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59화(5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9화
도경은 자신의 꿈을 정했던 그 날부터 미래에 대한 꿈을 꾸곤 했다.
정말 세계적인 펀드매니저가 되어 다리를 꼰 채로 앉아 언론과 인터뷰를 하던 모습, 자신이 산 주식을 모두가 따라 사는 모습부터 어떨 때는 자신이 이끌던 펀드가 망해 모두의 손가락질을 받게 되는 악몽까지.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긴 꿈이었지만, 도경은 늘 그렇게 되기를 바라왔다. 남들은 자신의 꿈을 비웃더라도 도경은 늘 진심이었다.
현실의 벽이 높아 상황이 여의찮을 때도 그 꿈의 끝자락이라도 잡기 위해 버티고 버텨왔다.
“오래들 기다렸어?”
유성투자증권 본사 WM본부장실.
부사장 심주원은 방으로 들어오며 자신을 바라보고 서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인사를 했다.
“아닙니다. 조금 전에 왔습니다.”
“미안하다. 회의가 좀 길어졌네.”
심주원은 재킷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놓고는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윤도경! 오랜만이다.”
긴장되는 표정으로 서 있던 도경은 자신을 향해 내밀어오는 심주원의 손을 맞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부사장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도경의 인사에 심주원은 미소를 지으며 다른 한 손으로 맞잡은 도경의 손을 두드려 주었다.
“손에 땀을 흘리는 걸 보니 긴장했나 본데?”
심주원이 웃으며 손을 놓아주자 도경은 당황한 표정으로 바지춤에 손을 연신 닦았다.
“앉자. 둘 다 뭣 좀 마셔야지.”
“아닙니다. 오면서 도경 씨와 커피 마시고 왔습니다.”
도경의 맞은편에 앉은 류태화가 그리 답하자 심주원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래? 서운하게 말이야. 다음부터는 그냥 와. 같이 커피라도 한잔해야지. 삭막해서 되겠어?”
심주원의 말에 도경과 류태화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회의 때 많이 드셨을 것 같아서요.”
“하하하, 태화 너는 나를 너무 잘 알아. 그렇지 않아도 좀 부담스러웠는데 다행이네.”
심주원은 도경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이런저런 농담을 하다 도경을 바라보았다.
“윤도경.”
“예, 부사장님.”
“어때?”
앞뒤 다 잘라먹고 물어오는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가 환하게 웃었다.
“좋습니다.”
“1년 됐나? 네가 모의투자대회에서 우승한 게.”
“1년 반쯤 지났습니다.”
“벌써 그렇게 시간이 됐나……. 아직도 펀드매니저가 꿈이라던 네가 눈앞에 훤한데 말이야.”
심주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요즘 업계에 네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어. 성남지점에 수익률이 뛰어난 PB가 있다고.”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의아함을 느꼈다. 업계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린다니.
물론 유튜브 채널에 나가 조현석과의 싸움 아닌 싸움 이후에 자신을 아는 사람이 늘긴 했다.
하지만, 심주원이 말한 것과는 다른 얘기였다.
그렇다면 누가 연락해 오거나 아니면 주변에서 얘기해 줄 법도 한데 도경은 처음 들은 얘기였기 때문이다.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인데.”
“……네. 그렇습니다.”
“네가 몸담은 곳이 주식판이란 거 잊었어? 소문은 빨라. 지금은 몇몇 사람들이 얘기한다고 해도, 나중엔 네 이름이 여기저기 소문이 날 테니까.”
주식판은 수익률에 민감한 곳이었다. PB가 된 이후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도경의 이름이 금방 퍼져 나갈 것이다.
“우리 회사는 실력이 뛰어난 PB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건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일 테고.”
증권사 간의 경쟁은 치열했다. 밖으로 보이지 않아도 뛰어난 인력을 확보하는 전쟁은 언제나 치열했고, 최근 들어 모든 증권사가 개인자산관리 서비스로 눈을 돌리며 더더욱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내부 데이터를 모두 얘기할 수 없지만, 지난 1년간의 수익을 금액이 아닌 퍼센티지로만 따졌을 때 윤도경 너는 쟁쟁한 PB들보다 더 뛰어난 수익률을 보여주었다.”
심주원의 말에 류태화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남들에게는 인생에 단 한 번 오기도 힘들다는 두 배 수익을 밥 먹듯이 올린 게 눈앞에 앉아 긴장하고 있는 자신의 팀원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덕분에 성남지점은 올 상반기 수익률 1위다.”
심주원의 말에 도경과 류태화가 동시에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나중에 발표될 거 미리 알려주는 거야. 류 지점장 너도 고생 많았다.”
“감사합니다.”
“내가 더 고맙지. 어쨌든 이야기를 이어나가자면, 곧 윤도경 너에게 헤드헌팅이 들어오기 시작할 거야.”
경쟁이 치열한 이때 엄청난 수익률을 보인 PB는 머지않아 모든 증권사의 눈에 띄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실력이 뛰어난 직원을 지키기 위해 너를 리더스 센터로 보내는 거야.”
“감사합니다.”
“감사할 필요가 있나? 그냥 네 실력이 뛰어나서 그런 것뿐인데.”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잠시 생각하다 입술을 뗐다.
“제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두가 다 알아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복 받은 것 같습니다. 좋은 회사, 좋은 상사를 만난 것 같아서요.”
열심히 해도, 성과를 내더라도 그저 회사를 굴러가게 만드는 하나의 부품 취급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도경은 알고 있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능력을 인정해 주고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회사에 할 얘기는 이 말밖에는 없다고 생각한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것 참, 상을 준 사람도 뿌듯하게 만들어주는 재주가 있네. 두 사람 오늘 약속 있나?”
심주원의 물음에 도경은 류태화를 바라보았다.
“저는 없습니다. 도경 씨는?”
“저도 없습니다.”
“좋아. 그럼 같이 나가지. 밥이라도 한 끼 하고 복귀해.”
심주원은 두 사람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결정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챙겨 입고는 먼저 나섰고, 류태화는 피식 웃으며 도경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갈까요?”
* * *
“이거야 이거.”
도경은 주말을 맞아 강남에 있는 한 자동차 판매장으로 나와 있었다. 이런 곳은 처음이라 최우진과 함께 왔는데 매장 한편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준비된 카탈로그를 보고 있었다.
“잘 봐.”
최우진은 카탈로그를 도경의 앞으로 내어주고는 입을 열었다.
“국산 차? 좋아. 요즘은 국산이 세계 3위 브랜드인데. 너무 좋지. 그런데 말이야.”
카탈로그를 읽던 도경은 최우진을 바라보며 그의 말에 집중했다.
“요즘 젊은 우리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고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럼요?”
“내가 도경 씨를 이 매장에 데려온 이유를 보면 뻔하지. 여기가 마지노선이야.”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매장을 둘러보았다. 평소 차에 관심이 없던 도경도 눈이 돌아갈 정도로 고급스러워 보이는 세단부터 스포츠카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수입차 매장이라더니 정말 화려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는 영업직이야. 그리고 리더스 지점의 PB면 상대하는 고객들이 전부 고액 자산가고. 고액 자산가들은 여러 가지로 사람을 평가해. 뭐 실적은 당연한 거고, 당연히 외적인 모습도 들어간다 이거지.”
도경은 이해 못 할 말들을 해오는 최우진을 바라보며 그의 말에 집중했다.
“외모야 합격. 잘생겼어. 입고 있는 옷? 당연히 백화점에서 명품을 샀으니 합격. 그럼 남은 건 뭐겠어?”
“차인가요?”
“빙고. 내가 도경 씨가 차를 사야겠다고 했을 때 여기 데려온 이유도 그거야. 사람의 인식이 거기서 거기 거든. 외부에서 PB랑 약속을 잡았는데 국산 세단 타고 와봐. 무슨 생각이 들겠어?”
“에이, 차에 그렇게 신경을 쓸까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참 답답하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신경 쓰지. 차를 생존에 필요해서 타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의 성공을 보여주는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고액 자산가는 대부분이 그런 축에 끼고.”
“음…….”
도경은 이해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물론 도경 씨의 말처럼 신경 안 쓰는 사람도 있어. 상대가 무슨 차를 타든 무슨 상관이냐 하는 사람들은 도경 씨가 수입차를 타고 나와도 신경 안 쓸 사람들이니 고려하지 말고. 고려해야 할 건 누구다?”
“신경 쓰는 고객요?”
“그렇지. 어느 정도 저런 차 타고 다니는 거 보니까 실적이 있어 돈을 좀 버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고 얘기를 나누는 건 태도 자체가 달라질 테니까.”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최우진이 자신에게 굳이 수입차를 추천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도경은 그저 리더스 지점으로 옮기면 외부 미팅이 많아질 것 같아 차를 사려고 한 것인데 영업직 사원으로서 차도 일종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최우진의 말이 틀린 것 같지는 않았다.
“같은 급에서는 어차피 가격 차이도 많이 안 나니까. 그냥 보여주기 위한 차라고 생각해.”
“네, 알겠습니다.”
“그럼 골라봐.”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다시 카탈로그를 보기 시작했다.
“이게 우진 대리님 차죠?”
“어. 맞아.”
두 사람은 카탈로그를 보며 이런저런 의견을 주고받았고, 선택이 끝나자 계약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계약하시더라도…… 인수는 한 7개월 걸릴 것 같습니다.”
“아…… 아직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게 되는 건 아닌가 봐요?”
최우진의 물음에 직원은 의외라는 듯 살짝 놀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아, 저희가 증권사에서 일해서 이런 정보를 좀 잘 알고 있거든요.”
“아, 그러시군요. 어쩐지 제가 모신 고객 중에 유일하게 반도체 문제를 물어오시는 분이었습니다.”
직원은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계약서를 작성하던 도경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왜? 7개월은 너무 오래 걸려?”
“아, 아뇨. 중고차 쪽에 포지션을 잡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어요. 신차 출고가 이렇게 늦어지면 다들 중고차를 찾을 테니까요. 한 분기 정도는 매출을 기대해 봐도 좋겠다 싶어요.”
자신보다 한술 더 뜨는 말에 최우진은 질렸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다 이내 무안한 표정으로 직원을 바라보았다.
“이,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할까요. 하하하…….”
“아, 네…….”
계약서를 작성하고, 필요 서류와 함께 건네자 직원은 잠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3, 4개월 정도 기다려야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는 대기가 기네요.”
“7개월 오래 걸리긴 해도 금방 가니까. 당분간은 뚜벅이로 살아야지 어떡하겠어.”
지이잉-
최우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는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화면을 확인했다.
【고객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연달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고객님에게 작은 행운이 함께하게 될 것입니다.】
갑작스레 온 메시지에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뇨, 그냥 별거 아니에요.”
“그런 표정 하면 심정이 덜컹 주저앉는다고, 이번엔 또 뭔가 싶어서.”
“버릇인가 봐요.”
도경은 미소를 짓고는 메시지 내용을 떠올렸다.
작은 행운이라니…….
속 시원하게 알려주지 않는 메시지였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설령 작은 행운을 주지 않더라도 작은 행운이 함께하고 있다는 말이 무언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등록증은 나왔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인수 거부를 하는 거야?”
도경과 방금까지 웃으며 계약을 한 직원은 상급자로 보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무언가 굉장히 곤란한 상황에 빠진 것 같았다.
“단순 변심인 것 같은데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계십니다.”
“차에는 문제없는 거 확실하지?”
“예, 문제없는 거 확인했습니다.”
“하…… 차량 등록증 안 나왔으면 반품해 줘야지 어쩌겠어. 매취 나오면 골치 아픈데 이거…….”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듯 두 사람은 인상을 쓰며 대화를 주고받았고, 직원은 굉장히 골치가 아프다는 눈초리였다.
“저런 상황 좀 있더라.”
대화를 같이 지켜보던 최우진은 도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단순 변심으로 차에 문제가 없는데도 인수 거부를 당하면, 다시 차를 보내고 점검해야 하니까. 그게 머리가 좀 아픈가 봐.”
“다른 고객에게 떠넘기는 건…….”
“이쪽에는 별로 없지. 상대하는 사람들이 전부 자산이 좀 있는 사람들인데 나중에 고객이 알아봐. 소문나는 거 금방이야.”
“렌트로 돌리나 보네요.”
“보통은 그렇게 하지. 장기 렌트 쪽으로 돌리는데 저 직원은 실적이 취소되고 윗선 눈치도 보일 테고 스트레스를 좀 받을 거야.”
“고객님.”
두 사람이 한창 대화하고 있을 때 직원이 다가와 서류를 건넸다.
“계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신뢰해 주신 만큼…….”
“그 혹시 너무 기분 나빠하지는 마시고요. 아까 얘기를 들었는데 인수 거부당한 차가 저랑 같은 모델인 거 맞나요?”
도경이 그렇게 묻자 직원은 놀란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 그렇습니다.”
“차에 문제가 없는 게 확실한가요? 확실하다면 제가 그 차를 인수하고 싶은데.”
도경의 말에 직원은 다시 한번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저도 차가 좀 급해서요.”
“무, 문제는 확실히 없습니다. 원하신다면 고객님께서 고르신 정비소에서 검증받아 봐도 되고요.”
“네, 그럼 그렇게 하고. 차를 제가 인수할게요.”
도경의 선택에 최우진은 씩 하고 웃었다. 처음엔 말릴까 생각했지만, 어떤 마음으로 선택한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고객님께서 그 차량의 인수를 원하신다면, 출고가 조정과 제가 따로 혜택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계약서 다시 쓸까요?”
도경은 그렇게 말하며 이미 작성된 계약서를 밀었고, 직원은 계약서를 받아 들고는 고개를 숙였다.
“계약서 준비해 오겠습니다.”
직원이 그렇게 말하고 나서자 최우진은 피식하고 웃었다.
“뭐야. 좋은 사람이네.”
“그런 건 아니고요. 저도 차가 급하고 마침 차에 문제가 없다길래…… 또 제가 차를 산다고 하니까 혜택도 준다잖아요. 저로선 작은 행운이죠.”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모두에게 찾아온 작은 행운이지.”
최우진은 그렇게 말하며 한쪽을 유심히 바라보았는데 고개를 돌리자 영업사원이 손에 서비스를 바리바리 들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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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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