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6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65화(56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65화
“저희는 한국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며칠 후, 도경은 유성인베스트먼츠의 관리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두 번째 펀드를 운용하는 스테판 그린이 그리 말하자 도경을 비롯해 한국에서 온 팀원들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다들 왜 그런 눈으로 저를 바라보십니까?”
“신기해서.”
도경이 모두의 생각을 대변하듯 이야기해 왔다.
“뭐가…… 신기하다는 말씀이십니까?”
“우리 같은 경우는 한국인이고, 또 한국 시장에서의 투자를 업으로 삼아왔던 사람들이잖아.”
“그렇죠.”
“가끔 시장을 보면서 이런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왜 투자를 할까? 생각했거든.”
도경의 말에 스테판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시장이 있으니까요?”
“뭐?”
“한국도 엄연히 아시아의 시장 중 하나이고, 또 경제 대국이니까요.”
“그런 걸 묻는 게 아니라. 시장의 장점이 무엇이길래 스테판 너는 첫 투자를 한국으로 골랐냐는 물음이었어.”
“규제가 많아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흥미롭다는 듯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해외도 각국의 금융 규제가 강했지만,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힘들어하는 규제들이 몇 가지 있었다.
“이 규제들이 풀리면 분명 더 커질 시장이라는 생각으로요. 그래서 알짜들을 골랐습니다. 옆 나라 일본의 경우가 그렇죠.”
“계속해 봐.”
“몇몇 규제를 풀고, 장기적 플랜으로 접근하다 보니 최근 시장이 엄청난 성장을 했잖아요. 한국도 가능하다고 봐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장기적으로 투자할 기업을 찾았을 때가 있어야겠지. 그래서, 찾았어?”
“네. 바이오 기업입니다.”
스테판이 건넨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던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첫 출발에 훌륭한 기업을 골랐네. 한국에만 투자할 건 아니지?”
“네. 다음은 중국과 일본, 대만의 기업들에도 투자할 겁니다.”
“좋아, 열심히 해봐.”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다음은, 제이크.”
“네, 지난주 새롭게 투자를 한 고객분들의 자금까지 포함하면 현재 펀드의 현금자산은 11억 달러입니다.”
“갑자기 현금이 너무 많아졌네.”
“네.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늘리고 있고, 현재 주식과 기업 지분에 투자했지만…… 투자한 만큼 더 들어오네요.”
“아주 좋은 현상이지.”
도경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펀드매니저들의 책을 읽었을 때, 그들의 성장은 지금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성장과도 같았다.
투자의 성공이 바로 다른 투자금의 유입으로 이어지는 고리는 헤지펀드로서는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삐끗하면, 더 크지 못하는 거고.”
그리고 실패담에서는 이때의 대응이 중요했다.
회사에서는 지금 상황을 즐거워하기보다는 정신을 빠짝 차려야 할 때였다.
“총자산은 24억 달러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펀드의 운용자산은 24억 달러가 되었고, 현금이 11억 달러나 되었다.
우리 돈으로 각각 3조 2,400억, 1조 4,800억가량이었다.
“일단 포트폴리오는 이대로 유지하고, 현금은 조금 상황을 지켜보든지, 헤지 수단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제 생각도 보스와 같습니다. 전부 장기적으로 가져갈 포트폴리오다 보니, 인제는 하락에 대비한 헤지hedge 수단을 포트폴리오에 추가시키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어쨌거나 이벤트를 추종하는 펀드는 아니었고, 매크로와 기업 인수를 섞은 포트폴리오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야 했다.
그렇다는 건 시장에 위험이 불어닥쳤을 때,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회피(헤지)해 줄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했다.
“그건 제이크 너와 팀원들이 찾아서 내게 보고를 올리도록 해.”
도경의 말에 제이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펀드의 매니저는 도경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에게 투자할 종목의 후보들을 고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물론 최종 선택은 내가 하겠지만, 제이크 너도 이 기회를 받을 자격이 있어.”
“감사합니다. 보스.”
제이크가 그리 인사하자 팀원들은 환하게 웃으며 제이크를 축하했다.
“자…… 다음은 리가 이끄는 PI 투자인데.”
유성인베스트먼츠는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기본 수수료와 보수, 그리고 수익에 따른 수수료를 받았다.
이 돈을 그대로 현금으로 보유할 수는 없으니 내부 자금을 가지고 투자에 나서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채권이나 예금 같은 안전성 자산이었다.
“PI 부서의 투자와 관련해서는 밑에 내려가서 이야기할까요? 다들 대기 중이죠?”
“네. 그렇지 않아도 공지한 시간입니다.”
이지훈의 답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실, 오늘 도경은 내부 PI 팀을 상대로 강의를 할 예정이었다.
대부분의 헤지펀드들에서 하는 시스템이었다. 최고 경영자나 수석 투자 전략가가 내부 팀원들을 모아 자신들의 투자 방식을 팀원들에게 주지시키거나, 혹은 내부 전략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자리였다.
오늘 장이 시작되기 전에 모두 모여 도경의 말을 듣기로 했다.
“언제 한번 필요한 일이었는데, 너무 미뤄왔어요.”
도경은 걸음을 옮기며 이지훈을 향해 말했다.
“그간 매우 바쁘셨으니까요.”
“그것도 있고…… 직원들이 좀 충원되면 한꺼번에 하는 게 낫겠다 싶었거든요.”
이제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직원은 100명이 넘어갔다.
슬슬 직원들에게 회사의 투자 방향을 설명해야 했다.
더군다나 오늘은 내부 PI 투자에 대한 자신의 결정을 이야기하는 날이었다.
PI 팀은 김우혁이 이끌었고, 사무실 내에서 단일팀 규모로는 가장 큰 팀이었다.
얼마 전 한국에서 합류시킨 원자재 트레이더 강성룡도 이곳 소속이었다.
사무실 한편에 있는 회의실로 들어서자 팀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경은 그들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하고는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아침 일찍부터 이렇게 모여줘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PI 팀이 투자할 방식에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으면 해서 여러분들을 소집했습니다.”
직원들은 각각 수첩을 꺼내 들었다. 도경의 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보였다.
“킴의 지휘 아래, 최근 미국 채권 입찰에도 참여하는 등, PI 부서의 능력에 대한 보고를 많이 받았습니다.”
실제로 PI 부서는 안정적인 투자 방식을 선택해 나름 괜찮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이제 팀의 구성도 모두 끝이 났고, 채권이 아닌 다른 방식의 투자를 할까 합니다. 아비트라지입니다.”
아비트라지arbitrage는 차익거래를 이야기했다.
주식시장에서 말하는 차익거래는 대부분 프로그램 매매에서 발생한다.
“모두 알겠지만, 이쪽은 잘 모르는 친구들이.”
도경은 한쪽에 앉아 있는 피트 창을 비롯한 리서치 팀을 바라보았다.
리서치 팀도 최근 팀 내에서 여러 부서의 리서치 요구를 담당하며, 자신들의 목적인 공개 리서치 보고서도 올리고 있었다.
나름 마이애미에서 만족하는 삶을 살았다.
“있으니, 차근차근 설명하겠습니다. 선물 시장이 있습니다.”
도경은 마커를 들고 화이트보드에 적어 내려갔다.
“선물(futures)은 파생상품이라고 얘기합니다. 파생은 즉, 어디선가 파생되었다는 이야기인데. 무엇에서 파생되었을까요?”
“Underlying asset.”
한 직원이 그리 답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언더라잉 어셋.”
우리말로는 기초자산이라 불렸다.
깔려 있다는 뜻이다.
“주식이나 채권, 원유, 금, 은 등 원자재도 포함되어 있죠.”
다시 말해, 선물은 기초자산에서 파생된 상품을 거래한다는 이야기였다.
“왜 선물 계약을 주로 하느냐? 내가 만약 콘 벨트에 있는 옥수수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라고 생각해 봅시다. 내년이면 옥수수 가격이 내려갈 것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 옥수수를 팔고 싶어요. 그런데 옥수수는 다 자라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 선물 계약 합니다.”
즉, 미래에 일어날 거래에 대해 계약을 하는 것이었다.
“내년이 되면 옥수수 가격이 5달러가 될 것 같으니, 오늘 10달러로 사줄 사람 없느냐? 라고 찾으면, 구매자가 나오겠죠. 헤지hedge의 개념인 겁니다.”
다시 말해, 미래에 있을 위험에 대비해 오늘의 가격으로 계약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내년에 옥수수 가격이 오른다고 하더라도 계약한 금액에 주어야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는 헤지 수단은 무엇이 있을까요?”
“인덱스 아비트라지.”
직원의 답에 도경은 손가락을 딱 튕기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주가지수에 대한 선물계약이 있습니다. 자, 우리는 인덱스 아비트라지를 한국 시장에서 할 겁니다. 그러니 한국의 시장을 이야기해 보죠.”
도경은 화이트보드에 열심히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코스피 KOSPI란 한국 주식시장이 있습니다. 여기서 상위 200개 종목을 추린 것이 코스피200 지수고요.”
코스피200 지수는 코스피란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상위 200개를 모아 만든 주가지수 stock market index였다.
“이 지수는 시장의 현황을 보여주는 지표겠죠. 만약 오늘 시장에서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했다는 건, 시장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올랐다는 건 시장이 좋았다는 거겠죠.”
뉴스에 짧게라도 주가지수에 대한 현황이 나오는 이유였다.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로 해서 코스피200 선물 지수라는 것이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이 필요한 이유는 앞서 옥수수 농장주에게 비교했듯, 위험을 회피하기 위함입니다.”
코스피200 선물 지수는 3개월 후에 코스피200 지수가 얼마일까를 거래하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투기 시장이었다.
“물론 투기 시장이긴 하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이런 거래를 하는 건 아닙니다.”
도경은 화이트보드에 수학 수식을 적었다.
[선물 이론가격 = (현물매수가격) + (현물가격 * 차입금리) – (현물의 배당 수입)]“어렵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 수식은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기 있는 피트가 다 이론 가격을 계산해 줄 테니까요.”
도경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리서치 팀의 피트 창에게로 향했다.
그는 나름 스탠퍼드 대학교 수학과 출신의 수재였다.
“코스피200 지수가 가령 104라고 해봅시다. 선물 지수는 106이라고 하고요. 우리의 유능한 피트가 계산을 했을 때, 선물 지수의 이론 가격이 107이라고 나옵니다. 그럼 우리가 해야 할 게 뭘까요?”
“코스피200 선물을 사고 코스피200 지수를 팔아야 합니다.”
김동혁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계산한 선물의 적정 이론 가격은 107인데 지금 거래되는 가격은 106이니 1이 더 오르겠다고 생각하고 사는 겁니다. 그러면 왜 104인 코스피200 지수를 팔아야 하느냐.”
[수렴]“선물 지수는 3개월 후의 코스피200 지수를 사고파는 겁니다. 그럼 결국 이 현물 지수와 선물 지수는 같은 값으로 수렴하게 되어 있습니다. 왜? 만기가 있기 때문이죠.”
분기마다 선물시장엔 만기가 존재했다.
다음 분기의 가격으로 넘어가기 위해 선물시장과 코스피200 지수의 가격이 법적으로 동일해야 했다.
선물지수가 오른다면, 비싼 선물지수를 매도하고 싼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매수차익거래라고 했고, 반대는 매도차익거래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보는 수익은 1밖에 되지 않지만, 이를 무수히 많은 양을 반복하게 되면 수익은 더 많아집니다. 이를 담당할 것이.”
“프로그램이고요.”
주식시장에 프로그램 매매 때문에 주가가 내렸니, 올랐니 하는 것들이 전부 저런 이유 때문이었다.
프로그램 매매는 거래소의 승인을 받고 자동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앞으로 PI 자산을 굴릴 겁니다. 왜 한국 시장으로 이걸 선택했느냐.”
도경은 김동혁을 손으로 가리켰다.
“킴이 좀 더 익숙하기 때문이죠.”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환하게 웃었다.
“시차 때문에 몸은 고될 수 있습니다만, 여러분의 성과급은 그만큼 더 챙겨주겠습니다. 그럼 빨리 나가서 프로그램 세팅하고, 준비합시다. 적어도 다음 주부터는 한국 시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요.”
도경이 그리 말하며 시간을 마치자, 직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일사불란하게 사무실로 향했다.
“왜 사실대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방으로 돌아가던 도경은 옆에서 걷는 이지훈의 물음에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저 친구들은 이야기해 줘도 와닿는 게 없을 겁니다.”
“그래도 한국 시장에서 최근 외국인들의 패악질이 늘어난 것을 이야기한다면 여러 아이디어가 나올 텐데요.”
기실, 도경이 차익거래의 대상으로 한국 시장을 고른 이유가 있었다.
최근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며 점점 시장을 좀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현물과 선물, 콜 옵션은 팔면서 풋 옵션을 사들이는 세력이 있습니다.”
이지훈의 말대로 외국인들은 주가 하락에 베팅하며, 주가가 하락하면 이득을 보는 선물 매도, 풋 옵션 매수, 콜 옵션 매도를 통해 1석 3조의 이익을 보고 있었다.
“시장이 좋을 때도 느닷없이 프로그램으로 대량 매도를 해 무슨 일이 터질까? 하는 겁도 주고요.”
이지훈의 말마따나 점점 더 심해져만 갔다.
도경은 그래서 한국 시장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언제고 커다란 사건이 터질 것처럼 외국 기관들의 횡포가 늘어갔기 때문이다.
“일단 이건 저와 지훈 본부장님만 알고 있죠. 물론 그전에 나선다면 좋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입니다. 나중에 정말 일이 터지면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라도 있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직원들 잘 도와주시고, 서울에도 우리 포지션 이야기해서 협조 구하시고요. 아직은 차익거래가 우선입니다. 다른 건 생각하지 말자고요.”
“네. 지시대로 따르겠습니다.”
도경은 이지훈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고, 이지훈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