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7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78화(57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78화
“조지타운 대학교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카톨릭계 대학교예요. 물론 사립대학이구요.”
그날 오후, 워싱턴 D.C에서 돌아온 도경은 한다현, 이지훈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상대적으로 두 사람보다 미국 문화에 익숙한 한다현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대학을 다닐 때 듣기로는 조지타운이 제일 학습량이 많다고 할 정도로 공부량이 많은 학풍이 있어요.”
한다현의 말에 두 사람은 흥미롭다는 듯 집중했다.
“그리고 국제관계, 외교 쪽으로 특히 스페셜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고, 졸업생 중 해당 부분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가장 유명한 졸업생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고요.”
“정말 유명한 대학교 같은데 상대적으로 좀 생소하긴 하네요.”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한국에서는 자주 듣지 못한 이름이라 그럴 겁니다. 다현 본부장님.”
“네, 대표님.”
“미국 대학교의 연금 체계에서 대해서 아시나요?”
“대학교의 연금 체계에 관해선 조금 생소해서 제 대학 동기 중, MIT에서 연구원으로 있는 친구에게 물어서 작성해 봤어요.”
한다현은 그리 말하며 도경과 이지훈에게 서류를 한 장씩 나누어주었다.
“대학교 교직원 및 행정직원들을 위한 은퇴 플랜은 403(b) 플랜이라고 하는데요. 교육기관이나 병원, 비영리조직의 은퇴 연금 프로그램입니다.”
두 사람은 서류를 읽으며 한다현의 말에 집중했다.
“일반 근로자들 은퇴 연금 플랜인 401(k)와 구조는 비슷한데, 교육 분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주로 뮤추얼 펀드와 고정 수익 연금 프로그램에 한정되어 있어요. 투자 옵션이요.”
일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401(k) 은퇴 연금 플랜 같은 경우는, 주식, 채권, ETFs 등 여러 자산에 투자할 수 있었지만, 403(b)는 그렇지 않다는 말이었다.
“더군다나 일부 대학들은 기여금을 매칭해 주는 형식이긴 하지만, 매칭이 일반적이진 않고요.”
“그렇다는 건 대부분이 교직원들이 직접 연금을 저축하는 곳을 고르고 돈을 낸다는 말이네요. 지원 없이요.”
“네. 다행인 건 우리가 지금 목표로 하는 조지타운 대학교는 기여금을 매칭해 주는 학교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나서서 자금을 운용해 줄 곳을 고르고 있어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뮤추얼 펀드에 주로 투자하는 연금 계획이라면, 수수료가 높겠습니다.”
“네. 아무래도 직접 주식이나 채권, ETFs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높은 수수료를 내는 플랜이에요.”
“좋습니다. 현재 조지타운 대학교의 은퇴 플랜은 CIAA가 운용하고 있네요.”
CIAA는 미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은퇴 연금 운용사였다.
“네, CIAA는 특히 대학교나 공기관의 은퇴 연금 플랜을 운용하는 데 특화된 곳이에요. 운용 자금은 1.3조 달러가량 되구요.”
CIAA에 관해서는 한다현의 말처럼 도경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우리 돈으로 1,795조 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돈을 운용하는 곳이었는데, 월가에 본사를 둔 금융 서비스 조직이었다.
주로 교육기관과 의료, 문화, 연구, 공기관에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거나 하다못해 학생들도 CIAA에 관해선 익숙할 거예요. 학자금 대출을 대부분 이곳에서 받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미국 대학교의 학자금 대출 시스템은 두 가지였다.
연방 학자금 대출은 말 그대로 연방 정부가 학생에게 학자금을 대출해 주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사립 학자금 대출이 있었는데, 은행, 신용조합 등 금융기관에서 받는 방식이었다.
“확실히 미국이란 나라는 신기합니다. 금융 서비스마저 특화된 산업을 타깃으로 하는 회사가 있으니까요.”
이지훈의 말에 도경과 한다현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CIAA 같은 경우는 각 대학 출신들의 인재들을 적극 채용해요. 그렇게 해서 그 대학 담당 직원으로 쓴다거나 하는 방식을 쓰고 있죠.”
“알럼나이인가요?”
“맞아요.”
도경은 이 미국에 살면서 지겹게도 들은 말이 있었다.
바로 알럼나이alumni였는데, 한국보다 더더욱 심한 학연 시스템이었다.
회사에서 채용을 할 때도 같은 대학 출신을 더더욱 뽑는다든지, 추천을 한다든지 하는 문화가 대놓고 있었다.
물론 이곳의 문화였기 때문에, 싫어할 수는 없었지만, 기회가 분명 공평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은 아니었다.
“그리고 미국 대학교에 관해서 조금 이해해야 하실 게 있어요.”
도경과 이지훈은 한다현의 말에 집중했다.
“미국은 대학교에서 학생 한 명당 기본적으로 들이는 돈이 우리 돈으로 2~3억 원 정도예요.”
“1인당이요?”
“네. 그것도 매년 드는 돈이에요.”
한다현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조지타운 대학교를 예로 들어볼 거예요. 이곳은 학생 10명당 1인의 교수가 붙어서 수업해요.”
그만큼 많고 풍부한 교수진을 보유 중이라는 점이었다.
교수 한 명이 맡는 학생의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학생 입장에서는 높은 퀄리티의 수업을 받을 수 있었고, 교수의 입장에서도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었다.
“그런데 대학생들이 1년에 내는 등록금은 대충 2~3천만 원, 즉 10% 수준이에요. 그럼 나머지 돈은 다 어디서 끌어올까요?”
“기금을 운용하나요? 왜 미국 대학교에는 기금운용을 하는 부서가 따로 있잖아요.”
이지훈의 말대로 미국의 대학에는 직접 대학의 돈을 운용하는 곳도 있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었고, 금융기관에 위탁해 운용하는 곳도 있었다.
“맞아요. 그렇다면 그 운용기금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한다현이 다시 묻자 이지훈은 모르겠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기부금이겠네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정답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졸업생들이 사회로 나가서 큰돈을 벌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자신이 졸업한 대학에 기부하는 거예요. 운영하는 기업체의 이름으로든, 개인 이름으로든 말이에요.”
미국에서 모교에 기부하는 문화는 굉장히 익숙한 문화였다.
“연례 선물이라는 전통이 있어요. 대학에는요. 학교를 졸업한 선배가 졸업식에 와서 졸업생들을 위한 연설을 하고, 학교에 학자금을 기부하는 거죠. 물론 다른 선배들도 기부하고요.”
그렇게 모인 돈으로 후배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는 문화가 있었다.
그게 가능한 것이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도 세제 혜택이긴 하지만, 명문 대학은 졸업생들의 자녀를 좀 더 우대해 주는 경우가 있어요.”
졸업생들이 기부한다면 더더욱 그 자녀는 명문대에 들어가는 터울이 낮아졌다.
“어쨌거나, 알럼나이라는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그 기능 때문에 대학을 명문으로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다른 나라보다는 강해요.”
“재밌네요. 우리가 뚫어야 하는 건…….”
“그런 대학 문화인 거죠.”
한다현의 말에 도경의 얼굴에는 여러모로 심각함이 느껴지는 표정이 자리 잡았다.
“CIAA는 각 대학 출신의 인원들을 데려다 쓴다고 했죠?”
“네. 그래서 늘 이점이 있고요.”
“우리도 그럼 따라는 가야겠네요.”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놀란 얼굴이었다.
“그래야, 출발점이 같을 수 있으니까요.”
“새로운 인원을 받는다는 말씀이시죠?”
“네. 적어도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맞춰서. 또, 기존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요.”
그렇지 않아도 운용할 팀도 필요했고, 이참에 새로운 인원을 소규모로라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도경이었다.
“좋은 생각이세요. 출발점이 같아야 우리의 특색이 상대에게 더 잘 보일 테니까요.”
“자, 그럼. 두 달 후 일정에 맞춰 한번 해봅시다. 지훈 본부장님은 기존 사무실 관리를 맡아주시고요. 다현 본부장은 저를 도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교통정리가 끝이 나자 두 사람은 사무실을 나갔고, 도경 또한 새로운 인원 확보를 위해 조사에 나섰다.
* * *
“그거 들었어?”
“뭐?”
“팜트로피카 조금 위험하다던데?”
아침에 출근 중이던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직원 제이크는 늘 그렇듯 아침 요깃거리를 사기 위해 샌드위치 집에 서 있었다.
주문을 하고 대기를 하는 와중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평정을 유지하면서도 귀는 집중했다.
“팜트로피카가 어디야?”
“그 왜, 규모는 작아도 플로리다 대학 과학기금 운용하는 곳.”
“아아, 그래. 기억났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제이크는 잊을세라 머릿속에 기억을 저장하기 시작했다.
“PI 자본을 최근 시장에 몰빵 쳤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거…….”
“미리 못 뺐대?”
“그런 것 같아. 그래서 회사가 휘청이고 있다는데.”
“보나 마나 커다란 곳에서 눈독 들이고 있겠네.”
“그러니까.”
“여기, 주문하신 BLT 샌드위치 나왔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제이크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받아서 들고는 빠른 걸음으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 * *
“애매한 인원들뿐이네.”
한편, 도경은 지난 일주일간 링크드인과 헤드헌팅 서비스 업체를 통해 여러 개의 이력서를 받아보았다.
조지타운 대학 출신의 거대 투자은행 출신 이력서도 있었지만, 영 내키지 않았다.
“경험이 너무 부족해.”
팀을 이끌 자원치고는 기금운용에 관한 경험이 제로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똑똑-
한참 이력서들을 보며 고민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제이크가 들어왔다.
“보스, 좋은 아침입니다.”
“어, 제이크. 좋은 아침.”
“커피 드시겠어요?”
제이크가 커피를 건네자 도경은 받아서 들고는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새롭게 투자하겠다고 연락을 해온 명단입니다.”
“다들 만나야지?”
“네. 몇몇은 제가 갈 거고, 몇몇은 보스가 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이크가 건넨 명단을 보며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에서 열린 투자자 포럼 이후, 거의 매일같이 펀드에 투자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만나서 대화를 나누어야 했다.
“알겠어. 내가 직접 만나야 하는 쪽은 일정 잡아서 올려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고생해.”
“참. 오늘 아침에 출근하다 보니 사모펀드 하나가 폐업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
도경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네, PI 투자를 최근 테슬라에 몰빵했던 것 같다는데, 아시다시피 최근 시장이…….”
“너무 좋지 않지.”
“그러다 보니 손실액이 큰 것 같습니다.”
“어딘데?”
“팜트로피카 투자그룹이라고 합니다.”
“처음 들어보네. 어쨌든 재미있는 이야기 고마워.”
도경의 말에 제이크는 인사를 하고 나가려다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참, 팜트로피카가 마이애미 대학의 과학기금을 운용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알아보니 5천만 달러 정도로 작은 규모긴 하더라고요.”
“그래?”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순간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가 떠올랐고, 재빠르게 인터넷에 팜트로피카 투자그룹에 대한 검색을 했다.
한참 무언가를 보던 도경은 한 부분에 놀란 듯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여기, 대표가 조지타운 대학 출신이네?”
“네?”
도경의 말에 제이크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한참 생각하던 도경은 입을 열었다.
“대표가 조지타운 대학 출신에…… 기금운용 경험이 있고.”
제이크는 도경이 내뱉는 말이 답을 원하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아는 듯 가만히 서 있었다.
“제이크.”
“네, 보스.”
“우리 PI 자본으로 여기를 인수하면 어떨까?”
“네?”
“우리가 팜트로피카에 새 주인이 되면 어떻겠냐고.”
부족한 사무실 공간과 부족한 전문 인력 그리고 필요했던 출발점을 갖추기 위한 요소까지.
한 방에 해결할 단서를 찾은 도경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