오늘 야마도 엔비디아랑 비트코인으로 한번 잡아보고, 기재부에 나간 애들 오전 보고 하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경제, 증권부의 데스크를 맡고 있는 김주홍은 자리에 앉아 밤사이에 올라온 보고를 보고 있었다.
“시선이 다른 곳으로 쏠려 있으니 얌전하네. 물가는 잡힐 생각도 없고…… 사과 10㎏ 도매가가 9만 원?”
한창 보고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해외를 담당하는 기자가 숨을 헐떡이며 다가왔다.
“부장님, 블룸버그에 속보가 하나 떴는데요.”
“왜? 무슨 일인데? 또, 연준 이사가 떠들었어?”
미국 경제의 방향을 쥐고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들의 발언은 시장을 출렁이게 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정책에 관한 투표권을 가진 이사의 발언은 시장에서 비중 있게 다루었다.
“트러스트 브로커스 아시죠?”
“트러스트 브로커스?”
기자의 물음에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에 김주홍은 잠시 생각하다 머릿속에서 한 기업을 찾아 꺼냈다.
“어어, 알지. 증권 거래 플랫폼.”
아무래도 국내에 있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 기업의 이름이었지만, 그곳의 CEO인 래리 무어는 이 바닥에 한 발 걸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래리 무어가 은퇴한답니다.”
“뭐? 래리 무어가 은퇴해? 보자…… 그래도 전설적인 인물의 은퇴인데 기획 기사를 하나…….”
“아뇨, 부장님. 그런데 새 CEO가 한국인입니다.”
“뭐?”
이어지는 기자의 말에 김주홍은 놀란 듯 되묻다 이내 피식 웃었다.
“요즘 검은 머리 외국인들 한국인으로 포장하는 거 여론에서 안 좋아한다.”
“아뇨, 진짜 한국인입니다. 황성현 대표요.”
“황성현? 퀀트엣지? 그 황성현?”
황성현의 이름은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두 번 연속으로 성공적으로 창업한 기업에서 성공적으로 엑시트 해 청년 창업가들의 워너비가 된 기업가였다.
“네, 그 황성현이요. 부장님 잘 알지 않으세요?”
“어, 한 세 번 만나봤지. 일단 내가 전화해 보고 알려줄 테니까. 다른 곳에서 썼어?”
“지금 뜨자마자 온 거라 없을 겁니다.”
“일단 단독으로 쏘고, 후발 기사 준비해.”
“네.”
기자가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자리를 향해 가자 김주홍도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미국에 있을 텐데, 지금 시간 괜찮으려나. 일단 메시지부터…….”
인터뷰이 중 예민한 사람이 많아 최대한 그들의 편의를 봐주어야 많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었다.
[황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한성경제 경제부장 김주홍입…….]지이잉-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상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김주홍은 재빠르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아이고, 황 대표님. 축하드립니다.”
-벌써 소식을 들으셨나 봅니다.
“그럼요. 언론에서 가장 먼저 알고, 축하드려야죠.”
한국인의 외국 기업 CEO가 아예 없었던 일은 아니지만, 래리 무어의 후계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군다나 국내에서 아주 성공적으로 기업을 키워서 판 경험이 있는 황성현이라면…… 흥행이 보장된 건이었다.
“래리 무어의 후계자로 트러스트 브로커스의 대표가 되셨는데, 어떤 인연으로…….”
-하하하, 역시 축하가 아니라 취재를 하시러 전화하셨네요.
“아이고, 축하도 당연히 드리지요. 하지만, 저도 밥은 벌어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주홍이 그리 말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기분 나쁘지 않은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퀀트엣지를 정리하자마자, 휴식을 취하기 위해 미국에 왔습니다. 그런데 좋은 기회가 찾아오더군요.
될 사람은 뭘 해도 된다더니…… 김주홍은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윤도경 지사장 아시죠?
“누구요? 유성투자증권의 윤도경 지사장 말씀이십니까?
이어져 나온 황성현의 이야기에 김주홍은 순간 기자의 촉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네, 윤도경 지사장이 후보가 되어볼 생각이 없냐고 하길래…….
‘이건 대박이다.’
그렇게 생각을 한 김주홍은 열심히 황성현의 말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 * *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리고, 앞으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주일 후, 코네티컷 그리니치.
트러스트 브로커스 본사의 홀에는 새로운 CEO 취임을 축하하는 연회가 열리고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 황성현은 그리니치에 있는 여러 기관 투자자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하하하, 익숙해져야 하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래리 무어는 웃으며 이야기해 왔다.
“한국에서도 사람을 많이 만나긴 했지만, 여긴 더하네요.”
“그럼, 일주일에 세 번은 적어도 이런 연회나 사교 파티에 다녀야 해.”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는 것이 사교 모임이었다.
“네, 열심히 할게요. 마음 같아선 사무실 가서 코딩이나 하고 싶은데…….”
황성현의 말에 래리는 마치 아들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봐도 자신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한 황성현이었다.
“축하드립니다.”
그때, 두 사람의 곁으로 반가운 얼굴이 다가와 축하한다는 인사를 해왔는데, 황성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미스터 윤.”
황성현이 과장된 말투와 몸짓으로 인사를 해오자 도경과 래리는 크게 웃었다.
“래리도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도경은 오늘 이 자리의 또 다른 주인공인 래리 무어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것 참, 윤만이 내게 인사를 해주네요. 다른 사람들은 내가 끈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지 그런 것도 없던걸요.”
“그렇습니까? 그것참 나쁜 사람들이네요.”
도경이 래리가 자신을 추켜세워 주기 위해 해오는 농담이란 것을 알고 받아치자 세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
“그 말은 진심입니다. 미스터 윤만이 나에게 축하한다는 인사를 해왔네요.”
“바라지 않으셨습니까? 은퇴를요.”
도경의 말에 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20년 전부터 바랐습니다. 후계자가 나오면 은퇴하겠다고. 참 오래 걸렸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다 윤 덕분입니다.
래리는 진심이라는 듯한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윤이 아니었다면, 토니를 만날 일도 없었을 테고, 후보를 강제적으로 올린다는 조건이 없었다면 나는 토니를 거절했겠죠.”
모든 것은 도경이 걸어둔 조건 내에서 흘러갔고, 그리고 황성현을 만났다.
“토니와 나는 전혀 다른 세계관에서 살아왔습니다. 이 세계관을 이어주는 사람을 만나니 나는 은퇴란 선물을 얻었네요.”
“이렇게나 큰 찬사를 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말했잖습니까? 20년간 바라왔다고.”
20년간 오늘 이 순간을 진심으로 바랐던 래리였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와 유성을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더군다나 이사회 멤버로 초대까지 해주지 않았습니까?”
6%의 지분은 많은 지분이었지만, 어찌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분이었다.
다만, 대주주가 6%의 지분을 가진 사람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그 6%로 많은 것들을 할 수가 있었다.
“완전히 물러나기 전까지는 토니에게 완벽하게 내 노하우를 알려주겠지만, 이후는 윤의 몫입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성현은 뛰어난 경영가이자 개발자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세계에서의 도전은 누군가가 챙겨주어야 했다.
래리가 떠난 이후 이사회에서 철저하게 황성현의 편이 되어주어야 했고, 반대로 그가 잘못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나서서 비토veto를 놓는 것도 자신이 되어야 했다.
“맡겨주십시오.”
“두 분이 저를 견제하시네요.”
황성현의 농담에 어느새 분위기는 다시 훈훈해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별다른 연락 없지?”
래리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틈을 타서 황성현이 도경에게 물어왔다.
“한국에서?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내가 인터뷰에서 뭘 말하긴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네가 싫어할 것 같아서.”
“뭔 말을 했는데?”
도경의 물음에 황성현은 손에 쥔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며 입을 열었다.
“글쎄, 나오면 봐. 너에게 안 좋은 말은 안 했으니까.”
알쏭달쏭한 황성현의 말에 도경은 이맛살을 찌푸렸고, 황성현은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 * *
“고생 많았습니다.”
다음 날, 마이애미로 돌아온 도경은 이지훈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외부의 일은 전부 자신이 도맡아 했지만, 내부에서 TB의 지분을 매수하고 실무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는 일은 모두 이지훈이 관리했다.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하하하, 해야 할 일을 잘해낸 팀원을 칭찬하는 것도 제 일입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니치에 계시는 동안 스테판이 꾸린 팀에 새로운 팀원들이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스테판은 유성인베스트먼츠의 2호 펀드매니저가 되어 자신만의 팀을 꾸렸다.
“네, 이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대부분인데, 유능해 보였습니다.”
“점심시간에 인사하러 가야겠네요.”
새로운 팀원의 합류는 언제나 설레는 일이었다.
“그리고 테마를 정해서 투자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스테판이요?”
“네. 미국 시장은 이미 보스의 펀드가 자리 잡고 있으니, 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헤지펀드의 돈에는 국경이 없었다.
어디든 돈이 되는 곳은 찾아가는 것, 그것이 헤지펀드가 가진 돈이었다.
“그것도 점심시간에 이야기해 봐야겠습니다.”
도경 개인적으로는 스테판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는 서울에서 연수 형식으로 직원을 파견받아서 서울 직원들 경험도 쌓아주면 좋아질 테고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번, 고생 많았습니다. 점심시간에 내려갈게요.”
“네, 알겠습니다.”
이지훈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도경은 이번 일에 대해 서울에 보고하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하려 했다.
지이잉-
키보드에 손을 올리려던 찰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반사적으로 화면을 확인했는데 방금 뜬, 단독 기사의 제목이 화면에 떠 있었다.
「[단독] 美 1위 증권 거래 플랫폼의 한국인 CEO 선택 뒤에는 윤도경 유성투자증권 미국지사장이 있었다」
「황성현 CEO “윤도경 지사장 소개로 면접 봐, 래리 무어의 후계자가 될 수 있어 영광.”」
뉴스의 헤드라인을 본 도경은 연회장에서 황성현이 했던 말이 떠올랐고, 이내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