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56화(5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6화
“이게 윤도경이 쓴 보고서야?”
유성투자증권 본사 WM본부장실.
성남지점장 류태화는 심주원의 호출에 이곳으로 와 도경이 자신에게 준 보고서를 건넸다.
“네, 그렇습니다.”
류태화의 답에 심주원은 보고서를 들어 올려 첫 장을 펼쳤다.
“가온메디칼?”
“아시나 봅니다.”
“나야 필드에서 오래 뛰었으니까. 익숙한 주식이지.”
심주원은 그리 말하고는 계속해서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보고서에는 추천하는 이유와 혹시라도 후에 있을 문제점들이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었다.
“이 친구 보고서를 꽤 많이 써본 것 같은데.”
쉽게 쓰여 있어서 해당 사업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며 읽을 수 있는 보고서였다.
“원래 스타일이 그런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그룹채팅방에 전망을 올리는데 보고서와 비슷하게 쓰더군요.”
“그래? 확실히 개인 투자를 해보고 안 해보고는 경험 자체가 다르니까.”
요즘 증권사에 들어오는 직원들은 주식에 주 자도 모르는 직원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주식에 관해 교육하는 데만 해도 오래 걸렸고, 개인 투자 경험이 없다 보니 고객에게 설명하는 것도 잘하지 못했다.
“제가 요즘 겪고 있습니다.”
류태화의 말에 심주원은 피식하고 웃었다.
“너는 원래 필드에서 뛰라고 뽑은 직원이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꽤 흥미롭군.”
“윤도경 씨는 단기적으로도 가온메디칼의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보고서에도 적혀 있네. 곧…….”
“실적 발표 기간이니까요.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에 수출하기 시작했으니 실적 발표에서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나도 공감해. 특히나 제약주는 아니지만, 의료 기기 산업이니 모두가 미래성도 밝다고 보고 있을 테고…….”
“거기다가 미용과 관련된 사업이다 보니 중국 측 수요가 꽤 있을 것 같습니다.”
심주원은 턱을 매만지다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그러고는 서류철을 하나 들고 다시 다가와 류태화의 앞에 내려두었다.
“이거 성남에서 좀 맡아줘야겠다.”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류태화의 물음에 심주원은 내용을 보라는 듯 턱짓했고, 류태화는 서류철을 들어 올려 첫 장을 펼쳤다.
그러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이, 이게…….”
“TO 계좌야. 오늘 엠바이오젠 주식은 정리해 뒀는데. 막막했거든.”
“회장께서…….”
“그래, 나를 불러서 원금 복구를 원하시더군.”
“왜 광진그룹의 서 회장의 말을 듣고 투자하셨는지는…….”
“상속세 때문이었어. 어디 가서 말은 하지 말고.”
심주원의 말에 류태화는 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가 없이 큰돈을 투자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원금을 복귀하려면 20% 정도의 이득만 보면 되는데 가능하겠나?”
“기간은…….”
“석 달.”
이제는 말하기도 지칠 정도로 장은 박스에 갇혀 있었다.
석 달 만에 20% 수익을 얻기란 힘든 싸움이었다.
보통 1년에 평균 수익이 20%라고 해도 대단한 것이니까.
“윤도경 씨한테 맡기겠습니다.”
하지만, 성남지점엔 석 달 안에 20%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비밀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름을 보면 알 수밖에 없겠지만, 제 입으로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미안하다. 이런 부탁을 해서.”
“사과보다는 일을 마무리했을 때 윤도경 씨를 칭찬해 주십시오.”
류태화의 말에 심주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부탁한다.”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상황 보고 매주 드리겠습니다.”
류태화는 시간이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심주원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류태화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 * *
“이 고객, 도경 씨가 맡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류태화는 지점으로 돌아오자마자 도경을 호출했는데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자신을 향해 서류를 내미는 통에 도경은 정신이 없었다.
“봐도 되겠습니까?”
“네. 말했듯이 윤도경 씨가 맡아야 할 고객이니까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서류철을 건네받아 펼쳤는데 고객의 요구 사항과 자금이 적혀 있었다.
“석 달 안에 20% 수익률이요?”
“네, 힘들까요?”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금액이…….”
도경은 평생 구경한 적도 없고 굴려본 적도 없는 예치금이 든 계좌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증권 VVIP 고객입니다. 얼마 전에 말했던 엠바이오젠에 투자했던 돈이고요.”
“아, 설마 이분이 지점장님께서 관리하시던…….”
“예, 그분입니다. 원금이 500억 원이었는데 대응이 늦어 오늘 하락까지 맞는 바람에 -20% 손실을 보셨고요.”
도경은 놀라움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지점장들은 원래 고액의 자산가들을 관리하지만, 이 정도 금액이라면 리더스 지점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고객이었다.
“석 달에 20%.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고객의 투자성향도 모릅니다. 그저 고객이 원하는 것은 원금의 복구라고만 쓰여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 좋은 거 아닙니까?”
“네?”
“윤도경 씨의 실력을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데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민에 빠졌다. 물론 그의 말마따나 좋은 기회나 다름없었다.
거액을 매매만 해서 원금을 복구하라는 것이었으니까.
자신의 실력을 맘껏 보여달라는 얘기였다.
“고객의 투자성향과 관계없이. 고객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원금 복구입니다. 방식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터치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
“오로지 합법적이게, 선물거래는 안 됩니다. 종목거래만으로 해야 합니다.”
“그럼 상황 보고는…….”
“매일, 내게 하면 됩니다.”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지금 당장 시작하죠.”
“네, 알겠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지점장실을 나섰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류태화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류태화입니다. 윤도경 씨가 맡기로 했습니다.”
* * *
“0이 몇 개야.”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도경은 받아온 서류를 확인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평생 만져보기도 힘들 것 같던 돈이 담긴 계좌가 지금 자신의 손에 있었다.
“정상적인 종목에 투자했었다면 버티면 됐을 텐데…….”
도경은 하필 고른 종목이 바이오젠이라는 것이 아쉬웠다.
원래 있었던 투자금 500억 원이면 10%만 올라도 50억 원의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단기간에 돈이 필요했던 것 같은데…….”
도경은 류태화와의 대화에서 힌트를 얻었다. 고객은 석 달 안에 원금이라도 회복을 해달라고 말해오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단기간에 돈이 쓸 일이 있었고 수익을 얻기 위해 들어간 자금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신경 쓸 건 아니고…….”
도경은 괜히 오지랖을 부렸나 싶어 고개를 가로젓고는 포트폴리오 구성에 들어갔다.
“지금 상황에서 한 종목이나 섹터에 몰빵하는 건 죽자는 거고…….”
시장은 코스피 2200-2400 사이에서 위나 아래 어디든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혀 있었다.
전형적인 박스권 형태 장의 모습이었는데 이런 장에서는 투자처 자체를 분산하고 어느 정도 수익을 봤다면 바로바로 빠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
“50%는 가온메디칼.”
도경은 주력 종목으로는 가온메디칼을 선택했다.
곧 주식시장의 꽃이라는 실적 발표 시즌이었다. 물론 ‘한국 주식시장이 실적 발표와 관련 있나?’라는 물음들이 시장에 떠돌아다녔다.
실적이 좋아도 주가는 그 반대의 움직임을 보여주니 당연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기대하는 건 실적 그 이후의 일이니까.”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내리는 것은 예측 그대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도경은 생각했다.
시장은 기업의 매출을 예측한다.
지금과 같이 경제가 안 좋을 때 예측하는 매출을 달성하는 것도 잘하는 것이었지만, 다음은? 불안하게 보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예측을 달성하고 그 이상을 보여주는 기업은 다음번에는 더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도경은 그 다음번을 보고 있었다.
“목표는 원금회복이니 헷지를…….”
헷지Hedge는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장치를 얘기했다.
다시 말하자면 포트폴리오 안에 하락장에서 수익을 보는 종목을 넣어 손실을 상쇄하는 것이었다.
“됐다.”
도경은 고개를 들어 시계를 바라보았는데 어느덧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다.
그만큼 집중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보고는 드리는 게 낫겠지.”
도경은 시간을 보고 잠시 고민했지만, 류태화가 신경을 쓰는 고객이니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보고는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나: 지점장님,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류태화 지점장님: 아닙니다.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고요. 무슨 일입니까?]바로 답장을 오는 것을 보니 류태화도 보고를 기다린 것 같았다.
[나: 맡겨주신 VVIP 고객님 포트폴리오 다섯 종목으로 구성했습니다. 자세한 보고서는 메일로 보내 드렸습니다.] [류태화 지점장님: 고생했습니다. 아까 보니 불이 켜져 있던데…… 빠르게 퇴근하세요.] [나: 넵! 내일 뵙겠습니다. 즐거운 저녁 되십시오.]보고를 마친 도경은 크게 기지개를 켰다.
“잘돼야 할 텐데.”
그러고는 자신이 짠 포트폴리오에 허점이 없는지 다시 집중해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 * *
“오늘까지 수익률은 +8%입니다.”
한 달 후, 도경은 지점장실을 찾아 지난 한 주 매매 상황에 관해 보고하고 있었다.
어느덧 도경이 계좌를 넘겨받은 지도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고, 매주 상황 보고를 하기 시작한 것도 네 번째였다.
“이 어려운 장에서 8% 수익을 보고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습니다.”
류태화는 고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특히 가온메디칼은 탄탄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네요.”
“예, 고객 대부분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믿음직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생했습니다. 2주 후면 실적 발표 기간이죠.”
“네, 실적 발표 기간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작성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익이 나온다면 해당 종목들을 모두 정리하려고 합니다.”
“좋습니다. 말했듯 고객이 원한 것은 원금회복이니까요.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류태화는 보고서를 책상 한쪽으로 치우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곤란한 부탁이었을 텐데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재미있습니다. 이런 큰돈을 언제 굴려보나 싶었거든요.”
“의문이 드는 점은 없습니까?”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잠시 망설이다 지난 며칠간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기 위해 입을 열었다.
“고객의 성함을 보았습니다. 혹시…….”
“대한민국에 윤도경이 도경 씨 혼자인 건 아닐 테니까요.”
“아. 그렇군요.”
기실 도경은 유성그룹 회장과 고객의 이름이 같아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룹의 회장이라면 자신에게 넘어올 일도 아니었거니와 증권사의 뛰어난 트레이더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맡겼어도 됐을 거라 생각했다.
“더 있습니까?”
“아뇨. 없습니다. 제가 궁금해할 것들이 아니라서요.”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 도경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궁금하더라도 자신이 알아야 할 부분의 선을 잘 알고 있었다. 고객을 대할 때면 고객의 성향과 원하는 것 이외에는 궁금해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니까.
그래서 도경에게 이 일을 맡긴 것이었다.
지이잉-
“고객의 연락인 것 같은데 받아봐도 됩니다.”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자 류태화는 그리 말했고,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주머니 속의 휴대전화를 꺼냈다.
“전화가 아니라 메시지인 것…… 어?”
“무슨 일 있습니까?”
도경이 화들짝 놀라자 류태화 또한 덩달아 놀라 도경을 바라보았다.
“지, 지점장님.”
“무슨 일입니까?”
“가온메디칼이 자진 상장폐지를 발표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두 눈은 점점 커졌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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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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