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8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80화(58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80화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날 왜…….”
팜트로피카의 CEO 마크 토마스는 어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적잖이 놀랐다.
최근 마이애미를 떠나 미국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자신을 만나고 싶다고 연락해 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저들이 팜트로피카를 인수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만남의 자리에 윤도경이 나온다는 소리를 듣고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니까, 윤도경 같은 사람이 왜 날 보자고 하냐고.”
금융업계에 있다 보니, 매번 들리는 이름들이 있었다.
그들이 이번에는 무엇에 투자했니, 어떤 투자로 얼마만큼 이득을 봤니 하는 소문들이었는데, 최근에는 거물들의 이름 옆에 나란히 붙는 이름이 있었다.
‘윤도경.’
마크가 듣기로는 미국에 온 지 겨우 2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그 2년 사이 그는 엄청난 실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마이애미 앨리게이터즈 인수전에서 헤지펀드계의 거물, 나인 캐피털의 션 맨데스를 꺾었지.”
윤도경이 승리한 서사시들이 시장을 떠다니고 있었다.
“마크?”
한참 도경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생각하며 이런저런 시뮬레이션을 하던 마크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주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CEO, 윤도경입니다.”
상대가 그리 자신을 소개해 오자 마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팜트로피카의 마크 토마스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마크는 재빠르게 명함을 꺼내 도경에게 건넸고, 도경의 명함을 받아 들었다.
“앉으실까요?”
도경은 어느새 이 자리를 주도하겠다는 듯 마크의 맞은편에서 그리 말했다.
“오늘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크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뵙고 싶다고 연락드렸습니다.”
“오, 오히려 제가 더 영광입니다.”
마크 토마스는 자신의 긴장을 측정할 수 있는 수치가 있다면 기계가 고장 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에서는 계속해서 땀이 나왔고, 상대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이렇게 그러니까…… 유명하신 분과는 처음 대화를 나눠보는 터라.”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래도 팜트로피카는 아주 오랜 기간 마이애미에서 활동해 온 사모펀드였다.
도경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
“정말입니다. 물론 마이애미에 있는 유명한 펀드매니저들과 만나본 적은 있습니다만, 대규모 행사 때였고 아시다시피…….”
마크가 말끝을 흐렸는데, 도경은 이제야 어찌 된 영문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고루한 사람들뿐이죠.”
아무래도 자신들의 ‘급’에 맞지 않는다 생각하고 어울리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대에게서 빼올 것이 없는 이상 이 업계는 그런 업계니까.
도경이 자신의 처지에 공감해 주자 마크는 긴장이 풀린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오늘 미스터 윤께서 저를 만나자고 하신 이유가…….”
“아! 13F에 발표된 팜트로피카의 포트폴리오를 보았습니다.”
도경의 말에 마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자신도 이 자리에 나오기 전 유성인베스트먼츠의 포트폴리오를 슬쩍 보고 나왔으니까.
“조금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가 가기도 해서요.”
“저희 포트폴리오가 말입니까? 저는 오히려 유성의 포트폴리오가 대단해 보이던걸요. 아! 죄송합니다. 저도 13F에 발표된 포트폴리오를 보았습니다.”
“모두가 보라고 공개하는 것이니까요. 죄송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마크를 바라보았다.
“제가 마크에게 여쭈어보고 싶은 것은 팜트로피카의 포트폴리오에 관해서입니다. 가장 신기한 것은 IONQ였는데요.”
도경도 IONQ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이해하기 어려운 사업을 하고 있어서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
“그곳의 사외이사 중 제 대학 동기가 있습니다.”
도경의 물음에 마크의 입에서 나온 답은 원하던 답이 아니었다.
하지만, 도경은 그 이유가 다는 아니겠거니 생각하며 가만히 그의 말에 집중했다.
“처음엔 자신들이 이런 사업을 하고 있는데 투자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하더군요.”
마크는 그때를 떠올리듯 입을 열었다.
“그런데 살면서 처음 들어본 단어들의 향연이었습니다. 양자컴퓨터라니요. 나 같은 사람이 평생 가도 써보지 못할 것인데, 그런 것에 투자를 하라니…….”
마크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도 대학 동기의 부탁이기도 하고 해서, 직접 찾아갔습니다.”
“회사를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뭐 하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대학 동기의 부탁이라고 무턱대고 투자부터 했다고 말했다면, 적당히 어울려 주다 자리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마크는 달랐다.
“우리가 다루는 이 컴퓨터라는 놈은 0과 1의 조합입니다. 아시죠?”
“네. 이진수로 구동되죠.”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숫자는 0부터 9까지의 십진수였다. 하지만, 컴퓨터는 0과 1의 이진수로만 구동되었는데, 전기신호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켜짐’과 ‘꺼짐’ 두 상태만을 가질 수 있는 전기 신호였기 때문이었는데 1은 켜져 있음을, 0은 꺼져 있음을 나타냈다.
가령, 내가 컴퓨터에 깔린 프로그램을 하나 켰을 때 컴퓨터는 이 명령을 0과 1로 바꾸어서 이해하고 작업한다.
“그런데 일반 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할 수 없어요. 무언가를 시키면 000, 이나 010 이런식으로 1개씩 순차적으로 계산하죠.”
“그럼 양자컴퓨터는 다른가요?”
“그렇습니다. 000과 010을 무한히 중첩해서 작업합니다.”
즉, 내가 투자에 필요해서 한 기업 주식의 적정가를 찾고 싶다.
그렇다면 수식을 찾아야 했는데, 이 수식을 찾으려면 일반 컴퓨터의 경우 아주 오래 계산해야 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여러 가지 변수를 한꺼번에 중첩해서 계산했기 때문에 순식간에, 압도적으로 빠른 시간에 계산을 끝냈다.
“실제로 계산하는 것을 보니 투자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겠더군요. 집에 돌아와 양자역학을 공부할 정도였습니다.”
마크는 그리 말하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놈을 공부하면 할수록 내 뇌도 양자컴퓨터로 이루어져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더군요. 저는 워낙 투자를 할 때 여러 가지 계산을 많이 해보는 스타일이라…….”
“계산 후 확신을 가지시는군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확신을 가진 이후 포지션을 꺾어보신 적은요?”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마크는 자신이 결정한 바는 수정한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도경은 마크 토마스라는 사람에 대한 파악이 끝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테슬라에 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도경은 신이 난 얼굴로 입을 열었고, 마크는 긴장하는 얼굴이었다.
* * *
“그러니까, 확신을 가지고 있나 보네요.”
그날 오후, 마크와 만남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온 도경은 한다현에게 만남 자리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네, 포트폴리오에 편입되어 있는 종목들에 대한 확신이 넘쳤습니다.”
“보통 주식을 하다 보면 그 확신의 영역이 들 때가 있잖아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가 가장 위험한 거 아닌가요?”
한다현의 물음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글쎄요. 그게 어떤 방식으로 가진 확신이냐가 중요하겠죠.”
“방식이라는 건…….”
“그러니까, 그저 감에 의한 확신은 피해야겠죠. 다만, 내가 그 기업이 하는 일을 완벽하게 파악했다면. 조금의 확신은 가져도 되지 않을까 해요.”
“그런데 조금의 확인이라는 건 결국 확신이 아닌 거 아닌가요?”
자신의 말에서 행간의 의미를 찾아낸 한다현을 보며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신은 내가 그 종목을 사야 하는 확신을 가지는 거고, 다만 그 종목을 계속 들고 있어야 한다는 확신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더군다나.”
도경은 어느새 얼굴에 웃음기를 지우고는 진지한 얼굴로 입술을 뗐다.
“고객의 돈을 취급하는 펀드매니저라면요.”
금융 기법은 수없이 발전해 왔지만, 여전히 가장 투자에서 중요한 금융 기법은 아주 오래전 발명되었다.
“헤지hedge를 하지 않는 투자가는 고객의 돈을 맡을 사람으로서는 실격입니다.”
그것은 헤지.
즉,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을 두어야 했다.
“팜트로피카의 포트폴리오는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실제로 만나서 마크 토마스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너무 즐겁더라고요.”
한다현은 투자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치 아이가 되는 것 같은 도경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며 흐뭇한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헤지 수단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렇다면 주가가 폭락할 때는 빠르게 포트폴리오를 정리할 줄도 알아야 해요.”
팜트로피카는 그 두 개 중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런 펀드들이 많았다. 헤지 수단을 두지 않고 아주 공격적으로 성장주만 포트폴리오에 배치하는 펀드들은 굳이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널려 있었다.
다만, 그들은 현금을 전부 투입하지도 않았고, 하락할 때는 빠르게 포지션을 정리했다.
마크 토마스는 너무 강한 확신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는 스타일의 투자자였다.
“여전히 테슬라가 배터리 내재화에 성공하면 마진이 더 높을 거라고 생각하더군요.”
그리고 마크와 나누었던 테슬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현에게 전했다.
“내재화 포기할까요?”
한다현도 결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 기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배터리를 결국 내재화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다만…….”
“배터리 기술을 너무 쉽게 보는 경향들이 있죠. 전기차를 그리 어렵게 오랜 기간 개발해서 만들어놓고도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마도 배터리 내재화가 당장은 힘들 겁니다. 그것도 나름 기술력이 있어야 하는 거라.”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업체들은 배터리를 만들던 회사들이 전기차로 확장한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인수는 포기하신 거죠? 팜트로피카 말이에요.”
“하하하, 아뇨. 인수를 제안하고 왔습니다. 어찌 되었든 우리에겐 마크 토마스가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뭐, 포트폴리오 매니저만 아니라면 아주 훌륭한 투자가입니다. 마크 토마스는요.”
도경의 얼굴에는 미소가 천천히 자리 잡아갔고, 한다현은 그런 도경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하고 나왔다.
* * *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야.”
한편, 팜트로피카의 마크 토마스 또한 고민에 잠겨 있었다.
마이애미에 있는 유명 헤지펀드 두 곳에서 자신에게 팜트로피카 인수를 제안해 왔다.
가격 차이는 컸다.
“유성이 더 적은 금액을 제안했어.”
만났을 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지만, 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 많은 돈을 받아야 했다.
그래야 직원들의 퇴직금과 밀린 성과금들을 해결해 줄 수 있었다.
“가격 차이가 나니까…….”
한참 자리에 앉아 고민하던 마크 토마스는 결정을 마친 듯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