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7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72화(57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72화
“-3%야.”
싱가포르, 최초 미래전자 지분이 블록딜 매물로 나온다는 정보를 최초로 취득하고 공매도에 나선 세력은 최근 지속해서 하락하는 미래전자의 주가를 보고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늦어도 오늘이면 블록딜 매각 결과가 나오겠지.”
블록딜 매각 공고가 나온 이후, 미래전자의 주가는 기관들의 공매도 놀이터가 되어 있었다.
다들 주가 하락에 베팅을 하고 신나게 돈을 복사 중이었다.
“우리도 슬슬 뺄 준비를 하자고.”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팀원들을 통솔한 남자는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이었다.
“우리가 현재까지 본 수익은 14%야.”
이들 같은 소규모 헤지펀드의 입장에서는 큰돈을 벌었다.
“아쉽네 계속해서 숏포지션을 유지했으면 지금보다는 4~5% 정도는 더 벌었을 텐데.”
“그거야 우리 돈이 그만큼 있었을 때 이야기고.”
팀원이 안타깝다는 듯 말하자 남자는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가 쓴 방식은 최소한의 돈을 쓰고 큰 수익을 보는 거라는 걸 잊었어?”
이들은 사실상 무차입 공매도로 이틀 만에 포지션을 정리하는 방식을 썼기 때문에, 수탁 증권사에 드는 수수료 외에는 들어간 부대비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 포지션을 유지하지 못하고 이틀마다 포지션을 정리했다가 다시 잡아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었지만, 벌어들인 돈 앞에 그 수고로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진짜 포지션을 잡았잖아.”
이들은 마지막 불꽃을 태워 큰돈을 벌기 위해 이번에는 자신들의 돈 전 재산으로 차입 공매도를 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미래전자의 주가는 하락하고 있었고, 이들의 입장에서는 올 한 해 일을 하지 않고 놀아도 될 만큼의 수익을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나는 피지에 있는 섬을 통째로 예약했어.”
팀원 중 한 명이 그리 말하자 모두가 환하게 웃었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우리가 이번에 한 개고생이 얼만데, 그 정도는 해야 회복될 것 같더라고. 그리고 내년엔 더 많은 돈을 벌 거고. 안 그래?”
팀원이 자신을 바라보며 묻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올해 번 만큼 내년엔 더 벌거니까, 다들 푹 쉬고 오자고.”
남자의 말에 팀원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남자는 그 모습에 뿌듯해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그전에 포지션 확실하게 뺄 준비하고.”
“물론이지.”
남자의 말에 팀원 모두가 모니터 화면에 집중하려던 찰나.
띠링-
띠링-
띠링-
특정한 조건에서만 울리게 걸어둔 경고음이 사무실을 가득 메웠다.
“이게 무슨…….”
남자는 순간 멍하니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미래전자 +2.48%
……+3.04%
……+4.71%
“이게 어디서 들어온 자금들이야…….”
말도 되지 않았다. 미드캡도 아니고, 한국 주식 시장에서 가장 유통 주식 수가 많은 미래전자의 주가가 단시간에 오르고 있었다.
그만큼 많은 자본이 투입되어 미래전자의 지분을 사들인다는 이야기였다.
“어서, 어서! 포지션 정리해!”
남자는 그리 말하며 전화를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자신들의 업무를 대행하는 수탁 증권사에 전화를 걸었다.
“왜 연락을 안 받아……!”
“데니스.”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 것에 답답해하던 찰나 팀원이 사색이 된 얼굴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한국 금융당국에서 우리 계좌에서 거래된 공매도 거래가 이상하다고, 조사를 하겠다는 연락이 왔대.”
팀원은 그리 말하며 종이 한 장을 남자에게 건넸다.
수탁 증권사에서 온 팩스로 된 문서였다.
“이…… 이게.”
문서의 내용을 확인한 남자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 * *
“당국에서도 가만히 있진 않았네요.”
다음 날, 유성인베스트먼츠.
도경은 자신의 방으로 올라와 모든 상황을 보고하는 이지훈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일시에 준비된 자금이 미래전자에 투입되자, 그 엉덩이가 무거운 미래전자의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외국계와 기관의 큰 자금이 매수에 나서니 혹시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서 따라 들어온 소규모 기관들과 개인투자자들의 덕도 꽤 보았다.
“시스템이 있긴 할 텐데, 너무 늦게 거르긴 했네요.”
그리고, 동시에 어제 언론의 속보로 발표된 것이 있었다.
「[속보] 증선위, 해외 헤지펀드 계좌 긴급 점검」
「[속보] 증선위 “몇몇 해외 증권사와 헤지펀드에서 국내 법을 어긴 정황 발견.”」
「[속보] 대부분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으로 보여」
증권선물시장을 관리하고 감독하며,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나름 자신들 내부 전산망에서 이상 거래를 발견한 것 같았다.
“늦긴 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적절한 타이밍이었어요.”
“모르긴 몰라도, 지금쯤 무차입 공매도를 한 쪽은 애가 탈 겁니다.”
계좌 자체를 묶지 않고 조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언론에 먼저 속보로 상황을 공유할 정도로 내부에서 이상 거래를 잡아낸 건은 바로 계좌에 대한 조사가 들어간다.
이번 일은 다행히도 늦진 않았지만, 사후 조치를 취했다는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직접 나서지 않아서 좋기도 하고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이지훈을 향해 말했다.
“모두 분위기가 매우 좋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렇네요. 인위적으로 가격을 끌어내리던 인간들이 빠지니 주가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고요.”
미래전자에 붙었던 공매도 세력과 더불어 선물로 장난질을 치던 인원들이 한시적으로 빠진 것처럼 보였다.
증선위가 나서니, 저들도 몸을 사리는 중이었다.
“한때가 되지 말아야 할 텐데요.”
이지훈은 걱정이라는 얼굴로 말해왔다. 당국에서 나서서 저들의 장난질이 멈춘 것이 일시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얼굴이었다.
지이잉-
이지훈의 말에 도경이 입을 열려던 찰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는데,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꽤 오래 몸을 사릴 것 같기도 합니다.”
“네?
“피터 얀센에게서 메시지가 왔는데 보시겠어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주었다.
[피터 얀센: 윤, 미래전자 지분을 블록딜로 매수하려던 이스트 드래곤 펀드가 블록딜 거래를 취소했다고 합니다. 계약 파기로 인한 페널티 금액으로 1억 달러가량을 물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HSB와 한 TRS에서도 수억 달러의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지고요.]피터 얀센의 메시지는 도경이 기다리던 그런 결말이었다.
“이런 소문이 났으니, 한국 시장을 우습게 볼 사람은 없겠죠.”
“아쉽네요.”
“뭐가 말입니까?”
“저들이 그냥 스스로 고꾸라진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 거 아닙니까? 누군가가 그들을 나서서 벌했다는 소문이 나야 할 텐데요.”
“하하하, 제이크가 제게 그 말을 하더군요.”
도경은 가만히 이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고담을 지키는 브루스 웨인이 된 기분이라고.”
“…….”
“그런데, 브루스 웨인은 그냥 지킬 뿐입니다. 그곳이 자신의 도시니까요.”
“그냥 지킬 뿐이다…….”
“네. 그런 인간들은 늘 있었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그곳을 지키면 될 뿐입니다. 우리의 방식대로요.”
부디 우리가 경쟁하는 그라운드가 룰을 어기는 자들에 의해 더럽혀지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말이다.
* * *
“시장이 점점 진정되고 있네요.”
그날 저녁, 도경은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 맥주 한 캔을 들고 와 서재에 앉아 있었다.
이번 일을 도와준 KFSG의 강성호, 피터 얀센과 파미르의 빌 그리고 서울의 사업부와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스스로를 칭찬해 주는 달콤한 시간이었다.
“미래전자의 주가도 이제는 큰 출렁임이 없고요.”
확실히 장난질을 치던 세력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나니, 큰 출렁임이 없이 안정적으로 주가 차트가 흐르고 있었다.
“잘했죠?”
도경은 맥주를 홀짝이며 물었다.
지이잉-
그리고 기다린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휴대전화 화면을 켠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고양이가 아닌 메시지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는 단순 돈으로 증권을 사고파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 산업에 대한 투자일 수도 있고, 한 기업이 만들어낼 성과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주식에 대한 투자입니다】
【불확실성의 연속인 증권 시장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큰 결심이 따라야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메시지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처음 주식 시장에 돈을 투자했을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에 겁을 먹으며 작은 소음에도 벌벌 떨던 그때가 말이다.
【그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투자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먹고사는 교묘한 세력들은 지난 몇 년간 시장을 좀먹어 왔습니다】
【돈이 걸린 이 시장에서 룰을 어기는 이들은 늘 있었지만, 이번은 지난번과 다른 방식이었습니다】
메시지의 말대로였다.
시장에서 룰을 어기는 자들은 소수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도록 가치가 없는 기업의 주가를 부양해 주가를 조작하는 방식을 주로 썼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모두가 믿고 투자하는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장난질을 친 것이다.
날이 갈수록 그들의 행위는 대담해졌다.
【주식시장에서 청렴함을 바라는 것은 헛된 바람일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욕망은 있는 곳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욕망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 시장에서 타인의 욕망을 보고 배울 것은 배워야 했다.
그것이 룰 안에서만 이루어진다면.
【하지만, 시장에 청렴함은 필수이며 우리가 바라는 청렴함은 욕망을 버리라는 것이 아닌 그저 룰에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UFC는 상대방을 공격해서 쓰러뜨려야 하는 스포츠인 반면, 어마어마한 제한 사항이 있죠.”
도경의 말대로 이종격투기에는 상대를 공격하면서도 하지 말아야 할 것투성이였다.
그 규칙을 어긴 사람은 반칙패를 하는 세계였다.
【룰을 어긴 자에게는 우리의 방식대로 그들이 가진 욕망을 철저하게 부숴야 하며 윤도경 씨는 그리하여 룰을 지켜냈습니다】
메시지의 칭찬에 도경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우리는 약속한 대로 보상을 준비했으며, 잠시 후 휴대전화로 보상 내용이 전송될 예정입니다】
【회원님의 곁에서 늘 함께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그렇게 메시지가 끝이 나자 도경은 길게 심호흡을 했다.
메시지의 말대로 자신은 규칙을 어긴 상대를 규칙 내에서 해결하고, 시장에서 쫓아내었다.
지이잉-
한참 이번에 있었던 일들을 복기하며 생각을 정리하던 와중에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이번에는 익숙한 고양이가 화면에 떠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윤도경 씨를 위한 보상을 준비하였습니다.
“기대되는데요.”
고양이는 그리 말하며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무언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유성인베스트먼츠 투자자 포럼 서울]고양이가 써 내려간 것을 본 도경의 눈은 휘둥그레졌고, 고양이는 도경을 보며 입을 열었다.
-서울에서 유성인베스트먼츠의 투자자를 위한 큰 행사를 개최하고, 그곳의 주인이 누구인지 만천하에 보여주는 것이 이번 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