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5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55화(55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55화
“헨리, 오랜만에 뵙습니다.”
한다현과 반가운 인사를 하고 있던 헨리는 도경의 인사에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어왔다.
“윤, 오랜만이네요.”
헨리는 세계 최고의 벤처 캐피털 세쿼이아의 대표였다.
도경이 샌프란시스코에 있을 때 자주 만나 스타트업에 관련한 조언을 들은 바가 있었다.
특히 실리콘밸리 뱅크의 파산과 지금은 상장되어 도경의 커리어에 어마어마한 강점으로 남은 도큐센스에 대한 조언을 그에게 들은 바가 있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도경의 인사에 헨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이곳 시애틀에 올 일정이 있어서 리우에게 인사를 하러 왔더니, 여러분들이 온다고 해서 기다렸던 참입니다.”
헨리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뒤에 앉아 있는 리우에게 고개를 숙였다.
“리우,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것 참, 나를 만나러 와서 다른 사람과 인사를 그리 오래 하다니요. 나를 잊은 줄 알고 섭섭했습니다.”
리우 샤오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다들 앉으시지요.”
리우가 그리 말하자 모두가 자리에 앉았다.
도경과 한다현, 리우, 빌, 헨리까지 다섯이 한곳에 있는 적은 처음이었다.
“그래, 윤은 무슨 일로 시애틀까지 날아왔습니까?”
리우가 그리 묻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리우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요.”
“하하하, 거짓말은 잘 못 하는 성격 여전하군요. 얼굴에 다 티가 납니다.”
리우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빌에게 펀드의 현황도 듣고, 리우께 도움도 얻으러 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윤이 빌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빌이 새롭게 런칭하려던 펀드에 투자자가 모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최근 투자 시장은 인공지능 AI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에, 금융회사에 투자하겠다는 빌의 펀드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늘 파미르에게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어려울 때 도와주었으니까요. 다만, 그렇다고 해서 빌의 펀드에 제 고객의 돈을 맡기진 않았습니다. 워낙 좋은 아이템 같아서 맡긴 것이지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리우와 빌의 얼굴에서 동시에 웃음꽃이 피었다.
“제시카는 리우에게 처음으로 소개드리네요. 이번에 유성인베스트먼츠의 VC 담당으로 서울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저와 미래를 약속한 사이고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놀란 눈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어디서도 저런 말을 한 적이 없는 도경이었기 때문이다.
“리우께는 꼭 이렇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도경은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했다.
리우는 어찌 보면 본국을 떠나온 도경이 새로운 곳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 은인이자 대선배였다.
“하하하, 영광이군요. 반갑습니다. 제시카. 나는 리우 샤오라고 합니다. 이미 헨리에게 많이 들었는데, 더 놀라운 소개가 남아 있었군요.”
한다현은 고개를 숙여 리우에게 인사했다. 이곳에 두 사람이 오기 전 헨리가 한다현에 대한 소개를 이미 한 듯했다.
“그래, 내게 도움을 얻고 싶은 것이 있다고요?”
“파미르에 유럽 지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유성투자증권에도 유럽 지사가 있었다. 그런데 지사라고 하기에도 뭐한 규모였다.
연락사무소 느낌으로 직원 한두 명이 상주하며 현지의 브로커들과 본국을 조율하는 일을 했다.
주요 업무는 한국에서 실무자가 출장을 오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유럽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했다.
“있지요.”
파미르 캐피털은 전 대륙에 지사를 두고 있었다. 그냥 이름만 있는 사무실이 아닌 현지의 인재들을 채용한 지사였다.
아프리카 은행에도 투자하는 파미르다운 네트워크였다.
“유럽에 대한 투자를 할까 합니다.”
“유럽에 투자한다고요?”
이야기를 듣던 헨리가 묻자 도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유럽 상황이…….”
투자자들의 입에서 나올 법한 반응이 헨리에게서 나왔다.
유럽의 상황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성장 여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최대 경제 대국이라 불리는 독일마저도 지난해 역성장했고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독일은 지난해 GDP가 -0.3%를 기록하며,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제조업 국가였기 때문에 경기 사이클에 민감했다.
자동차, 화학 등이 주력상품이었는데 이들의 수출 경기가 둔화하며 최악의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저는 지금이 유럽에 투자할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모두가 집중하기 시작했다.
“알짜만 남을 시기기 때문입니다.”
“알짜만 남을 시기라…….”
“경기침체가 오고 나면, 사업이 불확실한 기업들부터 털려 나가기 시작합니다.”
당연한 순리였다.
사업구조가 불명확하고, 벌어들이는 돈이 적은 기업들은 이런 고금리의 시대를 버틸 수 없다.
빚을 내서 기업을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이자만 갚다가 기업이 무너지는 시기였다.
“저는 그 시장에 뛰어들 생각입니다.”
“그렇다는 건 무너지는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뜻입니까?”
“정확히는 스타트업입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드디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기는 스타트업에게 굉장히 버티기 힘든 시기입니다. 꿈을 가지고 기업을 유지해 나가고 있는데, 조금만 더 버티면 금리가 내려가고 우리에게 돈이 투자될 것 같은데…… 하는 시기인 것이죠.”
내려놓기 직전인 시점이었다.
“하지만, 헨리도 잘 아시다시피…….”
“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바로 투자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요.”
“그렇습니다.”
기준금리 인하는 그동안 옥죄었던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행위였다.
즉, 금리가 낮아지니 대출도 쉽게 될 테고, 이 대출을 받은 돈이 시장에 돌기 시작하면 경기가 다시 좋아지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바로 그런 세상이 오는 것은 아니었다.
“양적완화처럼 시장에 엄청나게 돈을 푼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닌 이상에야 시장에 돈이 돌려면 시기가 좀 있어야겠죠.”
헨리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마 지금쯤 유럽의 스타트업들은 가장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있을 겁니다.”
“우리도 유럽에 대한 투자는 조금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 세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세쿼이아가 유럽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 지켜보는 상황이라면, 다른 벤처 캐피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유성은 세쿼이아나 다른 벤처캐피털들보다 규모가 작습니다. 벤처 캐피털 세계에서는요.”
어쩌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유성이란 이름을 처음 들어볼 수도 있었다.
“모두가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들 때는 우리에게 기회가 없겠죠.”
도경이 지금 뛰어들려는 이유였다.
좋은 스타트업들이 매물 혹은 투자금을 모을 시기가 온다면, 유성에겐 기회가 없을 것이다.
더 크고, 더 스타트업들이 원하는 VC들이 널렸으니까.
“역시 윤입니다.”
도경의 이야기를 듣던 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시기에 뛰어드는 게 내가 알던 윤의 모습이군요.”
리우는 그간 도경을 지켜보며 처음에는 신기했고, 다음부터는 경외심이 생겼다.
남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 곳에 먼저 움직여서 자리를 잡고 나면, 남들은 그곳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투자할 곳이 넘치기 때문에 모두가 유럽을 보려고 하지 않죠.”
지금은 워낙 시장 자체가 좋았다.
그래서 그곳에 굳이 투자하지 않더라도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유럽에 먼저 가겠다는 걸 보니 내가 아는 윤의 모습이라 기분이 좋네요.”
도경이 이끄는 유성은 이미 미국에서 이름이 알려지고 있는 헤지펀드였다.
그런데도 도경의 변하지 않은 모습을 확인해 기쁜 리우였다.
“지금은 모험하기엔 조금 어려운 시기가 아닐까요?”
하지만, 헨리는 자기 경험을 토대로 도경에게 물어왔다.
도경은 업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헨리에게 저런 물음을 받는 것이 영광이라 생각하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는 기존에 있던 게임판에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든 이곳에서든 말이죠.”
도경은 헨리를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저는 저만의 팀을 구성하고, 우리만의 게임을 했습니다. 남들에게 맞추지 않았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올라왔죠. 지금까지 그래왔듯 리스크를 내 친구라고 생각하고, 모험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도경이 지금까지 이끌어왔던 팀은 기존 바닥에서 적응하지 못한 이들이었다.
한국의 사업부도, 미국 지사도 그랬다.
‘왜 이런 모험을 하느냐?’라는 질문은 늘 들어왔던 말이었다.
하지만, 도경과 팀에게는 생존의 방식이었다.
기존의 룰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팀과 도경이 가장 빛날 길이었고.
도경의 말을 들은 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당 윤도경이라면 그래야 했다.
“좋습니다. 우리 지사에 유능한 직원을 윤에게 소개해 주죠.”
“우리 세쿼이아의 도움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연락을 주세요.”
리우와 헨리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리우,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헨리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에 나를 만나러 와놓고 그냥 갈 것은 아니지요?”
“하루 정도 시애틀에 묵을 예정입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일어나시지요. 우리 집으로 갑시다. 헨리는 어떻습니까?”
“이후의 일정이 있긴 한데…….”
헨리는 지금 이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전화를 꺼내 들었다.
“이후 일정은 내일로 미뤄줘. 내가 내일 직접 사과한다고 말하고.”
헨리는 자신의 비서에게 그리 지시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모두에게 흔들어 보였고, 모두는 그 모습에 재미있다는 듯 크게 웃었다.
* * *
“여기요.”
다음 날, 도경은 미국을 떠나는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도경의 옆에 앉은 한다현은 걱정이 된다는 얼굴로 도경에게 숙취에 도움 되는 약을 건넸다.
“고마워요.”
“술도 잘 드시지 못하는 분이…….”
“그러게나 말이에요. 어젠 제가 미련했어요.”
도경은 어제 리우와 헨리에게 잡혀서 술을 진탕 마셨다.
“하지만,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니까요. 제가 먼저 일어나기도 그랬어요.”
도경이 변명하듯 말하자 한다현은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도착할 때까지 좀 쉬지. 일하시려고요?”
도경은 노트북을 펼쳤는데 한다현이 말리는 투로 물어왔다.
“해야죠. 어제 저는 술을 마셨지만, 시장은 계속 흘러갔잖아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기내 와이파이에 연결했다.
인터넷에 연결됨과 동시에 메일이 하나 도착했고, 확인한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발신인: 헨리 모건] [윤, 우리의 유럽 스타트업 데이터를 보냅니다. 어제 나를 즐겁게 해준 대가입니다.]헨리가 보낸 이메일이었는데, 유럽 스타트업에 대한 자료가 첨부되어 있었다.
“어제 제가 그렇게 마신 보람이 있네요.”
도경이 화면을 보여주자 한다현은 못 말린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유럽은 좀 특이해요.”
한참 서류를 살피던 도경은 들려오는 한다현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개방된 시장이기도 하면서, 기업가들이 조금은…… 아니, 엄청 보수적이거든요.”
한다현은 자신이 만나본 유럽 스타트업 경영인들을 떠올렸다.
“스타트업을 창업했는데 말입니까?”
도경은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자신이 만나본 스타트업 오너들은 하나같이 개방적이었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거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네, 예를 들자면. 제가 세쿼이아에 있을 때 에스토니아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일이 있었어요.”
에스토니아는 발트해에 있는 국가였다.
인터넷 전화인 스카이프를 만든 기업이 이 나라 소속이고, 인터넷 자유도가 굉장히 높은 기업이었다.
“그 나라는 굉장히 개방적인 나라인데, 경영인들은 아니었어요. 자신들의 기업이 해외의 투자를 받기를 원하지 않았거든요.”
“돈에도 국적이 있다고 믿는 부류군요.”
“네. 특히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이 그게 좀 심했어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아주 나쁜 것은 아니었다.
장단점이 분명한 스타일이었지만, 지금 유성에게는 확실히 약점이 될 문제였다.
“경험을 나눠줘서 고마워요. 어떻게 그들을 대해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네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미소를 지었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