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8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87화(58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87화
뭄바이. 인도 경제의 수도이자 다양성이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이 도시는, 포르투갈과 영국의 식민 지배를 거쳐 수 세기 동안 금융과 상업의 중심지로 성장한 경제 수도였다.
“습하네요.”
뭄바이의 차트라 파티 시바지 국제공항을 나서자 습한 기운이 일행을 덮쳐왔다.
마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몸에 입은 옷들이 달라붙을 듯한 더위와 습함이 마이애미 기후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한국의 여름 같고 좋은데요.”
일행 중 유일하게 한다현만이 이 기후에 적응한 듯했다.
“대표님, 준비한 차량이 저기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국적인 풍경과 기후에 적응하고 있을 찰나, 비서 차선태가 다가왔고, 그의 안내를 받아 일행은 밴으로 이동했다.
“에어컨 너무 그리웠어요.”
차에 올라타자 시원한 에어컨 공기가 반겨왔는데, 마크의 말에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다들 일정표 숙지했죠?”
차가 출발하자 도경은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숙지했습니다.”
“오늘은 일단 숙소로 가 쉬고, 내일부터 나와 리는 증권가로 가고, 제시카와 마크는 스타트업을 도는 걸로.”
도경은 대통령의 순방 일정에 초대받았지만, 그 일정보다 보름 정도 앞서서 인도로 들어온 상황이었다.
“인도의 스타트업이라니 기대가 되네요.”
마크의 말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인도는 세계 2~3위의 스타트업 강국이에요.”
“그래요?”
“네, 스타트 업 인디아라는 정책이 있거든요. 제가 파악한 바로는 작년 기준으로 공식 등록된 스타트업이 5천 개가 넘었어요.”
한다현의 말에 일행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미국이 압도적인 1위이고, 영국과 인도가 2위 자리를 놓고 겨루는 형태예요.”
“무슨 정책이길래 스타트업이 그리 많습니까?”
이지훈의 물음에 도경은 흥미롭다는 듯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세제 혜택도 있고, 절차 간소화가 정말 큰 도움이 되죠. 아무래도 인도나 중국 같은 곳들은 사업을 하려면 여러 개의 도장이 필요하거든요.”
도경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가 굉장히 절차 간소화가 잘되어 있는 편이었지, 다른 나라에서는 무언가 사업을 하고 싶어도 승인이 떨어지는 데만 여러 관공서를 들락거려야 했다.
“인도의 유명 스타트업 대표가 말하기로는 자신이 처음 사업을 했을 때 고작 연구소 하나를 짓는 데 관련 기관의 도장 마흔 개가 필요했었다고 해요.”
“어우, 어지럽네요.”
마크의 말에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타트업 지원 펀드가 있는데요, SB와 구글 등이 자금 지원을 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큰 손은 SB고요.”
SB는 일본의 대기업이었는데, 본업인 통신사업보다 여러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비전펀드로 더 유명한 곳이었다.
“2016년부터 100억 달러 이상은 인도 스타트업에 투자한 걸로 알고 있어요.”
“100억 달러나요?”
우리 돈으로 13조 8천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마크가 놀랄 만도 했다.
“네. 사실 SB가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는 건 원래 스타트업의 큰손인 것도 있지만,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가 인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어요.”
한다현은 그리 말하며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시카의 말대로, 일본이라는 나라는 민과 관 모두가 인도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어. 특히 DMIC라는 큰 사업이 일본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지.”
DMIC는 델리-뭄바이 산업 회랑이라는 인프라 개발 사업이었다.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와 경제 수도인 뭄바이 간 약 1,500㎞가 넘는 구간에 고속화물철도를 개발하고, 철도가 지나가는 구간에 다수의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인도의 대표적인 인프라 개발계획이었다.
“900억 달러가 소요되는 큰 프로젝트였는데, 고속화물철도 건설을 일본에서 지원했어.”
시작부터가 일본의 제안으로 시작된 인프라 사업이었다.
“고속철도뿐만 아니라, 아까 말했던 산업단지 중 대부분이 일본 기업들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
“엄청나네요. 일본이 왜 인도에 공을 이렇게 들일까요?”
“중국의 부상이 가장 두려운 나라가 일본이니까.”
미국도 미국이었지만, 일본은 오래전부터 미국을 제친 적도 있을 만큼 경제 대국이었다.
“아시아 지역에서 지정학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일본과 중국 간의 경쟁은 아주 오래되었어. 미국에서만 산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겠지만, 나나 제시카, 지훈 그리고 운전을 하는 선태와 같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그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사람들은 체감이 심할 정도야.”
도경의 말에 마크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집중했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본이 인도에 투자를 하는 것은 경제적인 선점이 우선일 거야.”
당연히 큰돈을 투자하는 것은 다른 국가보다 경제적으로 더 많은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함일 것이다.
인도는 이미 경제 대국이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성장을 할 가능성이 있었다.
“인도의 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존재감을 높이는 건 다른 나라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더 나아가서 인도를 일본의 경제적 영향권 내로 끌어들일 수 있으니까.”
도경의 말에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부차적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중국을 대리 견제 할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거지.”
인도와 중국은 국경을 맞대고 있었다. 당연히 중국의 자본도 인도로 향하고 있었는데, 이를 견제하고 더 나아가 인도를 통해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 없이 중국을 대리 견제 할 수 있었다.
“일본이 한때 동남아 지역에 많은 공을 들였고, 지금은 그 파트너가 인도가 된 거지.”
“그럼 설마 이번에 보스를 초대한 것도…….”
도경의 말을 집중해서 듣던 마크가 완벽하게 의도를 파악했다.
“뭐 확실하게 그렇다고 이야기해 준 건 아닌데,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어깨가 좀 무거워지는데요.”
마크는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저 투자 건으로 온 줄 알았더니…… 한국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기회네요.”
“글쎄, 우리는 그냥 우리 할 일만 하면 될 것 같네. 나는 이번 기회를 그냥 구실로 삼으려고 해.”
도경은 그리 말하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마크와 같이 생각하고 오늘 이곳에 온 사람이 있다면, 그런 생각은 버리고 헤지펀드 본연의 업무를 한다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모두가 답을 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 곳곳에 고층 빌딩과 전통 시장이 어우러져 있는 다채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이곳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 *
“아이고, 정말로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틀 후, 도경과 이지훈은 뭄바이 금융 중심지인 달랄 스트리트에 있는 한 고급 카페에 나와 있었다.
오늘 만나기로 한 약속 상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코트라 뭄바이 무역관 총괄 김성중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윤도경입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경은 김성중과 명함을 주고받았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 입장에선 정말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지요.”
김성중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이지훈도 그와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회사에서 연락받고 놀랐습니다. 순방 때 맞춰서 준비 중이었는데, 미리 둘러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코트라Kotra는 기획재정부 산하의 공기업이었는데, 해외에 무역관을 두어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고, 외국인들이 국내 중소기업에 투자하도록 지원하는 일들을 하고 있었다.
“제가 좀 유별나서 그렇습니다. 조심스레 부탁을 드렸음에도 흔쾌히 승낙해 주셔서 놀랐고요.”
김성중과의 만남은 국가나 혹은 기업인으로서 공식적인 만남을 요청한 것이 아니었다.
뭄바이에 머무는 동안 인도에 관해 알려줄 사람을 건너건너 구했고, 태산증권의 대표 탁인우의 도움으로 김성중과 연결되었다.
“세계적인 투자가와 대화를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큰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그럼 인도에 관해 여쭤보시면 제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BSE를 둘러보고 오셨다고요?”
BSE는 인도증권거래소였다.
인도에는 두 개의 증권거래소가 있었는데, BSE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증권거래소로 수천 개의 기업이 상장된 시장이었다.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체계가 잘 잡혀 있어서 놀랐습니다.”
“하하하, 다들 인도 금융가를 처음 와보고 하시는 말씀이 다 그렇습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생각해 보면 금융 선진국인 영국의 오랜 식민지였는데, 금융체계가 잡히지 않은 것도 어불성설이 아니겠습니까?”
김성중의 말마따나 인도, 특히 뭄바이는 옛 이름인 봄베이 시절부터 무역항으로 지리적 요충지였다.
영국의 식민지로 오랜 기간 지내왔기 때문에 금융 또한 강국이었다.
“디지털 화폐 체계는 우리나라보다도 더 선진국일 수 있습니다.”
김성중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한국에 있을 때 인도의 핀테크 기업에 투자를 해본 터라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것은 이곳 뭄바이에도 일본 자금이 많이 들어와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뭄바이에는 많은 스타트업이 있습니다만, 이곳에 투자하는 금융기업 중 제일 큰 곳이 일본 업체입니다.”
“SB겠군요.”
도경의 말에 김성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적자금도 굉장히 많이 들어온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일본에 굉장히 호의적이겠습니다.”
“사실…… 제 생각에는 인도는 해외 원조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반기지 않는다고요?”
도경은 흥미롭다는 듯 되물었다.
“반기지 않는다는 건 너무 나간 것 같긴 하네요. 주면 고마운데, 우리가 먼저 달라고는 안 할 거다. 이런 마인드라고 할까요?”
김성중은 도경과 이지훈을 번갈아 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인도는 사실 달러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달러라는 건…….”
“기본적으로 돈이 많거든요. 해외에서 일하는 인도인들이 달러를 굉장히 많이 인도 국내로 송금합니다. 제가 알기론 1,2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원조액이…….”
“연간 100억 달러도 채 되지 않습니다. 인도가 해외 기업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인건비지요.”
“네. 그리고 해외에도 수많은 인도 국적의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얼마 전 열린 카타르 월드컵의 경기장들은 다 인도인들이 지었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김성중의 말을 종합해 보자면, 해외에서 일을 하는 인도 국민들이 보내는 달러 덕분에 인도는 달러가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인도 특유의 자강론이 조금 있습니다. 마하마트 간디가 주창한 스와데시인데요.”
“들어봤습니다. 자립 경제 시스템을 이야기하죠?”
“그렇습니다. 현 정부도 슬로건이 Make In India일 정도로 외국으로부터 수입을 줄이고 가급적 인도에서 직접 생산하겠다는 기조라…….”
“흥미롭네요.”
도경은 진심으로 흥미로웠다.
“일례로, 인도 정부가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서 영국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아닌, 프랑스의 라팔을 택했을 때 영국 정치계에서는 인도가 우리를 무시했는데 원조를 할 필요가 있겠냐고 강짜를 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당시 인도 총리는 단 한마디 했습니다.”
김성중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영국의 원조를 받지 않겠다고요.”
“원조가 끊겼나요?”
이지훈이 궁금하다는 듯 묻자 김성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그럴 리가요. 영국으로서도 인도는 중요한 파트너니까요. 줄긴 줄었어도 끊지는 못했습니다.”
“국가 대 국가 원조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민간기업도 같은 풍조입니까?”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해외에서 돈을 싸 들고 와서 인도에 투자하겠다고 해도, 규제로 꽁꽁 틀어막아 놓은 부분이 많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외국인은 인도 주식시장에 투자를 하는 것도 힘들었으니까.
“그렇지 않아도 그것과 관련해 이야기를 드릴 게 있습니다.”
김성중의 말에 도경은 양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저도 건너 소문으로 들은 터라…… 상당히 조심스러운데요.”
“무엇이든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최근 일본 기업들이 관을 등에 업고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려는 곳이 있습니다.”
“어딥니까?”
“자동차 쪽입니다.”
“자동차라…….”
“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최근 들어 일본의 JETRO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JETRO는 일본의 수출진흥기관이었다. 코트라가 벤치마킹한 곳이기도 했다.
김성중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도경은 무언가 떠오른 것이 있는 듯 미소를 지었다.
“힌트 감사드립니다. 충분히 도움 되었습니다.”
“뭔가 떠오르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확신은 없습니다만, 확인해 봐야겠죠.”
그 말에 김성중은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았는데, 확신은 없다고 말하는 도경의 얼굴에는 일종의 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확인해 본 이후, 맞다면 김 총괄님께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아이고,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하하하, 오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도경은 김성중과 악수를 하고 작별 인사를 마치고는 카페 밖으로 나왔다.
“떠오르시는 게 있으십니까?”
밖으로 나오자 자리에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이지훈이 물었다.
“네. 바로 숙소로 돌아가서 회의부터 한번 해보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궁금하니까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앞장서서 걸었고, 이지훈은 도경을 따라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