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9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93화(59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93화
“고생했어.”
그날, 늦은 밤.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숙소로 돌아온 한태오는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김 대표!”
유성배터리의 대표 김성민과 한다현도 협상을 마치고 이곳으로 넘어와 있었다.
“네, 회장님.”
“자네가 이번 협상에서 수고가 많았어.”
한태오는 목에 걸친 나비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자리에 앉았다.
“아닙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워낙 많은 도움을 주어서 편하게 협상에 임했습니다.”
김성민의 말에 한태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선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한다현 이사.”
“네, 회장님.”
“자네가 이번 협상에서 많은 활약을 했다지?”
한태오는 김성민이 있어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눈빛은 훌륭하게 성장한 딸을 보는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회장님, 제가 한 것은 없습니다. 모두 윤도경 대표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을 뿐입니다.”
“윤도경이 잘난 거 모르는 사람 있나? 하지만, 김성민 대표와 한다현 이사 둘 다 고생 많았어.”
한태오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럼 두 분 편히 이야기 나누십시오. 저와 한다현 이사는 이제 막 넘어왔다 보니 피곤해서 좀 쉬러 가야겠습니다.”
김성민이 그리 말하자 한태오는 피식 웃었다.
“그래, 나가서 쉬어. 자네들의 수고는 내 인사평가로 보답하지.”
두 사람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방을 나가자 한태오는 따뜻한 방 온도에 술기운이 올라오는 것인지 벌게진 얼굴이었다.
도경은 냉장고에서 물을 하나 꺼내 한태오에게 건넸다.
“고맙네.”
도경이 건넨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켠 한태오는 이제야 살 것 같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여기저기 자리를 돌아다니며 축하주를 받아먹다 보니 아주 힘들구먼. 나이를 생각해야 하는데.”
“즐거운 날이니 오늘 하루는 본인을 다그치지 마시죠.”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자네 덕분에 VIP에게 칭찬도 받았어.”
“제 덕분이라니 과찬이십니다.”
“자네 덕분이 맞아.”
한태오는 진지한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업을 자네 때문에 벌이게 되었으니, 누가 뭐래도 자네 덕분이야.”
한태오는 처음 도경이 브리핑을 할 게 있다고 전해왔던 날을 떠올렸다.
“걱정은 조금 했어. 아무리 윤도경이라도 인도에 대해서 무엇을 알까 했더니.”
지난 며칠간 도경이 이 판을 주무르고 있다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은 한태오였다.
“언론을 움직일 생각을 어떻게 했나? 그것도 티타까지 끼워 넣으면서 말이야.”
“인도에 처음 넘어오기 전에 인도에 관해 조사하면서 느꼈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한태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곳 정치 분위기가 국내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요.”
“아마 연방 체제의 국가는 다 똑같지 않겠나?”
“그렇습니다. 연방직할도시들은 연방에서 관리받고, 지원받으니 상관이 없겠지만, 다른 주들은 산업을 양성해서 자립을 해야 했습니다. 더군다나 주당 인구가 어마어마했고요.”
인도 전체의 인구 숫자를 주별로 나누어 보아도 한 주에 속한 인구가 우리나라 인구의 많게는 두 배나 되었다.
“산업을 양성해야 주에 복지도 좋아지고, 주에 일자리가 더욱 늘어난다는 것에 목숨을 건 방식이더군요.”
인도의 주총리들은 자신의 주가 더 많은 일자리를 가지길 원했다.
일자리는 곧 주의 생산량을 늘려주고, 소득률을 올려주는 수단이었으니까.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티타 자동차가 있는 주와 비랏 모터스가 있는 주의 집권당이 라이벌 당이었습니다.”
“하하하.”
“그런 당끼리의 라이벌 요소도 있었고, 주의 메인 산업이 자동차 산업이라는 것도 똑같았고요.”
티타 자동차의 본사와 공장이 있는 주의 주 산업은 티타 자동차로 인해 돌아갔다.
티타에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들을 포함해 하나의 산업단지가 구성되어 있었다.
이는 비랏 모터스가 있는 주도 같았다.
“조금만 긁어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번에 저 친구들이 협상을 우리 조건으로 계속 밀어붙일 수 있던 것도 주정부 덕분이지?”
지루한 협상은 결국, 유성배터리의 승리로 끝이 났다.
“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지분 60%를 고수했던 비랏이 그 조건을 꺾고, 회장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은 주정부의 압박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에 독점 건도 포기했다며?”
“우리도 한발 양보했습니다. 어차피 합작사에서 만들어질 전기차용 배터리는 비랏 모터스에서 당연히 독점으로 가져가야 할 것이니 그렇게 하고, 대신.”
“전기 오토바이용 배터리는 독점이 아닌 것으로.”
“네. 그 합작사에서 만들어지는 오토바이 배터리는 인도 전체 오토바이 회사들이 가져다 쓸 수 있게 될 겁니다.”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VIP가 내 테이블에서 떠나지 않았어.”
“그렇습니까?”
양해각서를 작성한 걸 연설 때 공개한 이후로 그 연회의 주인공은 한태오였다.
함께 앉아 있던 도경은 스타에게 몰려오는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피해주었다.
“그래, VIP 입장에서는 인도 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더군. 아무래도 일본이 정부 정책으로 이곳에 밀고 들어오니 미래전자 측에서 여러 번 민원을 넣었나 보더라고.”
미래전자가 만드는 휴대전화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 브랜드 점유율 1위였다.
“물론 스마트폰이야 미래전자를 따라오지는 못하겠지만, 미래전자가 그것만 하는 게 아니지 않나.”
“가전도 하고 있지요.”
“맞아. 인도 가전 시장에서 중국과 한창 싸우고 있었는데, 일본 기업마저 치고 들어오니 위기감을 느낀 거지.”
동아시아 제조업 3국의 총성 없는 전쟁이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VIP나 경제 컨트롤 타워 쪽에서 스트레스를 꽤 받아왔던 것 같은데, 한 방 먹였으니…….”
“물꼬가 트일 겁니다.”
도경은 한태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가 합작사를 지으며 인도 시장에 진출하면, 관련 업체들도 인도 시장에 진출하려 할 겁니다. 당장 신화배터리도 티타와 합작사를 만들 수 있는 문제고요.”
“그렇겠지.”
“거기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유성배터리도 꽤 노력해야 할 겁니다.”
“김성민 대표 유능한 사람이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대가 아주 크고요.”
“자네는 어때?”
한태오는 도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나?”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네. 합작사 본계약에 마치고, 공장이 본궤도로 올라오려면 2~3년은 걸리겠지만, 그 이후 저희가 얻을 이익은 투자한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수수료 장사를 해 먹는 게 돈 버는 덴 최고니까.”
“하하하.”
한태오의 농담 섞인 말에 도경은 크게 웃었다.
“저희도 꽤 큰 돈을 투자하는 겁니다.”
“그래도 이 친구야, 망할 일은 없지 않은가?”
한태오의 말마따나 공장이 지어지고 그곳에서 배터리가 생산되는 순간부터는 실패할 확률이 0에 수렴하는 투자였다.
만에 하나 합작사가 실패하더라도 투자금은 제일 먼저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해두었고, 합작사에서 배터리가 생산되며 생기는 탄소 배출권의 거래를 중개하는 것은 중간에 유성인베스트먼츠라는 통로 하나가 추가된 것이다.
그 길은 누구나 가야 했지만, 유성인베스트먼츠를 통하지 않고는 갈 수 없는 길.
“회장님께서 많이 양보해 주신 것 알고 있습니다.”
“양보는 무슨, 원래 판이 열리면 돈 대는 놈이 가장 큰 걸 가져가는 거야.”
“유성배터리에 손해를 끼치지 않도록 열심히 팔러 다녀보겠습니다.”
“다현이가 그 일을 맡나?”
한태오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자네가 생각 없이 이번 합작사 협상에 다현이를 투입한 것은 아니겠다고 생각했지. 같이 살아보니 어때?”
“좋습니다. 빠른 시일 내로 좋은 소식 들려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그때가 되면 나도 당당하게 그 아이의 아버지로 설 수 있게 되겠지.”
한태오는 결심한 듯했다.
“자주 자리 만들어. 이렇게 일할 때만 만나서 되겠나?”
“미국으로 자주 초대하겠습니다.”
“아이고, 늙은이 죽으라고. 자네가 들어와!”
한태오의 말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 *
“고생들 많았어.”
며칠 후, 대한민국 대통령의 인도 순방 일정이 끝이 나고, 순방단이 귀국하자 도경 일행 또한 마이애미로 출국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특히 워낙 폐쇄적인 문화 때문에 자료조사에 힘이 들었을 텐데, 리와 마크 두 사람 모두 자료를 찾느라 고생했습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한 게 뭐 있다고요.”
“맞아요. 저와 리는 아주 관광 느낌으로 즐겼습니다.”
마크의 너스레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려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제시카, 이번에 힘들었죠?”
“네, 아주 많이 힘들었네요.”
“김성민 대표에게 들었습니다. 제시카가 상대를 설득했다고요.”
“사실 저는 외부인이잖아요. 그저 투자자 형식으로 참여한 건데, 비랏 측 사람들 자세가 너무 자주 본 자세라서…….”
한다현은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겪으며, 미국으로 넘어온 인도인들을 많이 상대해 본 경험이 있었다.
“유성배터리 측은 경험이 없이 특유의 강자세에 끌려다니더라고요.”
“하하하.”
“조금 나댄 게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는데…… 결과가 좋으니까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적극적인 참여가 최상의 결과를 불러왔다고 생각하세요. 덕분에 우리 유성인베스트먼츠도 큰 이득을 보았으니까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과 마크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뿌듯했습니다. 사실 제가 협상장에 갔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도 여러 번 했지만, 제시카를 보내기로 한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결과로 보여주어서요.”
“…….”
“덕분에 우리 유성인베스트먼츠를 메가뱅크로 키우고 싶다는 제 꿈에 한 발짝 다가갔네요. 모두 오늘의 경험을 잊지 말고, 마이애미에 돌아가서도 열심히 하자고요.”
“네, 알겠습니다.”
“저도 이제 여러분들을 믿고 투자가 본연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모두 고생 많았어요.”
“보스야말로 고생이 많으셨죠.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럴 생각은 못 할 겁니다. 탄소 배출권 중개라니요.”
마크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이걸 직접 본 소감을 마이애미로 돌아가서 스테판에게 자랑해야겠어요.”
“스테판 놀리지 마. 네 상사야.”
“놀리는 게 아니라 경험을 공유하는 겁니다.”
마크의 너스레에 도경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간 회사가 자리 잡으며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았는데, 조직 개편과 더불어 유능한 직원들의 실력에 이제는 신경을 조금 덜어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인도에서 일정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