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8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81화(58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81화
-제안은 정말 감사드리지만, 유성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일주일 후, 도경은 출근하자마자 타이밍 좋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수화기 너머 주인공은 며칠 전 만나 인수 의사를 전달한 팜트로피카의 마크 토마스였다.
-변명으로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가격 차이가 꽤 났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인수를 제안했었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마크를 위해서, 또 팜트로피카를 위해서 적절한 선택을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그렇게 전화가 끊기자 도경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고서에 사인을 하고는 앞에 선 한다현에게 건넸다.
“왜 그런 표정이에요?”
도경은 마치 궁금하다는 듯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한다현에게 말했다.
“조금 전 통화 내용 제가 알면 안 되나요?”
“아, 그런 건 아닙니다. 팜트로피카의 마크 토마스예요. 다른 회사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한다현의 의아하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제가 너무 평온한가요?”
도경이 묻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팜트로피카의 인수는 원하시던 거잖아요. 그런데 다른 회사에 팔겠다고 상대가 말해왔는데, 너무 평온해 보여요.”
“하하하.”
도경은 크게 한번 웃고는 한다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네?”
“왜 이렇게 평온한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분명 마크 토마스가 있어야 우리가 앞으로 하려는 사업이 더 편해질 텐데요.”
“저는 알 것 같아요.”
“네?”
도경은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마음을 한다현이 알겠다고 말해오니 흥미롭다는 얼굴로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도경 씨는 다른 것에 확신이 있는 거예요.”
“흥미롭네요.”
“너무 나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말하자면, 종국엔 팜트로피카가 우리의 손으로 올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 아닐까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다현 씨 말이 맞는 것 같네요. 굳이 내가 애쓰지 않아도 결국 우리 유성의 것이 될 거라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있어요.”
“제가 아는 도경 씨라면 이유가 있을 텐데요? 정말 궁금한데…….”
한다현은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음…… 가치가 점점 낮아질 것 같거든요.”
“팜트로피카의 가치 말씀이시죠?”
“네, 정확히는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지금보다 더 내려갈 거고, 인수 협상을 하다 보면 인수 측에서도 슬슬 부담이 가겠죠.”
“역시…… 가장 비중이 큰 테슬라 때문인가요?”
“맞아요.”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테슬라는 배터리 내재화를 포기할 거예요.”
“얼마 전 구조조정 때문이죠?”
“정확해요. 사업을 이끌던 수석부사장을 내쳤어요. 우리가 그때도 의견을 통일한 게 하나가 있죠.”
“구조조정은 결국,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 사업부를 정리하는 작업이다.”
한다현의 입에서 나온 말은 기업 구조조정의 정석이나 다름없었다.
기업이 매출이 떨어지고, 앞으로도 수익이 회복될 기미가 당분간은 보이지 않을 때 하는 것이 구조조정이었다.
국내에서는 해고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몇 년 치의 기본급을 일시에 주기로 하고는 희망퇴직을 받지만, 미국의 경우는 달랐다.
물론 미국도 해고 이후 회사를 고소하는 직원들이 많았기 때문에, 고소나 소송을 걸지 않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1~2년 치 연봉을 받고 구조조정을 했다.
한 사업부를 거의 통째로 날리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저번에 말했지만, 이차전지 사업이 굉장히 어려운 산업입니다. 가장 첫 공정인 전극 공정에서 수율이 결정되는 사업이구요.”
“피엔소닉도 그래서 힘들어했죠.”
한다현의 말대로 일본 업체인 피엔소닉도 배터리를 개발하고 수율 80% 이상 올리는 데 2~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즉 10개를 만들면 8개만 팔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2개는 버려야 하니 버리는 것을 만들었던 재료비를 나머지 8개에서 받아야 했다.
수율이 나쁘다는 건 수조 원의 개발 비용이 더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 모든 것은 제품의 가격에 녹아 있었다.
“수율이 높지 않으면 배터리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어요. 전기차 회사들이 배터리를 내재화하려는 이유가 뭐죠?”
“마진을 더 내기 위해서예요.”
“네. 그런데 수율이 높지 않아 개발비가 아주 많이 든다면, 오히려 내재화에 드는 비용이 더 올라가는 거죠.”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테슬라가 배터리 내재화를 꿈꿨던 이유는 더 많은 마진을 내거나 혹은 차량 판매가를 내려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을 하기 위함이에요.”
지금은 전 세계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주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싼 가격에도 충분한 수요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보조금은 사라질 것이고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된다.
“그런데 그 부푼 꿈을 이루어줄 사업부를 이끌던 수장을 내친다는 건…….”
“포기한 걸까요?”
“완전한 포기일지 아닐지는 일론만이 알겠죠. 당분간은 그래 보입니다.”
한다현은 이제야 왜 도경이 확신을 가졌는지 알 것 같았다.
“아예 포기하면 미래가 없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가장 힘든 과정인 전극을 다른 곳에서 사 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죠.”
“전극을요?”
“네. 통 안에 넣는 패키징은 수율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까요. ‘완전 내재화’까진 아니더라도 ‘부분 내재화’를 통해서 마진을 더 늘린 순 있겠네요.”
“그럼 국내밖에 없겠는걸요.”
“그렇지 않아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을 주시하라고 스테판에게 지시했어요.”
스테판의 펀드는 한국 주식시장을 포함한 동아시아 주식시장을 보고 있을 테니까.
“어쨌거나, 우리는 조지타운 대학교의 사업을 따내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자고요. 어떤 방향으로든 결론이 나겠죠.”
도경이 그리 말하자 한다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계약 사항에도 포함되어 있듯, 매각 자금에서 직원들의 퇴직금과 사업부 정리를 하셔야 합니다.”
며칠 후, 마이애미에 있는 팜트로피카 사무실에서는 협상이 열리고 있었다.
“물론입니다. 입금이 되는 대로 바로 직원들에게 퇴직금과 더불어 소송을 걸지 않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마크 토마스는 들뜬 얼굴로 상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말씀드렸듯, 우리가 팜트로피카를 인수할 금액은 3억 달러와 더불어 우리의 지분 매수 권한입니다.”
물론 소수점 단위의 소량의 지분 매수권이었지만, 만약 후에 상대가 주식시장에 상장한다거나 혹은 지금보다 더 커져 배당금이 늘어난다면 충분한 이득이 될 수 있었다.
“별일 없다면, 오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로펌의 법적 검토를 받은 이후, 계약서에 사인했으면 합니다.”
상대의 말에 마크 토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죠.”
“그럼 저희가 준비한 양해각서…….”
상대가 그리 말할 때, 급한 얼굴로 회의실로 들어온 상대의 부하 직원은 귓속말을 전했다.
마크는 그 모습을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는데, 이윽고 상대는 굳은 표정으로 마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크, 미안합니다만 가격을 조금 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라고요?”
아무리 헤지펀드 업계가 수익을 우선으로 하는 업계였고, 어떻게든 유리한 협상을 하려고 애쓰는 업계였다지만…….
이렇게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 가격을 깎는 경우는 드물었다.
상호 간의 예의가 아니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쪽은 평소 그렇게 거래를 해왔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팜트로피카, 아니, 저 마크 토마스는…….”
“뭔가 단단히 오해한 것 같은데요. 이걸 보시죠.”
상대는 태블릿 PC를 건넸고, 화면을 본 마크 토마스의 두 눈은 크게 떠졌다.
“테슬라의 주가가 -6% 이상 빠졌습니다. 배터리 내재화를 이끌던 수석부사장을 내보냈다는 기사가 나왔어요.”
“…….”
“더군다나 아직 본계약에 나선 것도 아니고 양해각서 체결 이후 인수 가격 재조정이 아예 없는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앞으로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더 내려갈 겁니다. 2억 달러에 우리가 인수하겠습니다. 이 가격은 어디서도 받지 못할 겁니다.”
상대의 제안에 마크 토마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이 협상은 없던 것으로 해야겠군요.”
“마크, 마지막 기회입니다. 어디서도 팜트로피카를 사려 하지 않을 겁니다.”
“글쎄요. 그건 두고 봐야 알겠죠.”
마크는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협상은 끝났으니, 나가주셨으면 합니다.”
* * *
“주가가 엄청나게 폭락하네요.”
“지정학적 문제와 여러 가지 소음들이 터져 나오니 주주들이 참지 못하는 거죠.”
한편, 도경은 시장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자신을 찾아온 한다현, 이지훈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정학적 문제는 여전히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란과 이스라엘이 소강상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니…… 곧 해소될 거라고 보고, 중요한 것은 배터리 내재화 포기 시그널이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이지훈이 묻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어느새 대화 주제가 팜트로피카의 포트폴리오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의 단독보도가 나왔습니다. 테슬라가 신화 배터리에 전극을 주문했다고요. 6조 원가량의 규모라는데…… 5~6년 치 양이라고 하더라고요.”
이지훈의 말대로 국내 언론의 단독보도 이후 테슬라가 자신들의 차량에 탑재될 배터리를 ‘완전 내재화’를 포기했다는 업계의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가장 어려운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배터리 부품인 전극은 결국, 전문 배터리 업체에서 사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은 조립, 활성화, 팩 공정만을 직접 하겠다는 것이었으니까.
‘부분 내재화’를 선언한 것이다.
“우리가 제안한 금액이 2억 달러인데, 지금 포트폴리오 가격이면 1.5억 달러를 주고 인수해도 너무 아까운 것 같습니다.”
“지훈 본부장님의 생각은 그렇고, 그럼 다현 본부장님 생각도 들어볼까요?”
“저는 그래도 테슬라니까. 어떻게든 위험을 돌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찌 되었든 업계에서 가장 앞선, 훌륭한 회사니까요.”
추상적인 말이었지만, 도경 또한 공감했다.
“저는 다현 본부장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우리가 2억 달러를 주고 팜트로피카의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면, 후에 이득을 볼 수도 있을 거예요.”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집중했다. 도경이라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니까.
“테슬라에게도 무기가 있습니다. 배터리 내재화를 왜 하려고 했죠?”
“음…… 아무래도 차량의 대당 생산 가격을 줄여서 마진을 늘리고, 차량 가격을 인하해서 중국 업체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무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도경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가형 모델을 내면 되겠죠.”
부분 내재화로 인해 배터리 가격을 일정 부분 깎고, 엔트리급 차량에 들어가는 기능을 몇 개 뺀 이후, 보급형 차량을 낸다면?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충분한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테슬라는 업계 최고 브랜드였고, 그 브랜드의 파워는 모두가 사고 싶은 차였으니까.
“반전의 기회는 분명히 있습니다.”
지이잉-
두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향해 화면을 보여주었는데, 마크 토마스의 전화였다.
“자, 테슬라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반전의 기회가 온 것 같은데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