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9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91화(59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91화
“선셋을 써먹자?”
도경의 말에 회장 한태오와 김성민은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선셋 인더스트리는 도경이 최초로 한태오의 인정을 받게 만들어준 회사였다.
폐배터리 재생 사업을 하던 미국의 스타트업을 인수해 유성배터리의 계열사로 두고 있었다.
이 이후 유성배터리는 밸류체인(Value Chain, 가치사슬)을 만들어 배터리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것부터 시작해, 배터리 완제품을 만들고 그 이후 다 사용한 배터리를 재처리하는 기술까지 한 회사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종합 배터리 회사가 되었다.
이때부터 규모가 급격하게 커졌고, 선셋 인더스트리도 미국에서 한국으로 공장을 옮기며 매출은 적어도 훌륭하게 사업을 해내고 있었다.
“네, 앞서 말씀드렸듯 인도는 2030년부터는 출고되는 신차 30%를 전기차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렇지.”
“그건 인도도 이제 선진국으로 향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컨트롤하겠다는 뜻이겠고요.”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했다.
“아시다시피 배터리는 사용 기한이 있습니다. 당연히 폐기 처리하는 데도 큰 비용이 들고요.”
“슬슬 시장이 커지는 느낌이긴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요.”
배터리 대표 김성민이 도경의 말을 받았다. 그는 배터리의 대표로서 자회사인 선셋 인더스트리에 들어오는 폐배터리 처리 수주량이 늘어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인도는 폐배터리 처리 기술이 없습니다.”
“…….”
“규모가 적은 휴대전화나 일반 폐배터리 처리 능력은 있지만, 전기차에 사용되었던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기술은 인도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도 없습니다.”
“기술이 있어야 하니까요.”
폐배터리를 그냥 고철로 처리하는 작업은 어렵지 않았지만, 이미 사용수명을 다한 폐배터리를 재사용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공정에 따라 비싼 재료인 동박이나, 리튬을 더 많이 재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이쪽도 나름 수율이란 것이 좋아야 했다.
“그 기술을 우리는 이미 확보했고, 제가 알기론 매년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선셋인더스트리 본사 연구소에서 매년 나은 기술을 들여 가져오고 있으니까요.”
선셋의 공장은 한국에 있었지만, 연구소와 본사는 미국 실리콘 밸리에 있었다.
이도 곧 새만금에 지어지는 새로운 공장이 완공되면 본사와 연구소도 이전할 예정이었다.
“선셋 인더스트리의 인도 진출을 조건으로 거시죠.”
“들어보니 인도도 배터리 재활용 업체가 필요하긴 할 것 같은데…….”
한태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게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비랏 모터스 입장에서는 그게 필요하겠나?”
한태오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비랏은 어쨌거나 자동차 생산업체이고, 배터리가 필요할 뿐이야. 폐배터리 처리는 관심사 밖이 아니냐는 말이야.”
한태오의 말은 일견 타당했다.
당연히 자동차 회사의 입장에서는 폐배터리가 어찌 되었든 신경 쓸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저 업체들이 들어오길 기다리면 될 일일 수도 있었고, 해외 업체에 맡기면 될 일이었다.
“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비랏 모터스 입장에서는 굳이 폐배터리를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앞으로 전기차 출고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폐배터리 산업도 생길 테니까요.”
“그런데 자네는 그걸 왜 무기로 삼자고 한 건가?”
“인도 정부의 입장에서는 다르겠죠.”
도경의 말에 한태오와 김성민 두 사람은 무언가가 머리를 치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크게는 인도 국가 정부와 작게는 인도 각 주의 주 정부의 입장은 다를 겁니다.”
두 사람은 각자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이었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전기차의 보급률을 30%까지 올리겠다고 천명해 놓았고, 전기차뿐만이 아니라 현재 전기 오토바이 또한 어마어마하게 굴러가고 있습니다.”
인도의 인구는 약 14억 명이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였고, 특히 인도의 오토바이 시장 규모는 1,300만 대였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오토바이가 1,300만 대나 된다는 이야기였다.
인도 정부의 계획대로 2030년까지 오토바이 신차 출고 중 30%를 전기 오토바이로 대체한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390만 대라는 이야기였다.
“정부와 주 정부 입장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폐배터리 처리 문제도 해결되길 바랄 겁니다. 쏟아질 양에 대비하면 한두 개의 업체로는 처리할 수 없을 테니까요.”
물론 사용자나 자동차 회사의 입장에서 폐배터리는 먼 훗날의 문제였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우리가 움직여야 할 것은 비랏 모터스가 아닌…….”
“정부구먼.”
“그렇습니다. 인도는 주 정부와 정부의 입김이 강합니다. 사업을 하나 하려고 해도 수많은 도장을 받아야 하는 곳이니까요.”
“그렇지.”
“그렇다면, 우리는 비랏 모터스와 굳이 얼굴을 붉힐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도 정부와 접촉을 해야 하는데…….”
“이번 일은 제게 맡겨주시겠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한태오는 양 눈썹을 치켜올렸다.
“자네가? 인도 정부에 아는 사람이 있나?”
“정부는 아닙니다만…….”
도경은 씩 웃으며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 * *
“누가 와?”
“유성그룹의 한태오 회장입니다.”
비랏 모터스의 본사.
회장은 CEO의 보고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며칠 자리를 비우고 유럽으로 출장을 다녀왔더니, 이런 일이 있었다.
“그렇다면 후에 약속을 다시 잡든가, 내게 연락했었어야지. 우리 입장에서는 VIP인데 일 처리를 이렇게 한다고 생각할 거 아닌가?”
“그게…… 상대측에서도 미리 고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대리인이 왔었는데, 유성배터리의 CEO가 방문한다고 알려와…….”
“설령 사전에 협의가 안 되어 있더라도 약속을 다시 잡았어야지. 융통성이 없기는…….”
비랏 모터스의 회장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이야기되었어?”
“미리 보고드렸듯 일본의 히데오 제작소와 똑같은 조건을 제안했습니다.”
“우리 지분이 60%.”
“그렇습니다.”
히데오 제작소가 먼저 제안을 해왔을 때 정해둔 내부 방침이었다.
어차피 저들은 인도 시장으로 진출이 필요할 테고, 그럼 합작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나 다름없었다.
인도의 규제는 외국 회사가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았으니까.
“상대의 반응은?”
“그건 무리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유성의 회장에게는 실례되는 만남이었겠지만, 이쪽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건 잘했어. 아무리 상대가 회장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까. 문제는 우리 입장에서는 히데오보다는 유성 배터리 같은 큰 업체와 하는 게 더 좋다는 건데.”
오히려 비랏 모터스 입장에서 아쉬워해야 하는 두 회사 간의 만남이었다.
유성 배터리 입장에서는 인도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만 아니면, 비랏 모터스와의 협상에는 늘 철저한 갑이 될 수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배터리를 제발 팔아달라고 해야 할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유성배터리에서도 곧 LFP 배터리 양산에 들어간다며?”
“그렇습니다.”
“유성의 파트너는 우리보다 더 유명한 자동차 회사들이야.”
포드와 GM같이 전 세계 시장에서 활약 중인 자동차 회사였다.
“우리가 유성의 배터리를 가져다 쓴다고 하면 훌륭한 세일즈 포인트가 아니겠어?”
“그렇습니다. 유성의 배터리 안정성은 유명하니까요. 더군다나 말씀하신 대로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배터리 업체입니다. 충분히 이목을 끌 수 있습니다.”
대표의 말에 회장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협상 테이블을 다시 열자고.”
“조건을 낮추실 겁니까?”
“상대에서 더 좋은 조건을 낸다면, 우리도 양보해야 하지 않겠어? 다만 60%는 양보하더라도 지분 51%는 우리가 가져야겠지.”
유성배터리가 비랏 모터스보다 규모가 더 컸기 때문에 동등한 입장이 된다면, 언제든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었다.
“준비하겠습니다.”
“이번엔 꼭 상대도 VIP가 나오는지 물어보고, 만약 그렇다면 내가 맞이하는 게 맞겠지.”
“예, 알겠…….”
똑똑-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다급한 표정의 비서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인디아 타임즈에 기사가 하나 떴는데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인디아 타임즈는 인도에서 발행 부수가 많은 신문이었다.
「[단독] 대한민국의 유성배터리, 인도 시장 진출 모색」
「유성배터리, 인도 1위 자동차 업체 티타 모터스와 배터리 합작사 차릴 듯…….」
「티타 모터스 측 “유성과 만남도 없어, 사실무근.”」
「티타 모터스 “다만,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어.”」
「유성배터리 인도 진출하며, 폐배터리 공장도 지을 것으로 알려져…….」
“뭐? 티타와 이야기 중이라는 거야?”
“티타 측에서는 부인했습니다만…… 인디아 타임즈에 이런 기사가 나올 수 있는 것은…….”
“티타가 움직였겠지.”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아마도 우리가 유성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비서의 말에 비랏 모터스 회장의 얼굴은 급격하게 굳어갔다.
“아무래도 유성도 티타와 손을 잡게 되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티타에는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회사들이 있으니까요.”
티타 모터스는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특히 영국의 유명 자동차 브랜드 두 개가 티타 모터스 휘하에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기는 빨리 움직여. 유성과 다시 약속을 잡고…….”
회장이 급하게 말을 하던 그때, 회장의 휴대전화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비즈니스용 휴대전화가 아닌, 개인 휴대전화였는데 이 번호를 아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
화면을 확인한 회장은 심각한 얼굴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싱, 오랜만입니다.”
-…….
“그렇습니다만, 그게 벌써 소문이 났습니까?”
-…….
“예, 예. 알겠습니다.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전화를 끊은 회장은 심각한 얼굴이었다.
“주총리 싱이야.”
인도는 연방국가였다. 28개 주와 연방 직할지가 있었는데, 각 주의 행정은 주의회 다수당 지도자인 주총리가 장악했다.
다시 말해, 지금 전화가 걸려온 주총리는 비랏 모터스가 있는 주의 실권자나 다름없었다.
“유성배터리와 우리가 접촉하는 걸 알고 있다더군.”
“역시 티타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티타보다 우리가 유성배터리와 합작사를 만들어서 주에 공장을 짓길 원해.”
주총리 입장에서는 다른 주에 있는 다른 기업과 유성이 합작사를 차려 공장을 짓는 꼴은 죽어도 보기 싫을 것이다.
“더군다나 유성에서 폐배터리 기업도 진출하겠다고 해서, 우리 주가 그 산업의 선두 주자가 되길 원한다는군.”
“…….”
순간 회장실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정치가 개입한 순간부터 불리해지는 것은 이쪽이었다.
“어서 유성과 약속을 다시 잡아. 상대에게 내가 직접 참석하겠다고 알리고 정중히 초대해.”
“유성의 회장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나서야 할 문제가 되었어. 어서 움직여.”
“네, 알겠습니다.”
대표가 급하게 인사를 하고 나가자 회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