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6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61화(56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61화
“알프젠의 소식이 들어왔다고?”
미국 뉴저지주, 뉴 브런즈윅.
13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약 회사 J&J의 본사.
CEO 대런 우드는 급한 발걸음을 옮기며 비서를 향해 물었다.
“네. ADR 상장을 할 거라는 소문이 월가의 투자은행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고 합니다.”
J&J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세트아미노펜 진통제와 더불어 베이비 로션, 원데이 렌즈 등.
제약 부분에서도 매우 강한 회사였지만, 최근 들어 의료 장비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며 의료 장비 사업을 확장 중이었다.
“ADR?”
“네. 투자은행들 사이에서는 알프젠 스위스 주식시장에 추가상장을 해서 시장에 풀린 주식을 늘린 후,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을 할 거라 꽤 큰 규모의 상장 이슈가 될 거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투자은행들의 최대 수익은 상장 주관을 맡으며 나오는 수수료 수입이었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서 소문이 돈다면 거의 확실했다.
주관사를 따내기 위해 노력할 테니까.
“유성은 왜 이렇게 진심이야?”
대런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유성의 펀드매니저 윤도경에 대한 업계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어때?”
“돈 냄새를 잘 맡는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렇다는 건, 알프젠 테라퓨틱스에서 돈 냄새를 맡았다는 거잖아?”
“그런 것 같습니다.”
비서의 말에 대런 우드는 고민에 잠겼다.
“……헤지펀드가 알프젠 같은 기업에서 무슨 돈 냄새를 맡은 거야.”
고민을 하며 걸음을 계속해서 옮겼는데, 목적지에 다다르자 대런은 무언가 떠오른 것 같았다.
“돈 냄새가 나는 곳이 있네.”
“네?”
“우리 말이야.”
알 듯 모를 듯한 대런의 말에 비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안에 다들 대기 중이지?”
“그렇습니다.”
비서의 답에 대런은 손짓했고, 비서가 문을 열자 재킷의 앞섶을 여미고는 회의실로 들어섰다.
“모두 반갑습니다.”
오늘 본사 회의실에서는 CEO 대런 우드의 소집에 따라 J&J의 긴급 임시 이사회가 열렸다.
“대런, 오늘 무슨 일로 우리를 소집한 거요?”
인사를 하자마자 한 명의 이사가 오늘의 모임이 반갑지 않다는 듯 쏘아댔다.
“우리 J&J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여러분과 나눌 이야기가 있어 부득이하게 여러분들을 소집하였습니다.”
J&J는 여타 다국적 대기업이 그렇듯 이사회 멤버만 해도 스무 명이 넘었다.
이 중 사내 인원이 10명, 사외 이사가 10명이었는데…….
“우리의 지속 가능성입니까? 대런의 임기가 내년에 끝나서입니까?”
그중 조금 전부터 계속해서 대런을 향해 적대감을 가지고 쏘아대는 사람은 회사의 CFO로 차기 CEO직을 두고 대런과 경쟁하는 사이였다.
“전자입니다. 말씀드렸듯, 우리는 1886년 설립 당시의 초심을 찾겠다는 약속을 주주들에게 했습니다.”
J&J는 본디 설립 당시에 제약과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업체였다.
하지만, 이후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업을 했다.
진통제로 대변되는 일반의약품과 베이비 로션과 같은 스킨 케어, 샴푸 등등 소매사업으로 사세를 키웠었는데.
최근 들어 이런 사업들을 자회사로 만들어 분사시켜 주식시장에 상장시켰다.
그리고 J&J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백신 개발, 신약 개발 그리고 의료기기 사업에 전념하기로 했다.
“특히 의료기기 부분에서는 최근 복강경 수술용 로봇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경쟁자들에 비해 부족합니다.”
J&J의 경쟁자로는 인튜이티브 서지컬과 메드트로닉 같은 다국적 의료기기 기업들이 있었다.
“그래서 최근 의료기기 사업부는 방향을 확장해, 정형외과 의료기기로 사업 확장을 도모했고, 유럽의 기업을 인수하려 했으나 망설이는 와중에 헤지펀드에서 먼저 기업을 인수해 갔습니다.”
“헤지펀드요?”
“네. 자료 나눠 드리겠습니다.”
대런의 말과 동시에 비서는 이사들의 앞에 서류를 내려놓았다.
“유성인베스트먼츠면 마이애미에 있는 헤지펀드가 아닙니까?”
투자은행 출신 사외이사가 그리 되묻자 대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마이애미에 있는 헤지펀드로서 최근 유럽으로의 진출을 한 것 같습니다.”
“알프젠 테라퓨틱스면 들어본 적이 있군요. 탄탄한 기업으로 알고 있는데, 인수를 망설였던 이유가 있습니까?”
모든 업계가 그러했지만, 특히 제약, 의료기기 업체에서는 인수합병으로 원전 기술을 인수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그래서 인수를 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경영 능력이 나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확실히 알프젠의 기술력은 확실합니다. 한데, 새로운 제품의 개발은 지난 3년간 하지 못했고, 창업주가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로는 기업의 상황이 최악에 다다랐습니다.”
대런은 변명하듯 입을 열었다.
“특히, 기존의 사업과는 다른 곳으로의 투자. 예를 들자면, 전구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를 했고, 더 나아가 경영진들은 능력이 비해 많은 연봉과 성과급을 지급받는 등, 리스크가 컸습니다.”
대런의 설명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기술이 좋은 기업인 것은 확실했지만, 무턱대고 인수했다가는 주주들에게 비토당할 수 있었다.
“그래서 유성인베스트먼츠가 다시 기업을 매각할 때까지 기다리려 했습니다만, 상황이 꽤 달라졌습니다.”
유성에 의해 J&J의 시계열은 더 빨라지고 있었다.
“최근 유성은 알프젠에 대한 빅 배스big bath를 진행 중입니다.”
빅 배스는 말 그대로 목욕한다는 의미였는데, 회계상, 경영상 전임자의 실책들을 모두 한 회계연도에 털어버리는 것을 말했다.
다시 말해, 유성은 현재 알프젠의 모든 것을을 정상화하겠다는 듯 적자를 과감하게 털고, 사업들도 축소 중이었다.
기업사냥꾼이라 불리는 헤지펀드들이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올려 매각하는 것을 자주 했다.
“그거야 헤지펀드가 하는 일이 늘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것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는 겁니까?”
경쟁자의 물음에 대런은 잠시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더 나아가 유성은 알프젠을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이사회에 참석한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알프젠을 매각할 생각이 없다는 말이 아닙니까?”
예탁증서(ADR)이든, 스위스 시장 상장 폐지 후 미국 시장에서 재상장을 하든 어떤 방식으로든 상장을 한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돈을 회사로 끌어온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되면 대주주인 유성의 지분은 가치가 상승했고, 더불어 돈방석에 앉을 수도 있었다.
회사를 매각하지 않아도 매각하는 것만큼의 돈을 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보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프젠을 인수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대런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더불어 최근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는 알프젠에 현금을 투입, 독일에 있는 스타트업의 지분을 취득했습니다.”
“스타트업이 인공 뼈를 만드는 곳이군요.”
서류를 읽어 내려가던 이사가 말했다.
모두가 심각한 표정으로 변했다. 알프젠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스타트업의 지분 인수로 알프젠은 좀 더 구조를 키워 나가고 있었다.
대런의 걱정대로 인수하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정형외과 기기의 플랫폼화를 우리는 이미 진행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여러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가령, J&J는 뼈를 자르는 톱날을 만드는 정밀 업체와 여타 기구들을 만드는 기업을 인수했다.
기계 하나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과 소모품들을 직접 생산하고 팔아 기타 부가 수익을 올리려는 플랫폼화를 꿈꾸고 있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임플란트 나사와 못을 자체 생산 하기에는 인수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든다는 내부 검토가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아무래도 사람의 인체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소재 개발을 해야 했고, 이를 생산할 공장을 만들고 더 나아가 기술자들을 데리고 오는 데는 많은 돈이 들 것이 뻔했다.
거기에 수율이 확보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상장이 진행되기 전에 유성과 협상을 해야 합니다.”
대런은 이어서 강력하게 자신의 의견을 어필했고, 이사들이 납득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입을 열었다.
“오늘 여러분들을 모신 이유는 지금까지 말씀드렸듯, 알프젠 테라퓨틱스에 대한 인수합병 건에 대한 승인을 얻기 위함입니다.”
“녹록지 않을 겁니다.”
경쟁자의 말에 대런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압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다가 인수에 실패하는 것보다 빠르게 나서야 합니다. 거수로 여러분들의 의견을 묻겠습니다.”
대런은 그리 말하며 이사들을 바라보았다.
“알프젠 인수에 대한 경영진의 판단을 승인해 주시는 분께서는 거수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대런의 말에 이사들은 하나둘, 손을 들기 시작했고 분위기를 살피던 경쟁자도 대세를 따라야 자신에게도 유리하다는 것을 안다는지 손을 들었다.
그렇게 만장일치로 J&J의 의견이 통일되었다.
* * *
“내부에서 경영진으로 승진시켜도 될 만한 인물들의 리스트입니다.”
며칠 후, 도경은 여전히 알프젠의 본사에서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고 있었다.
유럽에 스타트업을 인수하러 왔다가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된 것이 가끔은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투자업계가 아닌 일반 기업을 경영한다는 경험을 쌓고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철저한 기술자들이네요.”
케빈이 건넨 서류를 받아 읽어 내려가던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케빈을 바라보았다.
“네. 특히, 신제품 개발과 연구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는 연구원 출신들입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앞으로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모두에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승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하는 일의 성격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경영진으로 승진시키고 이사회에 합류시키는 것은 대외적으로 알프젠의 변화를 알리는 것이다.
“좋습니다. CEO는 케빈이니 내부 경영에 관한 것은 이제 제게 보고하지 않아도 됩니다.”
케빈 슈스터의 CEO 선임은 시장에 잔잔한 충격을 가져왔다.
큰 충격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회사를 최악의 상황으로 이끌었던 경영진 소속이었다는 점에서 주주들이 흔들렸었다.
하지만, 이후 꽤 과감한 경영 개혁으로 인해 케빈에 관해 지켜보자는 시선들이 늘어가고 있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제 슬슬 제가 할 일도 다 끝나가는 중이고…….”
지이잉-
순간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제이크, 나야.”
-보스, 지시하신 대로 월가에 알프젠 상장에 대한 소문을 뿌렸고, 오늘 총 두 곳에서 접촉을 해왔습니다.
“두 곳?”
-네, J&J와 메드트로닉입니다.
“스위스에서 약속을 잡아줘.”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도경은 케빈을 바라보았다.
“내가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니, 그전에 케빈이 회사를 장악하도록 하세요.”
도경의 말에 케빈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