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60화(6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0화
강남역부터 삼성역까지 길게 늘어선 테헤란로는 한밤중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불야성으로 유명했다.
대로를 따라 수많은 오피스 빌딩들은 밤늦게 일하는 직장인들로 인해 불이 꺼지지 않았고, 각 분야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특히 증권사와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에 있어서 테헤란로는 최대 경쟁터나 다름없었다.
“오면서 테헤란로 봤습니까?”
일주일 후, 도경은 새롭게 발령받은 유성투자증권 강남 리더스 센터로 출근했는데 선배 직원은 도경을 포함해 새롭게 발령받은 PB들을 이끌고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었다.
“4.1㎞, 왕복 10차선의 도로에 은행, 보험, 증권사까지 총 51개의 VIP센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선배 직원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이곳이 PB들의 전쟁터라는 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51개 VIP센터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싸우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여러분이 어떤 지점에서 일했든, 어떻게 일해왔든 그런 건 지금부터 모두 버려야 합니다. 이 바닥은 생리부터가 다르니까요. 자세한 건 지점장님께서 설명해 주실 테니, 들어갈까요?”
선배 직원은 그렇게 말하며 지점장실이라고 명패가 적힌 방 앞에 멈춰서 노크했다.
잠시 후,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려오자 문이 열렸는데 도경을 포함한 신입 직원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리더스 센터 자체가 일반 지점보다 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지점장실도 일반 기업의 사장실을 보는 듯 크고 화려했다.
“지점장님, 병아리들 왔습니다.”
오늘 새롭게 리더스 센터로 발령받은 PB는 도경을 포함해 6명이었는데 모두 3년 차 이하였다. 지점 내부를 안내한 선배 직원은 이들을 병아리라 칭했다.
“안녕하십니까?”
도경을 포함한 신입 직원 모두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어서들 와요.”
지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의 앞에 섰다.
“반갑습니다. 하민재입니다.”
증권가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하민재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CEO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PB.’
‘유성투자증권 리더스 센터를 2년 만에 업계 최고로 만든 남자.’
여유가 넘치는 말투와 몸짓으로 도경을 포함한 신입 직원에게 악수를 청해온 하민재는 인사가 끝나자 자리에 앉으라는 듯 손짓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는 인사를 하겠습니다.”
하민재의 말에 자리에 앉은 신입 직원들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여러분을 안내해 준 이진호 팀장에게 어디까지 설명을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오늘부터 여러분은 기존 지점에서 해왔던 영업 방식을 모두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민재의 말에 도경은 자신을 안내한 선배 직원이 왜 병아리라고 부른지 알 것만 같았다.
이제 막 알에서 부화한 병아리처럼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
“우리 리더스 센터는 업계 최초로 PB 업무 팀제를 도입한 곳입니다.”
하민재는 자신감과 여유가 넘치는 표정과 말투로 모두를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금은 거의 모든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 VIP 센터에서 팀제로 운영하고 있죠. 우리를 따라 하는 거니 여러분은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도경은 이곳으로 오기 전 VIP센터와 관련된 것들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유성투자증권 리더스 센터가 50여 개가 넘는 금융사 VIP센터 중 실적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의 관례들을 차근차근 깨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이끈 사람이 눈앞에 있는 하민재라는 사람과 류태화의 공이었다.
“팀당 5명씩, 총 3개의 팀으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매년 3월 지급되는 성과급은 여러분의 개인 실적 50%, 그리고 팀 실적 50%를 합쳐 실적이 산정됩니다.”
이 치열한 전쟁터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내부 경쟁을 택한 것 같았다. PB 개인 간의 경쟁에서 각 팀의 경쟁으로…….
이곳은 유성투자증권 안에 속한 또 다른 회사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이 리더스 센터의 PB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을 말하겠습니다.”
그 말에 도경을 포함한 모두가 가방에서 수첩과 볼펜을 꺼내 들었다.
“당연한 거지만, 불법적인 일을 하면 안 됩니다.”
하민재의 말대로 당연한 얘기였지만, 영업직원들에겐 당연하지 않은 일이었다.
고객 유치가 실적으로 이어지는 PB들에게는 불법적이고 무리한 부탁을 해오는 고객들이 있었다. 그것을 하면 안 된다는 걸 모두가 알고는 있었지만…… 그 부탁을 떨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객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부탁을 한다면 바로 보고하도록 하세요. 그런 고객은 우리가 받지 않습니다.”
VIP센터 업계 1위를 지켜오는 방식이라는 자부심이 하민재에게는 있는 것 같았다.
“술자리 접대는 하지 않습니다.”
바로 다음 얘기가 하민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도경도 이 방식은 잘 알고 있었다. 류태화가 바꾼 모습이었으니까.
“물론 식사를 하며 술이 오가는 것은 허용됩니다. 유흥업소 접대는 안 됩니다. 첫 번째는 경고, 두 번째는 아웃입니다.”
하민재는 자비는 없다는 듯 말해왔다.
“이곳에는 PB 개인은 없습니다. 팀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모든 것은 팀장에게 보고하고 행동하도록 합니다.”
모두가 당부 사항을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위의 사항을 제외한 전부입니다.”
하민재의 말에 모두가 놀란 듯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돈을 버는 직업입니다. 여러분들의 발상을 모두 제약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여러분은 리더스 센터에 속한 직원이니 모든 것은 보고가 우선이라는 것 잊지 말고 행동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다들 리더스 센터로 온 것을 환영합니다. 적어도 여러분은 업계에서 맨 앞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그 기회의 과실을 거둘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민재는 말을 마치고 신입 직원을 안내한 선배 직원을 바라보았다.
“자, 인사를 모두 마쳤으니 나갑시다.”
그의 말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하민재에게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섰다.
“반갑습니다. 저는 개인자산관리 1팀 팀장 이진호입니다.”
이제야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한 선배 직원은 모두를 바라보았다.
“센터장님께서 말씀하셨듯 이곳은 각 팀 위주로 돌아갑니다. 물론 사무실도 그렇고요. 회의는 왼쪽에 보이는 회의실을 사용하고, 고객 응대는 오른쪽에 보이는 고객 응대실을 이용합니다.”
복도 양쪽으로 통유리창으로 되어 있는 방들이 여러 개 줄지어 서 있었다.
회의실은 각 팀이 사용하는 듯 세 개의 방이 있었고, 고객 응대실은 얼핏 봐도 다섯 개 이상이었다.
이곳은 유성투자증권 속에 있는 다른 회사 같았다.
“최유민, 임원철 씨.”
“예, 팀장님.”
“두 사람은 나와 같이 1팀으로 갑니다.”
선배 직원은 돌아서서 모두를 바라보며 속할 팀을 얘기해 주기 시작했다.
“황재혁, 남종수 씨. 두 사람은 2팀 사무실 가면 됩니다. 저기 보이죠.”
“예,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선배 직원의 눈은 도경에게 머물렀다.
“윤도경, 한다현 씨. 두 사람은 3팀입니다. 2팀 맞은편에 사무실이 있고요.”
말을 마친 선배 직원은 모두를 바라보았다.
“자, 모두 팀으로 가서 인사 나누고 각 팀장에게 할 일을 받으면 됩니다. 모두 리더스 센터에 온 걸 환영합니다. 최유민, 임원철 씨는 같이 갑시다.”
선배 직원은 그리 말하며 자신의 팀원을 이끌고 발걸음을 옮겼고, 그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한 신입 직원들은 각 팀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반가워요. 저는 한다현이에요.”
모든 정리가 끝나자 도경의 옆으로 한 사람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같은 팀으로 배정받은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윤도경입니다.”
“성남지점에 있었죠?”
한다현의 물음에 도경은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창구직 직원이 사내 모투대회에서 우승. PB로 전환 이후에는 유튜브에 출연해 시장비관론자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고요. 도경 씨 꽤 유명해요. 우리같이 연차가 짧은 PB들한테는요.”
도경은 지금까지 성남지점에만 있었기 때문에 다른 지점에서도 자신을 알 거라 생각하지는 못했다.
“영광이에요. 같이 일하게 되어서요.”
한다현은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었고, 도경은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저도 영광입니다. 그런데 한다현 씨는 어디서…….”
“아! 제가 너무 떠들어댔죠? 소개는 제대로 안 하고…… 저는 광화문지점에서 있었어요. 그전엔 본사에 있었어요. PB가 된 지는 2년 됐네요.”
광화문지점은 성남지점을 포함한 2~3개 지점과 실적 1위를 다투는 주요 지점이었다.
“본사에서 일하셨어요?”
“네. IB 본부에 있었어요. 도경 씨가 이긴 이창재라는 사람. 제 동기였거든요.”
도경은 오랜만에 이창재의 이름을 듣자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IB 본부는 재미가 없더라구요. 내가 원한 증권사 일이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전직 요청을 했고 2년 전부터 PB로 일했어요. 주니어를 떼자마자 이곳으로 발령받았네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다현과 함께 사무실로 향했다.
이곳에 온 이상 모두가 실력은 뛰어나다는 것이었으니 굳이 그녀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말할 필요가 없었다.
“선배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잘 부탁…….”
“선배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웃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도경 씨 PB 2년 차죠? 저도 2년 차예요. 그럼 우리는 동기인 거죠.”
“그래도…….”
“에이, 어차피 같은 병아리인데 그냥 동기 해요. 알았죠?”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교통정리를 하고 배정받은 개인자산관리 3팀 사무실로 들어섰다.
두 사람이 들어서자 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새롭게 3팀으로 발령받은 윤도경입니다.”
“한다현입니다.”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가운데 자리에 앉은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반갑습니다. 어서들 와요.”
남자는 자신에게 다가오라는 듯 손짓했다.
“반갑습니다. 3팀의 팀장 서정환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남자는 도경이 배정받은 팀의 팀장이었다. 이전에 봤던 센터장이나 선배 직원과는 다르게 푸근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
“저쪽은 이대성, 김형준 대리고요.”
서정환이 다른 선배 직원들을 소개하자 도경과 한다현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선배들 또한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보자…… 윤도경 씨는 국내 주식만 관리했었죠?”
서정환은 인사 자료를 보며 도경을 향해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같이 이곳으로 옮겨오는 고객은 세 분이고…….”
PB들은 지점을 이동할 때 고객의 동의를 받고 같이 이동할 수 있었다. 도경은 첫 고객이었던 노인과 리더스 센터에서 요구하는 자산 금액이 맞는 고객과 함께 이곳으로 왔다.
“한다현 씨는 미국 주식을 주로 했네. 이곳으로 같이 온 고객은 도경 씨랑 같은 세 분이고.”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이곳에 온 순간 여러분은 전 세계 주식시장을 관리해야 합니다.”
서정환의 말에 도경과 한다현은 긴장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다현 씨는 국내시장을 관리해야 하고 반대로 윤도경 씨는 미국과 중국, 일본까지 고객이 원하는 곳 어디든 투자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서정환은 두 사람을 향해 서류철을 건넸다.
“이것은 앞으로 도경 씨와 한다현 씨가 맡아야 할 고객의 명단입니다.”
두 사람은 서정환이 내민 서류를 건네받았다.
“자, 보자…… 지금이 여덟 시니까…….”
서정환은 손목에 걸친 시계를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뭐 합니까? 둘 다 움직여야죠.”
“네?”
“제일 위에 서류 펼쳐보세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두 사람은 서류의 첫 장을 펼쳐보았다.
“첫 고객은 오전 9시 미팅입니다. 이래도 가만히 서 있을 겁니까?”
서정환의 말이 끝나자 도경과 한다현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다녀오겠습니다!”
두 사람이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서자 팀원들은 걱정이라는 눈초리로 서정환을 바라보았다.
“괜찮을까요? 두 고객은…….”
“글쎄요. 지켜봅시다. 여기까지 왔으면 감당해야 할 스타일이니까요.”
서정환은 팀원을 향해 그리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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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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