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8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88화(58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88화
“어떻게, 얻으신 건 좀 있으십니까?”
그날 오후, 코트라의 무역관 김성중을 만나고 숙소로 돌아온 도경과 이지훈은 다른 곳을 돌아보고 온 마크, 한다현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난 있는데, 그쪽은 어때?”
도경의 물음에 마크는 한다현을 바라보았고, 한다현은 도경을 향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세쿼이아 뭄바이 지사의 소개를 통해 여러 스타트업을 돌았는데, 우리를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았어요.”
도경은 얼핏 짐작이 갔다.
“이미 많은 돈을 투자받고 있군요?”
“네, 맞아요. 우리가 들어갈 틈이 없다고 느낀 것이, 그들의 입장에서는 돈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아 보였어요.”
모두가 한다현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의 거대 빅테크들의 업무를 따와서 하고 있는 스타트업들도 많았고, 인도 내에서 두각을 보이는 스타트업의 경우는 해외의 돈이 많이 들어와 있었어요. 일례로, 저희가 간 스타트업 중 하나는 투자받겠다고 공지하자마자 1,500만 달러를 투자받았어요.”
“돈을 싸 들고 와서 줄을 서 있다는 말이네요.”
도경의 말에 자리에 있는 모두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나와 리는 BSE(인도증권거래소)를 방문하고, 코트라의 무역관을 만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어.”
“공적자금 쪽은 어떻던가요?”
“이쪽도 마찬가지지. 매년 세계 각국에서 원조를 하고 있고, 중요한 건 인도는 그 원조에 대해 주면 고맙지만, 안 줘도 상관없다는 마인드라고 하더라고.”
“사실 개발도상국에 묶이기도 뭐하고…… 돈이 필요한 체급의 나라가 아니긴 하죠.”
마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어쨌거나, 이 문제는 우리가 알아야 할 그들의 기본적 마인드라는 거고, 우리는 돈을 벌러 왔으니, 그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해.”
워낙 좋지 않은 시그널들만 잔뜩 들은 후라 그런지 일행들은 도경의 말에 기대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최근 일본의 JETRO(일본무역진흥기구)에서 나서서 인도의 자동차 산업과 일본 자동차 회사들을 연결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하더라고.”
“자동차 산업이요?”
한다현이 되묻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일본의 자동차 제조기업들이 왜 굳이 인도의 자동차 회사들과 협업을 하려고 하는지, 생각을 해봤어. 사실 인도는 자동차보다는 오토바이가 더 잘 팔리는 나라기도 하니까.”
“그렇죠. 이곳에 와서 정말 오토바이는 징그럽게 본 것 같네요.”
“코트라 무역관이 저 말을 하자마자 딱 떠오르는 그림이 하나 있더라고.”
도경은 기억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2015년 12월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
도경의 말에 모두가 기억을 떠올리려는 듯했지만, 딱히 말하는 사람이 없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파리기후협정이 있었어.”
“아!”
파리기후협정은 지구온난화에 대비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섭씨 2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짜여진 협정이었다.
“그 협정에서 오늘 이야기할 부분이 있었어. 바로 재정지원이야.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돈과 기술을 지원한다는 거지.”
“인도와 일본이 그것으로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요?”
“맞아, 2023년에 일본과 인도는 JCM이라는 협정을 맺었어. Joint Crediting Mechanism이라고 하는데 이름을 들으면 뭔가 감이 오지 않아?”
“탄소 크레딧과 관련된 걸까요?”
“맞아. 일본이 오래전, 그러니까 파리기후협정이 있기 전부터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과 맺어왔던 사업이었는데, 인도까지 확대한 거지.”
도경은 모두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JCM에 관한 설명을 좀 하자면, 일본 정부가 개발도상국에 원조해서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산업을 지어주는 거야. 조금 전 말했듯 베트남, 태국과 같은 동남아 국가들과 이번에 포함된 인도까지 총 16개국이 포함되어 있어.”
일본의 국외 원조 방식 중 하나였다.
“그리고 JCM에 포함된 국가에는 일본의 기업들이 연이어 진출하기 시작했지. 예를 하나 들어볼까? 히우치 알지?”
“워낙 하는 일이 많은 기업 아닙니까?”
“맞아. 히우치는 가전제품부터 고속철도까지 안 하는 게 없지. 히우치가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에 자신들의 기술로 만든 고효율 인버터를 넘겼어. 제조 기술이랑 제품을 모두 넘겼지.”
“제조 기술까지요?”
한다현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히우치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탄소 크레딧이겠네요.”
한다현이 정답을 말하자 도경은 손가락을 튕기고는 입을 열었다.
“히우치의 모터와 인버터의 주요 고객은 유럽과 일본이야. 특히 유럽의 에어컨 업체들이 주요 고객이지. 그리고 유럽은.”
“탄소에 대한 제한이 아주 강하죠.”
“맞아. 히우치도 에어컨 냉장고와 에어컨 사업을 하고 있지.”
유럽연합의 탄소 배출량 규제는 강해도 너무 강했다.
한때 테슬라가 만드는 차량이 없음에도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였는데, 유럽에 수출하는 자동차 업체에 탄소배출권을 팔아 낸 수익이었다.
탄소배출권이란, 기업이나 사람들이 정해진 양만큼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게 하는 허가증이었다.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최대 한도를 정하고, 그 안에서 기업들이 필요한 만큼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게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환경을 보호하면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주는 것이었다.
에어컨과 냉장고에 사용되는 냉매는 탄소 배출이 많았는데, 정해진 만큼의 탄소 배출량을 어길 때는 벌금과 다른 제재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기업들은 탄소배출권을 거래하기도 했다.
“히우치는 이렇게 제공하고, 대가로 해당 국가의 탄소배출권을 받았어.”
“똑똑한데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크가 입을 열었다.
“어차피 동남아 시장에 기술을 줘도 그들은 자국에서 사용할 물건을 만들 뿐이잖아요.”
“그렇지.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해당 국가의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찾지도 않고 말이야.”
“그러니 제조 기술을 주고, 더 나아가서 생산기지로 삼으면 되겠네요.”
“더불어 탄소배출권도 받고.”
도경과 마크가 주고받은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방식으로 일본은 자국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을 늘려왔어.”
“인도의 자동차 기업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방향이겠네요.”
“정확해.”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인도도 이번 정부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전기 오토바이 도입과 전기 자동차 도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하지만, 인도 내에서는 이제 태동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기술이 필요했지.”
“일본 기업들이 진출하겠네요.”
“맞아. 일본 정부가 돈을 대고, 일본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전기 오토바이와 자동차에 대한 기술을 전수하기 시작할 거야.”
도경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심각해져 갔다.
“일본이 왜 이 일에 공을 들이는지 감이 오는 사람?”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전동화가 늦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이지훈이 답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일본의 대표 자동차 회사인 TMC는 전기차가 늦다는 평가를 받으며 하이브리드 시장에 많은 걸 투자하고 있지.”
“그렇죠. 특히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경쟁력이 있고요.”
“하지만, 아예 전기차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니 인도 자동차 회사와 합작회사를 만들어서 이곳에서 연구개발을 할 수 있어.”
“여전히 주력 상품은 하이브리드 자동차겠고요.”
“그렇지. 결국 휘발유나 경유로 가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함께 탑재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특성상 유럽과 미국의 탄소 규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아예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완전 내연기관 자동차보다는 탄소 규제의 영향이 덜하겠지만, 전기차에 비하면 높은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일본의 경우는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켜 가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일 필요가 없어. 왜?”
“앞서 말한 국가들에서 탄소배출권을 가져다 쓰면 되니까요.”
“정확해. 인도에서 전기차와 전기 오토바이가 생산되면 당연히 인도는 탄소가 감축되겠지. 그럼 남은 만큼의 양은 일본이 가져다 쓰는 개념인 거지.”
“아마 한국의 정부에서도 그 부분을 인지하고, 이번에 우리를 포함한 게 아닐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관에서도 나서겠지만, 우리 같은 민간 차원에서 나서서 무언가 활로를 뚫어보라는 거겠지.”
하지만, 도경의 말을 들을수록 이들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일본이 아주 오래전부터 선점한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일에 나는 일본 자동차 기업들과 경쟁을 좀 할까 해.”
“우리가요? 우리 같은 헤지펀드가 말입니까?”
그 말에 마크가 놀란 표정으로 묻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헤지펀드이긴 해도, 한국 대기업의 계열사거든.”
“설마…….”
도경은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제시카, TO가 이번 순방 사절단 명단에 포함되어 있던데요.”
“네, 회장님께서는 늘 해외 순방에 동행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TO를 상대로 브리핑을 하나 해야겠는데, 시간을 마련해 주겠습니까?”
“서울에 연락해보겠습니다.”
한다현이 그리 답하자 도경은 손뼉을 짝 치고는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인도의 전기차 시장에 대한 모든 조사를 시작하자고, 보름 안에 PT 자료가 나와야 해.”
도경은 그리 말하며 노트북을 펼쳤고, 다른 사람들도 도경을 믿는 듯 재빠르게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 * *
“우리가 인도에 가면 얻을 게 있나?”
한편, 서울.
유성그룹의 회장 한태오는 계열사의 사장단을 모아놓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물음에 아무 대표도 입을 열지 않자 한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우리 사업은 인도에서 얻을 게 없지.”
“그나마 반도체가 조금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겠어? 인도 거의 모든 기업이 미래전자의 고객사들인데.”
“그래도 저희 반도체가 이번에 HBM(고연산) 반도체에서는 미래보다 앞서고 있으니 한번 비벼볼 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좋아, 그럼 장 대표.”
“네, 회장님.”
“반도체는 이번 순방에 실무진 투입할 준비해.”
반도체의 사장은 한태오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네,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계열사마다 인도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부분은 보고서 작성해서 올려. 그래도 VIP가 우리를 초대해 줬는데, 빈손으로 가기도 뭐하니까.”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창 그렇게 회의가 지속되고 있을 때, 비서실장 김승구가 급한 얼굴로 한태오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소식을 전했다.
“……누가?”
“윤도경 대표입니다.”
“왜?”
“브리핑을 드릴 것이 있다고 합니다. 순방 때 배터리 실무진과 동행을 요청했습니다.”
“인도에서 브리핑을 하겠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김승구의 보고에 한태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장단 중 한 인물을 바라보았다.
“배터리 김성민 대표.”
“예, 회장님.”
“인도 같이 가지.”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회의 여기까지 하고 내가 당부한 것 다들 잊지 마.”
한태오는 무언가 급한 일이 있는 듯 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섰다.
“윤도경이가 왜?”
“잘 모르겠습니다만, 배터리와 관련된 보고를 드릴 게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 윤도경이가 그렇게 말했으면 무언가 있겠지. 기획실에 연락해서 우리 배터리 사업 현황이랑, 인도 전기차 관련 동향 보고 올리라고 해.”
비서실장 김승구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한태오는 기대감 넘치는 얼굴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