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8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82화(58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82화
“윤, 다시 뵙게 되어 반가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며칠 후,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사무실.
도경은 미팅룸에서 팜트로피카의 CEO 마크 토마스와 만나고 있었다.
“제게 미안하실 게 있습니까?”
“일전에 거절하고서 다시…… 윤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이 참 부끄러운 감정입니다.”
“하하하, 마크.”
도경은 마크 토마스를 지그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늘 의도치 않은 일이 생깁니다. 우리는 투자가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기업을 경영하는 CEO니 그런 일로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마크 토마스의 행동에 의해 누군가는 기분 나빠할 수 있었다.
도경 또한 그런 마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을 도경 본인이 먼저 말하기 전에 마크 토마스가 자신의 부끄러운 점을 말해왔으니 상대를 배려해 줄 수 있었다.
“그리 말씀해 주시니 제가 마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마크는 맞은편에 앉은 도경이 정말 부러웠다.
그가 가진 명성도 명성이었지만, 저 여유로운 태도와 넓은 아량은 자신은 단 한 번도 가지지 못한 것이었다.
“자, 그럼 마크가 저를 만나러 온 본론부터 바로 들어볼까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마크 토마스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우리 팜트로피카의 포트폴리오 가치를 매긴 그 금액이 아직 유효하다면, 우리를 인수해 주길 바랍니다.”
“단서가 붙어 있군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마크 토마스를 바라보았는데, 그는 잔뜩 긴장한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당초 우리가 팜트로피카를 인수하기 위해 제안한 금액은 2.5억 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약 3,400억 원가량 되는 돈이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그렇지만, 그것은 제안 당시 팜트로피카가 가진 포트폴리오의 가치와 더불어 마크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 붙여준 금액이었습니다.”
도경의 말에 마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초 인수 제안을 해왔던 다른 곳은 3억 달러를 제안하며, 사업부를 정리하라는 조건을 달아왔다.
그건 포트폴리오만 가져가겠다는 뜻이었고, 거기에 드는 비용을 더 쳐준 것이다.
인수하기 전에 정리가 되어야 인수 이후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었을 때, 자신들은 모른다고 할 수 있었으니까.
그 위험비용까지 포함된 금액이었다.
하지만, 유성은 그런 조건을 달지 않았고, 그런 것 치고는 후한 금액을 평가해 준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
“우리가 산정했던 팜트로피카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내려갔고, 또 경영권 프리미엄을 후하게 평가해 제안했던 것인데, 거절당했으니 팀원들의 자존심도 많이 상했고요.”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협상 조건이 조금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마크 토마스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역시 자신의 욕심에 의해 좋았던 제안이 사라진 것이니, 감수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우리가 제안하기 전, 마크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팜트로피카에선 협상 테이블에 더 올릴 것이 있습니까? 적절하다면, 기존의 제안 그대로 인수에 나설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마크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표정과 몸짓,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협상 상대로 가장 만나기 싫은 타입이었다. 저 얼굴을 보면 누구라도 주눅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크는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유성에서 우리 팜트로피카의 포트폴리오만 그대로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해 두겠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말이죠?”
“인수 대금 중, 계약금이 입금되는 대로 현재 포트폴리오를 관리 중인 팀원들을 정리하겠습니다.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계약서도 작성할 것이며, 만에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이 들어온다면, 모든 책임은 이전 경영진인 제가 지도록 하겠습니다.”
마크의 제안에 도경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좋네요. 만약 제가 팜트로피카의 포트폴리오가 주목적이었다면 아주 혹했을 만큼요.”
“네? 유성의 목적이 우리 포트폴리오가 아니었나요?”
도경의 말에 마크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네, 우리의 목적은 포트폴리오가 아닌 팜트로피카 그 자체입니다.”
그리 말하자 마크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도경은 이어서 이야기를 해나갔다.
“나는 처음부터 팜트로피카를 인수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팜트로피카의 경험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유성은 우리보다 더욱 큰 헤지펀드입니다. 그런데 일개 사모펀드인 우리에게서 유성이 얻을 경험이 있습니까?”
“하하하, 왜 없겠습니까?”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그리 답하고는, 마크를 바라보았다.
“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도경은 어느새 진지한 얼굴로 마크 토마스를 바라보며 입술을 뗐다.
“우리의 추가 제안입니다. 가격은 그대로 2.5억 달러를 드리죠. 그리고 팜트로피카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하겠습니다.”
마크 토마스의 입은 쩍 벌어졌는데, 마크는 자신의 입이 벌어진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협상 초반만 해도 도경은 분명 자신에게 좋지 않은 제안을 해올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지금 도경의 말은 오히려 너무 좋은 제안이었다.
“그리고 협상에 추가해야 할 나머지 하나는, 마크 토마스 당신이 향후 5년간, 유성인베스트먼츠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연봉은 섭섭지 않게 쳐주죠.”
“하겠습니다.”
제안에 단 1초도 고민하지 않은 듯 승낙해 온 마크 토마스를 보며 도경은 크게 웃었고, 마크 또한 자신의 선택에 후회 없다는 듯한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 * *
“두 분 모두 계약서 확인하시죠.”
며칠 후.
도경과 마크 토마스는 유성인베스트먼츠 사무실에 있는 미팅룸에서 다시 만나고 있었는데, 오늘 자리엔 서로의 법적 대리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본래 같았으면, 인수에 드는 시간이 상당히 길었겠지만, 도경은 인수전에 뛰어들 때부터 유성의 법적 사무를 모두 위탁받은 로펌에게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고, 양측의 법적대리인이 만나 빠르게 이견을 조율했다.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인수계약서를 재빠르게 확인한 마크가 그리 이야기하자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계약서 제대로 확인하시는 게 좋을걸요. 계약의 무게가 아주 무겁습니다.”
“이미 사전 체크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 변호사를 믿어서요.”
“좋습니다. 그럼 저도 제가 고용한 변호사를 믿어야겠네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합의서에 사인했다.
기실 도경도 이 자리에 나오기 전에 로펌으로부터 합의된 계약서를 전달받고 확인을 마쳤었다.
“계약금은 오늘 중으로 입금될 겁니다. 말씀드렸듯, 직원들에게 며칠 휴가를 주세요. 돈과 함께요.”
도경은 미리 언질을 주어놓았고, 마크 또한 승낙한 사항이었다.
팜트로피카 직원들은 몇 달간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회사가 사라지고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미국에서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사내 복지로 건강보험부터 많은 것을 지원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크는 당분간 유성으로 출근해 주세요.”
인수 이후, 팜트로피카는 유성인베스트먼츠로 합병될 것이다.
팜트로피카라는 회사만 사라질 뿐, 사무실이나 인적자원은 그래도 유성인베스트먼츠 소속이 될 것이다.
“이곳 사무실로 말이죠?”
“네. 마크가 그리고 앞으로 마크의 팀원들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계약 이전에 그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건 위험했기 때문에 여전히 마크는 유성이 왜 자신과 팀원들을 필요로 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유성의 가족이 된 걸 환영합니다. 마크.”
서명을 끝낸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크에게 손을 내밀었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성의 팀원이 되어 영광입니다.”
마크는 미소를 지으며 도경의 손을 맞잡았다.
* * *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죠?”
다음 날, 유성인베스트먼츠로 출근한 마크 토마스는 앞으로 함께 일하게 될 팀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도경의 방에 있었다.
“여기에 적혀 있어.”
마크는 이제 자신의 팀원이었기에 도경은 사업 파트너를 향한 영어를 배제하고 다른 팀원들과 똑같은 대우를 했다.
“와우, 엄청 두껍네요.”
“보면 알겠지만, 마크 너는 앞으로 디렉터 직함을 맡을 거야.”
디렉터 직급은 스테판 그리고 제이크와 같은 직급이었다.
팀을 이끌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당연했다.
“그리고 우리는 사적연금 시장에 진출할 거고.”
“사적연금 시장이라시면…….”
“서류를 보는 것이 더 빠를 건데.”
도경의 말에 마크는 서류를 펼쳐보았다.
빠르게 서류를 읽어 내려가는 마크의 표정은 점점 미소가 번져갔다.
“제가 졸업한 학교네요.”
“맞아. 우리는 조지타운 대학교 교직원 연금 운용 사업을 따낼 거야. 정확히는 마크 네가 따내야겠지.”
“자신 있습니다.”
“정말?”
“물론 팜트로피카라는 이름으로는 감히 시도도 못 해봤을 겁니다.”
마크는 침을 튀겨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이름이라면 다르죠. 또 저는 학교에 꽤 많은 공을 들여왔거든요.”
“많은 기부를 했던데.”
“제가 선배들의 기부금을 받으면서 공부를 마친 케이스라, 그냥 넘어가지 못하겠더라고요.”
“훌륭한 마인드네. 그럼, 운용도 맡을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저와 제 팀은 마이애미 대학교의 연구기금을 운용한 경험이 있습니다. 대학에서 어떤 방식으로 운용해야 좋아하는지 이미 파악이 끝났고요.”
도경은 마크의 저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마음에 들었다.
포트폴리오에 대한 자신감도 저런 형태였다.
“좋아. 그건 제시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진행하기로 하고…… 그전에, 오늘 해야 할 일이 있어.”
“오늘 말입니까?”
도경은 시계를 바라보며 시간이 되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시간이 되었네. 밑층으로 내려갈까?”
도경은 그리 말하며 먼저 방을 나섰고, 마크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도경을 따라나섰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밑에 층에 있는 트레이딩 룸으로 왔는데, 장이 끝날 시간임에도 트레이더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보스, 오셨습니까?”
“제이크, 준비했지?”
“네. 물론입니다.”
“그럼 화면 연결해 줘.”
도경의 말에 벽에 걸린 커다란 모니터에 화면이 떴고, 마크 토마스는 두 눈을 번쩍였다.
“테슬라의 컨퍼런스콜이네요.”
오늘은 장 마감 이후 테슬라의 실적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크, 너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보면 알 거야.”
잠시 후, 실적발표가 시작되었고 모두의 시선이 화면에 집중되었다.
“매출이…….”
이미 시장에서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테슬라의 매출이 전년 대비 줄어도 너무 많이 줄었다.
더군다나 앞으로 점점 더 매출이 좋지 않을 것이란 게 불 보듯 뻔했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보면 좋아질 겁니다. 테슬라는…….”
“마크.”
도경은 팀원들을 향해 변명하듯 말하는 마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해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걸 위해서 널 이곳에 데리고 온 건 아니니까.”
“그럼…….”
마크는 말끝을 흐렸고, 도경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화면에 집중했다.
[우리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저가형 모델 개발을 빠르게 마치고, 출시할 예정입니다.]그리고 도경이 기다렸던.
이 자리에 마크를 데리고 왔던 이유가 화면에서 나오자 도경은 입을 열었다.
“제이크.”
도경의 부름에 제이크는 블룸버그 터미널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애프터 마켓에서 테슬라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플러스 3%, 아니.”
제이크는 환하게 웃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플러스 6%. 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제이크의 말에 마크는 멍하니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 왜 너를 이곳에 데려왔냐고 물었지? 네 생각이 틀린 게 아니라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야.”
도경은 마크가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앞으로 무엇을 하든 자신감을 가지길 바랐다.
팜트로피카의 마크 토마스가 아닌, 유성인베스트먼츠의 마크 토마스였으니까.
그리고 오늘 예상한 대로 그걸 증명할 수 있었다.
도경의 말에 팀원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크를 바라보았고, 감동한 듯한 표정으로 서 있는 마크를 향해 도경은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유성인베스트먼츠에 온 것을 환영해.”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손뼉을 치며 마크를 환영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