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7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70화(57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70화
“상황이 조금 재미있게 돌아가던데.”
이틀 후, 뉴욕.
도경은 이곳에서 출장 일정이 있다는 파미르 캐피털의 윌리엄 마셜을 만나러 와 있었다.
빌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세력이 붙은 것 같아.”
“맞아. 윤, 네 말을 듣고 우리도 내부적으로 검토했는데 하나는 블록딜에 참전하려는 쪽인 것 같더라고.”
“그래?”
“여기 자료.”
도경은 예상하였지만, 파미르의 정보력이 그리 말한다면 확신을 해도 되는 순간이었다.
빌이 건넨 서류를 보던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HSB가 한국 시장에 영향력이 크긴 하지만, 미래전자 주식을 이만큼 가지고 있다는 게 솔직히 믿기지 않아.”
“그것도 네 말대로 좀 알아보니까 확실히 무차입 냄새가 나긴 하는데…….”
빌은 망설이듯 말했다.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야. 어쨌거나 처음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면, 우리가 정보를 캐온 세력은 두 가지 세력이야.”
“하나는 아까 말했듯 블록딜에 참전하려는 세력.”
“맞아. 그 세력이 HSB를 통해서 TRS로 공매도를 친 것 같아.”
“왜 하필 TRS일까?”
“숨겨야 하니까?”
간단한 추론이었고, 지금 상황에서는 확실한 답이 될 수 있었다.
“미래전자 지분을 블록딜 매물로 내놓은 회사 입장에서는 구매하겠다고 접근하는 쪽 인물들이 시장에서 공매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봐.”
“기분이 나쁘겠지.”
“나쁘기만 하겠어? 거래를 안 하려고 할걸?”
물론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격을 깎는 게 맞았지만, 도의적으로 그들의 행동은 용납받을 수 잆었다.
매각하는 측에서도 굳이 그런 인물들과 거래할 필요가 없었고.
“여러 문제 때문에 자신들의 정체를 숨긴 것 같아.”
그리 말하던 빌은 도경의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
“빨리 그들이 누군지 이야기하라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어떻게 안 웃어?”
빌은 그리 말하며 볼펜을 꺼내 테이블 위에 있는 서류에 무언가 적었다.
“이거 싱가포르에 있는 정보상 메신저 아이디야. 메신저를 처음 보내면 소개한 사람을 이야기하라고 할 텐데, 내 이름 대면 돼. 다음부터는 굳이 나를 찾아오지 말고 여기로 연락해.”
빌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국내에도 황금마차라는 정보상이 있었는데, 빌이 알려준 곳도 그런 일을 하는 곳 같았다.
“고마워.”
“고맙기는, 어쨌거나 이번 일에 HSB 뒤에 있는 놈들은 홍콩에 있는 헤지펀드야.”
“홍콩?”
“이스트 드래곤이라고 들어봤어?”
빌의 물음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다.
“나도 처음 들어보니까 본인을 자책할 필요는 없어. 밀수를 했던 곳이더라고.”
“밀수?”
빌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도경의 미간은 점점 찌푸려져 갔다.
“알잖아. 바튼 비그스 이후에 홍콩이 어떤 위치였는지.”
바턴 비그스는 월가의 선지자 중 하나였다. 모건 스탠리에서 수석 글로벌 전략가였던 그는, 1993년 중국을 방문하고 나서 중국 시장이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시장이라는 말을 했다.
그 이후, 많은 돈이 중국으로 향했고 비그스의 말 이후 홍콩 증권거래소에는 당시 기준으로 30억 달러가 넘는 돈이 쏟아져 들어갈 만큼, 새로운 시장이 열린 상황이었다.
“홍콩을 통해서 중국으로 외국의 물건들이 들어가기 시작했지.”
도경도 대학 시절 배운 바 있었다.
“맞아. 중국 시장이 전면적으로 열리지 않았으니, 홍콩을 통해서 외국 물건들이 중국으로 들어갔는데, 당시에 맥주는…….”
“중국이 자국 맥주 산업을 보호하던 때였지?”
도경의 말에 빌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외 맥주에 대한 관세를 40% 이상 부과하며 해외 맥주의 중국 시장 침공을 허락하지 않던 때였다.
하지만, 당시 중국의 경제개방정책은 부자들로 하여금 외국 물건에 대한 소비 욕구를 키워주었고, 말보로 담배와 하이네켄 맥주에 대한 그들의 욕구는 폭발적이었다.
“당시 헤지펀드들이나 사모펀드들이 해외에서 기호품들을 들여와서 밀수 업체에 팔았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그래, 이스트 드래곤의 출발이 그거였어. 그러다가 중국 부자들과 연이 닿았고, 부자들은 해외에 투자를 하고 싶어 했지.”
시류를 잘 만났던 헤지펀드였다.
“그래서 몸집을 키웠다가, 최근 헤지펀드들이 싱가포르로 탈출하는 와중에도 탈출하지 못하면서 점점 규모가 작아지고 있는 곳이야.”
아시아에 거점을 잡고 있는 헤지펀드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얘기였다.
중국 정부의 홍콩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며, 싱가포르로 탈출하지 못한 헤지펀드들의 실적은 매년 나빠지고 있었다.
“그쪽에서 미래전자 블록딜에 관심을 가진다는 건 결국, 이번 건에 사운을 걸었다는 거겠네.”
도경의 말에 빌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미래전자 주가는 더 오를 거라고 보고 있으니까.”
“TRS를 이용한 공매도로 가격을 깎고, 블록딜에서 싸게 구매한다면 큰 이득을 볼 수 있겠네.”
“괜찮겠어?”
빌의 물음에 도경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들은 꽃놀이 패를 쥐고 있는 거야. 블록딜만 성사된다면, TRS 수수료를 모두 충당하고도 어마어마한 수익을 볼 거야.”
“알아. 그런데 그 친구들이 가지고 싶은 걸 가지지 못하게 만들면 되겠지.”
“미래전자 지분 말하는 거야?”
도경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왜 나서려는 거야? 물론 한국 시장이 윤, 너의 홈그라운드라는 건 알겠어. 그리고 이번 일이 양아치들을 상대하는 거라는 것도 알겠고. 그런데 왜 꼭 너여야 하는 거야?”
빌은 진심 걱정이라는 얼굴로 물었다. 이번 일에 유성인베스트먼츠가 상대를 엿 먹였다는 소문이 돈다면, 도경의 이름 앞에는 승자라는 타이틀이 붙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타이틀의 무게는 분명히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적대감을 품는 세력이 나올 것이다.
헤지펀드의 세계는 그런 인간들이 넘쳐나는 세계였으니까.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뭐?”
“빌, 네 말을 빌리자면 양아치들이 그렇게 법 울타리를 제 마음대로 넘어가며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데, 아무도 그 행동을 제지하려 하지 않아.”
“…….”
“물론 국가도 있지. 한국의 금융당국은 능력이 좋으니까. 하지만, 그들도 결국엔 모든 일이 있고 난 이후 움직일 뿐이야.”
도경은 진지한 표정으로 빌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먼저 나서서 막으려 하지 않아. 사고 이후 모든 일을 처리하게 되면, 시장의 신뢰는 하락하고 난 이후지.”
도경이 이번 일에 나서려 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한국 주식시장의 가장 큰 약점은, 자국 투자자들이 자국의 시장을 믿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모두가 사후에 비판하기 바쁠 뿐이지. 그때가 되면, 나는 늦었다고 생각해. 그래서 미리 나서는 거고.”
“그 말은 취소해야겠다.”
“무슨 말?”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
빌은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윤, 너는 그렇게 생각하고 움직이잖아.”
“나 혼자는 아니지. 우리지.”
도경의 말에 빌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 * *
“오늘 자로 80,550원까지 끌어내렸습니다.”
홍콩, 이스트 드래곤.
알렉스는 부하 직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머지않아 매각 측에서 정식으로 발표하겠군.”
지금은 알음알음 미래전자 지분이 블록딜 매물로 나올 거라는 소문만 돌고 있었다.
주가가 점점 내려가니 매각을 준비하는 쪽에서도 빠르게 나서야 했다.
“오를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까요?”
“그럴 거였으면, 그렇게 소문을 흘리지 않았겠지. 준비하던 와중에 얻어맞은 거니까 더 빠르게 내놓으려고 할 거야. 그리고, 그쪽 펀드를 보니까 두 달 후면 결산 월이더군.”
펀드의 결산원을 한 해의 농사를 끝마치고 수익을 분배하는 날이었다.
상대는 어떻게든 이번 달 안에 매각해야 자신들도 높은 수수료를 받고, 고객들에게도 훌륭한 성과를 자랑할 수 있었다.
“내놓게 될 거야.”
“위에서 허락할까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산은 내부에 있었다.
자신의 상사가 이 건을 허락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해온 작업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되게 만들어야겠지. 저번에 보고했을 때보다 -10% 이상이 빠졌어. 두 달이 지났고, 10억 달러면 우리도 한번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으니, 가능할 거야. 실제 거래일까지 가격을 더 끌어내리면 될 테니까.”
알렉스의 말에 부하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무언가가 불안하다는 표정이었다.
“무슨 걱정하는지 알 것 같은데. 우리가 블록딜에 성공만 하면, TRS 수수료 따위는 아깝지 않은 수익을 벌 테니까.”
알렉스는 이미 자신이 수익을 본 것처럼 행동해 오고 있었고, 부하 직원은 그것이 걱정이 되었다.
지이잉-
두 사람이 한참 이야기를 나눌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알렉스, 상대가 나선 것 같습니다.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삼고, 미래전자 지분에 대한 블록딜 매각 공고를 올렸습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알렉스는 준비한 자료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고하고 올 테니, 바로 뛰어들 수 있도록 준비해.”
“네, 알겠습니다.”
* * *
“우리 전략은 하나야.”
한편, 도경은 사무실로 돌아와 제이크, 스테판, 김우혁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셋 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금을 들고 도경의 출발 신호만을 기다리는 팀장이었다.
“블록딜 매각 공고가 뜨는 순간부터 준비해서, 기준일 이틀 전부터, 미래전자의 주가를 부양할 거야.”
도경의 전략은 그것이었다.
상대가 블록딜 가격을 싸게 하기 위해 공매도를 하면서까지, 시장의 질서를 해친다면, 그들의 의도한 바를 이루지 못하게 하면 되었다.
주가가 상승하면 블록딜 가격도 상승할 테고, 지금까지 공들여 온 공매도에서도 큰 손해를 볼 것이다.
“우리 혼자라면 힘들겠지만, 서울의 사업부와 KFSG, 그리고 파미르에서도 함께하기로 했어.”
준비된 자본만 28억 달러가 넘었다.
우리 돈으로 3조 8천억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미래전자의 시가총액 규모가 워낙 커 어지간한 금액으로는 되지 않을 거라 걱정했지만, 돕는 곳이 많아 꽤 준비가 잘되었다.
이제는 포지션이 노출된 상대를 잡아먹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띠링-
띠링-
그때,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휴대전화에서 알림이 울렸다.
「센토사 캐피털, 모건스탠리 주관사로 선임하고 미래전자 지분 블록딜로 매각 공고」
「센토사 캐피털 “보유한 미래전자 지분을 10일 후 종가에서 -4% 가격에 매각 예정.”」
뉴스 속보였는데, 모두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했고 도경은 결연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온 것 같네. 열흘 후 종가 가격이 기준가가 되었으니, 이틀 전부터 집중적으로 매집 들어갑시다.”
“네, 알겠습니다.”
“다들 준비 확실하게 해주고, 제이크는 파미르 쪽, 킴은 서울 사업부와 조율해 주세요. KFSG는 제가 담당합니다.”
도경의 지시가 있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제자리로 향했고, 도경 또한 자리로 향해 마음을 다잡았다.
“제대로 한 방 날려줘야겠는걸, 다시는 이런 장난질을 치지 못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