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8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89화(58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89화
“배터리로 일본 기업과 싸우시려고 하는 거예요?”
그날 저녁.
이지훈과 마크 토마스가 쉬러 방으로 향한 이후, 도경과 한다현은 여전히 남아 자료를 정리 중이었다.
한참 노트북 모니터를 보며 집중하던 도경은 들려온 목소리에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네.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건 배터리 기술뿐이니까요.”
“확실히 일본은 전동화가 늦죠…….”
“사실 전동화가 늦다고 하기보다는 ‘굳이 빠르게 따라갈 필요가 있나?’인 거죠. 하이브리드 차량 기술이 다른 회사들보다 앞서니까요.”
하이브리드 차량은 휘발유로 구동되는 엔진으로 작동한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아는 자동차와 같았는데, 한 가지 다른 것은 내연 기관을 보조하는 전기 모터가 함께 탑재된 차량이었다.
가속 시나 혹은 저속 주행 시 배터리에서 동력을 받아 움직이는 전기 자동차 시스템도 있었다.
이때 배터리는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나오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여 충전되는 시스템이었다.
“이 시장에서 TMC와 같은 기업이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세계 1위이고, 자동차 판매량도 그럴진대 굳이 하이브리드를 포기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걸 보조하는 것이 일본의 국가적인 원조고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일본은 그렇다는 거고, 우리는 우리 방식으로 돈을 벌고, 더불어 우리를 초대한 당국의 걱정을 덜어줄 겁니다.”
“그게 유성배터리를 이용하는 건가요?”
“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유성배터리 입장에서도 인도라는 거대한 시장에 진출하려면, 당국과 더불어 재정적인 지원을 할 곳이 필요하니까요.”
“그렇다면, 재정적인 지원을 우리가 담당한다는 말씀이신 거죠?”
“네. FI로 기능해서, 돈을 벌어볼까 싶습니다.”
FI는 Financial Investor로 재무적 투자자라는 이야기였다.
기업에 돈만을 투자하고, 경영에 개입하지 않았다.
오직 투자 이후 재무적 이득만 보는 투자가였다.
“SI를 하기엔 우리가 아는 게 없으니까요.”
반면, SI는 Strategic Investor로 전략적 투자자라는 뜻이었는데, 돈을 투자함과 동시에 경영에 깊은 관여를 했다.
대부분 대기업이 자신들이 필요한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이런 부분이었다.
“두 가지 관점에서 보죠.”
도경은 한다현을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갔다.
“인도의 경우는 앞서 말했듯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하고 있어요.”
실제로 인도는 신재생 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다.
태양광, 풍력, 수력 발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고, 특히 태양광의 경우는 인도가 태양광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가 될 수 있도록 산업 개발에도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EV(전기차) 보급에 어마어마한 재원을 투입 중이고요.”
“확실히 매연이 장난 아니더라구요.”
한다현은 지난 며칠 인도를 돌아다니며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트럭들과 오토바이들이 뿜어내는 검은 연기들 때문에 힘들었어요.”
“네, 그것 때문에 인도 정부에서도 많은 자금을 투입 중이고, 이걸 FAME 인도 계획이라고 해요.”
“들어본 것 같아요. 2030년까지 신차의 30%를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요.”
“맞아요. 그래서 많은 보조금도 나가고 있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개발 중이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 오토바이에 보조금을 주고 해당 사업을 하는 기업에도 많은 돈을 투자하는 사업이었다.
“저는 저 계획에 유성이 끼어들 틈이 보이거든요.”
“전기차 육성 계획이니, 배터리가 필요하긴 하겠네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조금 전에 말씀하시기로는 일본은 기술이전을 토대로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한다현은 심각한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 유성은 기술을 줄 수가 없어요. 그건 유성의 미래 먹거리니까요.”
“굳이 기술을 주지 않아도 됩니다.”
“네?”
“일단 자료조사부터 할까요? 브리핑 자료를 준비하다 보면 답이 나올 겁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한다현은 의아한 눈빛으로 도경을 바라보다 이내 피식 웃었다.
“그래요. 도경 씨라면 다 생각이 있겠죠.”
* * *
“유성의 체어맨을 뵙는다니 설레서 미치겠습니다.”
일주일 후, 일행은 뭄바이를 떠나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에 와 있었다.
대통령의 순방 일정을 일주일 앞두고 있었는데, 도경의 요청을 받은 유성그룹의 순방단은 일주일 일찍 도착했다.
“마크,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이제는 한태오를 만나는 것이 익숙해진 이지훈이 그리 말하자 마크 토마스는 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발표를 준비하며 입을 열었다.
“제가 만나본 사람 중 돈이 제일 많은 사람이거든요.”
“뭐?”
“그리고 또 한 세계관을 이룬 사람 아닙니까? 그런 사람을 만나는데 어떻게 긴장하지 않겠어요.”
마크의 말에 도경을 포함한 일행들은 피식하고 웃었다.
“사인이라도 받아야 할까 봅니…….”
“회장님 오십니다.”
그렇게 떠들며 발표를 준비하고 있을 때, 미팅룸의 문이 열리며 한태오와 순방단이 들어섰다.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윤 대표, 오랜만이야.”
“두 달 전에 뵙지 않았습니까?”
“아하하하, 이 친구야. 두 달이면 아주 못 만난 거야. 매일같이 옆에 두고 묻고 싶은 걸 꾹 참는 거라고.”
한태오와 도경이 인사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유성그룹의 순방단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태오 앞에서 저렇게 여유 넘치게 말하는 사람도 처음이었다. 또, 회장 한태오도 평소에 보지 못한 표정과 말투였다.
자신의 아들들을 대할 때도 저런 미소 가득한 얼굴을 한 적은 없었다.
“편하게 오실 수도 있었는데, 제가 먼저 오시게 해서 불편할 따름입니다.”
“아니야, 오히려 대통령 전용기 타는 게 더 불편해. 거기 타면 재벌 회장들도 일반석에 타거든.”
“그렇습니까?”
“덕분에 핑계 잘 둘러대고 왔어. 그럼, 발표 기대해도 되겠나?”
“네,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이쪽은 이번에 저를 도와 준비해 준 동료들입니다.”
도경이 소개하자 한태오는 팀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는데, 한다현과는 부모와 자식 간의 눈빛을 교환했고, 몇 번 만난 이지훈과도 반갑게 인사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군?”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유성인베스트먼츠에 합류한 마크 토마스입니다.”
“하하하,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요.”
잔뜩 긴장한 표정의 마크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는 한태오는 자리에 앉았고, 심호흡을 한 도경이 손짓하자 커다란 화면에는 준비한 PT 자료가 떴다.
“오늘 이렇게 회장님과 더불어 여러분들을 모시고 이야기해 볼 주제는 유성배터리의 인도 시장 진출입니다.”
도경의 말에 순방단의 표정이 흥미로움으로 변했다.
“먼저 유성배터리의 연간 생산량은 88.7GWh입니다. 현재 새만금과 더불어 여러 곳에서 건설 중인 공장들이 완성된다면 220GWh의 생산량을 확보하고요.”
연간 220GWh의 배터리 생산량은 약 전기차 280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양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유성배터리가 현재 맺어둔 계약을 소화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수준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즉 이차전지 사업의 경우는 향후 몇 년간의 배터리 주문을 미리 받았다.
유성배터리가 많은 공장을 짓고 있는 이유도, 향후 10년간 납품 계약을 맺어둔 것을 소화하기 위함이었다.
전기차 산업이 불황이 찾아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이차전지 수주 물량은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었다.
“저는 이 방법을 타개하고 더불어 유성배터리가 미국 시장뿐만이 아닌,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기지로 이곳 인도가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현재 인도는 FAME 인도 계획에 따라, 전기차 산업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화면에는 도경의 말을 보충해 주는 자료들이 떴다.
“특히 정부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해외 기업들의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 시장을 현재 일본이 파고들고 있고요.”
“일본이?”
“네, 그렇습니다.”
한태오의 물음에 도경은 화면에 자료를 띄웠다.
“자료를 보시면, 현재 일본의 오토바이 업체들은 이미 전기 오토바이로 인도 시장에 진출했고, 다음은 자동차 회사들이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TMC와 같은 회사겠군.”
“네, 아마도 TMC는 자사 소유의 저가형 브랜드를 기반으로 인도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들은 완성차 기술을 전수해 줄 수 있는 업체인데, 우리는 겨우 배터리야. 저 시장에 우리가 들어간다는 건, 상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데.”
“저는 오히려 인도에서 유성배터리를 더 반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더 반긴다?”
“자료 보시겠습니다.”
[MAKE IN INDIA]“메이크 인 인디아는 인도 정부의 슬로건입니다. 적어도 인도에서 사용할 것은 인도 내부에서 만들겠다는 말입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집중하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 기업들이 인도에 진출하는 방식은 대부분 기술이전을 해주는 대가로, 탄소 배출권을 받아가는 형식입니다만, 전기차는 다를 겁니다.”
“다르다.”
“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은 함부로 이전해 줄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도경은 한태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제 막 태동하는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장에서는 작은 기술 차이로도 선점을 할 수 있는 시장입니다. 그런데 이제 막 태동하는 산업의 기술을 타인에게 함부로 이전해 줄 수도 없는 일입니다. 더불어 기술이전의 성격도 그렇습니다.”
[기술이전의 함정]“보통 기술이전은 몇몇 기술만 전수해 주고, 핵심 기술 부품은 자국에서 개발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도경의 말대로 대다수의 기술이전이 그랬다.
“조금 전, 말씀드렸듯 인도는 자국에서 모든 것이 생산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인도 현 정권의 슬로건은 단순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해외 기업들에게 자국에서 모든 것을 생산하라 요구해 왔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진출은 여러 산적한 규제를 뚫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자? 우리도 배터리 기술을 이전해 줄 수는 없어.”
“이전해 줄 필요가 없습니다.”
“뭐라고?”
“유성배터리는 그저 자동차의 부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화면을 넘겼다.
[비랏 모터스]“인도의 점유율 2위 자동차 업체입니다. 물론 인도는 1위가 시장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1위 기업과 다른 시장을 파고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개발]“비랏 모터스는 현재,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전기차 생산 공장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에 탑재될 배터리를 찾는 데 고생하고 있습니다.”
“왜인가?”
“그들이 1위 업체와 경쟁을 위해서는 전기차 가격도 저렴해야 할진대, 배터리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국의 저가형 배터리들이 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인도 정부에서 반기지 않겠지.”
“그렇습니다.”
인도 정부는 중국 제품의 수입을 꺼리고 있었다.
“유성배터리도 아시아 시장의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선 인도 시장이 필요합니다. 비랏 모터스는 배터리가 필요하고요.”
[합작사 추진]“저는 유성배터리가 비랏모터스에 접촉해 인도 현지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인도 생산 공장은 단순 비랏 모터스 물량을 소화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태국과 베트남 같은 동남아 시장에도 진출하기 편한 생산기지가 되어줄 겁니다.”
“김 대표.”
“네, 회장님.”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유성배터리의 대표 김성민을 불렀다.
“어때?”
“좋아 보입니다. 인도 시장에 진출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방향으로든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김성민이 잠시 뜸을 들이자 한태오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인 아니야. 계열사니까 말해도 괜찮아.”
“……현재 회사에 쓸 수 있는 현금이 많이 없습니다.”
현재 유성배터리가 느끼는 가장 뼈 아픈 부분이었다.
“전기차 시장의 불황으로 신규 수주가 들어오지 않고 있고, 이전에 수주받은 금액들은 모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는 데 투입되어 있습니다.”
“많이 심각하나?”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만, 현상 유지를 하려면 추가 지출은…….”
김성민의 말에 한태오의 표정도 심각해져 갔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투자하겠습니다.”
“뭐라고?”
“저희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만약 인도에 유성배터리와 현지 자동차 회사 간의 합작사가 만들어진다면, 공장 건설에 필요한 돈을 투자하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놀란 얼굴이었다.
한태오도 놀란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다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입을 열었다.
“투자라는 건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도 이득이 되어야 하는데, 생산이 본 궤도로 올라오려면 한참 걸릴 텐데. 가능하겠나?”
“대신 저희에게도 한 가지 사업권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업권?”
한태오가 묻자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탄소 배출권 거래 중개를 저희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하도록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