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7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73화(57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73화
“한국 시장에서는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하네요.”
며칠 후, 도경은 관리직 팀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스테판이 그리 말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한국에서 온 팀원들은 뉴스로 보고 상당히 놀란 기억이 있었다.
“공매도 금지가 맞는 걸까요?”
스테판의 물음에 모두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했는데, 도경은 입을 열려다 생각을 다시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최선이냐? 라는 물음이라면 최선은 아니겠지. 그런데, 시장에 속한 투자자들이 그 대응책을 반기고 있어.”
물론 외국계 기관이나, 국내 기관들은 공매도 한시적 금지라는 정책에 난색을 보였지만, 개인투자자들은 환영했다.
“왜 환영할까?”
“그동안 부당하다고 느꼈을까요?”
“맞아. 이번에도 결국 기관투자자는 할 수 있고, 개인투자자는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터졌으니까.”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기관을 따라가지 못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사건이 터질 때도 기관은 시스템적으로 할 수 있었다는 일이라는 게 밝혀지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무차입 공매도는 애초에 기관들만 가능했던 시스템에서 일어난 일이지. 그러니 다들 반기는 거고.”
도경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공매도 전면 금지가 최선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할 수 있어. 그러나 그 기간 동안 기울어져 있던 운동장을 바로 고친다면, 후에 평가할 때 최선의 대응이었다고 평가되겠지.”
공매도의 너무 좋지 않은 모습만이 부각되고 있는 것 같아 도경은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동안 시장의 방식이 그리 흘러갔으니 자업자득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다들 외국인들이 떠날 거다, 어쩔 거라 하는데 사실 별로 타격도 없을 거야.”
“네, 당장 저만 해도 공매도가 금지되었다고 해서 한국 시장을 떠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니까요. 글쎄요, 이번처럼 공매도 아비트라지로 돈을 벌어먹던 곳은 조금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을지도요.”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우리 입장에서는 당분간 PI 부서만 조심하면 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도경의 말에 김우혁은 명심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로도 각 부서의 보고를 받은 도경은 심호흡을 하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회의를 마치기 전에 여러분께 할 말이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도경은 천천히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곧 윤도경 펀드가 시작한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더불어 환매일도 다가오고 있고요.”
유성인베스트먼츠의 1호 펀드인 윤도경 펀드는 매년 한 번 펀드에서 돈을 빼고 싶은 사람들이 신청을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헤지펀드가 그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1년 혹은 2년에 한 번씩 환매일을 정해두고, 정해진 날짜에만 펀드에서 돈을 뺄 수 있었다.
“기존의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성과 보고와 더불어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야 할 타이밍이라는 거죠.”
“성과는 이미 훌륭한걸요.”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긴 몰라도 윤도경 펀드의 성과는 다른 헤지펀드와 비교해서 결코 뒤처지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성대하게 그 성과를 알려주어야겠지.”
“설마, 포럼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제이크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여러 유명 헤지펀드들이 투자자 설명회 겸 투자자 유치를 성대하게 엽니다. 가령, 피터 브라운의 경우 매년 큰 호텔을 빌려 펀드의 투자자들을 초대했죠.”
“그 자리에서 많은 투자 지침들이 나왔고요.”
제이크의 말을 스테판이 받자 모두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맞아. 큰 행사를 열 거야.”
그리고 도경이 그것을 확인해 주자 모두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치는 서울이 될 거고.”
“서울이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노트북 화면을 돌려 모두에게 보여줬다.
“그래, 서울의 한복판 컨벤션 센터에서 우리의 첫 투자자 설명회가 열릴 거야.”
“좋은데요?”
화면을 본 스테판은 들뜬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런 큰 행사장을 빌릴 수만 있다면…….”
“이미 준비는 마쳤으니, 다들 우리의 성과가 어땠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 것인지 한번 생각해 봐.”
기실, 메시지가 코엑스의 가장 큰 홀을 빌려주었고, 초대받을 투자자들의 숙소인 호텔까지 통으로 예약해 주었다.
“이미 준비를 마치셨다고요?”
“사실 내가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거든.”
“보스도 참, 함께 준비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 많은 일들을 혼자 하시다니요.”
“다들 바쁘잖아? 어쨌거나! 한 달 후, 행사가 열릴 예정이니 당분간은 이 일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펀드를 관리하는 팀만 빼고 전부 성과에 대한 자료들을 작성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팀원들이 바삐 사무실을 나서자 도경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초대를 돌려야 하는데.”
양 뺨을 두드리며 생각을 마친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 * *
“어디서 뭐가 와?”
서울, 태산증권 대표실.
태산증권의 대표 탁인우는 비서실장의 보고를 받고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서였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윤도경 지사장께서 초대장을 보내셨습니다.”
“무슨 초대장?”
“직접 열어보시는 것이…….”
“아, 그래. 줘봐.”
비서에게서 건네받은 초대장을 가만히 바라보던 탁인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 이거 열면 또 쪼들릴 것 같은데.”
그리 말하며 어쩔 수 없이 봉투를 열었더니 모던한 초대장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오히려 그 모던함이 고급스러움을 보여주는 듯한 디자인이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 투자자 포럼 인 서울
유성인베스트먼츠의 펀드 개시일 1주년을 맞아 투자자 여러분을 초대해 투자 성과를 발표하고, 유성이 앞으로 갈 길에 대해 설명할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부디 참석해 주시어, 자리를 빛내주시길 바랍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 윤도경
“이거 도발 아냐?”
“네?”
비서가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묻자 탁인우는 피식 웃었다.
“재미없게 반응이 그게 뭐냐. 그냥, 내 못된 심보가 그렇게 말을 하네.”
“그것이 아니라, 우리 태산자산운용에서…….”
“알아, 알아. 블라인드 펀드에 투자했으니 보내오는 초대장이겠지.”
탁인우는 한때 자신이 가지고 싶었지만, 가지지 못했고 그때보다 더더욱 성장해 버린 도경에게 이제는 그 어떠한 질투심도 나지 않았다.
“상대를 봐가며 질투를 해야지, 안 그래?”
“…….”
여전히 장단을 맞추지 못하는 비서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은 탁인우는 초대장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는 입을 열었다.
“참석해야 하나?”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유성이 우리의 경쟁자이긴 합니다만, 배울 것이 있는 상대라고 생각합니다.”
비서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의 탁인우였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윤도경 지사장 같은 경우는 이제 국내를 떠나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 헤지펀드 매니저입니다. 그의 성과를 축하하고, 앞으로 그분이 생각하시는 산업과 경제 전반 흐름을 들을 기회는 많이 없을 것 같습니다.”
가만히 비서의 이야기를 듣던 탁인우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비서를 노려보았다.
“네가 사장 해라.”
“……죄송합니다.”
“농담이야. 인마. 좋아, 참석한다고 답변해.”
이어지는 탁인우의 말에 비서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번에 증권 쪽 말고 보험이랑 우리 그룹 사장단들도 참석할 수 있는지 정중하게 여쭤보고.”
“사장단들을 말씀이십니까?”
“그래, 배울 건 배워야지. 네 말마따나 좋은 기회니까.”
“네, 알겠습니다.”
“안 돼도 괜찮으니까 정중하게 물어봐.”
지이잉-
그때, 비서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크게 울렸다.
“봐도 돼.”
탁인우의 말에 비서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했다.
“대, 대표님.”
“왜?”
“포럼에 PIF 총재를 비롯해, 파미르 캐피털의 리우 샤오도 참석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피터 브라운까지…….”
“뭐?”
탁인우는 재빠르게 휴대전화를 뺏어 화면을 확인했는데 두 동공의 크기가 점점 커져갔다.
* * *
“다들 비행기에서라도 좀 쉬어, 한국에 가게 되면 바쁠 테니까.”
보름 후, 도경은 전용기에 앉아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보스, 기내식은 나오나요?”
“이 비행기 보스 거라면서요.”
툭툭 던져대는 팀원들의 농담에 도경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리에 앉았다.
“다들 신나서 그래요.”
도경이 자리에 앉자 옆자리에 앉은 한다현이 그리 말했다.
“몇몇은 한국에 간다고 기뻐하고, 또 몇몇은 생각보다 규모가 커져서 들떠 있더라고요.”
“그래요?”
도경은 아무래도 물리적 공간이 사무실과 떨어져 있다 보니 사무실 분위기를 전해오는 한다현의 말에 신기하다는 듯 답했다.
“네. 그리고 참석을 알려온 사람들의 면면이 대단하잖아요.”
유성인베스트먼츠가 개최하게 된 이번 투자자 설명회는 한국에서 열린 투자자 설명회 중 가장 큰 규모로 열릴 예정이었다.
특히 펀드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한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기금 PIF는 총재가 직접 참석하겠다고 알려왔고, 피터 얀센과 리우 샤오라는 두 투자가의 이름값도 어마어마했는데…….
“피터 브라운이 참석해 주실 거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기실, 일주일 전.
도경은 직접 피터 브라운에게 전화해 자신이 이번에 투자자 포럼을 연다고 전했고, 조심스레 초대했는데 피터 브라운은 흔쾌히 참석하겠다고 알려왔다.
“거기다가 JPM과 GS, 블랙 세일즈 같은 거대 투자은행에서도 참석하고요.”
펀드에 투자한 기관들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곳에도 초대장을 보냈고 그들도 흔쾌히 참석해 주었다.
“뭐라고 할까요? 한국에서 열리는 투자가 축제 같은 느낌이 되어버렸어요.”
피터 브라운과 PIF, 리우 샤오와 피터 얀센까지 이름만 들어도 거물인 곳에서 참석하겠다고 알려오자마자 업계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초대장을 보내지 않은 곳에서도 연락이 와서 자신들이 초대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고, 도경은 그런 곳들을 철저하게 조사해 초대장을 보냈다.
어중이떠중이 사기꾼들이 꼬인다면 꽤 골치 아파질 수 있었으니까.
“저는 그것보다 국내 기관에서 참여해 준다는 게 참 기쁩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태산과 선진 그리고 다른 사모펀드들까지요. 우리가 경쟁자이긴 하지만, 이런 기회를 서울에서 만든 것은 국내 기관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거든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니, 우리가 얼굴이 되어서 국내 기관의 신뢰를 올려놔야겠죠. 한국에 가서 철저하게 준비합시다.”
“네.”
“그럼 피곤할 수 있으니 다현 씨도 좀 주무세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마치 도경의 미래를 말해주듯 해가 떠오르며 새벽의 어둠을 밀어내고, 도경의 얼굴에 따듯한 빛이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