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5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54화(55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54화
“새로 온 팀원을 소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시카.”
며칠 후, 도경의 방에는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중간 관리자들이 모여 있었다.
이지훈과 김우혁, 다른 펀드를 이끄는 스테판 그린과 도경의 펀드를 담당하는 제이크.
리서치 팀을 이끄는 피트 창.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한다현이 그 주인공이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합류한 한다현이라고 해요. 제시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기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다현은 익숙했다.
하지만, 정식으로 합류했기 때문에 새롭게 자기소개를 했다.
“다들 알다시피, 제시카는 세쿼이아 출신의 벤처 캐피털 전문가야. 피트만 처음 보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알겠지?”
도경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피트와 제시카는 같은 대학 출신이야.”
도경이 그리 소개하자 피트는 환하게 웃었다.
역시 미국도 국내와 다르지 않았다.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네트워크가 어찌 보면 한국보다 더 잘 먹히는 곳이었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이제 회사가 확실히 규모가 커진 듯한 느낌이 드네.”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지난 1년간 어마어마한 성장을 했다.
운용하는 자산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성장을 했는데.
“직원들도 이제 100명이 넘었습니다.”
이지훈이 도경의 말을 이어받았다.
상시로 직원을 채용하고 늘린 결과 이제 100명이 넘는 구성원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받으면 사무실 터지겠어요.”
스테판의 농담 섞인 푸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단기간에 늘렸으니, 이제 멈출 생각이야. 빌딩 건설이 끝나고 이전할 때까지는 이 규모를 유지하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보고가 시작되었다.
“이번에 저희 편드는 보스의 펀드를 따라 코코아 선물에 투자해 약 1억 7천만 달러의 수익을 남겼습니다.”
어쩌다 보니 스테판이 펀드매니저로 있는 펀드의 첫 투자도 코코아 선물이었다.
“내부적으로는 한 것 없이 큰돈을 벌어 만족하고 있습니다만, 펀드매니저의 입장에서는 조금 불안하네요.”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불안하다고?”
“네. 이럴 거면 왜 독립했느냐는 말이 나올 것 같아서요.”
“그런 말 아무도 안 하니 걱정 안 해도 돼. 오히려 내가 세력이 필요해서 네 펀드를 끌어다 쓴 거니 그건 내가 사과해야 할 문제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저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음 투자 상품을 제대로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뿐입니다.”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흡족스러웠다. 저런 마음가짐이라면 걱정을 조금 덜어도 될 것 같았다.
“내부 PI 투자도 꽤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다음은 김우혁이 말을 받아 보고를 시작했다. 김우혁은 회사의 돈을 가지고 채권과 주식 외 증권에 투자하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수수료로 받는 회사의 현금은 계속해서 쌓이는 중인데, 이를 마냥 놀릴 수도 없는 문제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플레이션 때문에 현금은 가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남은 회사의 돈은 PI(자기자본투자)로 모두 굴리는 중이었고, 그 담당자가 김우혁이었다.
“최근 미국 국채 입찰에 참여해 10년물 국채를 낙찰받았습니다.”
“최고 호가가 얼마였죠?”
“4.519%입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국가는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로부터 돈을 빌릴 때 입찰 형식을 사용한다.
최고 낙찰 호가(High Yield)는 입찰 결과에 따라 발행금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매우 중요했다.
“꽤 괜찮게 나왔네요.”
“네. 시장금리와의 차이도 별로 나지 않아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입찰 참여는 처음이었죠?”
도경의 말에 김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살다 보니 미국 국채 입찰도 해보고 많이 성장했다 싶습니다.”
“하하하.”
도경은 김우혁을 칭찬하며 수고를 치하하고는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리가 보고를 드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윤도경 펀드의 현재 현금은 8억 달러가량 있습니다. 이번 코코아 선물 투자 결과로, 두 배 이상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단기간에 펀드가 이리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옵션이라 불리는 선물 투자 결과 덕분이었다.
아무래도 선물 시장은 투자자가 접근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시장이었다.
하루에도 2~30%의 수익을 볼 수 있었지만, 반대로 가진 돈을 모두 잃어버리고 청산당할 수 있는 것이 선물 시장이었다.
“다시는 선물 시장에 가고 싶지 않네.”
도경이 그리 말하자 모두가 웃었다.
“큰돈을 버시고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다른 사람들은 억울해서 어떡합니까?”
스테판이 말하자 도경은 진심이라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코코아라는 특수성 때문에 돈을 번 것이지, 그게 아니라면 쳐다도 보기 싫은 시장이야.”
기실, 도경도 이번 투자가 힘들었다.
특히 플랜토가 가진 물량을 던져댈 때는 그걸 받으면서도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흔들리면 팀원들도 흔들리기 때문에 평정을 유지했다.
다행히 철저한 분석과 더불어 시도한 심리전에서 데이브가 이쪽 편으로 붙어줬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어쨌거나 제이크도 고생했어. 내 부족한 설명 때문에 힘들었을 텐데.”
“아닙니다. 지나고 시간을 되돌아보니 배울 것투성이였습니다.”
제이크는 진심이라는 듯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철저한 준비와 더불어…… 제가 가장 놀랐던 것은 내가 생각한 결과가 나오도록 움직이는 과정이었습니다.”
제이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경은 자신이 그렸던 결과를 위해 계속해서 움직였으니까.
특히 우즈의 데이브를 아군으로 끌어들여 플랜토가 포지션을 바꾸도록 만든 것은 자신이라면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휴, 무섭네요. 제이크는 벌써 저걸 느꼈네. 나는 보스랑 오래 하고 나서 느낀 건데.”
스테판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어쨌거나, 현금이 생겼으니 새롭게 투자할 대상을 찾아야겠지.”
도경의 말에 제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두신 곳이 있으십니까?”
“있지.”
도경은 모두를 바라보며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쇼핑을 해볼까 해.”
“쇼핑이요?”
“응. 기업 쇼핑.”
* * *
“여기, 부탁하신 자료입니다.”
며칠 후, 도경은 서부 시애틀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는데, 옆에 앉은 한다현이 서류를 내밀어왔다.
꽤 두꺼운 서류였는데, 족히 200장은 넘어 보였다.
“이걸 그 짧은 시간에 준비하셨어요?”
도경이 놀란 듯 묻자 한다현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제 데이터베이스에 있었던 기업들이에요. 저는 그냥 골라서 출력만 하면 될 일이었고요.”
“그러니까 다현 씨의 그 데이터베이스는 언제 보여주실 건가요?”
한국에서 리더스센터 PB로 일할 때부터 한다현의 데이터베이스가 궁금했다.
그녀가 직접 기업에 관해 파악하고, 들어갈 가치가 있는 기업들만 엄선해 데이터베이스에 넣는다고 했으니…….
투자가들 입장에서는 보물창고나 다름없었다.
“글쎄요.”
한다현이 알 듯 모를 듯 한 미소를 남기자 도경은 머쓱한 듯 코를 훔치고는 서류에 집중했다.
확실히 한다현이 건넨 서류는 달랐다.
유럽에 있는 스타트업이나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을 리스트 업 해달라고 했는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기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많나요?”
“음…….”
도경의 물음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 한다현은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최근 유럽 분위기가 좋지 않아요.”
담담한 표정과 말투에서 나오는 이야기치고는 꽤 심각한 문제였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매크로 흐름으로는 유럽은 어떠한 호재도 찾아볼 수 없다는 말이 이전부터 나오고 있었는데, 기업들에까지 그 분위기가 옮겨가고 있었다.
“유럽이 그래서 최근 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군요.”
유럽은 워낙 내부의 분위기가 좋지 않자 각국이 벌써 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제는 임금 상승률도 낮아졌고, 물가도 어느 정도 잡혔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고금리에 지쳐가는 것은 기업들뿐이었다.
“아시다시피 독일 공장 생산량이 확 줄었거든요.”
독일은 유럽의 공장이나 다름없었다.
제조업이 강세인 나라에서 공장 생산량이 줄었다는 건 그만큼 경기가 나쁘다는 이야기였으니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지금이 타이밍일 거예요.”
한다현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공감했다.
어찌 되었건, 시장에 돈이 말랐고 금리 인하가 기대된다면 지금이야말로 적은 돈으로 알짜들을 쓸어 담을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도경도 그래서 유럽의 자료를 요청한 것이다.
“이 시기의 투자는 늘 고민이 많아지도록 만드네요.”
“이번에도 잘 해내실 거예요.”
한다현의 응원에 도경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자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윤! 제시카!”
워싱턴주 시애틀, 파미르 캐피털의 본사.
오랜만에 도경을 본 빌은 두 팔을 벌리고 다가왔다.
“빌, 오랜만…….”
도경 또한 두 팔을 벌렸는데, 빌은 도경이 아닌 한다현과 포옹을 했다.
“제시카, 잘 지냈어요? 이게 얼마 만이에요.”
“빌, 잘 지내셨죠?”
도경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하고 웃었다.
“나는 안 보여?”
“윤, 너랑은 진짜 너무 자주 봐서.”
빌은 마이애미로 자주 출장을 오며 두 사람은 워낙 많은 것들을 함께했다.
“내가 투자자인데 나를 더 반겨야지.”
기실 도경이 이곳에 온 이유는 펀드 자금이 파미르에 투자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빌이 이끄는 펀드에 PIF(사우디 공공기금)의 돈을 재투자했었다.
“펀드 성적이 안 좋으면 그랬을 텐데, 나쁘지 않아서. 투자자를 봐도 오히려 어깨가 올라가네.”
빌이 그리 농담하자 도경과 한다현은 미소를 지었다.
“올라가자고. 리우가 기다리고 계셔.”
그리고 한 가지 더, 새로운 투자와 관련해 리우 샤오에게 자문을 구할 것도 있었다.
도경과 한다현은 빌을 따라 리우의 방으로 올라갔다.
“안에 손님이 계시긴 한데, 손님도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
“손님? 리우의 손님인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마침 오신 김에 리우가 윤 너와 제시카 이야기를 했나 보더라고. 그래서 기다리는 중이야.”
“나와 제시카를 아는 사람이야?”
“글쎄, 직접 보면 알게 될걸?”
도경의 물음에 빌은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었다.
“제시카!”
세 사람이 리우의 방으로 들어서자, 정말 반가운 얼굴이 환하게 웃으며 한다현을 맞이해 왔는데.
“헨리!”
한다현은 정말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는 듯 그에게 다가갔고,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