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7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74화(57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74화
“유성투자증권 정기 이사회 시작하겠습니다.”
유성투자증권 본사.
사안이 있을 때마다 긴급 소집 하는 이사회가 아닌, 분기마다 열리는 유성투자증권 이사회는 오늘은 왠지 조금 분주해 보였다.
“오늘 정기 이사회에는 출장 중인 이사 1인과 감사 1인이 불참하였으며, 총 이사 11인, 감사 2인이 참석했습니다.”
이사회 의장이자 유성투자증권의 대표 류태화는 의사봉을 연신 두드리며 정기 이사회에 의결해야 할 사항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마지막, 안건입니다.”
한참 이사회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고, 이사회의 의결이 필요한 마지막 안건을 앞두고, 류태화는 잠시 숨을 골랐다.
“국내외 은행과 증권사 그리고 보험사 등 금융업계가 최근 사내벤처를 구성하고 독립시키고 있습니다.”
사내벤처는 코로나로 대변되는 팬데믹 이후 대기업들의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당시 대기업들은 생존 전략으로 신사업 발굴이라는 기치를 내걸었고, 기존에 있는 회사에 투자하거나, 인수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사내 분위기에 맞는 기업을 키우고 싶어 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벤처회사의 첫 시작부터 모든 것을 컨트롤하고 키우는 방식이었고, 대기업이라는 온실 속에서 실패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을 찾았다.
“우리 유성투자증권도 늦었지만, 사내벤처 설립을 적극 지원, 성공적인 사내벤처들은 독립시켜 우리의 투자 대상 안에 넣으려고 합니다.”
물론 사내벤처는 대기업에 속해 있을 뿐 모든 것이 독립적이었다.
사업 아이템을 정하는 것도 모두 사내벤처 경영진들의 몫이었고, 경영부터 사내 결정까지 모두 사내벤처가 담당했다.
대기업은 그저 온실이 되어 초기 투자금을 지급하고, 그들이 실패해도 돌아올 수 있는 안전망이 되어줄 뿐이었다.
“우리는 이미 사내벤처가 하나 있지 않습니까?”
그때, 한 이사가 류태화의 말을 받았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사내벤처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첫 시작부터 모든 것을 홀로 키운 조직이 하나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허락만 해줬을 뿐, 그 어떤 경영에 대한 지원이 없었음에도 이제는 회사의 손이 닿지 않을 만큼 커버린 독립 조직이 하나 있었다.
“바로, 유성인베스트먼츠입니다.”
류태화가 그리 말하자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듯 연신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유성투자증권 전략투자사업부의 미국 사무소로 시작했습니다. 당시 사무소를 만들 때 이사이셨던 분들도 이 자리에 계시겠지요.”
류태화가 굳이 모두의 기억에서 그 당시를 끄집어낸 것은, 환영받는 조직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피스가 처음 구성될 때만 해도 굳이 그것이 필요하냐며 반대하던 이사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반대 속에서도 일련의 성과를 내었고, 마이애미로 이전 이후 미국 지사로 조직을 승격시켰습니다만, 이제는 지사라고 하기도 뭐한 위치가 되어버렸습니다.”
최근 국내 증권 업계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유성인베스트먼츠가 유성투자증권을 인수할 수도 있다.’
물론 불가능한 조직구조였지만, 그만큼 벌어들이는 돈 하며, 하는 일 자체가 유성투자증권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었단 말이었다.
“우리 이사회에서 전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이제는 이런 모습이 우리에게도, 또 유성인베스트먼츠에게도 좋지 않으리라는 건 여기 계신 여러분들도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유성투자증권의 지사라는 포지션이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안건은 유성인베스트먼츠를 사내벤처로 등록한 이후, 분사로 독립을 시키는 것에 대한 이사분들의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온실 속에서 자란 사내벤처가 성과를 보이면, 그동안에 투자한 대가로 일정 지분을 취득한 이후 독립시켰다.
그때 두 가지 방식을 선택했다.
대기업은 지분을 가지고 완전한 독립을 시켜 관련이 없는 회사로 만들든지, 아니면 계열사나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었다.
“내부에서는 유성인베스트먼츠의 경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유성인베스트먼츠를 계열사로 분리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유성투자증권이 생각한 유성인베스트먼츠의 경영 독립은 계열사 분리였다.
“우리가 일정 부분 출자하는 형식으로 지분을 받고, 사내벤처를 계열분리시키는 형식으로 교통정리를 할까 합니다. 계열사로 두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입니다.”
계열분리는 일명 분가分家라고 했다. 가령, 결혼을 하게 되면 부모님과 함께 살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독립을 했다.
계열분리도 그런 것과 같았다.
계열분리를 해 떨어져 나간 회사는 그룹의 지원이 일절 없이 독자적으로 경영해야 했다.
“완전 독립을 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진행 중인 미국 사옥 건설 건 때문입니다.”
처음에 내부에서는 완전 다른 회사로 갈라서는 방식을 생각했다.
하지만, 유성인베스트먼츠가 마이애미에 짓고 있는 유성그룹 미국 지사 빌딩 하며…… 여러 가지 사업 이권이 얽혀 있었고, 더불어.
“우리 회사의 최고 인재인 윤도경 지사장의 유출 또한 두려운 일이었고요.”
도경의 존재도 이런 선택을 한 이유 중 하나였다.
“계열분리를 통해 지분을 윤도경 지사장에게 부여하고, 자신의 회사라는 주인의식을 주는 것만으로도 인재의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도경은 어디까지나 계약직 임원이었다. 하루아침에 재계약을 포기하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거나, 자신만의 회사를 차릴 수도 있는 신분.
물론 계열사의 지분을 부여한다고 해서 신분이 바뀌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나름 회사에서도 성의를 보여주는 것이었고, 도경에게도 남아도 되겠다는 명분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면, 안건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두 달 후에 있을 정기 주주총회에 유성인베스트먼츠의 계열분리를 안건으로 올릴까 합니다. 이견이 있으신 분 있습니까? 없으시다면 찬성하시는 이사님들은 거수로 찬성 의견을 표해주십시오.”
류태화의 물음에 이사회에 참여한 이사 모두가 찬성의 의사를 모였고, 류태화는 미소를 지으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 * *
“얼마 만에 거물이 국내에 들어오는 거야?”
인천공항 입국장.
입국장을 따라 마련된 바리케이드 앞에는 기자들이 카메라를 세팅해 놓고는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글쎄. 작년에 MBS가 오고 난 이후 처음이지?”
MBS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이었다.
그때 이후 경제 분야를 다루는 기자들에게 큰손이라 불리는 거물급 인사가 국내를 찾은 기억이 없었다.
“오늘 바로 대통령이랑 만난다며?”
“그렇다고 하더라.”
이들이 입국장까지 나와 입국 장면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세팅해 둔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기금 PIF의 총재가 오늘 국내를 찾았기 때문이다.
입국하자마자 첫 일정이 대통령을 만나는 것인 만큼 그가 가지는 경제적 위치는 상당했다.
“이게 다 윤도경 효과 아니겠냐.”
한 달 전, 서울에서 도경이 이끄는 유성인베스트먼츠가 투자자 포럼을 연다는 보도 자료가 나오자마자 국내는 좋은 의미로 발칵 뒤집혔다.
「투자계 거물들 서울에 모인다. 유성투자증권 투자자 포럼 인 서울 개최」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 유성인베스트먼츠란 이름으로 헤지펀드 역할 해와…….」
「월가의 전설 피터 브라운, 방한. 유성인베스트먼츠 투자자 포럼 참여해 연사로 나선다」
「세계 경제 움직이는 사우디아라비아 공공기금 총재 방한, 유성인베스트먼츠 투자자 포럼에 참여」
기자들의 말대로 윤도경 효과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투자계의 거물들이 한국에 오는 것도 모자라, 국내외 여러 기관투자자들도 해당 포럼에 참석하기로 하고 국내를 방문했다.
“국내 기업들은 벌써 설레 한다던데?”
그리고 투자계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들떠 있었다.
「파미르 캐피털, 리우 샤오. 유성배터리 공장 방문」
「대통령실, PIF 총재와 대통령 만남 예정, 국내기업 투자 요청할 예정」
「한국경제인협의회, PIF 총재와 간담회 예정. 재벌 총수들 총출동」
「대한상공회의소, 해외 거대 투자은행들 상대로 국내기업 투자 간담회 연다」
혹자는 ‘윤도경 노믹스’라고 부를 만큼, 투자업계를 비롯해 기업들에게 훈풍이 불고 있었다.
“오나 보다.”
공항 경찰 기동대가 입국장 주변으로 오기 시작했고, 더불어 외국인들이 주변 경호를 신경 쓰고 있었다.
“나온다.”
그리고 입국장의 자동문이 열리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전통의상을 입은 한 남자가 무리의 맨 앞에 서서 입국장을 나왔다.
“총재님, 한국에 오신 이유 한마디만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서 어떤 투자를 하실 건지…….”
기자들은 바리케이드에 막혀 앞으로 가진 못했지만, 큰 목소리로 영어를 외쳤고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걷다가 한 기자의 질문에 멈추어 섰다.
“나의 친구 미스터 윤도경을 만나러 왔습니다. 우리 PIF에서 투자한 헤지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는 펀드의 투자자 설명회엔 당연히 내가 참석해야겠지요.”
총재의 말에 기자들은 만족스러운 답을 얻었다는 듯 재빠르게 속보를 쏘기 시작했고, 총재는 환한 미소를 보인 후 걸음을 옮겼다.
* * *
“그래, 고생 많았어.”
그날 밤, 도경은 유성그룹 회장 한태오의 자택인 운월당을 찾았다.
한다현과 함께 식사를 마친 이후, 도경은 한태오의 서재에서 독대를 나누고 있었다.
“자네 덕분에 내가 요즘 다른 회장 놈들 만나면 고개를 들고 다녀.”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빈말 아니네. 정말 다들 부러워해.”
한태오는 기분이 좋은 듯 싱글벙글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다들 이제 와서 금융계열사에 투자를 해야 했느니 어쩌니 떠들어대지만, 그 인간들한텐 없는 게 있어.”
한태오는 확신이 가득한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바로 자네야.”
“과찬이십니다.”
“절대 과찬이 아니야. 자네가 해낸 것들은 범부凡夫의 재능으로는 해낼 수 없는 거야.”
한태오의 칭찬에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칭찬은 여기까지 하고, 그래서 나와 독대를 나누자고 한 이유가 있을 건데.”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책상 위에 봉투 하나를 올려두었다.
“이번에 제가 큰 행사를 열었습니다.”
모를 수가 없었다.
한태오도 그것 때문에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녔으니까.
한태오를 통해 이번 투자자 포럼에 참석하는 큰손들을 소개해 달라는 기업 회장들도 있었다.
“제 손으로 회장님께 직접 전달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내가 참석해도 되나?”
“물론입니다. 저를 만들어주신 여러분 중 한 분이시니까요. 당연히 회장님을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하하.”
한태오는 기분이 좋은 듯 봉투를 들어 올려 초대장을 꺼냈다.
“여기 0001이라고 적혀 있는데?”
“제일 처음으로 찍어낸 초대장입니다.”
“이걸 보며 내 생각을 했단 말이지?”
“물론입니다.”
한태오는 미소를 지으며 초대장을 덮어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럼 나도 지금까지 잘 해낸 자네에게 선물을 하나 줘야겠는데, 자네 돈 좀 있나?”
“네?”
“뭘 그리 놀라, 돈 좀 있냐고 묻는 걸세.”
한태오의 물음에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를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엔 충분한 돈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돈 좀 내.”
알 듯 모를 듯 한 말을 내뱉은 한태오는 서류 봉투를 꺼내 도경에게 건넸다.
“열어봐도 좋아.”
한태오의 말에 서류 봉투의 봉인을 푼 도경은 안에 든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회, 회장님.”
“유성인베스트먼츠 독립해야지. 이제. 유성투자증권 내부 교통정리는 끝났어. 자네만 출자하면, 지분 40%는 자네 거야. 자네가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는 얘기고.”
그 말에 도경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서류와 한태오를 번갈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