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4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43화(54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43화
“네 대 더 검사 결과가 나왔어.”
한편, 캘리포니아 블러디 워터스 사무실에는 세 명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때?”
“확실한 조작이야. TMC에서 밝힌 성능보다 현저하게 낮게 나왔어.”
“이로써 여덟 대 모두 그런 상황인 거네.”
블러디 워터스는 문제가 되는 TMC의 차량을 계속해서 사들여 검사를 맡기고 있었다.
신차든 중고차든 가리지 않고, TMC가 출시 당시 공개한 엔진 출력 제원보다 낮게 나오는 상황이었다.
조작했다는 의심이 이제는 확신이 되었다.
“보고서 작성하자. 우리가 이길 가능성이 커졌어.”
“유성은?”
친구의 물음에 피트 창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무래도 일본 증권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분위기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이 지금까지 공매도 보고서를 써왔던 기업들은 중국과 미국에 상장된 기업들뿐이었다.
“우리랑 하는 걸 마음에 들지 않아 했어.”
“왜?”
“우리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피트 창은 자신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나무라던 도경의 얼굴이 떠올랐다.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고? 월가 인간들 말하는 거야? 윤도경 그 사람도 결국 월가의 사람이라 이건가?”
친구의 말에 피트 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월가 사람들이 아니야.”
“그럼?”
“우리가 공격한 기업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 이야기지.”
“하지만, 그 사람들이 더 피해를 보기 전에 우리가 나서주는 거라고.”
이들의 지금까지 신념은 그랬다.
더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기 전에 돈에 눈이 먼 월가 놈들을 벌하는 것.
자신들이 어린 시절 당했던 것을 모두 돌려주는 것.
그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지금까지 왔다.
“그럼 뒤에서 구경을 하는 윤도경은 뭐가 다르길래 우리에게…….”
“자신은 그런 종목에 고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일을 하고 있다더라고.”
“뭐?”
피트의 말에 친구는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할 말이 없었다.
자신들의 근간을 흔드는 것 같은 말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윤도경은 자신이 하는 일이 누군가를 해치는 일이 아니라 구하는 일이라고 했다고.”
피트는 다시 한번 도경이 한 말을 이야기했다.
도경을 만나고 난 이후 저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해오는 일이 틀린 일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블러디 워터스의 공매도 보고서가 뜨면, 시장은 열광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근거로 든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졌을 때 블러디 워터스를 칭송하는 말들이 들려왔다.
「자본시장의 수호자 ‘블러디 워터스’」
「이번에도 밝혀냈다. 블러디 워터스의 행보에 주목하라.」
「블러디 워터스가 구한 미국 시장」
처음에는 자신들이 그런 평가를 받는 게 어이가 없었다.
조금만 살펴보면 모두가 알 수 있는 일을 왜 다른 사람들은 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계속해서 자신들이 특별한 사람이라 말해오는 사람들을 보며, 젖어 들어갔다.
자신들은 특별한 사람이었고, 이제는 돈에 눈이 먼 월가를 벌하는 것을 떠나 여러 투자자를 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 만난 도경은 다른 이야기를 해왔다.
‘블러디 워터스도 여러 잘못된 표적들을 골랐죠.’
‘멀쩡한 기업을 회계 부정 기업으로 만들어 공격한 사례도 있고요.’
‘확실하다고 생각했겠죠.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블러디 워터스가 한 일도 월가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도경의 말은 처음으로 블러디 워터스에게도 시장을 망친 책임이 있다고 말해왔다.
자신들은 그저 시장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물론 나도 그런 문제들에 염증을 느껴본 적은 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벌한다기보다는 그런 이들로부터 고객들이 돈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도경의 말은 모든 것을 흔들어놓기엔 충분했다.
“……그래서 어떡할 거야?”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아무런 말을 하지 않던 친구가 말해오자 피트 창도 정신을 차렸다.
“해야지.”
“정말?”
“그럼,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방기할 순 없으니까.”
지이잉-
피트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여보세요.”
-…….
“만약 우리가 이긴다면요?”
-…….
“좋아요. 내기 받아들일게요.”
짧은 통화를 마친 피트는 팀원을 바라보았다.
“방식을 바꿔야겠어.”
“방식을 바꾼다고?”
“그래, 보고서만 발표하자.”
“돈은?”
“이번엔 그렇게 하자. 돈은 나중에 벌어도 되는 거니까.”
어차피 이들은 돈이 목적이 아니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피트의 말에 나머지 동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일본 상황이 좋은데 우리도 투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서울, 유성투자증권 본사.
전략투자사업부의 하루는 간부 회의로 시작되고 있었다.
사업부를 이끄는 이사 최우진은 고심하는 얼굴이었다.
“지금 현금으로 킵해둔 PI 자산이 얼마지?”
“4백억 원쯤 됩니다.”
전략투자본부는 도경이 기틀을 잡아놓은 대로 자기자본 투자(PI)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 자산운용 등 증권투자와 관련한 모든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일본 기업들이 이번 분기 매출이 역대급일 거라는 기대감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팀원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없는 엔저 현상으로 어마어마한 수출을 기록했겠지.”
거의 모든 나라가 말도 안 되는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을 때, 단 한 국가 일본은 달랐다.
저금리를 유지하며 임금 상승률을 컨트롤했기 때문에, 그들이 생산해 내는 공산품들의 가격은 물가상승 이전과 똑같았다.
그러다 보니, 중국산 대비 비쌌던 일본의 공산품들이 중국과 가격이 비슷해졌는데 같은 값이면 품질이 더 좋은 일본산 제품이 인기였다.
“특히 TMC 같은 경우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지역 매출이 사상 최대일 거라는 예측도 있고요.”
“확실히 다른 브랜드들 차량 가격이 올라간 거 대비해서, TMC의 차량은 상대적으로 저렴했지.”
“더군다나 제로 금리가 오래되면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생산 라인도 늘렸고요.”
그때 늘린 생산 라인에서 나온 물품들이 상대적 저가로 여러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팀원의 말마따나 일본에 투자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보다 앞으로 투자해야 할 이유가 더 많았다.
잠시 고민하던 최우진은 말석에 앉은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연지 본부장.”
부장이었던 이연지는 어느새 사업부 내의 리서치 본부를 이끄는 본부장이 되어 있었다.
“네, 이사님.”
“TMC를 비롯해서 여러 일본 기업에 대한 보고서 준비할 수 있을까요?”
“서고은 팀장이 작성해 둔 보고서가 있습니다.”
“이미 준비가 되어 있군요?”
“서고은 팀장이 일본 증시에 호황이 올 것 같다며 미리 준비해 둔 보고서가 있습니다.”
“좋습니다. 회의 이후에 바로 보고해 주세요.”
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이 구성해 둔 대로 최대한 자율성만을 부여했을 뿐인데, 사업부는 국내 어느 팀보다 창의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자, 다들 그럼 일본 시장에 대한 투자를 준비하는 방향으로…….”
지이잉-
당부 사항을 전하려던 찰나 최우진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최우진은 놀란 표정이었다.
“잠시만요.”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지사장님.”
-선배, 지금 다른 직원이랑 계신가 봅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의 주인공은 도경이었다.
“그렇습니다. 회의 중이었습니다.”
-잘됐습니다. 혹시 사업부에서 일본에 투자하려는 준비를 하고 계신다거나, 일본에 투입된 자금이 있습니까?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점쟁이도 아니고, 방금 나눈 이야기를 도경이 맞혀왔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에 투자를 해야 하나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타이밍이 좋았네요. 투자를 하실 거라면 TMC는 조금 타이밍을 늦추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도경은 최우진에게 자신이 취득한 정보를 알려주었고, 최우진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해갔다.
-확실한 건 아니니 일단 선배만 알고 계시고요.
“문제가 생길까요?”
-제 개인적인 예측으로는 TMC의 주가가 충격으로 빠질 것 같긴 한데, 그때가 기회인 것 같습니다.
“그때가 들어갈 기회라고 보시는군요.”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나중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마친 최우진은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일본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겠습니다. 이연지 본부장.”
“네, 이사님.”
“TMC와 관련된 보고서 빠르게 올려주세요.”
* * *
“일본 시장이 연일 상승세입니다.”
며칠 후, 도경은 제이크에게 전날 시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최근 제이크는 아시아 시장, 거기서도 일본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일본이 빠르면 이번 회의에서, 늦으면 다음 회의에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할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렌고에서 임금이 5% 이상 상승했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렌고連合는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를 말했는데, 이들의 발표로 각 기업의 임금 상승률을 알 수 있었다.
일전에 5% 이상 상승했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렌고의 발표로 그것이 기정사실이 되었다.
“일본 은행이 그동안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포기하려면, 임금이 상승하고 물가도 상승해야 가능하다는 선순환론을 펼쳐왔습니다.”
“출구전략이 확실해졌네.”
“그렇습니다.”
“우리도 그럼 일본에 뛰어들 준비를 해야지. 남은 현금이 얼마지?”
도경의 물음에 제이크는 손에 든 태블릿 PC를 확인했다.
“트러스트 브로커스에 투자하고 남은 현금은 1.2억 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약 1,600억 원가량이 남았다.
“일본에 투자할 수 있도록 준비해 줘.”
“어디에 투자하실 예정입니까?”
“TMC.”
“네? 블러디 워터스가…….”
“그게 신호가 될 거야.”
도경이 긴말을 하지 않았지만, 제이크는 도경이 말하는 바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도경은 TMC의 펀더멘탈이 블러디 워터스의 공격으로 흔들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TMC는 품질의 제왕이라는 타이틀을 반납해야 할 거야. 고객들의 기대를 배신했으니까. 하지만, 우리가 있는 시장은 달라.”
도경도 TMC의 행위가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고객을 속이고 더 나아가 경영상 위험을 불러와 투자자를 배신하는 행위를 했다.
장기적으론 TMC를 믿고 차량을 구매했던 고객들이 하나둘 떠날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그들의 매출 성장은 주식시장에서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겐 환대받을 것이다.
“우리가 있는 시장은 이런 시장이야. 펀더멘탈이 나쁜 뉴스도 좋은 뉴스로 만들 수 있는 시장.”
도경은 제이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블러디 워터스가 보고서를 발표하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지이잉-
그때, 도경과 제이크의 휴대전화에서 동시에 진동이 울렸다.
“보스, 블러디 워터스가 트위터에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공매도 보고서 – TMC, 그들의 조작은 치밀했고, 도덕성은 거세되었다.pdf]블러디 워터스는 자신들의 소셜미디어에 TMC에 대한 공매도 보고서를 등록했다.
“내려가서 주가 파악하고 준비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제이크가 방을 나서자 도경은 모니터 화면을 보며 시장의 충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