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4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45화(54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45화
“오늘까지 수익률 8.42%입니다.”
사흘 후, 도경은 TMC에 투자한 결과를 보고받고 있었다.
닷새 만에 벌어들인 수익이 8%대였다.
고무적인 결과였다.
“고생했어. 오늘부터 정리하기 시작해서 10%대 이익을 얻으면 확실하게 다 빠져나오자고.”
“더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긴 한데, 애초에 오래 생각하고 한 투자가 아니니 장기적으로 들고 갈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이번 투자는 도경의 입장에서는 충동적인 투자나 다름없었다.
보통 하나의 투자상품을 정하기 위해서는 아이템을 정하고, 팀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기 확신을 가져야 하는 단계가 필요했다.
물론 이번 투자도 TMC의 펀더멘탈을 믿고 한 투자였지만, 평소와 다른 패턴인 건 확실했다.
“네 의견은 어때?”
“더 오를 것 같긴 합니다만, 보스의 말씀대로 오래 생각하고 한 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10%의 수익률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린 것은 맞습니다.”
“그럼 빼는 것도 맞겠지?”
“네. 오늘부터 정리 시작해서 10%대에 완전히 정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했으니, 당분간 시장이 조금 흔들릴 수 있어.”
일본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YCC 정책의 종말을 알렸다.
물가와 임금 상승률에 맞추어 기준금리도 상승시키겠다는 것이었는데,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다면 타국을 떠돌던 일본의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특히 케이맨 제도 쪽 움직임을 잘 파악해야 해.”
케이맨 제도는 쿠바 바로 밑에 있는 섬나라인데, 영국령이었다.
과거 해적들의 은신처로 쓰였던 섬인데, 오늘날에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회사들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만들어 상주 중인 조세 회피처였다.
특히 각국의 은행 지사나, 헤지펀드가 케이맨 제도에 있었는데, 이곳은 상속세, 소득세, 법인세가 없는 나라였다.
특히 케이맨 제도 국적으로 된 미국 국채 보유량이 2,000억 달러 규모였다.
“2,0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의 방향이 어디로 갈지는 너도 알 거야.”
우리 돈으로 약 267조 원이나 되는 돈이었다.
“대부분이 일본 자금이겠죠.”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맨 제도에서 가장 큰 손을 꼽으라면 일본일 것이다.
특히, 일본은행과 기관들이 이곳을 통해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으로 많이 알려졌다.
“맞아. 일본의 시중은행들이 일본 국채에 투자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흘리고 있으니, 케이맨 제도 돈이 빠져나가는지 체크해 줘.”
일본 시중은행들은 케이맨 제도를 통해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었다. 일본 국채를 사려면 당연히 그것들을 정리해야 했고.
“네, 알겠습니다.”
“매크로 이슈 체크해야 할 것들이 많아질 거야. 수고해 줘.”
제이크는 인사를 하고는 사무실을 나갔다.
도경은 계속해서 이슈들을 체크하고 있었는데, 그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올 때가 됐다고 생각했지.”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도경입니다.”
-어째서 전화를 하지 않죠?
수화기 너머에서 풀이 잔뜩 죽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트, 당신이 전화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내기는 윤, 당신이 이겼는데. 먼저 전화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도경의 말에 피트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사건이 있고, 내가 전화를 했다면 피트는 내게 조금 더 기다려 보자고 했겠죠. 다시 주가는 내릴 거라고.”
-…….
“며칠간, 시장이 흐르는 방향을 봤다면 느꼈겠죠.”
-내가 틀렸던 건가요?
피트는 며칠 사이 고민을 많이 해도 답이 나오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피트와 블리더 워터스 덕분에 시장에 있는 참여자들은 TMC에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알게 되었으니까요. 다만.”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면, 다른 것이 틀렸다는 말인가요?
“그날 내가 했던 말 기억하나요?”
도경은 거침없이 피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나와 피트가 다른 점에 관해 이야기했던 것 말입니다.”
-…….
“피트는 한 가지만을 봤습니다. TMC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여기서 공매도 리포트를 내면 다들 겁을 집어먹겠지?”
수화기 너머 피트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틀렸습니다. 시장은 여러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악재를 무시하고 오를 호재도 있고요.”
투자란 것은 그런 것이었다.
설령 반대로 분명 호재가 있는데, 주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
“TMC의 경우가 그렇죠. 블러디 워터스의 폭로는 정말 기업의 신뢰를 깨버리는 행동이었지만, 시장의 돈은 그 신뢰보다 TMC가 기록할 역대급 매출과 일본 경제의 호황에 손을 들어준 거고요.”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수화기 너머 피트에게 입을 열었다.
“나는 그런 상황 속에서 피트를 살려주었습니다.”
-네?
“말했잖습니까? 나와 피트는 다르다고. 피트는 누군가를 공격하는 데 힘을 쏟는다면, 나는 그런 환경에서 투자자가 손해를 보지 않는 방향을 먼저 생각한다고.”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피트였다.
“잊었습니까? 내가 돈을 투자하지 말라고 한 것.”
-그건 내기…….
반박을 하려던 피트는 무언가 머리를 꽝하고 내려치는 기분이었다.
-설마.
“그렇습니다. 내가 그냥 돈을 투입하지 말라고 하면 피트는 믿지 않았겠죠. 이것 또한 피트가 내 고객이라고 생각했을 때, 고객을 말릴 여러 가지 방법의 하나였습니다.”
도경은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고객을 보호하는 것인지.
“자, 그럼 내기의 결과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졌습니다.
“좋습니다. 일주일 안에 마이애미에서 봤으면 좋겠군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 * *
-어떻게 알았어?
“공매도 보고서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일주일 후, 도경은 걸려온 최우진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일본 투자 건들이 모두 정리되고, 한숨 돌릴 틈이 생겼다.
-블러디 워터스가 도경 씨한테 알려준 거야?
“네, 정보가 들어왔으니 써먹어야죠.”
-크…… 역시. 그나저나 블러디 워터스는 엄청나네.
“집요한 사람들입니다. 적으로 두기 싫어요.”
-근데 그 사람들은 주가 하락에 베팅한 거 아냐? 우리는 오르는 데 베팅했고.
도경과 최우진은 주가가 출렁일 때 자금을 투입해 이득을 보았다.
-그렇다면, 이미 적이 된 거 아닌가? 보나 마나 먼저 알려준 거면 같이하자고 했을 텐데, 거절했을 거 아냐.
“하하하, 선배. 적이 되기 싫어서. 그냥 제가 데려와 버렸어요.”
-뭐라고?
“설명은 나중에 해드릴게요. 곧 그 친구들이 올 때가 되어서요.”
-알겠어. 꼭 전화해.
전화를 끊은 도경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올 때가 됐는데…….”
똑똑-
말을 함과 동시에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며 공항에 손님을 마중 나갔던 차선태가 방으로 들어왔다.
“지사장님, 모시고 왔습니다.”
차선태의 뒤로 블러디 워터스의 3인방이 방으로 들어왔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도경은 반갑게 맞이하며 쭈뼛쭈뼛 서 있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앉을까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세 사람은 자리에 앉았고, 맞은편에 앉은 도경은 입을 열었다.
“피트, 다른 분들과 이야기는 모두 마친 건가요?”
“네. 모두 동의하고 이곳에 왔어요.”
“그렇다면 말을 하기가 좀 더 편해지겠네요.”
도경은 세 사람을 번갈아 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유성에서 블러디 워터스. 정확하게는 세 분을 스카우트하고 싶습니다.”
세 사람은 이미 이견 조율을 마치고 온 듯 도경의 말에도 놀란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 연봉이 적힌 계약서입니다.”
도경은 계약서를 내밀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여러분이 공매도를 하며 번 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연봉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여기까지 온 것은 연봉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뜻한다고 생각하며 말씀드리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의 능력은 시장을 놀라게 할 만큼 뛰어납니다. 몇몇 시장참여자들은 여러분이 시장의 수호자라고 말할 만큼요. 나 또한 그리 생각합니다.”
그들이 시장에 순기능을 더해준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여러분의 능력을 좀 더 보람찬 방향으로 쓸 수 있습니다. 월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닌, 월가의 탐욕으로부터 대다수의 메인스트리트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는 방향으로요.”
도경의 말에 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희는 이제 돈은 어떻게 되든 괜찮아요. 물론 처음에는 월가의 방식에 훼방을 놓고 돈을 버는 게 즐거웠지만, 이제는 벌 만큼 벌었으니까요.”
알고 있었다. 이젠 그들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저들은 자신이 얼마나 운용 중인지 체크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저희가 여기 와 있는 이유는, 윤이 우리를 좀 더 보람찬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겠다고 해서예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시장을 지키는 일을 그대로 하게 될 겁니다.”
“우리가 하던 일을 그대로 한다고요?”
“네. 대신 공매도 리포트가 아닌, 그저 기업에 대한 리포트를 쓰는 거죠. 많은 이들이 볼 수 있게요.”
“우리를 데리고 온 것은 유성을 위해 일하라는 것 아니었나요?”
도경의 말에 세 사람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물론 우리를 위해서도 리서치 보고서를 작성해야겠지만, 좀 더 퍼블릭(Public, 공공)한 리서치 그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세 사람이 지금까지 이 바닥에서 남아 있던 원동력은 모두에게 칭찬받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저들이 발간하는 보고서를 굳이 유성 내부에서만 본다면, 저들은 원동력을 잃게 될 것이고, 리서치의 퀄리티도 나빠질 것이다.
“단, 블러디 워터스라는 이름은 버려야 합니다. 집단의 이름 뒤에 숨지 말고, 유성인베스트먼츠의 피트 창으로 보고서를 작성하세요.”
그리고 저들의 보고서를 여러 사람이 읽게 된다면, 유성을 찾는 고객도 많아질 것이다.
도경은 광고효과도 노리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제 제안이.”
도경은 그리 말하며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세 사람은 서로의 표정을 살폈는데,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좋아요.”
“좋습니다. 여러분이 원한다면, 캘리포니아에 있어도 좋습니다.”
“아니에요. 우리도 이제 유성의 일원인데 마이애미로 와야죠. 캘리포니아는 정리했어요.”
피트는 그리 말하며 앞에 놓인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시작했고, 나머지 둘도 계약서에 사인을 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