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6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63화(56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63화
“그럼 유성인베스트먼츠와 J&J의 대표님들께서는 앞에 놓인 계약서에 서명을 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두 달 후, J&J와 길고 긴 협상을 마친 도경은 스위스에 있는 알프젠의 본사에서 인수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몇몇 언론들이 자리해 오늘 계약서 작성을 취재 중이었는데, 도경은 정성 들여 계약서에 서명을 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고개를 들자 J&J의 대표 대런 우드 또한 지친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기업의 인수합병이란 것이 늘 그렇듯 어마어마한 인력과 심력이 소모되는 싸움이었다.
지난 두 달간 J&J에서 고용한 로펌과 컨설팅 업체, 그리고 J&J 본사 직원들이 파견 나와 알프젠을 탈탈 털다시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굉장히 빠르게 내부의 부정을 시정 중이었기 때문에 책잡힐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두 달 동안 실사가 이어지며 중간중간 인수 협상이 파기될 거라는 루머들도 생성되었다.
그 덕에 알프젠 주가 차트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그림이었다.
“오히려 J&J에서 더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악역은 유성이 자처해 주어서 꽤 편하게 인수했습니다.”
인수 과정에서 J&J는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해 주길 원했고, 대부분은 알프젠이 영위하는 사업과 거리가 먼 것이었기 때문에 도경은 그들의 요구를 따라주었다.
“이제 스위스 당국의 승인만이 남았는데, 잘해 나가실 거라고 믿겠습니다.”
“스위스도 제약 회사들을 보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당국과 협상을 하다 보니 그리 나쁘지 않은 반응이었습니다.”
스위스도 다국적 바이오 기업을 보유 중인 나라였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에 거부감을 나타낼 수도 있었지만, 대런의 말마따나 꽤 호의적이었다.
그들 입장에서도 그동안 알프젠이 꽤 많은 부침을 겪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고.
다른 한 가지는 J&J는 인수 이후 회사를 폐쇄하기보다는 자회사로 편입시키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알프젠이란 회사는 그대로 스위스에 남아 지역의 고용과 산업을 책임지기로 했다.
“두 분 다 서명하셨으면 계약서를 교환해 주십시오.”
그때, 들려오는 사회자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주고받던 이야기를 멈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앞에 놓인 계약서를 들어 올려 교환했다.
팟-
연속으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상, 알프젠 테라퓨틱스 인수와 관련한 계약서 교환을 마치겠습니다. 간단한 질의응답 받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기자들은 저마다 손을 들고 질문 기회를 원했다.
“WSJ의 카렌 린드먼입니다. 대런에게 묻고 싶습니다. 알프젠의 인수가 오버페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기자는 첫 질문부터 날카로운 물음을 던져왔다.
J&J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무리한 가격으로 알프젠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었다.
“상황을 지켜보고 경영진에서 내린 판단입니다. 주당 200 스위스 프랑은 비쌀 수 있는 금액이지만, 결과만 놓고 본다면 현재 주가에 비해 그리 높은 가격은 아닙니다.”
두 달간 실사가 이어지며, 오르내리던 주가는 일주일 전 인수가 확정되었다는 보도가 나가자마자 미친 듯이 치솟았다.
현재는 주가가 170 스위스 프랑이 가까워져 있었는데, 양측 다 만족할 만한 가격에 맞춰지고 있었다.
“더불어 우리는 유럽의 의료기기 생산기지로 이곳 알프젠을 선택했습니다.”
J&J 내부에 있던 정형외과용 수술기구 사업부가 알프젠으로 옮겨올 예정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사와 못 더불어 플랫폼이 되어줄 기구까지 생산하며 최전방 기지로 써먹을 J&J였다.
“5년 안에 오늘을 떠올리면 참 저렴한 가격으로 기업을 인수했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대런의 답이 끝나자 다음 기자가 손을 들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블룸버그의 마커스 월튼입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는 뜻하지 않게 인수 이후 바로 매각에 나서게 된 것처럼 보이시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미국 내에서는 유성이 알프젠을 미국 시장에 상장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상장시켰으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음에도 매각에 나선 배경을 묻고 싶습니다.”
“J&J의 진심을 보았습니다. 알프젠을 정말 필요로 하고, 이곳에서 산업을 키우겠다는 포부는 스위스나 알프젠 투자자들을 위해서는 저희가 아닌 J&J가 더 오너로서 적당하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유럽에서 조금 더 있으며 좋은 기업들에 투자할 예정입니다.”
“좋은 기업들을 찾으셨나요?”
기자의 물음에 도경은 대답 대신 미소로 답했고, 이후로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은 도경과 대런은 지친 얼굴로 회견실을 나섰다.
“이제 뭐 하실 겁니까?”
대런의 물음에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독일로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유성과 함께 사업을 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머지않아 다시 만나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하하, 그렇죠. 아직 자회사 투자 건이 남아 있었군요. 언제든 연락해 주십시오. 협상 테이블 차려놓고 윤을 맞이하겠습니다.”
대런은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었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 * *
“바로 입금되자마자 돈을 써도 되는 거예요?”
며칠 후, 도경과 한다현은 독일의 북부 지역인 함부르크에 나와 있었다.
한다현이 그리 물음을 던지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금이란 것을 쥐고 있어봤자, 가치가 계속 내려가겠죠. 애초에 우리가 유럽에 온 것도 스타트업이나 기업에 투자를 하기 위해서 왔고요.”
“그런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시간이 흘렀네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요 몇 달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 것들의 연속이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기업을 인수하고, 이걸 또 팔고…… 지치는데, 우리 일이 그런 거니까요.”
한다현은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았다. 지쳐 보였지만, 동시에 굉장히 신이 나 보이는 얼굴이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배우고, 돈을 벌고. 너무 즐겁지 않나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한다현은 못 말린다는 얼굴로 피식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 상대는 말씀드렸듯 조금 다를 수 있어요.”
“…….”
“알프젠 같은 경우는 우리에게 먼저 투자를 요구해 왔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걱정하지 않습니다. 다현 씨가 있잖아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정면에 있는 작은 빌딩을 올려다보았다.
오늘의 목적지였다.
[크로니 뱅크]“그럼 제시카 한의 실력을 좀 지켜볼까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먼저 빌딩으로 들어섰고, 한다현은 미소를 지으며 따라 들어갔다.
내부에서 안내를 받아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향한 도경은 들어서자마자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다섯 명의 사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들의 눈빛이 하나같이 매서웠기 때문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윤도경입니다.”
도경은 그런 시선에 지지 않겠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 * *
“총 5억 달러를 써서 3개 기업의 지분을 확보했어요.”
두 달 후,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지난 다섯 달간 도경과 한다현은 정말 바쁜 일정을 보냈다.
알프젠의 매각을 마치고 바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크로니 뱅크 지분 50%를 확보하는 데 2억 달러를 지불했고…….”
1,779년에 창립해 프라이빗 뱅킹 사업을 영위하다 은행으로 변화를 꿈꾸는 크로니 뱅크의 지분 확보가 제일 먼저였다.
“우리에겐 유럽 시장 진출의 좋은 파트너가 되어줄 거예요.”
한다현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들이 가진 데이터는 우리 고객 풀을 늘려줄 테니까요.”
말 그대로 윈-윈인 투자였다.
크로니 뱅크는 돈을 투자받음과 동시에 자신의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유성투자증권과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상품을 얻을 수 있었고, 도경은 유럽 내의 중소기업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 힘들긴 했어요.”
도경은 크로니 뱅크와의 협상을 떠올렸다.
“그 적대감 가득하던 눈빛을 잊지 못하겠네요.”
물론, 이후엔 둘도 없는 친구처럼 대해주긴 했지만, 첫 만남 자리에서 그들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은 정말…… 잊을 수가 없었다.
“말씀드렸잖아요. 외국의 돈을 싫어한다고.”
한다현은 그 모습에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말로 듣는 것과 직접 겪는 것의 차이를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크로니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이후로도 도경과 한다현은 독일을 떠나 영국에 있는 신약 개발 연구소와 중소기업에 IT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에 투자했다.
총 5억 달러(약6,750억 원)를 투입했는데, 만족스러운 투자 결과였다.
“그래도 기분은 좋네요. 평소였으면 같은 지분을 취득했을 때 두 배 이상은 써야 했을 겁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옆자리에 앉은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제시카 한. 그러니까 한다현의 능력을 봐서 좋았고요.”
이번 투자에서 도경은 뒷짐 지고 모든 업무를 한다현에게 맡겼다.
한다현은 아주 유능하게 자신의 경험을 모두 쏟아부었다.
미국에서 넘어온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실사와 투자 협상까지 그녀가 최전방에 서서 해냈다.
“새로운 팀과 손을 맞춰본 경험은 어떻던가요?”
“좋았어요. 다들 VC 일은 처음이라 어리바리하기는 했지만, 사업부 처음 합류할 때 생각나고 좋더라고요.”
“하하하.”
한다현은 사업부 내에서도 VC 팀을 새롭게 꾸려 이제는 전문 부서로 키워낸 경험이 있었다.
“다행이네요. 늘 어려운 일만 맡겨서 마음이 불편했는데.”
“뭐든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다는 건 어렵지만, 좋은 일이에요. 내 방식대로 따라줄 팀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한다현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인생의 반려자를 잘 만나서 그런지 일복은 터진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도경은 ‘크흠’ 하는 소리와 함께 헛기침을 하며 노트북을 펼쳤고, 한다현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자…… 어제 주가가…….”
기내 와이파이를 연결해 간단한 업무를 하던 도경은 메일함에 들어가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그게…… 블룸버그 팟캐스트에서 나를 초대한다는데요?”
도경은 이메일을 한다현에게 보여주었고, 한다현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