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4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41화(54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41화
“슬슬 시장이 겁을 집어먹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아침, 도경은 사무실을 찾아온 제이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제이크는 스테판과 함께 ‘윤도경 펀드’를 관리하는 직원이었는데, 스테판이 자신의 팀을 꾸려 독립하자 업무의 총괄을 맡게 되었다.
스테판을 대신해 매일 아침 도경과 대화를 시장 상황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대응책에 관한 도경의 지시를 받아 실행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모르긴 몰라도 스테판처럼 자신의 펀드를 꾸리는, 다음 독립 대상은 제이크가 될 것이라는 게 유성인베스트먼츠 내부에 퍼진 인식이었다.
그런 인식을 도경은 부정하지 않았다.
제이크에게는 아주 훌륭한 동기부여가 될 테니까.
“최근 AI 버블을 타고 AI에 걸친 기업들의 주가가 미친 듯이 오르면서 시장을 가렸던 매크로 요소들이 하나둘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고공행진을 하던 시장 지수가 어제처럼 -1% 하락했다.
“특히 헤지펀드들이 매그니피센트7 주식들을 정리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Seven, M7)은 미국의 기술 대장주들을 이야기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가 거기에 속했다.
“M7 지분을 정리하고 있다고요?”
“네. GS에서 나온 보고서인데, 내부에서 검토해 본 결과 사실인 것 같습니다. 시장이 4%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에 M7은 올해 9%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슬슬 정리할 타이밍이라고 본 것 같습니다.”
7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이 9%라면, 개별로는 1~20%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린 종목도 있다는 말이었다.
“정리할 때가 된 거라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도경의 말에 제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스의 말대로 수익이 나왔으니 정리를 한 느낌이 강한데, 시장은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쳐서 그런 걸 거야.”
도경은 제이크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최근 매크로가 너무 좋지 않아. 특히 일본의 매크로가.”
혹자가 들으면 무슨 소리냐는 말을 해올 것이다. 아무래도 최근 일본 증권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임금 상승률 예상 체크했어?”
“죄송합니다. 체크하지 못했습니다.”
“그럴 수 있어. 다만, 앞으로는 일본 경제지표부터 먼저 체크해. BOJ가 먼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어.”
도경이 그리 말하자 제이크가 설명이 필요하다는 얼굴로 서 있었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하면, 달러-엔 환율이 요동칠 거야. 그럼 시장의 분위기는 오락가락하겠지.”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할까요?”
“반반의 확률이지. 그러니까 일본 상황을 체크하라는 거고. 작년 일본의 임금 상승률 예측이 5%대야. 34년 만에 최대치고.”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할 수도 있겠네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하고, 물가상승에 따른 금리 컨트롤을 하기 시작한다면, 엔화는 강세로 돌아설 것이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일본을 떠나왔던 돈들이 어떻게 될까?”
“일본으로 돌아가겠죠.”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당연히 시중금리와 함께, 국채금리가 오른다.
일본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금리의 이득을 보고 있었는데, 금리가 0이다 보니 이자 없이 돈을 빌려 해외 시장에서 대규모로 투자 중이었다.
“일본의 해외시장 투자액이 531조 엔이야. 달러로 하면 3조 5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한다면 4,781조 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그런데 만약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가 끝나고, 채권금리가 오르게 되면 더 이상 해외 시장에 투자할 필요가 없어지는 거지.”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
4,781조 원이나 되는 돈이 세계 각처에 퍼져 있었는데, 이 돈이 빠져나가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특히 일본이 작년에 마이너스 금리 포기를 시사했을 때, 아시아 시장 흔들린 거 기억하지?”
“네. 호주, 한국, 말레이시아, 일본이 흔들렸던 것 같네요.”
“맞아. 아시아 국가들의 기준금리가 미국과 2% 이상 차이가 나. 그런데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 돈 때문이야.”
미국의 기준금리가 5% 이상이나 됐는데, 국내나 여타 국가들은 3%대 금리로 버티고 있었다.
당연히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높으니 한국이나 아시아 국가에 투자한 사람들은 돈을 빼서 미국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 투자하면 5% 수익을 보는데, 바보같이 3% 수익을 보고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일본중앙은행이 제로금리를 포기하려면, 명분이 필요했는데, 그게 임금 상승률이라는 이야기지.”
일본이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엔화 약세를 통한 수출로 인한 경기부양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나라들은 높은 물가상승률로 물건이 비싸지는데, 일본은 저금리와 저임금 정책을 유지하면서 생산해 낸 물건이 쌀 수밖에 없으니까.
거기에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가 낮으니 당연히, 일본의 생산품은 저렴한 가격에 세계에 수출되었다.
“저임금정책의 기조가 깨지기 시작했으니,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할 길이 열린 거야.”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일본에 주목하겠습니다.”
“그래, 미국에도 일본 자금이 많이 들어와 있으니까.”
도경이 말을 마치자, 제이크는 존경스럽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안 나가봐?”
“아! 나가야죠. 그저 스테판의 실력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는데, 지난 시간 보스한테 이렇게 배웠으니 그런 거군요.”
“하하하, 무슨 말이야. 스테판은 자신의 능력으로 그 자리까지 간 거야. 제이크, 너도 그렇게 될 수 있고.”
“명심하겠습니다.”
제이크가 인사를 하고 나가자 도경은 모니터로 시선을 돌려 시장의 상황을 파악했다.
제이크에게 말했듯, 전 세계적으로 시장 분위기가 좋았는데 매크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똑똑-
한참 시장에 관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며 차선태가 들어왔다.
“지사장님.”
“다른 친구들처럼 보스라고 부르지, 그래요.”
“저는 이게 좀 더 편해서요. 하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여전히 한국에서처럼 깍듯하게 자신을 대해오는 차선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 있습니까?”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사장님의 이메일로 연락이 왔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무시했을 텐데, 지사장님에 관해 공부하다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라…….”
유성인베스트먼츠의 홈페이지에 도경은 업무용 메일이 아닌 컨택(contact, 접촉)용 이메일 주소를 공개해 놓았다.
최근 들어 유성과 도경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자 온갖 사기꾼 냄새가 나는 연락들이 와 직접 관리하지 않고, 비서팀에 관리를 맡겼었다.
“저에 관해 공부를 하다 들어보신 적이 있다고요?”
“네, 라오후 ADR에 대한 공매도 건에 엮여 있던 기업 이름입니다.”
라오후 ADR은 중국 전기자동차 회사였는데, 도경이 한국에 있을 때 이들이 저지른 회계 부정을 알아내고 공매도를 하며, GS 아시아 지사장 차진형과 관계가 돈독해진 바가 있었다.
그때부터 미국에도 한국의 투자가인 윤도경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사건이었다.
“어디서 연락이 왔는데. 그래요?”
“블러디 워터스입니다.”
차선태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도경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 * *
주식시장에서 빼려야 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공매도이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좋아하지 않는다. 돈 많은 세력들의 놀이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매도는 확실히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제도이다.
‘진정 효과(Calming Effect).’
공매도의 순기능 중 가장 투자자를 위한 효과가 진정 효과이다. 당연히 주식은 쌀 때 사서 가장 비쌀 때 팔고 싶어 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거래 추이를 보면 사람들은 주가가 오를 때 더 많은 주식을 산다.
바로 포모 증후군 때문이다.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
포모 증후군은 나 혼자 소외감을 느끼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주식이 오를 때 다른 사람은 이득을 보는데, 나만 이득을 보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 때문에 모두가 주식을 산다면 주가는 가파르게 오를 수밖에 없었다. 사업의 실체가 뭐든, 기업을 보지 않고 주가만을 보고 주식을 사는 현상을 말했다.
이때, 이것을 진정시켜주는 것이 공매도이다.
“직접 만나러 오실 필요가 있습니까?”
이틀 후, 캘리포니아.
도경은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는데, 앞에서 운전을 하는 차선태의 물음에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재미있는 집단이거든요. 시장에 주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한데 그들이 누구인지는 대부분 모르는.”
도경은 메일로 접촉을 해온 블러디 워터스를 만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블러디 워터스는 공매도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였다.
국내에서는 ‘공매도 보고서’가 불법이었지만, 미국에서는 합법의 영역이었다.
내가 보았을 때, 저기 기업이 무언가 사기를 치고 있는 것 같은데 시장은 그것을 보고 있지 못한다고 느꼈을 때, 자신의 생각을 보고서에 담아 발표하고 공매도 포지션을 잡는다.
이때, 보고서가 가져오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저도 주식엔 문외한이지만, 블러디 워터스는 알고 있습니다. 중국의 루이징 커피를 무너뜨린 곳이 아닙니까?”
차선태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A라는 기업의 주가가 10배 이상 올랐다. 그런데, 시장은 오른 주가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뒤에선 A라는 기업의 부정행위에 관해 조사하는 곳이 있었다.
바로 블러디 워터스와 같은 공매도 전문 업체였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업의 부정행위를 밝혀냈다.
공매도에 목숨을 걸고 행동하는 것이다.
“네. 루이징 커피 매장에 카운터기를 들고 가서 하루에 몇 잔이 팔리는지 파악했다더라고요.”
루이징 커피는 스타벅스를 꺾은 중국 커피 브랜드로 유명했는데, 블러디 워터스는 그들이 밝힌 하루 판매량이 사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장에 종일 죽치고 앉아 판매량을 체크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내용이 담긴 공매도 보고서를 내며 하루아침에 신화를 끝낸 장본인이었다.
“차 팀장님께서 알 만큼 큰일을 여러 건 한 친구들인데, 그 친구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그들이 누구인지, 몇 명으로 이루어진 회사인지.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목숨에 위협을 느끼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철저하게 신비주의를 유지 중이었다.
“그런 그들이 나를 만나자고 먼저 연락을 해왔으니, 관심이 생길 수밖에요.”
“좋게 보시나 봅니다. 워낙 욕을 많이 먹는 친구들이던데요.”
“저는 좋게 봅니다. 그들이 있기 때문에 시장에 사기꾼들이 함부로 남을 속이지 못한다는 것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도경은 창밖을 바라보며 작게 읊조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재능이 탐나기도 하고요.”
* * *
“윤도경입니다.”
도경은 자신을 초대한, 블러디 워터스의 사무실로 들어섰는데 정말이지 자신의 상식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모습이 사무실에 벌어져 있었다.
책상 위에 아무렇지 않게 널브러진 인스턴트 음식 포장지 하며, 자신을 반겨오는 남자의 몸에서는 씻은 지 오래된 것 같은 냄새도 났다.
하지만, 도경은 불쾌함을 표현하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어, 내일이 아니었나요?”
도경의 모습에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상대는 바지춤에 적당히 손을 닦고는 도경의 손을 맞잡았다.
“피트 창입니다.”
도경과 인사를 한 남자는 아시아계 미국인처럼 보였는데, 이름을 들으니 그가 중국계라는 것을 도경은 알 수 있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평소에…… 이렇게 살다 보니.”
피트 창은 부끄러움은 아는 사람인지, 사무실을 둘러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럴 수도 있죠. 좀 앉았으면 좋겠는데요.”
“아! 네.”
피트 창은 도경을 한 곳으로 안내했는데, 그의 컴퓨터가 있는 자리에 딸린 보조 의자였다.
“자료를 보면서 이야기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요. 괜찮으시죠?”
피트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앉았다.
“어…… 그러니까. 제가 윤을 만나자고 한 이유는, 일본을 공격하고 싶어요.”
“네?”
“정확히는 TMC를 공격하고 싶은데, 같이하지 않으실래요?”
이어지는 피트의 말에 도경은 두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