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6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68화(56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68화
“계속해서 공매도 물량이 늘고 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주가가 오르니 공매도 물량이 느는 거라고 보는 의견들이 강합니다.”
며칠 후, 도경은 제이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제이크가 건넨 태블릿 PC를 통해 미래전자 거래량을 보고 있었는데, 매일 공매도 물량이 늘어가고 있었다.
“글쎄, 내 생각은 달라.”
제이크가 전한 시장의 분위기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이크 네가 만약에 숏을 쳐야 하는 입장이라면 지금 자리가 맞을 거라 생각해?”
도경의 말에 미래전자의 주가 차트를 바라보던 제이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도 시장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동의하지 않는지를 말해줘.”
“보스의 말대로 지금 자리는 숏을 치기에는 리스크가 더 큰 타이밍이기 때문입니다.”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지금 흐름에 미래전자에 대한 어떠한 노이즈도 나오고 있지 않아. 물론 매크로 변수는 있겠지만, 지금 반도체주들은 그런 매크로 변수도 씹고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니까.”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니, 물가가 올랐니.
이런 부정적인 매크로 이슈는 반도체 섹터에 어떠한 위협도 되지 못할 것이다.
“사이클cycle이 강세 흐름에 올라탔기 때문이지.”
“맞습니다. 당장 CPI(물가지수)가 높게 발표되어 금리 인하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오는데도, 엔비디아의 주가는 오르고 있으니까요.”
다른 주식들의 주가가 흘러내리고 있음에도 반도체와 인공지능의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었다.
“인공지능 이슈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거고, 미래전자나 유성반도체 같은 반도체주들의 모멘텀도 죽지 않았어.”
도경의 말에 제이크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상황에서 지금 공매도를 들어간다는 것은 의도가 있다는 거지.”
“그 의도는 시장에서는 모르는 정보일 테고요.”
“그게 우리가 가진 블록딜 정보라면.”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줄 겁니다.”
아무리 모멘텀이 좋더라도 현재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대량의 주식이 거래되면 주가는 한번 숨 고르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타이밍을 노리는 세력이라고 보는 게 맞겠네요.”
“맞아. 일단은 우리도 추측이긴 하지만, 이후의 상황을 준비해야 되긴 하겠지.”
도경은 차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무언가 나오지 않는 이상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일이 벌어진 이후가 중요하다는 건데. 타이밍은, 블록딜 거래가 확정이 되고 발표된 이후겠지.”
다시 말해, 지금 공매도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유성이 무언가 액션을 취할 필요는 없었다.
타이밍은 블록딜 거래가 확정이 되고 난 이후.
“저들이 공매도했던 물량을 다시 거둬들일 때가 타이밍이라고 보시는군요?”
“맞아.”
공매도를 한 이상 빌린 주식을 다시 시장에서 사들여 갚아야 했다.
다시 말해 내가 10만 원인 A라는 주식을 빌려서 공매도를 하면, 가격이 9만 원으로 내려간 이후 이를 사들여 수수료와 함께 갚은 이후 남은 차익이 수익이었다.
“잠시 주춤은 하겠지만, 상승 모멘텀이 확실한 미래전자인 이상, 치고 빠지는 타이밍만 우리가 헤쳐놓는다면.”
“상대는 녹아웃이겠네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지.”
여전히 상대가 우위인 싸움이었다.
그들의 타이밍을 이쪽에서는 확실히 알 수 없었으니까.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나도 정보를 최대한 취득해 볼게.”
제이크가 사무실을 나서자 도경은 심호흡을 하고는 전화를 들어 올렸다.
“대표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윤도경입니다.”
* * *
“우리가 사야 합니다.”
홍콩.
1960년대부터 아시아의 네 마리 용(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이라 불리던 홍콩은 세계 금융의 허브hub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자유방임주의의 정책으로 인해 경제자유지수 1위를 달성했던 홍콩은 오늘날 많은 지위를 반납하고 있었다.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홍콩은 중국경제발전의 수혜를 최대로 보았다.
하지만, 이제는 홍콩이 자랑하던 경제 자유는 사라졌고 중국 당국에 의한 금융 규제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많은 지위를 싱가포르에 넘겨주었지만…… 여전히 아시아 시장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은행과 헤지펀드들이 있었다.
“내부 리서치 결과 미래전자의 주가는 10만 원 이상으로 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면, 올해 더 이상 거래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알고 있는데, 지금 들어가기엔 너무 큰 금액이야.”
이들은 홍콩에 위치한 헤지펀드 이스트 드래곤이었다.
이스트 드래곤은 영국인들이 만든 펀드로 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과 대만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였는데 특히 한국 시장을 주력으로 거래하며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나도 미래전자의 상승 모멘텀은 더 남았다고 생각하고, 블록딜로 나온 매물은 매우 탐이 나지만, 우리가 소화하기엔 너무 커.”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 11억 달러는 충분히 모을 수 있습니다.”
“이봐, 알렉스. 내가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잖나?”
상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블록딜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알렉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11억 달러를 확보해서 블록딜에 참여하고 나면, 이후는?”
“…….”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깨가며 미래전자의 주식을 거래하고, 팔았다고 치자고. 올 한 해 볼 수익을 다 보았더라도, 다음이 없어.”
물론 큰 이익이 따르는 거래긴 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깨가며 목숨을 거는 헤지펀드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이들도 나름 자신들의 규율 아래서 돈을 버는 집단이었다.
“우리 고객들은 큰 수익을 바라는 고객들이 아니야.”
“그건…….”
“미래전자가 아무리 상황이 좋다고 하더라도, 리스크가 있을 수 있어.”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거라고 전망을 하고 있었고, 그 확률이 크다고 하더라도 변수는 늘 존재했다.
“리스크가 있는 곳에 우리의 모든 것을 태울 수는 없어.”
“그럼 지금보다 주가가 더 내려간다면 가능할까요?”
“뭐라고?”
“만약 미래전자의 주가가 더 내려가 블록딜의 거래가 더 낮아진다면 가능하겠습니까?”
알렉스의 말에 상사는 잠시 고민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총금액이 9억 달러에서 10억 달러 선이라면, 뛰어들 가치가 충분하겠지.”
상사의 말에 알렉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방법을 강구해 보겠습니다.”
“불법은 안 돼. 한국의 금융당국이 요즘 하나만 걸려라 하고 있으니까.”
한국의 금융당국은 지금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동태를 주시 중이었다.
하나만, 걸린다면 큰 벌을 줄 것처럼 말이다.
상사의 말에 알렉스는 대답 대신 인사를 하고는 사무실을 벗어났다.
“점점 홍콩이 지위를 잃어가고, 앞으로 얼마나 돈을 더 벌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너무 느긋해…….”
알렉스는 상사의 느긋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서 이 상황을 벗어나려 애를 써야지.”
기실, 홍콩에 있는 많은 헤지펀드가 위치를 싱가포르로 옮겨가고 있었음에도, 이스트 드래곤이 여전히 홍콩에 남은 이유가 있었다.
대부분의 고객이 중국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건으로 크게 벌고, 환매를 해주고 빨리 홍콩을 벗어나야 더 큰 거래를 할 수 있어.”
알렉스는 야심가였다. 자신이 굴리는 펀드가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사의 말대로 고객들은 큰 수익을 원하고 있지 않았다.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고객들이 큰 수익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이 중국인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펀드 투자로 큰돈을 버는 부자들을 경계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돈을 차명으로 넣거나, 혹은 적당한 수익만을 바랐다.
“예전과 달라졌어.”
예전엔 그 정도의 수익으로도 이스트 드래곤은 만족할 수 있었다.
그만큼 많은 고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 중국인 고객들은 다들 돈을 빼고 있었고, 이제는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셨습니까?”
사무실로 돌아온 알렉스는 자리에 앉아 잠시 고민을 하다 자신에게 인사해온 팀원에게 입을 열었다.
“우리에게 TRS 열어줄 곳이 있나?”
TRS는 총수익 스와프라는 투자 방식이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스트 드래곤이 공매도를 치고 싶은데, 공매도를 하는 주체인 것을 숨기고 싶을 때 B라는 증권사에게 대신 공매도를 해달라고 부탁하고, 수수료와 수익을 쉐어하는 방식이었다.
“TRS요?”
“그래, 우리 대신 공매도를 해줄 곳을 찾아야 해.”
“시장은요?”
“한국.”
알렉스의 말에 부하직원은 잠시 생각을 하다 이내 한 곳이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HSB가 있습니다.”
HSB는 영국 최대 은행이었는데, 홍콩에도 사옥을 가진 은행이었다.
그들은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일정 좀 잡아줘. 참, 이건 위에는 비밀이야.”
“위라면…….”
“데이비드.”
데이비드는 조금 전까지 알렉스가 만나고 온 상사였다.
알렉스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부하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직접 공매도를 치지 않고 TRS를 이용하는 것은 외부에 숨기는 것이 아니라 상사에게 숨기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알렉스의 사람이었고, 알렉스를 믿고 있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하 직원이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서자 알렉스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 * *
-이렇게 화상으로 봐도 반갑군요.
그날 저녁, 퇴근 후 도경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오전에 전화로 인사를 하고 약속을 잡은 이와 화상 대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대표님을 오랜만에 뵈니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 도경이 약속을 잡은 이는 한국의 대표 펀드 KFSG의 강성호였다.
-이제는 나보다 더 큰 인물이 되어서 내가 좀 조심스럽군요.
강성호의 농담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저는 어디서든 제 꿈을 이끌어준 인물은 두 사람이라고 얘기하고 다닙니다.”
-한 명은 피터 브라운이겠고…… 나머지가 한 명이 설마……?
“네. 대표님이십니다. 제가 대표님이 쓰신 책을 보면서 꿈을 키운 것은 정말이니까요.”
-하하하, 앞으로 모임에 나가면 윤도경을 내가 키웠다고 하고 다녀야겠군요. 요즘 심 대표님이 그러고 다니시거든요.
“하하하, 그렇지 않아도 심주원 대표께서 그러고 다니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유성투자증권 대표직을 마지막으로 업계에서 은퇴한 심주원은 최근 여러 곳에 강연도 다니며 업계의 어른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나저나, 윤 지사장이 나를 보자고 한 것은 이유가 있겠죠?
“최근 한국 시장에 좋지 않은 흐름이 있는 것 같아 대표님께 도움을 얻고 싶어 연락을 드렸습니다.”
도경은 자신들이 파악한 것을 강성호에게 이야기했고, 강성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근래에 미래전자의 거래 흐름이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몇몇 펀드매니저들에게서 나왔습니다만, 티가 나지 않아 가만히 있었는데 블록딜 정보가 있었군요.
한국 내에서도 미래전자 주가 흐름에 대해 좋지 않은 시그널들이 있음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왜? 라는 이유가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확언은 못 하고 있었다.
도경이 말해준 블록딜 정보는 그 왜? 라는 물음에 훌륭한 답이 되었다.
“일단은 이 정보는…….”
-물론 비밀로 해야겠죠. 내게 공유해 줘서 고맙습니다. 그래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이죠?
“국내에 있는 외국계 증권사 혹은 국내 증권사에서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매도 주문을 어떻게 받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강성호는 국내 헤지펀드계의 대부였다.
그가 키운 매니저들이 각 증권사에 퍼져 있었고, 더불어 가장 많은 정보를 취득하는 사람이었다.
-미국에서 생활하는데 국내 상황에 그리 신경을 쓸 이유가 있습니까?
“저는 적어도 우리가 일군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들어와 법을 지키지 않고, 규제를 피하고, 편법을 일삼는 행위를 지켜보고 있지 않을 겁니다.”
도경도 시장에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자유는 내부에서 철저한 자정작용이 뒤따르는 결과라고 생각했다.
국내 시장을 국내 투자자가 믿지 않는 이유는 자정작용을 열심히 해봤자,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외국계와 사기꾼 같은 기업인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참고만 있을 수 없었다.
“물론 편법이나 불법이 없다면 그냥 가만히 둘 예정입니다. 하지만, 불법이나 편법을 저질렀다면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죠.”
-…….
“시장의 자정작용을 위해서 더 큰 세력이 나서야 한다면, 과감하게 나서줄 필요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건…….
도경의 말에 강성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대표님의 책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그 책을 읽은 이후로 저는 늘 그 소신을 가지고 살았고요.”
도경의 얼굴에 결연함이 보이자 잠시 고민하던 강성호는 천천히 입술을 뗐다.
-시장의 자정작용을 위해 자경단이 필요하다면, 우리가 나서야겠지요. 오랜만에 윤 지사장과 손을 잡아야겠네요.
강성호가 그리 말하자 도경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져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