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4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44화(54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44화
“반응이 뜨거워.”
캘리포니아, 블러디 워터스 사무실.
이들이 발표하는 공매도 리포트는 언제나 그렇듯 시장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bloodywaters: 공매도 보고서 – TMC, 그들의 조작은 치밀했고, 도덕성은 거세되었다.pdf]└ 블러디 워터스 이 자식들 이번엔 일본이야?
└ 미쳤어. 이게 사실이라면, TMC의 주가는 어떻게 되는 거지?
└└ 어떻게 되긴, 시장 열리자마자 내리쏟을걸?
└ 시장의 수호자! 돌아왔군요! 믿고 있었어요.
트위터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글을 자신의 피드에 퍼가는 재게시만 3천 개가 넘어갔고, 좋아요는 2만 개가 넘어갔다.
블러디 워터스가 공개한 공매도 보고서 역사상 가장 뜨거운 반응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썼던 것 중에 이런 반응이 있었나?”
“그만큼 규모가 큰 기업을 건드려서 그런 것 같네.”
두 친구의 대화를 들으며 피트 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반응이야말로 자신의 원동력이 된다.
“시장이 언제 열리지?”
피트는 그리 말하며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3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두 시간 정도 남았어.”
“그전에 분위기를 좀 더 띄워야겠어.”
그리 말한 피트는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리기 시작했다.
[@bloodywaters: 우리가 이 일을 알게 된 경위를 설명할게]피트는 자신들의 영웅 신화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했다.
루이징 커피를 공격했을 때도, 중국에 있는 루이징 커피 매장 중 가장 큰 매장들에 고용한 사람을 보내 커피가 얼마나 팔리는지 카운팅했다.
그렇게 루이징 커피가 매출을 부풀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스타벅스의 대항마라던 중국의 기업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블러디 워터스, 시장을 수호하다.’
그리고, 그 서사는 블러디 워터스를 ‘시장의 수호자’로 만들어주기엔 충분한 스토리였다.
마치 영웅이 탄생하는 고대 서사처럼 말이다.
“트윗을 할 때마다 반응이 뜨거운데?”
친구가 그리 말하자 피트는 신이 난 듯 계속해서 트윗을 올렸다.
블러디 워터스가 공격한 기업 중 TMC는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이었다.
그리고 지금 일본 경제는 전례 없는 호황에 힘입어 증시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이 시기에 일본의 가장 큰 기업을 공격하고, 주가를 폭락시킨다면.
“이건 우리의 이름이 몇 단계 더 높아지는 일이 될 거야.”
피트의 얼굴에는 이채가 서리기 시작했고, 친구들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거인을 공격해 언더독이 승리하는 다윗과 골리앗 서사는 늘 모두를 설레게 했으니까.
블러디 워터스는 이번 일을 계기로 거물이 될 것이다.
세 명의 얼굴은 그 미래를 떠올리는 듯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20분 남았어.”
그렇게 한창 이번 일에 대한 스토리를 모두에게 알리던 찰나 들려온 친구의 말에 피트는 거대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모든 언론의 메인이 우리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어.”
피트의 말에 친구들은 다가와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월스트리트 저널, 블룸버그, 뉴욕 타임즈 등등 거의 모든 언론에서 블러디 워터스가 폭로한 보고서를 메인으로 다루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언론에서도 탑 기사로 다루고 있었다.
“1분 남았어.”
팀원의 말에 피트는 창을 끄고는 증시 화면을 켰다.
째깍째깍-
시계 초침 넘어가는 소리만이 방 안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장이 시작됐어!”
그리고, 일본 증시가 오픈되는 시간에 맞춰 친구가 소리를 지르자 피트는 화면에 집중했다.
[TMC]-2.13%…….
-3.83%…….
-5.03%…….
TMC의 주가는 장초부터 하락하기 시작했고, 피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을 꽉 쥐었다.
“와!”
친구들도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 * *
“준비됐어?”
한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유성인베스트먼츠 본사 사무실.
도경이 사무실로 들어서며 말하자, 모두가 긴장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퇴근할 시간이 지났는데, 이렇게 남으라고 해서 미안하네.”
마이애미는 어느새 해가 지고, 특유의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뜨거운 밤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무실에는 그런 분위기와 상반되는 무거운 공기만이 흐르고 있었다.
“시장 개장까지 얼마나 남았지?”
“한 시간 남았습니다.”
도경의 말에 제이크가 답하자, 도경은 그의 뒤에 가서 섰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일본 증시 개장 시간에 맞춰 오늘은 야근을 해야 했다.
블러디 워터스가 있는 캘리포니아는 지금이 한창 오후였지만, 마이애미는 오후 7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보스, 블러디 워터스 트위터를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 다른 팀원의 말에 제이크는 모니터 화면에 블러디 워터스 트위터를 띄웠다.
도경은 고개를 숙여 책상 위를 손으로 짚고는 화면을 확인했는데,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이 친구들 자신을 띄우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이크의 말대로 블러디 워터스의 트위터 피드에 펼쳐진 글들은 하나의 서사시와 같았다.
“영웅신화예요. 완전.”
자신들이 어떻게 이번 일을 파악했는지, 그리고 이런 일들이 시장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마치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결과가 정해졌다는 듯, 영웅 탄생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적어도 도경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다들 열광 중이고요.”
“이 친구들 즐기는 중이야.”
도경이 그리 말하자 제이크는 이어서 얘기해 달라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블러디 워터스를 이끄는 수장이 내게 말하더군, 자신은 1%의 월가를 벌할 거라고.”
‘메인 스트리트 Main Street’라는 말이 있다.
월 스트리트 Wall Street에 반대되는 개념이었는데, 1%의 월 스트리트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99% 메인 스트리트에 영향을 주는 일이 잦자, 메인 스트리트는 월가를 혐오했다.
그건 월가의 도덕적 해이가 빚어온 것이 맞았지만…….
“그게 자신들의 신념이고, 이 업을 해오는 이유라고 말했어.”
“지금 모습을 보면, 보스의 말씀대로…….”
제이크는 뒷말을 흐리며 화면에 떠 있는 블러디 워터스의 트윗을 바라보았다.
“맞아. 즐기고 있어.”
시작이 어떤 신념을 가지고 시작했든, 지금 그들의 모습은 그저 관중의 열광에 취한 인물들로 보였다.
“자신들을 계속해서 시장을 지키는 영웅으로 포장하고, 저기 달리는 댓글들에 취한 거지.”
“신념을 지키기가 저렇게 힘이 드네요.”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들의 신념이 정말 변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모습은 확실히 그들이 기치로 삼은 것은 온데간데없어 보였다.
“3분 남았습니다.”
한참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을 때, 팀원이 그리 이야기를 해왔고 도경은 블룸버그 터미널로 시선을 옮겼다.
아시아 시장이 열리기 직전이었는데, 미국뿐만 아니라 각국 언론들이 블러디 워터스의 폭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었다.
“시장의 충격이 좀 있겠는데요.”
“있겠지. 하지만, 조금만 안다면 그때가 마지막 기회라는 것도 모두가 알 거야.”
“일본 경제가 앞으로 더 강해질 거라고 보시는군요.”
“맞아. 일본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한다면, 해외에서 떠돌던 일본의 돈들이 전부 돌아오기 시작할 거야.”
일본의 자금은 세계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만큼 큰 금액이었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기준금리를 따라가지 않고, 낮게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일본 자금의 영향력이었고, 미국이 채권을 무지막지하게 발행하는데, 그것이 다 소화되는 이유도 일본에서 나온 돈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돌아온 돈들은 어딘가에 투자되어야겠지.”
“그게 일본 증시고요.”
“맞아. 부동산, 증시, 채권. 돈이 되는 곳에는 다 투자할 거야. 그리고 일본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이자, 주식시장의 대장주인 TMC의 펀더멘탈은 더더욱 강해지겠지.”
TMC가 저지른 부정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했고, 기업의 존폐 위기에 몰려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디 세상이 한 가지 방향으로만 흘러가겠는가.
지금 상황에서는 모든 기운이 그것을 덮고도 남을 만큼 TMC를 향해 흐르고 있었다.
“장 열렸습니다.”
제이크의 말과 동시에 사무실에는 경고음이 계속해서 울리기 시작했다.
[TMC]-2.13%…….
-3.83%…….
-5.03%…….
“계속해서 떨어지는데요.”
“지금부터 우리 자금 넣기 시작하자고. JPM 스탠바이 하고 있지?”
“네.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도경이 그리 말을 하자 제이크는 전화를 꺼내 들고 브로커리지를 담당하는 JPM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성입니다. 일본 증권 시장에 있는 TMC 주식에 주문 넣겠습니다. 네. 수량 상관없이 남은 현금에 맞춰서 사주세요.”
제이크가 주문을 하는 모습을 본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에 집중했다.
* * *
“우리가 또 이겼어.”
이틀 후, 캘리포니아.
블러디 워터스 사무실에는 여전히 승리에 도취된 듯 환호에 빠져 있었다.
“7% 정도 빠졌네.”
“더 빠질 거야. 일본 정부에서도 검사 결과를 발표했으니까.”
TMC의 주가는 이틀 사이 7%가 빠져 있었다.
일본 정부에서도 이미 이것을 알아차리고 조사를 하고 있었던 것인지, 관련된 자료를 발표했고 TMC의 경영진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늘 장이 열린다면 주가는 더 하락하겠지.”
피트의 말에 친구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걸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러게, 피트. 네가 돈을 걸지 말자니까 그렇게 했는데, 왜 그런 거야?”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을 얻을 거야. 자세한 건 다 해결되면 이야기해 줄게.”
피트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블러디 워터스를 만든 것도 피트였고, 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도 피트 창 덕분이었다.
두 사람은 피트를 신뢰했고, 따르고 있었다.
“그래,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면 뭐……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곧 시장이 시작돼.”
“그럼 오늘도 얼마나 폭락을 하나 한번 보러 갈까?”
피트의 말에 모두가 이 상황을 즐기는 듯 미소를 지으며 모니터 화면에 집중했다.
띵띵-
증시가 열렸다는 알림음이 울림과 동시에 화면을 확인하던 세 사람의 표정은 점점 굳어가기 시작했다.
“이거, 왜 올라?”
“뭐야, 이거……?”
시장이 시작하기 무섭게 TMC의 주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방향을 바꿔 상승하기 시작했다.
“피트, 어떻게 된 거야?”
두 사람의 물음에도 피트 창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