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6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67화(56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67화
“다들 오셨네요.”
잠시 후, 관리자급 인사들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자 도경은 자료를 들고 그들의 곁에 앉았다.
도경의 지시를 받은 김우혁의 호출에 이지훈, 한다현, 제이크, 스테판, 피트 창이 자리했다.
“킴, 최근 한국 시장의 흐름에 대해 모두에게 설명해 주세요.”
도경의 말에 김우혁은 팀원들에게 최근 한국 시장에서 일어나는 외국자본의 움직임에 관해 설명했다.
모두가 심각한 얼굴이었다.
“킴의 설명대로 최근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고, 좋지 않은 시그널이 분명하다고 느꼈습니다.”
도경이 말을 이어받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의 생각으로도 누군가가 장난질을 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장에 유난히 한 가지가 튄다는 것은 늘 그런 방향으로 흘러갔으니까.
“그래서 정보력이 좋은 쪽에 따로 정보가 있는지 알아보았고, 오늘 한 가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도경은 팀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싱가포르에 있는 한 헤지펀드에서 미래전자의 지분을 블록딜로 팔려고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상장주식에 약 0.3% 정도 되는 지분이라고 하더군요.”
“미래전자가 지금 상장주식 수가 약 59억 개니까…… 오늘 주가로 대비해 보면 대충 11억 달러 정도 되네요.”
리서치 팀의 피트 창이 노트북 화면을 보며 빠르게 계산을 해 말을 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돈으로 약 1조 4,970억 원이 넘는 규모였다.
“규모가 상당히 큰 거래입니다.”
“블록딜이라면 가격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붙일 텐데요.”
블록딜은 보통 시장이 마감되고 장외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워낙 큰 양의 지분을 거래하기 때문에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인데, 이때 파는 측은 시장 마감 가격에서 가격을 낮춰 판매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대충 -3~4% 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모두가 달려들려고 할 텐데, 지금 미래전자를 계속 매도하는 것은…….”
이지훈이 뒷말을 흐렸지만, 모두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두 가지 세력이 붙었을 겁니다. 하나는 블록딜에 입찰을 하기 위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하락시키는 세력.”
지금 미래전자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로 오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고점에서 블록딜로 사들이는 세력들은 부담이 되게 마련이었다.
그래서 시장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데 힘을 쏟는 경우가 왕왕 있었고, 도경의 말대로 그 부분이 한 세력일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블록딜 소식을 듣고 공매도를 치는 세력.”
도경은 확신을 가지듯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블록딜은 종가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하니, 주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시장이 끝난 이후에 거래를 한다고 하더라도 시장 가격보다 싸게 거래되는 물량이었다.
그러다 보니 다음 날 주가에 영향을 크게 주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좋지 않은 쪽으로 말이다.
“확실히 공매도 세력에게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그림이긴 합니다.”
스테판 그린이 그리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주가는 알아서 마이너스 프리미엄 가격으로 한번 맞춰질 텐데, 그때 털면 될 테니까요.”
“그런데 그것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문제지.”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제게 이것도 시장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맞춰진 규정만 어기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무엇을 하든 그것은 반칙이 아니었으니까.
돈을 버는 방식은 헤지펀드마다 달랐기 때문에 그걸 욕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그래서 그들의 방식을 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도경은 결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는 한국이 내 홈그라운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도경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물론 유성인베스트먼츠는 미국에서 활동 중이었고, 대부분의 투자를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었지만.
한국 시장은 유성의 홈그라운드였다. 더불어 그들의 보스 도경의 영역이나 다름없었다.
누군가는 거기가 왜 도경의 영역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이들은 단 한 번도 그 생각을 버린 적이 없었다.
“내 홈그라운드에서 누군가가 그런 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걸 내가 안 이상, 훼방을 놓고 싶은 마음뿐이고요.”
포지션을 들킨 헤지펀드를 잡아먹는 것도 헤지펀드의 몫이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동의를 구하고 싶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건들을 되돌리고, 차단하기 위해 노력한 도경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도 어디까지나 도경이 느낄 생각일 뿐이었다.
팀원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를 모은 것이다.
“사실대로 이야기하자면, 내가 이 투자판에 들어온 이후부터 한국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도경은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나 혼자의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도 했고, 내가 뭐라고 시장을 바로잡는다는 건방진 생각을 하느냐는 고민도 있었습니다.”
“…….”
“그렇지만, 나 먼저 나서서 그런 것들을 바로잡는다면, 내 의견에 동의하는 이들이 생길 거라고 믿었고, 실제로 있었습니다.”
사업부의 구성원이라든지, KFSG의 강성호 등등…… 많은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지금 이런 상황을 내가 알게 된 이상 그냥 넘기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건 그냥 지시하시면 됩니다.”
들려오는 스테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는데, 팀원 모두가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보스가 하자고 하면 설령 감옥에 간다고 해도 할 거니까요.”
“저는 감옥까지는 못 가지만, 그래도 이런 일은 해야겠죠?”
피트 창이 말을 이어받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모두의 의견이 통일되었다.
“고맙습니다. 그럼, 나와 제이크가 전략을 짠 이후 모두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도록 하겠습니다. 자리로 돌아가 준비를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제이크, 내려가서 한국에 대한 자료를 전부 가지고 올라와 줘.”
도경의 지시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우리 목표가는 8만 원이야.”
한편, 싱가포르에 있는 한 헤지펀드 사무실에는 열띤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만큼 우리가 내릴 수 있는 물량이 없는데?”
“방법이 없진 않지.”
다섯 명 남짓 인원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헤지펀드로 보였지만, 이들은 각각 일당백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프로들이 모인 헤지펀드였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고, 방식은 다른 이들이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기상천외했다.
“방법이 있다고?”
다른 팀원의 물음에 남자는 화이트보드 앞에 가서 섰다.
“우리가 가진 한국 어카운트가 두 개야.”
“그렇지.”
“A라는 어카운트에 미래전자 주식을 1천 개 가지고 있다고 치자고.”
남자의 말에 모든 팀원이 집중했다.
“그럼 이 1,000개 중 500개를 B 어카운트에 대여해. 물론 대여를 하고는 대여 내역은 입력하지 않고.”
“그럼…… 전산상으로는 A 어카운트에 그대로 미래전자 주식 1천 개가 있는 거네?”
“그렇지. B 어카운트는 대여한 500개를 잔고로 인식할 거고. 그럼 양쪽 계좌로 미래전자를 공매도하면…….”
“우리가 가진 건 1천 개뿐이지만, 1,500개를 공매도할 수 있지.”
팀원이 완벽하게 자신의 말을 이해하자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한국은 무차입 공매도가 불법이야. 아니, 한국이 아니라 어디든 다 불법이야.”
공매도를 하려면 주식을 빌려서 해야 했다.
빌리지 않고 공매도를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엄연한 불법이었다.
“이게 왜 불법이지? 분명 잔고로 인식이 되었는데 말이야.”
“무차입이긴 하잖아. 그럼 T+1일에 결제 수량이 부족하다고 우리에게 알림이 올 텐데.”
잔고는 인식되긴 했지만, 실제로 잔고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대여 내역이 없었기 때문에 잔고가 없다고 뜰 게 뻔했다.
하루의 영업일이 지나면, 결제 수량이 부족하다는 알림이 뜰 것이다.
“알아. 상환 요청이 오겠지, 하지만 당일에 바로 사서 상환하면 T+2일에 정상 결제 될 테고, 우리가 법을 어긴 건 없지.”
T+2일이라는 건 거래 후 2영업일이 지난 것을 이야기했다.
주식을 사거나 팔게 되면 매매거래일(T)로부터 2거래일(T+2)에 대금과 증권이 결제되었다.
즉, 이들은 장부상의 거래만 있는 2일 안에 무차입공매도를 하고, 가격을 내린 이후 결제를 한다는 말이었다.
이 방식을 계속해서 한다면 주가는 끌어내리고, 이득을 계속 보는 구조였다.
“그래도 불법의 영역인데?”
팀원은 여전히 찝찝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럴싸했지만, 공매도를 실행한 이후 물량을 확보해 갚는다는 것은 무차입 공매도가 확실했고, 이것은 불법이었으니까.
“한국 시장 몰라? 허점이 많은 시장이야. 옵션 쇼크가 있었는데도 이번에 무죄 떴잖아.”
옵션 쇼크는 국내 주식시장에 있었던 대표적인 주가조작 사건이었다.
옵션 만기일 하루를 앞두고 외국계 증권사에서 주식을 대량으로 던져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린 사건이었다.
해외에서 이를 실행한 주범은 도망 다니고 있었고, 국내 지점의 임원은 외국 직원들과 공모한 부분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확정된 건이었다.
“하지만, 우리 거래처인 선진에서 이를 알 텐데.”
“모르더라고.”
이들은 국내 증권사인 선진증권의 계좌를 가지고 있었다.
“모른다고?”
“이미 테스트해 보고 이야기해 준 거야. 나랑 제퍼슨이 사흘 내내 했는데, 어떠한 경고도 오지 않더라.”
보통 이런 상황이 생기면, 한국의 수탁 증권사에서는 잔고 부족이 뜬다.
그런데도 경고나 잔고가 부족하다는 알림 없이, 계속해서 주문을 수탁해 주었다.
“한국 증권사가 주문을 계속 받아줬으니,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는 자세로 나가면 될 것 같은데.”
남자의 말에 팀원들은 고민을 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설령 이 방식이 들킨다고 하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이 확실했다.
“슬슬 시장에 블록딜 소문이 돌기 시작할 거야. 그 많은 물량을 지금 소화할 곳이 없으니 팔려는 쪽에서는 거래 상대를 계속해서 찾을 테니까.”
“그럼 주가는 내려갈 거고…….”
“우리는 없는 주식을 만들어서 돈을 벌 수 있고.”
“내일부터 당장 시작하자고.”
남자의 말에 처음에는 꺼리던 팀원의 얼굴에도 어느새 탐욕이 가득한 비릿한 미소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