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8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86화(58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86화
“그래서, 나와 함께 인도에 갈 사람은 말해줘.”
며칠 후, 도경은 C 레벨로 진급한 이사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C 레벨뿐만 아니라, 제이크와 마크 토마스 등 디렉터들도 함께하고 있었다.
“인도는 조금 신기하네요.”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인도는 솔직히 제조업계에서 진출하려는 곳이 아닙니까? 그런데 제조업계가 아니라 우리 같은 헤지펀드를 초대했다는 게 신기하네요.”
“보스가 대통령의 순방에 초대받았다는 건 안 신기하고?”
김우혁이 농담하듯 묻자 스테판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얼마 전에 서울에서 투자자 포럼 열었을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어허이, 어디서 보스를 보내려고. 너는 인도 못 가겠다.”
김우혁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스테판은 남아야 합니다.”
“아…… 그럴 것 같더라.”
스테판이 아쉽다는 듯 혼잣말을 내뱉자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리스크 관리자가 시장에서 떠나서 되겠어? 특히 네 펀드가 한국에서 투자한 건 리스크 테이킹 전략이니 꼼꼼하게 살펴.”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은 위험 감수라는 뜻이었다. 흔히 ‘하이 리크스, 하이 리턴’이라고 말하는 전략의 일종이었는데,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서 높은 수익률을 보겠다는 전략이었다.
당연히 스테판은 시장을 주시해야 했다.
“네! 맡겨만 주십시오.”
“그래서 혹시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지금 손을 들어주세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과 한다현, 마크 토마스가 손을 들었다.
제이크와 김우혁은 아무래도 회사 내부에서 할 일이 많았다.
특히 제이크는 도경의 펀드를 관리 중이었다.
“마크는 은퇴 연금 플랜이 이제 출범인데 시간이 나겠어?”
“네. 팀원들이 손발을 맞춘 지 오래되기도 했고, 내부 방침을 정해두어서 제가 없더라도 잘 결정할 것 같습니다.”
마크는 지금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느낀 것인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했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세 사람은 저와 함께 갈 준비를 해주고…… 킴.”
도경은 김우혁을 호명했다.
“네, 보스.”
“저와 리가 처음으로 동시에 회사를 비웁니다. 믿고 맡겨도 되겠죠?”
“물론입니다.”
김우혁이 확답하자 도경은 손뼉을 크게 짝 하고 치고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그럼, 한 달 후에 자리를 비워야 하니 함께 가는 사람들은 그전까지 팀 관리를 해주고, 또 나에게 보고할 것이 있는 사람은 빠르게 보고할 수 있도록.”
도경의 지시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 * *
“왜 우리를 초대한 걸까?”
서울, 태산증권 대표실.
태산증권의 대표 탁인우는 대통령의 인도 순방에 동행을 제안받고는 의도를 궁금해하고 있었다.
탁인우의 물음에 기획실장은 입을 꾹 하고 다물었다.
자신도 추측이 가는 것이 없었다.
“이게 말이야. 다른 국가면 그래도 그러려니 하겠어. 우리와 금융적으로 교류가 많으니까. 그런데 인도와 우리의 금융 교류가 뭐가 있지?”
“……딱히 생각이 나는 것이 없습니다.”
기획실장의 답에 탁인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쯧’ 하고 차고는 입을 열었다.
자신도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으니 부하 직원만 탓할 일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YS에서도 생각이 있으니 우리를 불렀을 텐데, 그러면 좀 속 시원하게 알려주면 좋으련만…….”
“그런데 여의도에 떠도는 소문이 하나 있습니다.”
“소문?”
“네, 이번 순방 사절단에 윤도경 유성인베스트먼츠 대표와 강성호 KFSG 대표가 포함되었다는 소문입니다.”
“그래?”
기획실장의 말에 탁인우의 눈은 순간적으로 빛났다.
“네, 은행, 증권사, 보험사뿐만 아니라 두 대표가 명단에 포함된 연유를 모두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긴 하네. 사모펀드 대표들을 왜 초대했을까.”
탁인우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봐.”
“네?”
“연유를 알 만한 사람이 있으니 거기다가 물어봐야지.”
탁인우의 변덕에 기획실장은 늘 있었던 일인 양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갔다.
“지금 시간이…….”
시간을 확인한 탁인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익숙한 번호를 찾았다.
* * *
“확실히 많이 들어가 있네.”
한편, 도경은 퇴근 이후 서재에서 순방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특히 인도에 대한 전반을 조사해 나가고 있었다.
지이잉-
한참 자료를 살피던 도경은 휴대전화 진동 소리에 화면을 확인했는데, 화면에 뜬 발신 번호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왜인지 몰라도 상대하기가 나쁘지 않은 사람의 이름이 떠 있었다.
“대표님, 윤도경입니다.”
-윤 대표, 잘 지냈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태산증권의 대표 탁인우였는데, 마치 아무 때나 연락해도 괜찮은 친한 친구처럼 자신을 대해오는 목소리가 기분이 좋았다.
“네, 대표님께서 잘 지내셨습니까?”
-아, 나는 우리 윤 스타 덕분에, 아니, 윤 대표 덕분에 잘 지냈지. 서울 투자자 포럼 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았으련만 아쉬웠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일정이…….”
-사과를 듣자고 한 말은 아니고, 그저 아쉬웠다는 말이지. 어쨌거나 이번에 인도 순방 사절단에 초대되었다며.
도경은 정말로 여의도 바닥엔 비밀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탁인우의 귀에 그 이야기가 들어갔다면,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었다.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
“그렇습니다.”
-이유가 뭘까?
“YS에서 증권업계를 초청한 이유 말씀이십니까?”
-그래, 우리 직원들도 모르고 주변 증권사 대표들한테도 연락을 돌려보니 의중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음…….”
도경은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망설였다.
-뭐야, 경쟁자로 생각하는 거야? 물론 내가 윤 대표에게 몹쓸 짓들도 좀 했다만…….
“아! 대표님, 그런 게 아닙니다.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드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도경은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어디까지나 제 추측이라는 전제하에 들어주십시오.”
-물론이지,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뭐라도 이야기가 듣고 싶어.
“아시다시피 코비드 19 이후 인도의 경제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수화기 너머 탁인우는 도경의 말에 집중하다 못해 메모하려는 듯 펜을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구 대국에 인구 연령 분포도 굉장히 좋고요.”
-그렇지, 달에 우주선도 보냈잖아. 그것도 무인으로.
“네. 과학적으로 굉장히 올라와 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권력층에 인도계가 다수 포진되어 있습니다.”
영국의 총리도 인도계였고, 미국의 부통령 또한 인도계였다.
“많은 것들에서 인도가 앞서나간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데, 그것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1위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다른 분야?
“네, 공적개발원조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받고 있습니다.”
공적개발원조는 경제 선진국에서 상대적으로 재정 형편이 어려운 나라를 도와주는 것을 이야기했다.
후에 지원한 돈을 돌려받는 대출 형식은 유상원조라고 불렀고, 아예 돌려받지 않는 형식인 무상원조도 있었다.
-그 EDCF랑 코이카가 하는 거?
“네, 정확합니다.”
우리나라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을 통해 많은 나라에 지원하고 있었다.
전자는 유상원조를, 후자는 무상원조를 담당했다.
“특히 인도는 전 세계에서 원조받은 금액이 1,736억 달러나 됩니다. 당연히 원조받은 액수로는 1위고요.”
우리 돈으로 238조 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최근 들어서 중국이 아닌 인도로 원조가 몰리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중국에 대한 견제겠지.
“그렇습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가장 많은 원조를 받는 국가는 중국이었지만, 이제는 인도가 그 지위를 이어받았습니다. 이유는 말씀하셨듯 중국에 대한 견제 때문이고요.”
중국의 성장이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국가들은 대안으로 인도를 선택하고 있었다.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만, 그래서 왜 이번 순방에 우리 금융업계, 특히 저 같은 사모펀드이자 헤지펀드 업자를 초대하는지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도 영향력을 더 넓히고 싶다는 거 같습니다.”
-굳이? 우리를 통해서? 말했듯 민간이 아니라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되는 거 아닌가?
탁인우의 의견은 타당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
“이미 많은 자금을 투입해 선점을 한 국가가 있기 때문이겠죠.”
-어디지? 미국? 영국?
“일본입니다.”
도경의 말에 순간 계속해서 들려오던 메모하는 소리가 멈추어 섰다.
“일본은 현재 매년 30억 달러에 가까운 금액을 인도에 원조 중입니다.”
우리 돈으로 4조 원이 넘는 돈을 매년, 그것도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으로 다른 나라를 지원 중이라는 이야기였다.
“우리나라는 일본이 지원한 금액의 10%? 20%? 도 되지 않는 금액을 공적자금으로 지원했고요.”
-일본은 왜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입한 거지?”
“투입된 대부분의 돈이 교통이나 수자원, 공중보건 같은 인프라에 투입되어 있습니다.”
-완전히 인프라부터 먹어가는구나, 일본 애들 전철이나 기차가 좀 먹어주잖아.
“그렇습니다. 특히 지하철 대부분을 일본이 놔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필요하다?
도경은 자신의 의도를 완벽하게 이해한 탁인우의 물음에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공적자금은 이미 한쪽이 시장을 대부분 장악했으니, 민간자금이 한창 성장 중인 인도 기업들에 투자되면서 우리의 영향력이 늘어가길 원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결국 지갑을 열라는 말이네.
“우리로서도 매우 좋은 기회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받아들였나 보지?
“그렇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보따리를 좀 풀고 올까 싶습니다.”
-저런, 어디까지 성장하려고 그러나. 우리도 다 빼앗기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겠네.
탁인우는 농담조로 이야기해 왔다.
-조언 고마워, 인도에 간다니 나도 승낙해야겠어. 인도로 바로 합류하지?
“그렇습니다.”
-그럼 그때 보자고.
도경은 탁인우와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탁인우 대표도 조금 진심인 것 같은데…….”
어쩌면, 국가에서 지원책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이참에 많은 돈을 푸는 것이 이득이 될 수도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도경은 전화를 들어 올렸다.
“지훈 이사님, 퇴근 후에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고, 순방보다 먼저 인도에 들어가서 시장을 살피고 싶네요. 네, 네. 보름 정도 일찍 들어가죠.”
수화기 너머 이지훈에게 지시하는 도경의 얼굴에는 확신 가득한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