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5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52화(55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52화
“차선태입니다.”
다음 날, 유성투자증권 여의도 본사로 출근하는 도경은 창밖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있었는데, 운전을 하는 차선태가 걸려온 전화를 심각하게 받고 있었다.
도경은 무슨 일인가 싶어 룸미러를 통해 차선태를 바라보았는데, 통화를 끝낸 그는 도경과 눈을 마주쳤다.
“지사장님, 지금 본사 앞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네?”
차선태의 설명에 도경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여의도 본사 보안팀에서 걸려온 전화인데 기자들이 지사장님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정문에 대기 중이라고 합니다.”
“기자들이요?”
“네. 그렇습니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차선태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워낙 기자들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다 보니 저쪽에서도 칼을 빼 든 것 같네요.”
“기실, 어제 뉴스 보도 이후 회사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쉬는 날이기도 하시고…… 말씀하셨듯.”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회사 선에서 컷했나 보네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저들이 저렇게 찾아왔겠죠. 오늘 안 털고 가면 마이애미까지 따라올 기세인데, 한 번에 털고 갑시다.”
“그럼 정문에 세우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차선태의 말에 도경은 다시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워낙 기자들과의 접촉은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에 상대는 한마디라도 더 따려고 안달이 나 있었다.
아무래도 기자들과 접촉을 하다 보면 도경 본인이 말실수를 해 중요한 정보를 흘릴 수도 있고, 아니면 상대가 자신의 말을 곡해하는 보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피해왔었는데.
상대는 마치 오늘 칼을 뽑은 듯 결단을 지으러 들어왔다.
“많다던가요?”
“열댓 명이라고 하긴 했는데…… 많이 보이네요.”
본사 빌딩에 다 와보니 한 무리의 기자들이 모여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카메라를 든 기자부터, 마이크를 들고 있는 기자까지.
족히 열댓 명은 넘어 보였다.
“너무 앞에 대지 말아주세요. 사람 다칠 수도 있겠는데.”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도경이 탄 차가 미끄러지듯 본사 로비로 들어섰다.
기자들은 도경이 내리자마자 질문을 던지겠다는 듯 결의가 넘치는 표정으로 서 있었는데, 도경은 심호흡을 하고 차에서 내렸다.
“윤도경 지사장님, 코코아 물량을 확보하셔서 국내 제과업체에 제공하셨다는 말씀 들었습니다…….”
“물량 확보에…….”
“코코아…….”
차에서 내리자마자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불빛 하며, 질문 공세도 이어지자 도경은 정신을 못 차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도경은 길게 심호흡을 하고는 손을 들어 올렸다.
“이렇게 질문하시면 누구 하나 다칩니다. 일단 라인 좀 만들어주세요.”
도경의 말과 동시에 차선태를 포함한 보안팀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포토라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출근을 하는 직원들은 신기한 풍경에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다 회사로 들어갔다.
잠시 후, 어느 정도 라인이 정리되자 도경은 기자들이 건넨 마이크를 뭉친 것을 들고 정면에서 자신을 찍는 TV 방송용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시작하시죠. 웬만한 것은 다 답해 드릴 테니, 한 분씩. 천천히 물어주세요.”
“코코아를 어디서 확보하셨습니까? 전 세계적으로 코코아 수급에 차질이 있는 상황인데요.”
“선물시장에서 확보했습니다.”
“선물시장이라고 하시면, 미리 물량을 확보하셨다는 건데, 가격이 치솟을 줄 아셨다는 말씀이십니까?”
한 기자의 날카로운 물음에 다른 기자들은 답이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예측했습니다.”
이어지는 도경의 답에 모두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다 이내, 특종이라는 걸 느끼고는 재빠르게 무릎 위에 올려둔 노트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예측하셨습니까?”
“유성투자증권 원자재 선물 트레이딩 부서에 있는 강성룡 대리가 코코아 가격의 미세한 변동을 알아차리고 연락을 해주었습니다.”
도경은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코코아 작황과 거래 상황에 관해 알아보니 공급 쇼티지가 온 것을 확인했고, 다른 매크로 요소들도 산재한 것을 알았습니다.”
도경은 이후로 상세하게 자신이 왜 확신을 가지고 투자에 뛰어들었는지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대로 선물 상품을 팔아서 시세차익을 남겼어도 됐는데 왜 국내 제과업체에 제공한 것인지…….”
“미국 업체들도 힘이 든 상황인데, 국내도 당연히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질문에 답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국내 상황을 알아봐 달라고 회사에 말했고, 수급 상황이 좋지 않은 걸 확인한 후 제과업체들과 접촉했습니다.”
“질문에 답이 확실하게 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제 질문의 요지는 왜 수익을 보지 않으시고…….”
“수익 봤습니다.”
도경은 질문을 던진 기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질문의 답이 된 줄 알았습니다. 앞서 우리는 예측하고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씀드렸고,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에 제과업체에 제공했습니다.”
도경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 이 자리를 빌려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저희에게 세제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경은 정면의 카메라로 시선을 옮겼다.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는 헤지펀드입니다. 당연히 고객의 돈을 대리해 투자하는 형식이고요. 저희는 고객의 수익을 위해 움직였습니다. 이번 코코아 거래도 만족스러운 수준의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기자들은 도경의 말을 받아 적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미 수익을 봤는데, 여기서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논의는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헤지펀드와 형평성 문제도 있고, 저희에게 주어지는 세제 혜택보다 더 빠르게 돌아가야 할 곳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는 건 세제 혜택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도경은 그리 짧게 답을 하고 기자들을 바라보았다.
기자들은 계속해서 도경의 발언을 기사화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면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른 질문은 회사를 통해 보내주시면, 상세히 답해 드리겠습니다.”
도경은 카메라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빌딩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하하하, 회사 홍보팀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름 수습하려고 한 것인데…….”
유성투자증권 대표실.
대표 류태화와 독대를 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탓하자고 한 이야기는 아니고, 기자들이 감질난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윤 지사장이 시원하게 답을 했는데, 시간이 너무 짧아서요.”
류태화는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홍보실에는 매뉴얼대로 답하라 지시해 두었습니다. 더 이상 기자들이 지사장을 괴롭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홍보팀에 커피라도 돌리고 가야겠네요.”
“커피로 되겠습니까?”
류태화는 도경이 건넨 보고서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번에도 큰일을 했군요. 수익률이 두 배라니.”
“타이밍이 좋았습니다. 회사에 유능한 직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 강성룡 대리 말이죠?”
“그렇습니다. 미국 직원들도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계절의 특수성이라 치부하고 넘겼을 수도 있는데, 미세한 차트의 변화를 알아차린 것도 능력입니다.”
“좋네요. 그런데, 그 친구를 계속 이야기하는 걸 보니, 설마?”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뗐다.
“네, 그래도 되겠습니까?”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겠지요. 본인 의사가 그렇다면…… 좋습니다.”
류태화가 허락하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 *
“후, 긴장되네.”
유성투자증권 전략투자사업부 미팅룸.
원자재 트레이더 강성룡은 긴장된다는 얼굴로 대기하고 있었다.
지이잉-
지이잉-
그리고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지사장님도 참…… 그냥 넘어가셔도 될 것을.”
도경이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이름을 거론한 것이 화근이었다.
기자들은 자신의 번호를 어떻게 안 것인지 연락을 해왔고, 동기들도 스타가 되었다며 눈도장을 찍으려 했다.
“아이고…… 답을 해야 하나.”
“답하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언제 들어온 것인지 자신의 눈앞에는 도경이 서 있었다.
순간 강성룡은 얼어붙었다.
윤도경이 누구인가. 회사,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나고 유명한 펀드매니저다.
그런 인물이 눈앞에 서 있으니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런 일이 있을 때 연락 오는 사람들은 보통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다만.”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기분이 좋잖아요. 이럴 때 잘난 척도 좀 하고 해야죠. 그거 다 한때라서.”
도경이 그리 말하고 맞은편에 앉자 강성룡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지사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원자재 트레이딩부 대리 강성룡입니다.”
“네, 대리님. 반갑습니다. 앉으실까요?”
도경이 그리 인사하자 강성룡은 자리에 앉아 허리를 곧게 폈다.
“하하하, 편하게 앉아도 됩니다.”
“이게 편합니다.”
“묻고 싶은 게 참 많은데요.”
도경은 강성룡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그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렸죠?”
“……그게, 매일 원자재의 모든 품목을 체크합니다. 이게 원자재를 하면 알 수 있는 것인데, 하나의 가격이 튀면 지역적인 문제가 생겼다거나 하는 매크로 문제가 대부분이라…… 다른 물품에도 영향을 주거든요.”
“그래서 그 많은 상품의 가격과 차트를 매일 체크하는 겁니까?”
도경은 놀란 듯 물었다.
“네. 별일 아닙니다. 일하기 전에 습관적으로 체크를 하는 거니까요.”
“그렇게 많은 것을 보는데 어제와 조금 다르다는 걸 기억하는 거죠?”
“네.”
강성룡은 별일 아니라는 듯 이야기해 왔지만, 도경은 재능이라 생각했다.
하루에 트레이더가 보는 차트가 몇 갠데, 그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은 순수한 재능이었다.
“평소에 기억력이 좋은가 보죠?”
“네? 아뇨. 그냥 차트가 좀 더 눈에 잘 들어오는 편이라…….”
강성룡이 머뭇거리며 답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왜 제게 물어보라 말한 건가요? 최대훈 씨를 통해서 말입니다.”
“아! 이게 참…….”
“편하게 말해도 됩니다.”
“단순히 궁금해서요. 이 궁금증을 해결하고 가지 않으면 다른 일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실례를 범했습니다.”
강성룡이 고개를 숙여오자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미안할 일은 아닙니다. 결과가 좋으니까요. 좋네요. 덕분에 회사는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원하는 게 있나요?”
“원하는 것이요……?”
“네. 당연히 이익을 안겨주었으니 보상도 받아야겠죠.”
도경의 말에 강성룡은 잠시 고민을 하다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습니다. 그저 지사장님께서 자신의 공으로 할 수 있는데도, 제 공으로 돌려주신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을 받은 것 같습니다. 살면서 모두의 관심을 받아보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강성룡은 진심이라는 듯 말해왔다.
“혹시 가정이 있습니까?”
“가정이요? 아뇨. 없습니다.”
“그럼 만나는 사람이 있다든가…… 미안합니다. 너무 개인적인 걸 묻네요.”
“아닙니다. 아직 없습니다.”
강성룡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뗐다.
“그럼, 더 결정하기가 쉽겠네요. 마이애미로 오겠습니까?”
“네? 마이애미요?”
“네. 미국 지사에 자리가 하나 있는데, 강성룡 씨가 채워줬으면 합니다.”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강성룡을 바라보았고, 강성룡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도경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