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0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07화(60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07화
“전날 종가 기준 총 +4.29%로 마감되었습니다.”
한편, 도경은 장 마감 시간에 맞춰 아래층 사무실로 내려갔는데, 제이크는 준비했던 보고 자료를 건넸다.
태블릿 PC에는 오늘 시장의 동향들이 빠짐없이 기록되었는데 도경은 수고했다는 듯 제이크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고생했어.”
“나이키가 정책을 변환할 거라는 기대감이 도소매 업체들 몇 곳의 주가를 띄워 올렸습니다.”
장 중에 블룸버그 터미널을 통해 뉴스 속보가 전해졌다.
「나이키, 도소매 업체들 초청」
「다음 달부터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나이키 의류와 가방 판매 예정」
「스포츠에라 “나이키와 대화 중, 곧 판매 재개.”」
「나이키 CEO “오리건 본사로 도매 파트너들 초청.”」
제이크가 준 태블릿 PC에도 해당 기사가 떠 있었는데,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나이키의 전략이 축소될까요?”
“글쎄.”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나이키의 전략은 옳았다고 생각해. 저번에도 지나가면서 말했지만, 말이야.”
도경은 제이크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제품 출시 속도를 두 배 빠르게 하고,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비중도 늘리겠다는 건 좋은 일이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말이야. 그동안 나이키 신발을 조금 사려고 하면 품절 대란이라 웃돈을 주고 사야 하는 상황이 조금…….”
“이해가 안 되긴 했습니다.”
“그래, 고객의 불편함을 줄여주면서 본인들의 매출도 올리겠다는 전략이니, 칭찬받아 마땅해. 다만.”
도경은 진지한 얼굴로 천천히 입술을 뗐다.
“너무 급진적인 변화였던 거지, 도매 업체의 물량은 그대로 두며 본인들의 온라인샵 파이를 늘려가야 했어.”
제이크는 연신 주억이며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겠지만, 재고가 이만큼 늘어난 것은 급진적인 변화 때문이었으니까.”
“그럼 재고를 털기 위함일까요?”
“그것도 그거고,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거겠지.”
급진적인 변화는 성공한다면, 모두 혁신적인 경영 성과이지만, 실패한다면 이런 식의 평가를 받곤 한다.
도경은 옳은 길임에도 조금 더 천천히 갔다면 더 좋았을 거라 생각했다.
“만약 여기서 나이키가 빠르게 수습하지 못했다면, 실망해야겠지만 오히려 빠르게 자신들의 전략을 수정하는 모습을 보고는 괜히 단기간에 성공한 회사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저도 좀 놀랐습니다. 사실상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 자존심을 지키다가 주주의 가치를 해칠 수도 있었어. 그런 점에서 현 나이키의 경영진들은 훌륭한 선택을 한 거고.”
제이크는 의외라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보스가 그렇게 한 기업의 경영진을 후하게 평가하시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칭찬해야 할 일은 해야지. 어쨌거나 괜찮은 출발이지?”
“네, 지지선에서 포지션을 구축했기 때문에 앞으로 스포츠에라의 주가 상승분은 모두 우리의 수익률이 됩니다.”
“올림픽 시즌이 기다려지는걸.”
스포츠웨어 업체들의 매출 증가가 기대되는 시즌 전부터 스포츠에라의 주가가 이렇게 반응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그 시즌이 온다면 매출의 증가와 더불어 좋은 실적 발표를 기대해 볼 만했다.
“잘 관리해 줘. 지금부터는 제이크 네가 잘해야 해.”
“네, 맡겨만 주십시오.”
도경은 제이크를 격려하고는 방으로 올라갔다.
“생각보다 시장의 반응이 강하네.”
도경도 솔직히 놀란 상황이었다.
이번에 스포츠에라를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며 나이키 상품을 다시 팔 수 있는 것을 가정하긴 했지만, 그로 인해 올림픽 시즌에 늘어난 매출을 노렸다.
“다들 기대하고 있었던 거지.”
도경은 그리 혼잣말을 내뱉으며 이번 발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다.
지이잉-
한창 스포츠에라의 장밋빛 전망을 살피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빌.”
-윤, 이번 소식 들었어?
“그럼, 나도 막 살피고 있던 참이야. 좀 더 일찍 전화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도경의 농담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빌의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일찍 전화하고 싶었는데, 내부적으로 지시해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
“어떻게 잘됐어?”
-그럼, 우리도 스포츠에라에 큰 비중을 담았고, 오늘 막 포지션을 구축한 찰나에 이렇게 됐네.
“다행이네. 하루만 늦었어도 이 흐름을 못 탈 수도 있었어.”
-그렇지, 4% 강한 반등 하고 주가가 또 식을 수도 있으니까.
빌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엔 한두 차례 더 오르고, 그곳에서 지지선이 될 것 같아.”
-이유는?
“얼마 전 강한 매수 물량이 들어왔어. 처음엔 모두 파미르의 물량인가 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물량이 많았어.”
-나와 같은 생각을 했구나. 그렇지 않아도 여러 가지 데이터를 봤을 때, 우리가 매수에 들어갔을 때 같이 들어간 세력이 있었던 것 같아.
“짐작 가는 곳은 있어?”
-우리와 같은 생각을 했거나 혹은.
빌은 잠시 한 템포 쉬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 정보를 미리 취득한 쪽이거나.
“어느 쪽이든 오르는 것에 베팅을 한 세력이라는 거네.”
-그렇지, 결국엔 아군이라는 거고.
빌이 그리 확인해 주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한숨 돌린 건가?”
-덕분에.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아니야. 시장에서 이 흐름을 읽어낸 사람은 네가 유일해.
빌은 이미 함께 매수에 들어갔던 세력이 따로 정보를 취득한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그날은 자세히 물어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나이키가 이런 흐름을 철회할 거란 걸 알았지?
진지한 빌의 물음이었다.
그의 목소리에선 마치 도경 네가 봤던 것을 나에게도 나누어 달라는 듯한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도경은 빌이 이번 일을 겪으며 제대로 공부를 하겠다는 심리가 느껴졌다.
“돌아다녔어.”
-돌아다녔다고?
“마이애미에 있는 모든 나이키 매장을.”
기실 도경은 직원들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저 스포츠에라에서 나이키 후디와 양말 몇 개를 샀다고 둘러댔었지만, 마이애미에 있는 모든 나이키 매장을 조사했다.
“마이애미에 있는 나이키 직영 매장은 스무 개야.”
-꽤 많네.
“아마 시애틀에도 비슷한 숫자가 있을 거야. 미국에 총 400개 가까이 되는 매장을 가지고 있으니까.”
백화점에 입점한 나이키 매장이나 혹은 단독 매장 등 본사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매장이 마이애미에만 스무 개나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중 18개가 팩토리 매장이야. 하나는 컨버스, 하나는 정가 매장.”
-팩토리 매장이라는 게…….
“말 그대로 공장에서 재고로 있다가 나온 물건을 파는 할인 매장이지. 컨버스 매장은 신발을 파는 매장이고.”
-그럼 단 하나만이 정가 매장이란 말이야?
수화기 너머 빌은 놀란 표정이었다.
“전국에 48개밖에 되지 않아.”
미국에 총 400개 가까운 나이키 직영 매장이 있었지만, 정가 매장은 겨우 50개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팩토리 매장들은 사람이 아주 많았어. 그런데 다들 하나같이 구경만 하고 그냥 나가더군.”
-이유가 뭐지?
“할인율이 낮았거든. 인터넷에서 사거나 혹은 더 할인을 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지.”
도경은 빌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반면 스포츠에라는 마이애미에 매장이 40개가 넘고, 미국에만 900개의 매장이 있어. 전 세계에는 3천 개 가까이 되고, 메이시스 같은 백화점은 미국에 500개가 넘고.”
-결국, 나이키가 스스로 고객과의 접점을 끊어버린 거구나.
“그거야. 정가는 메이시스와 같은 백화점에서 사고, 할인 상품은 상대적으로 할인율이 큰 스포츠에라에서 사는 데 익숙해져 버린 고객들이야.”
수화기 너머 빌은 감탄하며 도경의 말을 들었다.
“나이키가 온라인샵에 집중하는 동안, 푸마와 리복, 아디다스 같은 기업들이 스포츠에라와 메이시스의 매대를 채웠지. 그리고 당연히 고객들은…….”
-그쪽을 택했을 테고.
“정답이야. 머지않아 D2C 전략을 포기할 거라고 봤어.”
-결국 윤, 너는 고객들이 하는 경험을 똑같이 한 거네.
빌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게 한숨을 쉴 정도야?”
-내가 내 팀원에게 고객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 생각하라고 지적했거든.
“…….”
-그런데 나는 말만 그렇게 하고, 윤 너와 같은 행동을 하지는 못했네.
“글쎄, 빌. 늦지 않은 것 같은데.”
-늦지 않았다고?
“지금 너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배우려고 했잖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앞으로는 달라질 테니까.”
-하하하, 이번 일에 큰 도움을 얻었는데…… 너는 내 자존감까지 살려주네.
“그게 친구 아냐? 그리고 나도 너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말이야.”
-언제든.
빌은 목소리에 힘을 주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언제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편하게 말해줘. 내 일처럼 나설 테니까.
“나도 마찬가지야.”
-고마워, 이번 위기에서 나와 파미르를 도와줘서.
“부끄럽네. 어쨌거나 일 마무리 잘하고, 얼굴 한번 보자고.”
-그래, 이번엔 내가 찾아갈 테니 기대하고 있으라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빌과 인사를 하고는 통화를 마쳤다.
“뿌듯하네.”
지이잉-
한창 빌의 감사 인사를 떠올리며 기뻐하던 도경은 연이어 울리는 진동 소리에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했다.
기다리던 연락이었다.
-윤도경 씨는 우리의 기대를 훌륭하게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진동의 주인공은 고양이였는데, 화면 속 고양이는 오랜만에 귀여운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스포츠와 관련된 사업은 언뜻 보면 보수적일 것 같지만, 상당히 민감합니다.
도경은 가만히 고양이의 말에 집중했다.
-그중 특히 스포츠웨어 업체는 패션유통업계의 민감성이 더해져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요인에 반응합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소비자 행동의 변화는 최근 스포츠패션 업계의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습니다.
스포츠웨어는 기능도 중요했지만, 최신 유행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다.
원래 그런 업계였지만, 최근 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더더욱 민감해졌다.
-소비자는 최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하루아침에 새로운 브랜드들이 기존 브랜드들을 위협하는 자리까지 오를 정도로요.
“근래에는 기억나는 게 룰루레몬이네요.”
-그렇습니다. 아주 좋은 예입니다. 룰루레몬은 요가 팬츠와 레깅스에 특화된 기능성 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셜 미디어에 인플루언서들이 그들의 상품을 노출하며, 모두의 시선을 끌었죠.
“그리고 입어보니 진짜로 편했던 거고요.”
룰루레몬은 단기간에 엄청난 성장을 했다. 특히 팬데믹 기간, 집에서 운동을 하는 일명 홈트족이 늘며 매출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주가도 5년 만에 100% 가까이 성장했고.
-이런 민감성은 기업들의 재고 관리에 많은 어려움을 야기합니다. 이런 시장에서 급격한 유통채널 변경은 위험을 초래하죠.
고양이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투자도 저것을 노리고 들어간 것이니까.
-윤도경 씨는 그저 올림픽과 스포츠라는 머니 게임에서 떠나, 이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하게 파악했고, 투자를 함으로써 성과를 냈습니다.
물론 이제 시작이었지만, 메시지가 저리 말한다면 그것은 성공적인 투자란 이야기라고 도경은 생각했다.
-이는 우리의 기대를 더더욱 뛰어넘은 훌륭한 성과로, 그에 따른 보상을 준비했습니다.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어느 순간부터 이 시간이 가장 기대되었다.
-보상은 곧 도착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 간다면, 새로운 세상이 윤도경 씨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회원님의 곁에서 늘 응원하겠습니다.
그리 말하고는 화면은 ‘팟-’ 소리와 함께 꺼져 버렸다.
“새로운 세상이 뭔지 이야기해 주고 가야죠.”
똑똑-
도경이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노크 소리가 들리며 방문이 열렸다.
“어, 우혁 이사님.”
“보스, 초대장이 왔습니다.”
“초대장이요?”
“네. 방금 누군가가 전해주고 갔는데요. 봉투만 봐도 어디서 온 건지 알 수 있네요.”
김우혁은 그리 말하며 도경의 책상 위에 초대장을 올려두었고, 봉투를 본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버크셔 해서웨이 정기주주총회 초대장 – Mr. Yoon DoKyung]봉투에는 그리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