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0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03화(60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03화
“다들 왔어?”
며칠 후, 도경은 팀원들이 일하고 있는 사무실 층으로 내려와 있었다.
세팅을 마친 도경이 고개를 들었을 때는, 유성인베스트먼츠의 1호 펀드인 ‘윤도경 펀드’를 운용하는 팀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네, 보스. 모두 다 왔습니다.”
디렉터인 제이크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면을 향해 손짓했다.
“내 발표를 듣고 이해하지 못한 친구들이 있다면, 바로바로 질문을 던져줘. PT라기보다는 내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으니 토론하자는 생각으로 부른 거니까.”
자리에 앉아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팀원들은 ‘윤도경 펀드’를 운용하는 팀원들이었다.
도경에게 있어서는 자신이 포트폴리오 매니저이기는 했지만, 직접 운용하는 친구들이 지금 시장 분위기를 더 잘 파악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토론하며 최적의 투자 상품을 찾자는 게 오늘 팀원들을 소집한 이유였다.
[Sportsera의 새로운 활로]도경이 화면에 자료를 띄우자 몇몇 팀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몇몇은 서로 속삭이며 의견을 공유하는 것 같았다.
“스포츠에라에 대해서는 모르는 친구들이 없을 거야. 우리가 매일 출근하는 길에 보는 회사니까.”
사무실이 있는 빌딩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스포츠에라의 커다란 매장이 있었다.
“스포츠에라는 스포츠 웨어, 그중에서 신발을 전문적으로 파는 도소매업체야.”
흔히 말하는 셀렉트 샵(Select Shop)이라 불리는 쇼핑몰이었다.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해서 편집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흔히 편집숍이라고도 불리곤 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더 나아가서 언더아머나, 리복 같은 유명 브랜드의 신발을 판매하는 쇼핑몰이지. 요즘은 신발 외에도 스포츠와 관련된 옷이나 기타 상품들도 파는 것 같더라고. 나도 어제 가서 이거 샀어.”
도경은 지금 입고 있는 후드티를 손으로 가리켰다. 직원들은 피식하고 웃었다.
“다들 최근 스포츠에라의 주가가 말도 안 되게 폭락했다는 걸 알고 있을 거야.”
도경은 그리 말하고 팀원들을 살폈는데, 모두가 시장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이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D2C 전략 강화 때문이 아닌가요?”
그때 한 팀원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정답이라는 듯 손가락을 튕기고는 화면을 넘겼다.
[Direct to Consumer, D2C 시대의 개막]“스포츠에라에게 있어서 지난 2년은 어려움의 시간이었어. 특히 스포츠에라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50%가 나이키 제품이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지금의 주가 폭락을 이해할 수 있지.”
D2C는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이 스포츠에라나 아마존, 백화점 같은 판매 채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온라인 스토어를 만들어 판매하는 전략이었다.
“나이키가 이 시대의 문을 열었어. 그들은 스포츠에라나 아마존 혹은 더 작은 샵들에서 자사의 제품들을 싸게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에 불만을 가졌지. 내가 입고 있는 이 후디를 얼마 주고 산지 맞혀볼 사람?”
“50달러?”
“70달러?”
도경이 입고 있는 후디는 110달러의 판매가인 상품이었다.
“27.99달러.”
도경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이었다. 나이키 후디를 그것도 정품을 그 가격에 살 수 있다니.
75% 정도 할인된 가격이었다.
“이 가격에 파니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스포츠에라를 방문하는 거고, 스포츠에라의 입장에서는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세일하고 있는 상품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니 좋은 거지.”
“보스도 다른 걸 사셨나요?”
그 물음에 도경은 다리를 들어 올렸다. 나이키 로고가 박혀 있는 양말을 신고 있었다.
“후디를 27.99달러 주고 샀는데, 이 양말 세 켤레를 12.99달러를 주고 샀지 뭐야.”
도경의 말에 모두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문제는 이런 판매 방식을 나이키는 그렇게 좋게 생각하지 않았어.”
“자신들의 매출이 줄기 때문인가요?”
팀원의 물음에 도경은 잠시 고민을 하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매출은 아니야. 오히려 스포츠에라와 같은 도소매 업체들이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 업체의 매출을 증가시켜 주고 있으니까. 어떻게? 그건 곧 알게 될 거야.”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화면을 넘겼다.
[브랜드의 가치]“나이키가 스포츠에라나 아마존, 코스트코 같은 도소매 업체들을 반기지 않았던 이유는,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상품을 할인하며 팔았기 때문이야.”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화면에 어제 자신이 방문한 스포츠에라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의 가격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하나같이 10%에서 많게는 75%까지 세일을 하고 있었다.
“이런 잦은 할인들이 프리미엄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본 거지.”
[브랜드 가치는 중요한가?]“자,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건 이 브랜드의 가치라는 거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도경의 물음에 몇몇 팀원들은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손을 들지 않은 사람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고?”
“굳이 할인이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브랜드 가치 자체는 중요하겠죠.”
팀원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디어리라는 명품 브랜드가 있어. 모두 알겠지?”
“디어리는 알지만, 이게 명품인가? 생각하면 그렇게…….”
“내가 원하던 반응을 바로 말해주네. 맞아, 우리 세대에겐 디어리는 그런 생각이 들지. 왜?”
[브랜드 가치의 훼손]“디어리는 분명 명품이야. 스카치 위스키와 더불어 영국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브랜드지.”
도경은 그리 말하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이들의 브랜드의 가치가 훼손된 건 크게 두 가지 사건으로 볼 수 있어.”
[훌리건의 교복]“영국인들은 축구에 미쳐 살지. 그리고 광적인 팬들을 훌리건으로 불렀고.”
훌리건은 주로 축구장에서 폭력적이고 무질서한 행동을 일삼는 축구 팬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래서 한때 영국 축구팀들은 자신들의 경기장에 불량한 차림을 한 사람들을 들여보내 주지 않았어.”
들여보내 준다면 선수들에 위협적인 행동을 하거나, 경기에 방해되는 행동을 할 것이 뻔했으니, 미리 차단한 것이었다.
“그래서 훌리건들은 디어리의 옷을 입었지. 왜? 명품이니까. 디어리 코트를 걸치고 있으면 누구도 그들을 불량한 사람으로 보지 않았거든.”
“그런데 명품이라면서 불량한 이들이 디어리를 구할 수 있었네요?”
“다음 문제가 그 이야기를 할 거야. 디어리는 1990년대부터 대중화를 꾀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게 그 당시엔 맞다고 생각했거든.”
도경은 자신의 말에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당시 명품 시장은 그렇게 크지 않았어. 디어리 또한 영국 내에서는 그들의 트렌치코트가 명품 대우를 받았지만, 해외에 나가면 다른 명품 브랜드에 밀렸거든.”
“아…….”
“그래서 디어리는 성장을 위해 그 선택을 했지만, 대중화는 오히려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시켜 버렸지.”
그들의 주 소비자인 고소득자들은 누구나 입은 디어리의 옷을 더 이상 찾지 않았고, 대중들도 낯선 브랜드에 손이 가지 않았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대중화였다.
“명품 시장이 성장하며, 매년 명품 소비 시장이 두 자릿수로 성장했지만, 디어리는 겨우 2% 성장에 그쳤어. 이때 디어리는 결단을 하게 되지.”
“브랜드의 가치를 치키기 위해 나섰군요?”
“맞아.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것들은 법적으로 조처했고, 매장을 대폭 줄이며 선택된 자들만 살 수 있다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시작했어. 그리고 그들은 살아남았고, 어마어마한 성장을 하기 시작했지.”
도경은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자, 브랜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도경의 물음에 이번에는 조금 전과 다르게 대다수의 팀원이 손을 들었다.
“나이키도 이런 흐름이었던 거야.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가 할인 공세로 인해 훼손된다고 생각했고, 이건 여러분들도 동의한 것으로 봐야겠지. 다만.”
도경은 자신의 말에 집중하던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난 생각이 조금 달라.”
도경이 자신 있게 말하자 팀원들은 놀란 표정이었다. 몇몇은 양 눈썹을 치켜올리며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나이키의 프리미엄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어.”
도경은 화면에 나이키의 여러 브랜드를 띄웠다.
“라인을 이미 나누어놓았다고 봐야겠지. 유명 선수들이나 아티스트와 협업한 제품들은 이미 한정판으로 생산해 그 누구도 쉽게 살 수 없도록 만들어놓았고, 골프 웨어 같은 경우는 이미 비싼 가격이나 마찬가지고.”
특히 고급 농구화나 스니커즈 같은 경우는 추첨을 통해 판매하며, 수량도 한정적이었다.
“스포츠에라에서 소화하던 상품은 무엇이냐?”
[데일리웨어 혹은 저가 라인 그리고 재고를 처리하던 스포츠에라의 존재]화면에는 그리 떴다.
“스포츠에라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더 나아가 여러 브랜드의 퍼포먼스 라인업이 아닌, 데일리 라인업들을 팔고 있었어. 애초에 그들이 소화하는 신발들도 고급 라인이라기보다는, 누구나 신을 수 있고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라인업이었지.”
그 말에 몇몇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포츠에라 매장에서 비싼 라인업을 파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나이키는 D2C, 즉 자신의 온라인 스토어에서 소매를 직접 하며 스포츠에라에 납품되는 물량을 줄였어. 몇몇 라인업은 아예 제공조차 멈추었지.”
“스포츠에라는 나이키 제품 의존율이 40%가 넘었어. 매출의 40%가 나이키 제품에서 발생한다는 말이지. 그런데 나이키가 물량을 줄이자, 스포츠에라는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고, 여러분들이 아는 주가의 폭락으로 이어졌지.”
[코비드 이후 바뀐 나이키의 정책]“자, 그렇다면 나이키는 직접 D2C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을까?”
“한때 정말 나이키 상품을 사기가 힘들었어요.”
“제이크, 정답이야.”
도경은 화면을 손으로 가리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코비드 이전, 나이키의 제품은 재고가 없을 정도로 생산하는 족족 팔렸어. 코비드 이후에는 공급망에 교란이 오며 더더욱 나이키의 제품을 구하기 힘들어졌지.”
전염병 시대에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이나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의 공장들이 문을 닫으며, 당시 중국에서 생산되던 신발과 옷들은 구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때 나이키는 자신감을 얻었을 거야. 우리가 직접 처리해도 재고가 남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직접 고객에게 다이렉트로 판매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선 시점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 스포츠에라와 결별하다시피 자사의 온라인 샵을 강화했어. 나이키가 가는 길이니 당연히 아디다스도 함께 따라갔고. 뒤처지면 안 되었으니까.”
전 세계에 2.5만여 곳에 달하던 도매 파트너를 겨우 40개만 남기는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이 무렵 나이키의 전체 매출에서 도매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이 85%에서 55%대로 줄어들었지.”
[미국의 유통 방식에 반하는 선택]“자, 여러분들은 미국인이니 나보다 이 유통 방식에 더 익숙할 거야.”
일반적인 미국의 유통은 도매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스포츠에라나 코스트코, 아마존 같은 도소매 업체들이 각각의 브랜드로부터 시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그리고 이곳에서 자신들의 몫만큼 이득을 붙여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다.
“신발 2만 켤레를 나이키로부터 스포츠에라가 사들였다고 보자고, 켤레당 99달러에 스포츠에라에 넘기면, 스포츠에라를 이 신발을 109.99달러에 파는 방식이 우리가 아는 미국의 유통 방식이지.”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이키의 입장에서 이런 선택을 하기 편했던 것이, 2만 켤레를 그냥 팔기만 하면 됐기 때문이야. 2만 켤레가 다 팔리지 않으면 남는 재고는 모두 스포츠에라에서 담당하는 거지.”
다시 말해, 나이키는 온전한 매출로 남을 수 있었다.
팔리지 않은 재고야 스포츠에라가 알아서 할 몫이었으니까.
그리고 대부분의 할인 상품이 이런 방식의 남은 재고품이었다. 그런데 나이키의 입장에서는 그 할인이 브랜드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라 보았고.
“고객들은 그저 싼 가격에 상품을 사면 좋아하지만, 나이키는 그것이 과연 고객들이 원해서 사는 것일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거고.”
“그러니까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군요.”
“맞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할인하는 것을 사니까.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그걸 사고 고객이 나쁜 경험을 할까 겁이 난 거야.”
일견 타당해 보였다.
“그래서 직접 고객에게 팔아 고객들의 상품 사용 경험을 띄우겠다는 생각을 한 거지. 그런데 D2C의 단점이 지금 나이키의 발목을 잡고 있어.”
“재고 문제겠네요.”
제이크의 답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정답이야. 한때는 팔고 싶어도 물건이 없어서 팔지 못했던 자신들의 상품들이 이제는 창고 남아돌기 시작했어. 이런 상황이 되니 물건을 보관해야 할 창고 관리 비용이 늘었고, 광고비와 각종 서비스 비용들이 더더욱 늘어나기 시작했지.”
도소매 업체들이 담당하던 것을 직접 하게 되니 어마어마한 비용이 청구되기 시작했다.
“저번 달 기준, 나이키의 재고 비용은 89억 달러야. 팔아야 할 물건이 89억 달러나 되는데 소비는 점점 죽어가는 거지.”
우리 돈으로 약 12조 1천억 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재고였다.
“나이키는 이 재고를 어떤 방식으로든 쳐내야 하고 그것은…….”
“스포츠에라가 필요하겠네요.”
그 말에 도경은 손뼉을 ‘짝’ 하고 쳤다.
“스포츠에라의 매출 비중 40%는 나이키의 제품에서 발생한다고 했지? 그럼 나이키의 물량을 다시 받으면 매출은 늘어날 거야.”
“적어도 주가도 폭락하기 이전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겠습니다.”
“뭐,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건 아니긴 하지만…… 내 생각엔 나이키가 다시 스포츠에라를 찾는 순간부터 시장은 반응하기 시작할 거야.”
“단기적으로는 들고 갈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이후 장기적 포트폴리오 편입은 좀 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고요.”
팀원들은 그리 말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미 그들의 눈에는 도경의 말에 납득이 된 것 같았다.
“자, 그럼 스포츠에라를 펀드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내 의견에 이견이 있는 사람?”
도경의 물음에 직원들은 그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고, 도경은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