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97화(59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97화
“네? 윤도경이 그리 말했단 말입니까?”
“그래. 유동한이 그 자식이 윤도경이를 어떻게 구워삶았는지는 몰라도…….”
그날 오후, 도경과 어이없는 만남에서 나눈 대화, 아니, 통보를 부하 직원에게 전달한 조상훈은 여전히 황당하다는 얼굴이었다.
“윤도경 같은 거물이 그 자식 대리인으로 나오냐고.”
“유동한이 뉴욕에 있을 때도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때도 우리에게 겨우 10만 달러 투자해 놓고 자꾸 회사에 찾아와 귀찮게 하더니…….”
부하 직원은 조상훈의 비위를 맞춰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열심히 유동한을 함께 욕해주던 부하 직원은 조심스레 조상훈에게 물었다.
“무엇을?”
“윤도경이 그렇게 요구해 왔으면 들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하 직원의 말에 조상훈은 고민에 잠겼다. 이쪽에서도 유동한이 원하는 자료를 줄 수 있었지만, 그동안 줄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원금이 얼마나 남았어?”
유동한이 투자한 10만 달러의 원금이 거의 모두 손실을 본 단계였기 때문이다.
“3만 달러가량 남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걸 유동한한테 내어주면 이 자식이 여기저기 떠들고 다닐 텐데…….”
유동한은 조금 특이한 사람이었다.
한인 사회에서 케이스타에 투자한 사람들은 조상훈을 믿거나 혹은 그 정도는 투자해도 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유동한은 투자를 하면서도 자신의 전 재산이라는 표현을 자주 하더니, 투자 이후에도 계속해서 투자 현황에 대해 물어왔다.
처음 한두 번은 착실하게 대답해 주었으나, 계속해서 반복되는 투자 현황 물음에 질렸다.
보통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에 투자를 하고 나면, 분기별 혹은 매년 발표되는 투자자 서한을 기다리는 것이 관례나 다름없었다.
“상품에 문제가 생긴 걸 알면, 다른 투자자들은 가만히 있겠냐고.”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긴 합니다.”
부하 직원은 조상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일본이 언제까지 이렇게 엔화 약세를 선택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이들이 굴리는 상품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상품이었다.
일본이 엔화 약세를 포기한다는 가정하에 엔화를 잔뜩 사들인 상품이었는데, 오히려 초기에 상품이 만들어질 때보다 엔화는 더 약세에 있었다.
“그러니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데, 유동한에게 공개한다는 게…….”
“그럼 조건을 걸고 주시죠.”
“조건?”
“네, 다음 우리의 투자자 서한이 나가기 전까지 비밀로 하는 조항을 삽입하고, 현재 우리 펀드의 성적을 알려주는 걸로요.”
“유동한이 받아들이겠나? 아니, 그 뒤에 있는 윤도경이가 그걸 가만히 있겠어?”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쩌겠습니까?”
조상훈은 가만히 부하 직원의 말이 집중했다.
“이번 일은 분명 윤도경이 선을 넘은 겁니다. 동종 업계 사람을 찾아와 협박하다니요.”
“그건, 그렇지.”
“그리고 유동한에게도 비밀을 지킨다면, 원금손실을 보장해 주는 건을 주시지요.”
“손실을 전부 돌려주라?”
“네, 유동한에게 그동안 자료를 주지 못한 것도 다른 투자자들에게 문제가 될 게 뻔했으니까 그런 것 아닙니까?”
유동한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한 투자자들이 많았다.
겨우 10만 달러를 투자한 투자자 때문에 상품에 문제가 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렇지.”
“그러니 돈을 주고 차라리 입을 막는 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조상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유동한을 맡아서 진행해.”
“네, 알겠습니다.”
부하 직원이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가자 조상훈은 씩씩거리며 화를 삭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한 방 먹고 가만히 있을 위인이 아니야 내가.”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은 조상훈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익숙한 번호를 찾아 통화를 걸었다.
“한인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저 조상훈입니다.”
* * *
“네, 네. 받고 끝내시죠. 저쪽에서도 나름 신경을 쓴 것 같네요. 네.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아무리 말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는데…… 저 때문에 뉴욕도 다녀오시고.
한편, 도경은 유동한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하하하, 아닙니다. 저도 나름 얻은 것이 있어서 나선 겁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또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이번 일과 같은 일이 아니라면 언제든 환영하겠습니다.”
-당연하지요. 식사 자리에 한번 초대를 드리고 싶습니다.
“네, 식사 초대라면 언제든 기다리겠습니다.”
유동한과 인사를 하고 전화를 마친 도경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돌려주기로 했나 보죠?”
한숨을 내쉬던 도경은 들려오는 스테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스테판과 이야기를 하던 도중 걸려온 전화였기 때문이다.
“맞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대가로 원금손실을 보장해 줬다고 하더군.”
“그럼 우리도 얼마나 펑크 난 줄 알 수는 없는 거네요.”
“그거야 당연히 비밀을 조건으로 했으니까.”
스테판은 씁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보스가 굳이 뉴욕까지 다녀오며 해결해 주었는데, 공유되는 건 없었다.
“그런 표정 하지 말자고, 애초에 이런 일에 나서면서 가장 해야 하지 않을 생각이 이 일로 득을 본다는 생각 아니겠어?”
“아휴, 보스는 정말…….”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얻은 게 없는 것이 아니잖아? 엔 캐리 청산 상품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고.”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마 지금 전 세계에서 엔화 강세를 생각하고 엔화에 투자한 사람들이 있다면, 물리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겁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또한 일본이 제로금리를 포기했을 때 엔화가 오를 거라 생각했으니까.
거기에서 파생된 상품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노리고 들어간 투자 방식이었다.
일본에서 돈을 빌리면 1년간 이자가 0인데 다른 국가에 돈을 빌리면, 이자가 3~5%였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0의 이자로 돈을 빌려 다른 국가에서 돈을 빌려줘 3~5% 이자 이득을 보는 것이 엔 캐리 트레이드였다.
이렇게 해외로 나가 있는 엔화의 규모가 우리 돈으로 1,200조 원이나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엄청났다.
“현재 약 8,800억 달러 규모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이루어지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이게 청산된다면…….”
현재 엔/달러 환율로는 1,600엔이 10달러였다.
1,600엔을 빌려 미국 달러로 환전해 미국에 투자하면 연간 5%의 이득을 볼 수 있었다.
5년 후, 복리를 포함해 12.76달러 되었는데, 20%가 넘는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이를 현재 환율로 엔화로 바꾸면 1,974엔으로 단순 22.75%의 이득이었다.
물론 이것은 현재 환율이 5년 후 환율과 같다고 생각했을 때 볼 수 있는 수익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엔화가 강세가 된다면?
1,974엔이 1,800엔이 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엔 캐리 트레이드 상품은 엔화 강세로 돌아서면 수익률과 수익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보스도 아시다시피 가장 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2008년에 있었습니다.”
2008년은 이 시장에 있는 사람에게는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우리나라에선 리먼 사태로 불리는 그때였다.
“당시에 1달러가 100엔이 되는 어마어마한 엔화 강세가 있었는데, 이게 사실 엔화가 강세였다기보다는…….”
“달러가 개판이 된 거지.”
“네, 당시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자 너도나도 안전한 다른 기축통화를 찾기 시작했는데, 엔화였습니다. 모두가 엔화로 몰리기 시작하니, 엔 캐리 트레이드를 하고 있던 사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죠.”
당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지금의 수익을 지키기 위해 너도나도 미국에서 자금을 빼, 다시 엔화로 환전을 했다.
이것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라는 것이다.
“당시에 워낙 많이 엔화로 몰리다 보니 큰 규모로 엔 캐리 트레이드를 하던 자산운용사 몇 곳이 파산할 정도였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달러를 빼 엔으로 환전해야 최대한의 이득을 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 청산한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청산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이번에도 눈치 게임이 조금 있었습니다. 일본중앙은행이 제로 금리를 포기했을 때, 너도나도 곧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테니, 내가 먼저 청산해야겠다며 달려들었거든요.”
제로금리를 포기하면 당연히 화폐의 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때 엔화가 잠시 반등은 했었는데 아시다시피 지금은…….”
“안 물린 사람이 없다는 말이 그 말이지.”
당시 청산되었던 자금은 여전히 엔화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달러로 바꾸기에는 손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케이스타가 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상품도 추측건대, 엔화에 투자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달러 환율이 이렇게까지 오를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 못 했는데, 무슨 확신을 가지고 그런 상품을 만들었을까?”
세상에서 제일 무의미한 일이 환율 시장을 예상하는 것이었다.
하루에도 국제 정세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환율의 움직임은 예상할 수 없었으니까.
“그것이 월 스트리트니까요. 어떤 방식으로든 돈 냄새 나는 곳에는 뛰어드는 부나방 같은 곳 말입니다.”
스테판의 답에 도경은 자신의 물음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그래, 맞아. 돈이 벌릴 곳 같은 곳은 뛰어들어야지.”
도경은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원하지 않을 거야. 이건 스테판 너도 동의하겠지?”
“물론입니다. 그게 청산되려면, 미국 주식에 투자한 돈이나 ETF, 국채에서 돈을 빼야 하는데, 그렇다면 미국 경제가 휘청일 테니까요.”
“곧 대선이기도 하고.”
대선을 앞두고 연임을 노리는 현 정부의 입장에서는 시장에 큰 충격이 없기를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단기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반대에 서서 돈을 벌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뭐가 있을까요?”
스테판은 그리 말하고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엔화로 미국 주식을 사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고요. 당분간 엔화는 그대로고, 미국 주가가 상승할 것이다에 베팅하는 게…….”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스테판이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네 펀드에 돈 있지?”
“네, 있습니다.”
“일본 주식시장에서 미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사자고.”
“아! 그럼 엔화로 미국 주가 상승에 베팅할 수 있겠군요. 달러보다 더 많은 돈으로 말입니다.”
“그렇지. 우리는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경제 강세에 베팅하는 것이다.”
스테판이 자신의 말을 받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자금은 아시아 시장을 노린 펀드니까 말이야.”
“감사합니다. 준비해서 보고 올리고 실행하겠습니다.”
스테판이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서자 도경은 길게 심호흡했다.
“투자 건은 해결했고, 남은 게 있는데.”
도경은 책상 위에 대충 던져둔 조상훈의 명함을 들었다.
“이런 부류는 자신이 당했다고 생각하면 늘 가만히 있지를 않더라고…….”
도경은 조상훈을 떠올렸다.
자신의 어떤 성과를 올렸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다라기보다는, 타인의 유명세를 끌어와 자신을 소개하던 사람이었다.
“신경 쓰지 않으려 했는데, 귀찮게 한다면 대응할 준비 정도는 해야겠지.”
도경은 그리 말하며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