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8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83화(58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83화
“어때, 적응은 잘되고 있어?”
며칠 후, 도경은 한다현과 마크 토마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도경의 물음을 받은 마크 토마스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 보스가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준 이후부터 자신감이 좀 생겼다고 할까요?”
마크의 말에 도경과 한다현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동료들은 그전부터 잘해줬습니다만, 아무래도 제가…….”
도경과 한다현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익률이 곧 자신을 대변하는 업계에서는 수익률이 낮은 펀드매니저는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었으니까.
“어쨌든 그 이후로는 제 마인드가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자신감이 넘치더니?”
“그건 어디까지나 제 뷰에 대한 자신감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보면 미안하죠. 제 뷰에 대한 성과가 엉망이었으니까요.”
“어쨌거나 좋아졌다니 다행이네. 자, 그럼 조지타운 대학교에 관해 이야기 좀 들어볼 수 있을까? 기본적인 것은 나나 제시카 모두 알고 있어. 그저 내부인의 심정으로 이야기해 줘.”
도경의 말에 마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조지타운은 엄격합니다. 오히려 고등학교가 조금 더 여유 있다고 말할 정도로요.”
“그래?”
“네. 아무래도 학교가 가톨릭 예수회 전통을 따르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 한마디에 도경은 한 방에 학풍에 대해 이해가 되었다.
국내에도 예수회 소속의 서강대학교가 있었는데 ‘서강고등학교’라고 부를 만큼 엄격한 교육 기준을 두고 있었다.
이는 예수회의 전통 때문이었는데, 교육, 지성, 영성에 대한 깊은 헌신을 중시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국제 관계와 법학 쪽의 성과가 괜찮습니다. 의학과 과학, 예술도 괜찮긴 합니다만. 국제 관계와 정치 과학 분야에 대놓을 만 못하죠.”
“빌 클린턴 대통령이 조지 타운 출신이지.”
“그렇습니다. 아칸소주의 검사에서 대통령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죠.”
마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학풍에 영향을 받아 교직원들도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당연히 가톨릭계 학교기 때문에 신부님들도 계시고요.”
“보수적이라는 것은 은퇴자금 운용에도 마찬가지일까?”
“그렇습니다. 제 대학 동기 중 몇몇이 조지타운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현재는 교수로 있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 친구들에게 물어봤을 때는 대부분 403(b) 플랜을 선호하더라고요.”
“401(k)는 선호하지 않는군.”
401(k)는 일반 근로자들을 위한 은퇴연금 플랜이었지만, 교직원과 학교 근로자들도 가입할 수 있었다.
반면, 403(b)는 일반 근로자들이 가입할 수 없는 교육단체 직원들을 위한 플랜이었다.
두 플랜의 차이점은 401(k)는 주식과 ETF, 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었다.
하지만, 403(b)는 그러한 직접투자를 할 수 없었다.
“그렇습니다. 주식과 ETF, 채권 등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는 뮤추얼 펀드나 연금 보험에 가입하는 위주입니다.”
403(b)는 이미 펀드로 구성된 상품이나, 고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연금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이 그런 방식을 선호할 거라 생각합니다.”
마크의 말에 도경은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는 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도 펀드라는 거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조지타운 대학교의 연금 운용 파트너로 있는 곳들 대부분이 뮤추얼 펀드의 강자였습니다.”
피델리티나 CIAA 등 현재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은퇴자금 운용 파트너로 함께하는 곳들은 뮤추얼 펀드의 강자였다.
뮤추얼 펀드는 헤지펀드와 달리 사모(private)펀드가 아닌 공공(public)펀드의 일종이었다.
우리나라도 개인연금저축에 가입하면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펀드 상품을 넣을 수 있었는데, 그것이 뮤추얼 펀드의 일종이었다.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었고, 수수료와 비용도 헤지펀드보다 낮았으며, 소액의 자금으로도 가능했다.
“그리고 대부분이 TDF 펀드 상품을 집중적으로 개발 중이고.”
도경의 말에 마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TDF(Target Date Fund).
일명 생애 주기형 펀드라고 불렸는데, 은퇴 시기에 맞춰 펀드를 운용하는 상품이었다.
젊은 나이에는 공격적으로 펀드를 운용하다 은퇴 시기가 다가올수록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것도 TDF라는 거지.”
“그렇습니다. 안정적으로 자산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교직원들의 취향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크를 바라보았다.
“할 수 있겠지?”
“저 혼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유능한 팀원들을 붙여주신다면 해보겠습니다.”
마크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제시카, 어떻습니까?”
“네?”
“마크의 확신을 중화시켜 줄 사람이 필요해요.”
마크 토마스의 포트폴리오에서 문제는 단 하나였다.
너무 강한 믿음.
그걸 중화시켜 줄 사람으로서 도경은 한다현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옆에서 아주 오랜 기간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지 지켜본 사람이니까.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크와 함께, 이번 프로젝트 따내볼게요.”
“좋습니다. 그럼 정리가 되었으니, 두 사람은 내일부터 바로 준비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서자 도경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지금 해야 할 건 저들을 지지해 주고 밀어주는 일뿐이야.”
도경은 DC에서 들었던 충고가 떠올랐다.
‘윤 이외의 스타가 필요합니다.’
유성이 더 크기 위해선 적어도 성과를 모두에게 말할 수 있는 인원들이 몇몇 더 있어야 했다.
스테판이나 제이크도 이제 시작이었고, 마크와 한다현 또한 헤지펀드 쪽이 아닌 뮤추얼 펀드의 전문가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다현 씨도 경험이 쌓이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면 되겠고.”
그래서 이번에 마크 옆에 한다현을 붙였다.
도경은 저들이 잘해내길 바라며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피델리티와 CIAA가 운용 중인 TDF 펀드 리스트예요.”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사무실이 있는 빌딩에서 몇 블록 떨어진 4층짜리 작은 빌딩에는 팜트로피카의 사무실이 있었다.
이곳은 이제 유성인베스트먼츠의 뮤추얼펀드 팀이 위치할 사무실이 되었는데, 한다현은 지난 사흘간 자신이 수집한 자료를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나이대별로 나누어놓았구요.”
한다현이 깔끔하게 정리해 나누어 준 서류를 본 직원들은 놀라운 얼굴이었다.
사흘 동안 이걸 모두 정리했다는 건, 그녀가 얼마나 이 일에 열심이었는지를 보여주었다.
“제시카, 고생했어요.”
팜트로피카의 CEO에서 유성인베스트먼츠 뮤추얼펀드 운용팀의 디렉터가 된 마크 토마스는 한다현에게 인사를 하고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이들의 TDF를 보면 나이별로 상품을 나누어 놓았어.”
“경제적 자유를 위함이네요.”
“그렇지.”
직원의 말에 답을 한 마크는 입을 열었다.
“이들은 일종의 타겟한 나이대의 상품들을 출시해 글라이드 패스 형식을 준비하는 거야.”
글라이드 패스란 비행기가 착륙할 때 그리는 완만한 경로를 이야기했다.
즉, 타깃으로 잡은 은퇴 나이가 가까워질수록 목표 수익률이 완만하게 낮아지는 투자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을 따라가되 우리만의 무언가를 택해야 해.”
이미 조지타운 대학에는 업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회사 두 개가 들어가서 파트너로 있었다.
새롭게 파트너로 선정되어야 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파트너로 선정되었을 때 저 두 회사보다 매력적인 상품으로 교직원들의 눈길을 끌어야 했다.
“제가 한마디 해도 될까요? 아마 여기 계신 분들 중 저만 유일하게 401(k) 플랜에 가입해 보았을 것 같은데.”
가만히 있던 한다현이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고, 마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하자 입을 열었다.
“저는 잠시 업계를 떠나서 VC에서 일했었어요. 이 당시에 401(k) 플랜에 가입했었는데, 우리가 지금 논의 중인 회사의 상품이었거든요.”
모두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동료들도 그렇고 저도 TDF가 가장 좋아 보였어요. 그런데 막상 가입하려고 하니 의문이 하나 들었어요.”
“그 의문이 뭐죠?”
“글라이드 패스가 조금 천편일률적이라는 거였어요.”
그 말에 마크는 무언가 떠오를 듯한 표정이었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나이대를 타겟으로 하는 건 매우 좋았어요. 젊을수록 많은 수익률을 얻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왜 내가 투자하는 분야를 고를 수는 없었을까요?”
그리고 이어는 한다현의 말에 마크 토마스는 무언가가 머리를 꽝 하고 치는 기분이었다.
“가령 예를 들자면, 나는 TDF의 상품에 가입하고 싶으면서도, 내가 잘 아는 업계에 투자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런 게 되지 않아서 조금 답답했다고 할까요? 어쨌거나 내 돈을 맡기는 건데.”
“좋은, 매우 좋은 힌트였네요. 제시카.”
마크는 그리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 힌트 덕분에 떠오른 것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실래요?”
마크는 직원들을 향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 * *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
보름 후, 도경은 유성인베스트먼츠 사무실을 떠나, 뮤추얼펀드 팀이 있는 사무실로 왔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마크 토마스의 보고를 받기 위함이었다.
“열심히 준비했나 보지?”
지난 보름간, 마크와 한다현의 얼굴이 보기 힘들었다.
물론 한다현과는 함께 살기 때문에 아침에 출근하기 전 그녀를 봤지만, 정말 바빠 보였다.
“네, 보스께서 실망하지 않으시도록 준비해 보았습니다.”
“그럼 들어볼까?”
도경이 그리 말하자 마크는 스크린 앞에 서서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은 다른 업체들의 TDF 펀드를 분석하는 발표였는데, 확실히 업계의 선두 주자들답게 TDF의 강자였다.
촘촘하게 나이대별로 나누어진 상품에는 빈틈이 없어 보였다.
“저와 제시카 그리고 팀은, 이들의 상품을 보며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마크의 말에 집중했다.
“나이대별로 타겟으로 하는 상품들에 가입하게 되면, 과연 가입자들은 투자 상품에 대한 이해를 확실하게 했을까?”
도경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자 마크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가령, TDF 45라는 상품이 있습니다. 이건 44~46세에 해당하는 고객들이 가입하는 상품이죠. 그리고 글라이드 패스 형식으로 45세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추구합니다.”
은퇴 나이 60에 비하면 상당히 젊은 축에 속하는 나이였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은 공격적인 투자라는 건 아는데 내가 모르는 산업에 투자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상품이 고객 한 명, 한 명을 상대해 가며 그의 취향이나 이해도에 따라 투자할 수는 없었으니까.
수천,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었다.
“물론, 어디에 투자되고 있는지, 어떤 산업인지, 향후 어떨 것인지에 대한 분석 자료를 분기마다 보내주긴 합니다만, 내 돈을 맡겨놓고 그 보고서가 오기 전까지는 답답한 심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마크는 한다현을 잠깐 바라보았다가 이내 도경을 바라보았다.
“제시카도 똑같은 물음을 던졌고, 그것이 힌트가 되어 우리만의 무기를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화면에는 글자가 떴다.
[유성인베스트먼츠 TDF 45 빅테크] [유성인베스트먼츠 TDF 45 바이오] [유성인베스트먼츠 TDF 45 금융]“보스가 만약 대학교에서 바이오 테크를 전공하는 교직원이라면, 어떤 것에 투자를 하게 될까요?”
“TDF 45 바이오겠지.”
“그렇습니다. 왜? 가장 잘 아는 분야니까요. 공격적인 투자를 하더라도 어떤 산업에 혹은 어떤 사업 방향에 투자를 하는 것인지 한눈에 이해가 됩니다.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이요.”
“투자자의 편의를 생각한 투자 방식이군?”
“네. 지금까지의 상품들은 나이에만 타깃을 맞추고 최대의 수익률을 뽑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조금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흡족한 듯한 눈빛으로 마크의 말에 집중했다.
“수익률과 더불어 고객의 선호도에 맞춘 형식으로 자산 배분을 최적화함으로써, 고객에게 선택의 폭을 늘려주고 싶습니다.”
“종합 상품도 있겠지?”
“물론입니다. 저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하면서, 산업별 상품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도경은 만족스러웠다.
적어도 유성만의 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도움이 필요한 건?”
“아시다시피 산업군을 나눈 상품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 인원으로 부족합니다.”
“채용이 더 필요하다는 거군.”
“그렇습니다.”
“좋아. 바로 채용 공고 올리도록 하고, 제시카.”
“네, 보스.”
“서울, 유성투자증권에 연락해 우리 회사로 이직을 원하는 직원이 있는지 알아봐 주세요. 이 건은 류태화 대표님과 이야기된 겁니다. 파견 형식으로 받기로요.”
2년간, 미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직원들을 유학 형식으로 보내고 2년 후의 커리어는 본인이 정하는 형식이었다.
유성투자증권으로 돌아갈 것인지, 남을 것인지.
“네. 알겠습니다.”
한다현이 답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마크를 바라보았다.
“훌륭했어. 이대로 가보자고.”
도경의 말에 마크도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한 달 후에 있을 조지타운과의 만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