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1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15화(61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15화
“실장님, 윤도경입니다.”
한편, 숙소로 돌아온 도경은 그룹의 비서실장 김승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김승구입니다.
“회장님께서 지시받은 건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도 대표님께 연락이 오면 도와드리라 지시하셨습니다.
김승구의 답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샤또 데 브륌 인수 건에 대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자료라시면…….
“MOU를 체결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MOU 서류를 제가 좀 받아볼 수 있겠습니까?”
MOU는 법적 효력이 없는 양해각서를 이야기했다. 기본적으로 큰 틀에서 합의한 것, 예를 들자면 ‘내가 당신의 회사를 인수하겠다.’라는 것을 서류화하는 것이었다.
이후 본 계약에서 구체적인 조건과 여러 합의가 들어간 ‘법적 효력’이 있는 계약서가 작성되었다.
-지금 바로 이메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럽에서 며칠 더 조사하고 한국으로 들어가 회장님을 뵙겠다고 전해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참, 그리고 필요한 자료가 하나 더 있는데요…….”
도경은 조심스레 김승구에 말했다.
-그것 또한 준비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무리한 제안을 한 게 아닐까 했는데, 김승구는 시원하게 답을 해왔다.
“감사합니다.”
도경은 통화를 마치고는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지훈 이사님과 대화를 나눴어요. 회사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네요.”
도경이 김승구와 연락을 하는 동안, 한다현은 이지훈에게 두 사람의 일정을 전했다.
“좋네요. 이메일이 도착하면 바로 검토해 보죠.”
띠링-
그 말과 동시에 도경의 랩탑에서 이메일 도착을 알리는 알림음이 들려왔고, 도경은 재빠르게 확인했다.
“에어드롭으로 보냈습니다. 같이 확인해 보시죠.”
도경은 김승구가 보내온 자료를 한다현에게 보내고는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전형적인 MOU네요.”
서류를 확인한 한다현은 그리 말했고, 도경은 심각한 얼굴로 연필을 들었다.
그러고는 두 사람의 앞에 놓인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인수를 제안한 곳은 유성네트웍스입니다.”
도경은 종이에 유성네트웍스를 적었다.
“그리고 인수 대상은 샤랑테에 있는 꼬냑 양조장 샤또 데 브륌.”
“제안을 받은 곳은 샤또 데 브륌의 주인인 룩셈부르크에 있는 데인 컴퍼니라는 곳이고요.”
벌써부터 복잡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인수 제안자:
유성네트웍스
피인수자:
데인컴퍼니
인수 대상:
샤또 데 브륌
도경은 종이에 그리 정리하고는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사이에 누군가가 개입을 해 있습니다.”
도경은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MOU 서류를 바라보았다.
중개인:
데이비드 컨설팅
바로 둘의 인수를 중개하는 브로커 회사가 그 주인공이었다.
“저는 이 구조가 이상합니다.”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양 눈썹을 치켜올렸다.
스타트업 투자 전문가인 자신이 보았을 때 이 구조는 M&A에서 흔히 보이는 구조였다.
물론 인수자와 피인수자가 직거래를 통해 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지만, 대부분은 중개인을 중간에 끼고 했다.
아무래도 법적으로, 회계적으로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으면 인수가 편했으니까.
“다현 씨는 스타트업의 인수합병을 보며 이게 흔한 구조라고 생각하겠지만, 문제는 여기 MOU에 적힌 이 조항이 문제입니다.”
이 인수 협상에 대한 중개인은 데인컴퍼니가 지정한 데이비드 컨설팅으로 한다.
“그러네요. 이 부분은 아주 이상하네요.”
도경이 가리킨 조항을 읽은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인수합병 건들을 봤지만, 보통 인수를 할 때는 인수자가 유리한 조건을 만들려고 해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돈을 쓰는 입장인 인수자 측에서 모든 것을 유리한 환경으로 세팅하고 싶어 한다.
물론 피인수자 측에서도 가격을 최대한 높여 받고 싶어 했지만, 가치평가는 대부분 인수자 측에서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특히 브로커…… 그러니까 중개인은 매우 중요해요. 중개인들이 대부분 이 회사에 대한 적절한 가치평가를 해주는 부분이거든요.”
“저도 그런 점 때문에 이 부분이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지만, 중개인은 인수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인수 조건 중 하나였다.
“특히 유성네트웍스라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겠죠.”
“맞아요. 유성그룹엔 인수합병을 할 때 자문을 얻는 컨설팅 계약 업체가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이 데이비드 컨설팅이라는 곳이 키인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이 우리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된다고 느끼는 양조장의 가치를 매기고, 멀티플을 준 곳이겠죠.”
도경은 이제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다현 씨는 피인수자 그러니까 양조장의 주인인 데인 컴퍼니에 관해 조사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저는 이곳.”
[데이비드 컨설팅]도경은 자신이 적어둔 중개인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데이비드 컨설팅에 관해 조사할게요.”
한다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도경은 손뼉을 쳤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합시다.”
* * *
“룩셈부르크라…….”
그날 밤, 한다현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이후 도경은 책상에 앉아 고민에 잠겨 있었다.
기실 양조장에서 룩셈부르크라는 나라의 이름을 듣자마자 무언가 힌트를 얻은 느낌이었다.
“물론 룩셈부르크라고 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룩셈부르크의 지위는 유럽 내에서 매우 중요했다.
‘투자 펀드의 수도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투자 펀드 중심지였고, 유럽 내에서는 가장 큰 투자 펀드의 허브였다.
많은 글로벌 자산 운용사들이 룩셈부르크를 통해 펀드를 설정하고, 운영했는데 낮은 세율과 더불어 투자자 보호가 아주 강력한 국가였기 때문이다.
“120개가 넘는 국제 은행이 있어.”
특히, 룩셈부르크에는 120개 이상의 국제 은행들이 있었는데, 국제 금융거래가 아주 유용한 국가였다.
“국제은행이 많다는 건, 그만큼 자금의 이동이 많다는 거고, 세탁에 용이하다는 거지.”
Money Laundering.
일명 ‘돈세탁’이라 불리는 것은 범죄를 통해 얻은 자금을 합법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룩셈부르크는 그런 행위를 하기 아주 좋은 국가고.”
룩셈부르크의 경우는 수많은 쉘 코퍼레이션.
다시 말해 껍데기만 존재하는 회사들이 많았다. 이는 대부분 특정한 거래를 위해 만들어지는 회사들이었는데, 당연히 불법적인 거래들도 있었다.
자금의 출처를 숨기고 복잡한 거래를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는데…….
“그렇게 발생한 수익들을 정상적인 돈으로 세탁을 해야 다른 국가로 옮길 수 있지.”
자금 세탁이란 그런 것이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불법적인 돈을 합법적으로 세탁하는 것.
“딘스케 뱅크 사건이 떠오르기도 하고.”
딘스케 뱅크 사건은, 약 2천억 유로(약 296조 원)에 달하는 불법적인 자금이 에스토니아로부터 출발해 영국, 키프로스 그리고 룩셈부르크를 통해 정상적인 자금으로 탈바꿈한 사건이었다.
“음…… 듣고 있죠? 도움이 필요해요.”
그렇게 말했음에도 휴대전화는 어떠한 답도 울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메시지는 이번 일은 네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죠. 내가 너무 쉽게 가려고 했어요.”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잠시 고민하던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평소 사용하지 않던 보안으로 유명한 메신저를 켰다.
“이거지?”
친구 추가 되어 있는 한 사람을 보며 고민을 하던 도경은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나: 유럽에 있는 데이비드 컨설팅에 대한 정보가 필요함]도경이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상대가 입력 중이라는 메시지가 보였다.
[상대: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함] [나: 룩셈부르크를 소재로 한 데인 컴퍼니의 일을 대리하고 있음] [상대: 10만 달러]연이어 도착한 상대의 답에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기실, 도경이 지금 대화를 하고 있는 상대는 월스트리트에서 활동 중인 정보상이었다.
빌에게 소개받은 정보상이었는데,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불법적인 일을 하는 정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비싼 만큼 쉽게 알 수 없는 공개된 정보들을 사고파는 곳이었다.
[나: Okay]이윽고 상대가 송금처를 알려왔고, 도경은 빠르게 돈을 송금했다.
그러고는 잠시 기다림을 가졌는데, 20분쯤이 지난 후.
띠링-
메시지가 도착한 알림음이 들렸고, 데이비드 컨설팅에 관한 자료가 도착했다.
도경은 자료를 확인하기 시작했는데, 표정이 점점 굳어가기 시작했다.
똑똑-
한참 자료를 파악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한다현이 들어섰다.
“도경 씨, 데인 컴퍼니에 대한 자료를 찾았어요.”
한다현은 유럽에 있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데인 컴퍼니에 관해 조사한 상황이었다.
정리한 자료를 도경에게 건넸다.
“룩셈부르크에 설립된 쉘 코퍼레이션인 것 같아요.”
도경은 자신이 예상한 바가 점점 맞아들어가고 있었다.
“SARL 방식으로 설립되어 있어요.”
Société à Responsabilité Limitée.
우리 말로는 유한책임회사였다.
쉽게 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고, 자본금 요구 사항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쉘 코퍼레이션 설립에 사용되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익명성이 보장되었다.
“유한책임회사답게, 회사 구조와 주주 등이 모두 비밀 유지되고 있어요. 그런데, 데인 컴퍼니를 아는 곳이 하나 있었어요.”
한다현은 자신이 찾아낸 정보를 이야기했다.
“1년 전쯤부터 프랑스 남부 지방에 유명한 꼬냑 산지를 돌아다니며, 양조장들에 인수를 제안하고 다녔어요.”
“그래요?”
“네, 자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양조장을 매각할 생각이 없는 곳을 돌아다니며 높은 인수가를 제안했어요.”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서류를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은 팔지 않았고, 그중 하나의 양조장에서 정보가 흘러나왔고요.”
“양조장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은 아니겠네요.”
“맞아요. 투자 목적도 아닌 것 같아요. 보통 투자 목적이라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보고 제안을 할 테니까요.”
매물로 나오지 않은 양조장들까지 찾아다녔고, 더 나아가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건…….
“투자가 아니라 쇼핑이겠네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다녀온 양조장이 그렇게 팔렸고, 팔린 지 4개월 만에 다시…….”
“네트웍스가 훨씬 비싼 금액에 사들이는 거고요.”
“너무 이상해요. 정상적인 거래라고 보기에는…….”
도경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가진 데이비드 컨설팅에 대한 자료를 건넸다.
“읽어보세요.”
방금 막 출력한 듯 따뜻한 종이였다. 한다현은 재빠르게 서류를 읽어 내려갔는데 이내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 이게…….”
“이걸 왜 회장님께서 제게 알아보라고 하셨을까요?”
도경의 물음에 한다현은 여전히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어요. 본인이 한 거라면 오히려 숨겼어야 했을 것 같은데…….”
“문제가 있는 거래인 것 같고 제가 봤을 땐, 네트웍스의 거래인 것 같네요.”
“그럼 아버지께서도 이걸…….”
“네, 무엇인지는 몰라도 알아보라고 지시하신 걸 보면, 탐탁지 않게 생각하셨던 거겠죠. 그리고 자신이 했다고 말씀하시면서까지 숨겨야 할 혹은,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고요.”
도경은 네트웍스를 이끄는 한성현과 관련된 일이 분명하다 생각했지만, 굳이 한다현을 향해 말하지 않았다.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아무런 말이 없이 자료를 바라보았다.
“저는 이 일에서 손을 뗄까 합니다.”
“네?”
“제가 나설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러자 한다현은 놀란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다현 씨. 우리가 파리로 오기 전에 다현 씨가 비행기에서 했던 말이 있어요. 제게.”
“…….”
“열심히 노력했으니, 행운을 잡은 거라고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남들이 보면 제가 악착같이 일을 해오고 열심히 한 거라 생각하겠지만, 아니었어요.”
물론 그때 도경 자신도 그저 열심히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저, 내게 주어진 운명이란 것을 부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계속해서 주먹을 내지른 거고요.”
내게 행운은 왜 찾아오지 않을까에 대한 반발심이었다.
“그래서 하늘을 향해 주먹을 내지른 거예요. 부숴 버리고 싶었거든요.”
“…….”
“다현 씨는 그런 적이 있나요?”
한다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은 그저 지금까지 피해 다녔다.
혼외 자녀라는 세상의 꼬리표가 무서워 엄마와 함께 피해 다녔다.
“그럼 지금이 내지를 타이밍인 것 같네요.”
도경은 지금이 한다현에게 주어진 운명이란 것을 부숴 버릴 적기라고 생각하며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서울로 가서 회장님께 보고하세요. 그것이 한다현 씨에게 주어진 운명이란 하늘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첫 단계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