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7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75화(57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75화
“뭐라고 해야 할까요. 오늘 그냥 대관식 아닙니까?”
며칠 후, 서울 코엑스.
평소에도 일반 방문객들이 많이 붐비는 이곳은 오늘따라 더욱 활기를 띠었다.
세련된 고급 세단들이 줄지어 입구에 서기 시작했고, 뒷좌석에서 사람들이 내릴 때마다 기자들이 들고 있는 카메라의 불빛이 터지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최상의 순간을 포착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노력했고, 마이크와 녹음기를 든 몇몇은 인터뷰를 시도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이 모든 것이 오늘 이곳을 마치 대규모 축제의 현장처럼 보이게 했다.
일상과 다른, 축제가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대관식이요?”
태산증권의 대표 탁인우의 말에 유성투자증권의 류태화는 의문이라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윤 지사장. 아니, 이젠 윤 대표라고 불러야 하나. 왕관을 씌워주는 행사 아닙니까?”
기실, 며칠 전.
언론을 통해 유성인베스트먼츠의 계열분리 소식이 흘러나왔다.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던 바였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그리고 생각보다 큰 규모로 도경의 지분을 인정해 주는 계열분리가 시행되었다.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 인적 분할에 나선다」
「윤도경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장, 유성인베스트먼츠의 대표로 낙점」
「유성투자증권 “이미 헤지펀드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던 지사를 인적 분할 함으로써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경영을 도모.”」
「윤도경 대표, 유성투자증권 입사 10년도 채 되지 않아, 최단 기간 대표직에 올라」
「유성그룹 역사상 최연소, 최단 기간 사장단 직행」
“유성투자증권 분위기가 매우 좋겠습니다.”
“네, 직원들이 은근히 행복해하는 얼굴이더라고요.”
“그럴 수밖에요.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사람을 춤추게 만드는 법이니까요.”
탁인우는 부럽다는 얼굴로 행사장을 둘러보았다.
“저기 보이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온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행사 시작 전, 간단한 음료를 들고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들의 얼굴에는 일종의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머나먼 한국까지 와서 기대되는 얼굴로 저렇게 서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냐고요.”
“윤도경 대표 때문이지요.”
“맞습니다. 그러니 대관식이라는 말을 한 겁니다.”
탁인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부럽습니다. 정말로.”
“제가요?”
“네. 류 대표가 부러워 미칠 것 같습니다.”
“하하하.”
류태화는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태산이라는 금융 그룹의 오너가 일원이자, 후계자인 그의 입에서 그저 CEO인 자신이 부럽다는 말이 나온다니.
“제가 보지 못할 세계를 류태화 대표는 앞으로 많이 보게 될 테니까요.”
“글쎄요. 그럼 저와 위치를 바꾸시겠습니까?”
류태화의 농담에 탁인우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럴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윤도경을 넘기시면 될 일이지요.”
“하하하.”
두 사람이 그렇게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있을 때, 어느새 행사장 내부는 귀빈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유성그룹의 회장 한태오가 행사장으로 들어서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외국에서 온 투자가들도 마찬가지로 한태오에게 집중했는데, 한 기업집단을 일군 남자에 대한 경외심이 보이는 눈빛들로 가득했다.
“류 대표, 잘 지냈나? 탁인우 대표도 오랜만이구먼.”
탁인우와 한태오도 안면이 있었다.
“예, 회장님. 정정해 보이셔서 기분이 좋습니다.”
“하하하, 자네는 여전하구먼. 나중에 회사로 한번 들어오게. 같이 식사나 하자고. 류 대표도 함께.”
“언제든 불러만 주십시오.”
한태오는 두 사람을 격려하고는 준비된 맨 앞자리 좌석으로 향했다.
잠시 후, 행사장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는데 경호 인력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행사장으로 먼저 들어와 길을 트기 시작했고, 한 무리의 사람이 들어왔다.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유성그룹의 회장 한태오는 자신의 옆자리로 다가온 남자에게 인사를 했고, 옆에 있는 통역사는 말을 전달했다.
“유성그룹의 한태오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PIF의 총재 하심 알 나시르입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하하, 내가 더 영광이지요. 일전에 국왕 폐하를 뵈었을 때도 아주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한태오의 말을 통역사가 전하자 하심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PIF는 유성과 상호 발전을 위해 아주 많은 일들을 함께했으면 합니다.”
그저 인사치레인 말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들의 마음에 자리 잡은 빗장이 조금은 열려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말이었다.
한태오는 그것을 놓치지 않은 승부사였고, 그의 눈은 순간 번뜩이기 시작했다.
* * *
“제가 해도 되는데.”
행사장 한편에 있는 대기실.
도경은 연단에 오르기 전, 최종 점검을 하는 중이었는데, 한다현이 자신의 옷깃을 여며주자 그리 말했다.
“뭐든 혼자서 잘하시잖아요. 이 정도는 제게 양보하세요.”
한다현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짓던 도경은 자신의 타이를 정리하는 그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
“고마워요. 다현 씨 덕분에 제가 편히 일을 할 수 있어요.”
한다현은 가만히 도경을 올려다보았다.
“표현하고 싶은데 늘 쉽지 않더라고요.”
“이따금 이렇게 표현해 주시잖아요. 그거 하나만으로도 저는 행복해요.”
“우리 같이 살까요?”
“네?”
도경은 자신의 말에 놀란 한다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행사가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회장님께 허락을 받을까 해요.”
“…….”
“물론 다현 씨만 허락이 우선이어야겠지만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한다현을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서울에서 여러분들을 모시게 되어 매우 기쁜 마음입니다.”
행사가 시작되고, 도경은 연단 위에 올랐다.
수많은 인원이 자리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런 자리에 서서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것은 늘 도경에게 새롭게 의욕을 불어넣어 주었다.
“먼저 우리 유성인베스트먼츠에 투자하신 투자자 여러분들을 위해, 지난 1년간 저희가 걸어온 투자 성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청중들은 손뼉을 쳤고, 동시에 커다란 화면에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떴다.
“최초 관리 자산 2억 달러(약 2,760억 원)로 시작한 윤도경 펀드의 현재 관리 자산은 총 26억 달러(약 3조 5,880억 원)가 되었습니다.”
청중들은 어마어마한 AUM 성장률에 놀란 얼굴이었다.
“물론 운용 도중, PIF를 비롯한 여러 투자가 들어와 자산의 규모가 급격하게 불어난 것도 있지만, 현재 펀드의 총수익률은 86%가 넘습니다.”
무려 1년 만에 기록한 수익률이었다.
시장 수익률과 헤지펀드들의 평균 수익을 아득하게 넘는 수치였다.
“이런 수익률은 우리가 전통 자산. 즉, 부동산과 주식, 채권 등을 포함해 과감한 기업 인수와 차익거래 등 돈을 벌 수 있는 거의 모든 자산에 투자한 결과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공감의 뜻이라는 듯 잔잔한 박수 소리가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먼저, 현재 저희 포트폴리오를 모두 공개할 수는 없겠지만, 13F 룰에 따라 공개된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여러분께 공개하겠습니다.”
주식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 9.14%
리비전 +28.37%
처브 +11.55%
데어 +5.41%
채권
미국채 2년물 +2.23%
미국채 10년물 +0.88%
기업
마이애미 앨리게이터즈
현재 공개할 수 있는 수준의 포트폴리오 내용을 공개하자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미 미국의 13F 룰 덕분에 지난 분기의 포트폴리오가 공개되어 있었지만,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된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시장의 흥행에 힘입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도경은 저리 말했지만,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프로였다.
단순 시장의 흐름 때문에 낼 수 있는 수익은 아니었다.
저런 기업들을 고른 것부터가 실력이었으니까.
도경은 이후로도 유성의 포트폴리오에 관해 설명했다.
“다음은 앞으로 우리 유성인베스트먼츠의 변화와 갈 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던 시간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투자한 사람들의 입장으로서는 투자한 헤지펀드가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지 궁금했고, 투자하지 않고 있는 기관들과 투자가들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린 헤지펀드의 전략이 궁금했다.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유성투자증권에서 분리되어 완전 헤지펀드 업무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그간 미국 지사로서 한국 업무 지원까지 해왔었다.
“이제는 온전히 헤지펀드 본연의 임무에 집중함으로써 업무의 효율성이 증대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저는 CEO에 올라, 수석 투자전략가 직도 겸임하며 펀드 수익률에 온 힘을 다할 예정입니다.”
청중들 속에서 큰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더불어, 우리는 한국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더 키울 것입니다.”
청중들은 이제야 도경이 미국이 아닌 이곳 한국에서 이런 행사를 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여기 계신 분 중, 미국도, 분위기가 좋은 일본도, 최근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상승하고 있는 중국도 아닌 왜 한국이냐는 생각을 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제 국적이 한국인이라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실 수도 있고요.”
도경의 말에 청중 사이에선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일정 부분 그런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곧 한국 시장에도 프리미엄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도경의 손짓에 화면이 넘어갔다.
“코로나 이후, 한국 시장에는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들어왔습니다.”
화면에는 그래프로 개인투자자 증가율이 나왔는데, 일명 ‘동학개미운동’ 이후 증가한 개인투자자 수가 떠 있었다.
“이들의 등장은 시장의 가치를 엄청나게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가령, 이전에는 기관들의 눈치만 보면 되었던 기업들의 거버넌스 구조가 점점 주주 친화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도 있고요.”
도경의 말에 한국 시장에 익숙한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당국의 주주 친화적 법률 개정도 프리미엄의 가치를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준이 점점 도입되고 있고, 이는 곧 한국 시장에 가득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지게 할 겁니다.”
물론 여전히 상장 기업의 거버넌스 구조는 엉망이었다.
그래서 유성이 영향력을 넓힐 것이다.
“우리는 상장 기업들의 거버넌스 구조를 위해 과감히 시장에 뛰어들 것이고,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행동을 할 것입니다.”
한쪽에 앉은 기존 투자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미 있는 행동을 하는 곳에 돈을 투자하고, 수익을 보는 것만큼 짜릿하고 보람된 일은 없으니까.
이후로도 도경은 앞으로 나갈 길을 알려주었고, 마무리할 시간이 되자 연단의 중앙에 섰다.
“1년 전, 처음 헤지펀드로 출발할 때만 해도, 우리는 많은 의심을 받았습니다.”
도경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한국에서 온 애들이 잘할 수 있을까? 월가를 우습게 보다간 큰코다칠 거야.”
그런 시선들이 함께했다.
“우리를 향한 시선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한 것과 정확히 반대되는 마음가짐으로 임했고, 우리는 높은 수익률을 냈습니다.”
도경은 확신이 가득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는 보기 좋게 우리를 무시한 사람들의 위에 서 있고, 앞으로도 이곳에서 그들을 내려다볼 것입니다.”
자신감이 넘치는 도경의 말에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2주 후, 환매 기간이 오픈됩니다. 기존 투자자분들은 이때 환매를 신청해 주셔야 하며, 새롭게 투자하실 분들은 이때가 기회입니다.”
청중들의 얼굴에는 마치 지금 당장 투자하고 싶다는 욕망이 보였다.
“잠시 후, 저의 구루이자 친구인 피터 브라운의 강연이 시작될 겁니다. 여러분, 오늘 행사를 재미있게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도경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