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5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58화(55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58화
“여기까지가 유성에게 제안받은 사항입니다. 일단 상대의 제안만 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따로 페이퍼가 준비되지는 않았습니다.”
며칠 후, 스위스 졸로투른.
스위스 서북부의 있는 도시는 스위스의 중앙을 관통하는 아레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강변을 뷰로 한 4층짜리 통유리 건물이 있었는데, 투박해 보이지만, 정밀하게 배치된 철제로 된 골조는 그들의 업을 상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면, 상대방 측에서 정식으로 제안서를 보내오기로 협의했습니다.”
알프젠 테라퓨틱스의 CFO 케빈 슈스터는 긴급하게 소집된 6인의 이사회를 향해 말했다.
현재 알프젠의 오너이자 창립자는 병중에 있었고, CFO인 케빈이 사실상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유성이 미국의 헤지펀드군요?”
이사회 멤버 중 창업주 가문의 대리인이 묻자 케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의 거대 기업 유성의 계열사로서, 미국에서 헤지펀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유성? 그 반도체를 만드는 유성 말입니까?”
이들은 투자업계에 관해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답게 한국의 유성그룹에 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런 곳에서 왜 우리 기업을 인수하려고 하는 것이죠? 그것도 헤지펀드로. 설마 그들의 산하에 있는 유성바이오가…….”
이들의 의심은 타당했다.
거대 바이오 테크 기업도 아닌 한국의 기업에서 자신들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해 오니 저의부터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사회 멤버 중 몇은 회사가 매각된다면 보드진을 떠나겠지만, 몇은 실무 라인에 있었기 때문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유성그룹의 자회사이긴 하지만, 독립적인 금융기관입니다.”
“독립적이라…….”
“먼저 유성인베스트먼츠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케빈은 이미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준비한 자료를 띄우고 설명을 해나갔다.
이사진들은 유성인베스트먼츠가 미국에서 한 활약을 듣고는 흥미롭다는 듯 집중했다.
“여기까지가 유성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를 헤지펀드가 인수하려 한다. 이게 요점이군요.”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더 뽑아낼 것이 있나?”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헤지펀드에 대한 일반 기업인들의 이미지는 최악이었다.
헤지펀드는 단순 기업에서 무엇을 빼먹을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하고 행동하는 단체라 생각했으니까.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최고 투자 책임자인 미스터 윤도경은 앞서 설명해 드렸듯,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인물입니다.”
케빈도 처음 맥스에게 도경에 관해 설명을 듣고 놀랐다.
미국이란 나라에 뛰어난 헤지펀드 매니저가 많았지만, 단기간에 그만큼 성장한 헤지펀드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우리의 기업에서 가치를 보았다면 그건 우리가 보지 못했던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겠고, 그건 그의 몫입니다.”
“마치 유성의 대리인이 된 것처럼 이야기하는군요.”
쏘아붙이듯 말해오는 이사의 말에 케빈의 눈가는 순간 파르르 떨렸다.
자신이 이곳의 최고 재무책임자가 된 지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창업주가 없는 회사는 엉망 그 자체였고, 이사진들은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기술에만 집착하는 기술자 이사들과 회사의 이익에만 관심 있는 이사들.
이들을 가운데서 조율하는 업무를 지난 3년간 해왔다.
“그렇다면 마누엘이 생각하는 우리에게 숨겨진 가치가 무엇인가요?”
케빈은 이번에는 지지 않겠다는 듯 물어왔다.
이들은 기업을 팔길 원했다.
하루에도 주가는 2~3% 계속해서 하락하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면 가격을 더 높여 받을 수 있을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케빈의 물음에 이사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물론 기업을 매각함에 있어 상대에게 더 좋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 뭐든 해야 합니다. 하지만.”
케빈은 이사들을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우리가 우리의 숨겨진 가치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상대에게 우리의 가치를 올려달라고 말하겠습니까?”
케빈의 말에 몇몇 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들은 근 몇 달간 기업을 매각할 대상을 찾으라고 제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막상 찾아오니, 더 많은 돈을 받을 방법을 요구합니다.”
케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그들이 제시한 금액은 사흘 전 주가 95프랑에 8%의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입니다. 오늘 지금 이 시각 우리의 주가는 91프랑이고요.”
유럽 주식시장에 있었던 돈들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특히 스위스의 상황은 더더욱 좋지 않았다.
로슈와 같은 몇몇 거대 바이오 업체들의 주가는 고공 행진 하고 있었지만, 제조업 기업들의 주가는 암울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저들에게 더 뜯어낼까가 아니라, 어떻게 우리의 가치가 깎이지 않게 할까입니다.”
주가가 계속 내려가고 있었는데, 언제까지 처음 제안한 가격을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더군다나 이익을 최고로 중시하는 헤지펀드가 상대라면, 가격을 깎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우리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건 빠른 선택을 하는 일이고요.”
그렇게 말한 케빈은 잠시 숨을 고르고 이사들을 바라보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어떻게든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 * *
“보스.”
“어서들 와.”
한편, 도경은 호텔 방 문 앞에 서서 마이애미에서 날아온 팀원들을 반기고 있었다.
“출장을 떠나신 지, 그러니까 사흘 만에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맨 앞에 선 제이크가 그리 이야기하자 도경은 피식 웃으며 팀원들을 방 안으로 안내했다.
리우의 배려로 잡은 레지던스형 호텔이었는데, 거실에는 이미 한다현과 도경이 서류를 펴놓고 일을 하고 있었다.
“저기 있는 방은 제이크와 필립이 쓰고, 저쪽 방은 대니와 안드레가 쓰면 될 거야. 일단 짐들 내려놓고 편한 옷 입고 와.”
도경의 말에 그들은 각자의 방으로 향했고, 잠시 후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다.
도경은 팀원들이 자리에 앉자 입을 열었다.
“비행기에서 내가 보낸 서류 봤지?”
“네. 알프젠 테라퓨틱스라니요. 한 20년 전에 들어본 이름인데 아직도 살아 있었습니까?”
“네 나이가 몇인데.”
“느낌이 그렇다는 거죠.”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다.
어찌 보면 그 평가가 정확했다.
오랜 기간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던 알프젠 테라퓨틱스의 이름은 모두의 기억에서 한순간에 사라져 갔다.
새로운 시대로 변화하는 물결에 올라타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료를 봤으니 알겠지만, 나는 알프젠 테라퓨틱스를 인수할 거야.”
도경의 말에 모두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주 쳐낼 건 쳐내고, 잘 포장해서 아주 먹음직스러운 모양으로 다시 만들어 낼 거고.”
도경은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쳐내야 할 것을 찾아야겠군요.”
이들은 이미 도경이 칼을 뽑아 들었으니 인수는 떼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 누구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기업을 인수한다는 것은 상대도 코너로 몰려 있다는 이야기였다.
다시 말해, 저들은 유성이 한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택지가 좁아진 기업에게 내려진 동아줄과도 같은 제안이었을 테니까.
“제이크의 말대로야. 자, 그럼 시작합시다.”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서류를 들고는 모든 것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행동주의에 나섰을 때 가장 난감했던 것은 그 기업을 실사에 나서기 전에 뭐가 튀어나올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지는 공시 시스템이 선진화되어 있었다.
각 기업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주주들을 위한 상세한 자료들을 공개하고 있었고, 정식 제안이 오가지 않았고, 실사하지 않았음에도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이게 참…….”
방 안에 한참 동안 종이 넘기는 소리만이 들려왔는데, 정적을 깨는 한다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이런 말 하면 굉장한 실례겠지만, 이들이 왜 망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아요.”
한다현이 이사진의 연봉을 가리키며 그리 물꼬를 트자 다른 팀원들도 제각기 느낀 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모두의 이야기가 끝나자 한다현은 다시 입을 열었다.
“반대로 해보자구요. 실무 라인엔 유능한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이들 아무나 10명을 붙잡고, 만약 우리가 CEO 자리에 가장 낮은 연봉을 감수하는 사람을 앉힐 수 있다고 말해본다면, 반응들이 어떨까요?”
“10명 모두가 반겨 하겠죠.”
제이크가 그리 답하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다한 보수는 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아니에요.”
저들이 저런 말을 하는 이유는 알프젠 경영진들의 연봉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물론 스위스라는 나라가 소득세가 높아 연봉을 많이 줄 수밖에 없는 체계라고 하더라도 너무 많았다.
“기업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주주의 가치가 희석되고 있는데, 이들은 회사의 돈으로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었어요. 적어도 이들에게 나가는 연봉이 20%만 줄었더라도, 회사의 순이익은 3% 이상 올랐을 거예요.”
도경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은 우리가 인수한다면 개입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매출은 상승하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나쁘지 않은 기업이에요.”
제이크가 그리 말하자 모두가 공감한다는 표정이었다.
물론 매출의 액수는 작았지만, 매년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 부분이 내가 알프젠을 인수하려는 이유야.”
도경은 팀원들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술을 뗐다.
“이들의 주가는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주가는 일관성이 없어.”
말 그대로 랜덤하다는 이야기였다.
무작위로 흔들리는 주가는 폭락할 수도 오를 수도 있었다.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의 가치는 기업이 내는 매출만큼 오를 수밖에 없거든.”
기업이 창출해 내는 가치가 상승한다면 장기적으로 기업의 주가는 가치가 증가하는 만큼 발걸음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기업의 이익이 두 배나 올랐는데, 주가가 두 배 따라 오르지 않는다면, 내부에 다른 문제가 있다는 소리였다.
지금 도경은 그 가치가 재평가를 받게 하기 위해 알프젠을 인수하고, 경영진을 갈아엎을 예정이었다.
“알프젠의 문제는 온전히 경영진의 무능함에서 나온 거야. 변화의 흐름을 예측하지도 못했고, 그렇다면 따라는 가야 했는데, 따라가지도 못한 무능함. 그러면서도 많은 연봉을 받는 부정함.”
도경은 점점 목소리에 힘을 줘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것을 내부에서 걸러내지 못한 불성실함까지.”
최악의 경영진 아래 훌륭했던 기업이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가고 있었다.
“여기에 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외부에서 찾았어.”
무능력하고 부정하고, 불성실한 경영진들이 하는 생각이란 늘 그랬다.
“그래서 나는 기분이 좋은걸. 그걸 쳐내면 정말 좋은 기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막 생기지 않아?”
“한동안 조금 시끄럽겠네요.”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어. 올바른 길로 가는 걸 모두에게 공짜로 광고할 수도 있으니까.”
도경은 어떠한 부침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지이잉-
그렇게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도경입니다. 네. 이사회의 결정입니까? 좋습니다. 내일 중으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도경은 팀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상대가 제안을 수락했어.”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기쁨을 표하기보다는 바로 서류를 검토해 나가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팀원들을 바라보다 서류를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