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1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17화(61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17화
-내가 한국에 들어가?
한편, 유성네트웍스 대표 한성현은 출근하자마자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화상 통화를 하고 있었다.
“네가 한국에 왜 들어와?”
-도련님한테 내가 직접 보고 들어야지. 이렇게 화상 통화로 보고드리는 거 불충 아닌가?
화면 너머 데이비드 박의 너스레에 한성현의 이맛살이 구겨졌다.
-농담, 농담. 한 대표 표정이 안 좋길래.
데이비드는 여전히 분위기 파악을 못 한 듯 말했지만, 한성현은 길게 심호흡을 하며 화를 눌렀다.
어쨌거나, 가장 중요한 사업 파트너였으니까.
-브륌 같은 경우에는 6천만 유로의 가격으로 인수가 되면, 천만 유로는 수수료고, 나머지는 케이맨 쪽으로 돌릴 예정이야.
이미 MOU를 체결한 양조장에 대한 보고를 데이비드가 해나가고 있었다.
-케이맨 쪽으로 돌린 5천만 유로는 세르비아 쪽에 있는 중장비 업체랑 거래를 만들어서 한 바퀴 돌리고, 두바이로 보낼 거야.
“두바이는 안전해?”
-오히려 다른 국가보다 더더욱 안전해. 워낙 부자들이 많잖아. 거액 송금이 많아서. 그리고 누군가가 의심하더라도 일단 빠져나가고 나면.
데이비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전 세계 송금은 SWIFT라는 체계 아래서 송금이 된다.
-실례로 마피아들 자금이 움직여도 은행에서는 사후 보고만 했어.
“우리 자금이 마피아 자금이야?”
-아니, 설명을 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일단 빠져나오기만 하면 상관없어. 또 다른 국가에서 한 바퀴 돌릴 테니까.
데이비드의 말마따나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자금들이 자금 세탁을 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은행들은 이상 신호를 발견했음에도, 일단 거래를 승인했다.
그러고는 수수료를 받고는, 후에 이상 징후 신고만 했을 뿐이다.
이런 방식으로 은행 등은 세탁 자금들이 자신들의 거래망을 통과했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어디에서 온 돈인지, 어디로 가는 돈인지 알 수가 없으니 안심하라는 뜻이야.
“……그래, 그러고는?”
-한국에 이미 쉘을 하나 만들어뒀어. 한국 식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업체로 말이야. 요즘 한국 식품들은 없어서 못 팔거든.
데이비드는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말해왔다.
-그렇게 가짜 거래서를 하나 만들고 송금 이후, 쉘은 폐업할 거야.
“안전하겠지?”
-이봐, 한 대표. 네 앞에 있는 사람은 전문가라고. 그렇게 한국으로 돈이 들어가면, 현금으로만 떠돌아다닐 예정이니 누구도 추적할 수 없어.
한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성격 참 급하네, 좋아. 네가 이번에 말한 300만 유로짜리도 천만 유로로 뻥튀기시킬 방법을 찾았는데, 재고량을 늘릴 거야.
“재고량?”
-물론 서류로만 늘어나는 재고야. 유럽 내에 쉘을 하나 만들어서 발주를 낼 거고.
한성현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미소가 자리 잡았다.
데이비드는 ‘쉘의 황제’라는 칭호에 걸맞게,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능수능란하게 이용했다.
-문제는 이 일이 걸리지 않으려면, 인수 이후 한국에서 일정 물량을 처리해 줘야 한다는 거지.
“걱정하지 마, 한국 내에 주류 유통 쪽과 대화 중이니까.”
-그래, 그건 한 대표 네게 맡길게.
“브륌 본 계약은 다음 주 중으로 실무진들 프랑스로 보낼게.”
-좋아, 우리 측에서도 배우 몇 명 준비할게.
데이비드의 말에 한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을 다 마치고 한국에 한 번 들어와.”
-웬일이야. 한성현이 먼저 나를 초대하고.
“보답은 해야지.”
-하하하, 알겠어. 그러면 일 끝마치고 보자고.
그렇게 화상 통화가 끝나고 한성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게 내 뜻대로 흐르고 있네.”
물론 아버지가 양조장 인수를 반대해 왔지만, 이미 네트웍스의 이사회 중 대부분은 자신의 라인을 탄 사람들이었다.
“한태오의 유성은…… 곧, 한성현의 유성이 될 테니까.”
내외부적으로 한성현은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아버지는 아직 후계 구도를 확실하게 하지 않고 있지만, 한성현은 자신이 있었다.
똑똑-
한참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상념을 깬 한성현은 문을 바라보았는데, 문이 열리며 자신의 비서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회장님께서 본사로 들어오시라는 연락을 하셨습니다.”
“하…… 노인네 직접 연락할 것이지. 여러 사람 번거롭게.”
한성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챙겨 들었다.
* * *
“부르셨습니까?”
“앉거라.”
한성현은 바로 회사를 나와 유성그룹 본사로 왔다.
회장실에 들어서자 신문을 보고 있던 한태오는 앉으라는 듯 손짓을 했다.
한성현이 자리에 앉았음에도 여전히 한태오는 신문에서 눈을 떼질 못했다.
“하…….”
한성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없이 아버지와 앉아 있는 이 공간 자체가 숨이 턱 막혔다.
탁-
신문을 다 본 것인지, 한태오는 테이블 위에 신문을 던지고는 한성현을 바라보았다.
“내가 지시한 거 어떻게 됐어.”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앞뒤 다 자르고 자신이 지시한 것을 물어오는 한태오를 바라보며 한성현은 물었다.
“양조장 인수 건 말이야.”
“…….”
“백지화했나?”
“그것은 말씀드렸듯 앞으로 2조 원 시장이 열리는…….”
“한 대표!”
한태오는 큰소리를 버럭 질렀다.
“2조 원이든, 20조 원이든 우리에겐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라고 몇 번을 말해!”
“처음부터 우리에게 어울리는 사업은 없었습니다.”
“뭐?”
“현진전자를 처음 인수해서 우리가 반도체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유성은 망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그걸 밀어붙이셨죠.”
한성현은 한태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보란 듯이 유성반도체는 지금 미래전자의 아성을 몰아내고 있고요.”
“넌, 지금 반도체와 그깟 양조장이 똑같다고 보는 것이야?”
“그깟 양조장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만 2조 원, 해외 시장까지 포함하면 연간 600조 원이 넘는 시장입니다.”
한성현이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듯 말하자 한태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녕 해야겠느냐?”
“네, 해야겠습니다.”
“한성현!”
한태오는 소리를 버럭 지르고는 협탁 위에 있는 서류를 한성현의 앞으로 던졌다.
“네가 인수한다는 양조장이 6천만 유로에 타당하다고 생각하느냐!”
한태오의 고성에 순간 한성현은 할 말이 없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겨우 2천만 유로의 가치가 있는 양조장을 6천만 유로에 사들이면서까지! 네가 얻고 싶은 게 뭐야!”
“그, 그건. 그 양조장이 인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곳이라……. 저희가 사들이기 위해서는 상대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야 했습니다.”
한성현의 변명에 한태오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적어도 아들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고 싶었고, 진실하게 말하기를 바랐지만, 한성현은 여전히 진실이 아닌,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 같은 거짓을 말해오고 있었다.
“내가 네놈의 검은 속을 모를 줄 알아?”
“그게 무슨…….”
“박재민!”
한태오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한성현은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네가 그렇게 비자금을 만들어서 어디다 쓰려고 하는 거야? 네가 부족한 게 어디 있다고!”
“…….”
“그것도 다른 돈도 아니고 회삿돈으로!”
한태오는 붉으락푸르락하는 얼굴로 한성현을 쏘아붙였다.
“내가 너를 네트웍스 대표로 임명할 때 뭐라 말했어?”
“…….”
“지금처럼만 하라고! 현행 유지만 해도 나 다음 너라고!”
한태오의 말에 한성현의 얼굴은 굳어갔다.
“그러니, 부디 현상 유지만 하라고 하지 않았어!”
“그게 저를 위한 겁니까?”
“뭐?”
“아버지는 제게 네트웍스 대표직을 주시고는 성훈이는 반도체로 보내셨죠.”
한성현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겨우 제게는 무역을 하는 회사로 보내셨으면서! 성훈이는 우리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는 곳으로 보내셨어요.”
“성현아…….”
“그리고 성훈이는 그곳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죠. 무려 힘들 것만 같았던 미래전자를 이기고 있으니까요.”
그것이 한성현이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 없는 이유였다.
“저는요? 현상 유지만 하라고요? 주주들이, 이사진들이! 그룹의 원로들이 전부 성훈이만 칭찬하는 상황에서요?”
“그것이 너와 무슨 관계냐? 너에겐 내가 있지 않느냐?”
“아버지가!”
한성훈은 처음으로 한태오의 앞에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가 제일 큰 문제였어요. 네게 주겠다. 네가 유성의 미래다. 말만 하셨지 하나도 주신 것은 없으니까요.”
“내 마음을 주지 않았느냐?”
한태오는 그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성현은 부족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유성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싸움에서 쓸 돈이 필요했거든요.”
“너, 너…….”
“아버지, 이제는 주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유성을 가져올 예정이니까요.”
한성현이 그리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너…….”
한태오는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못한 채로, 가슴을 움켜쥐며 뒤로 넘어갔고, 한성현은 그런 한태오를 외면한 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들어가 봐.”
한성현의 말에 문밖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자세로 서 있었던, 김승구가 재빠르게 회장실로 들어섰다.
안에서 들려오는 고성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회장님, 회장님!”
그렇게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외면한 채로 한성현은 발걸음을 옮겼다.
* * *
“PI 자금 수익이 탄력이 붙은 것 같습니다.”
한편, 마이애미에 있던 도경은 이지훈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최근 펀드와 더불어 회사 내에서도 회사의 자금을 이용한 PI 투자를 해나가고 있었는데, 시장의 상승 덕분에 막대한 자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좋은 분위기에 재를 뿌리는 것 같아 미안한데, 슬슬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그리 말했다.
“포지션을 정리하라는 말씀이십니까?”
“네. 글로벌 지수가 높아도 너무 높네요.”
도경은 화면에 뜬 지표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대부분이 50일, 200일 이동 평균선 위에서 놀고 있어요.”
도경이 가리킨 차트를 본 이지훈은 가만히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보통 이럴 땐, 기술적으로 반대 매매들이 나오거든요.”
이동평균선은 차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주식의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더 쉽게 보려고 만든 선이다.
주식의 가격은 날마다 오르거나 내리는데, 이 변동을 줄여서 전체적인 흐름을 알기 쉽게 해주었다.
“포지션을 줄여 나가겠습니다.”
“네, 더 오를 수도 있겠지만, 뭐. 그건 우리가 먹을 수익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정리해 주세요.”
“네, 우리가 낸 수익이 어디 간 게 아니니까요.”
이지훈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 한 주도…….”
지이잉-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은 확인한 도경은 이지훈에게 양해를 구했다.
“네, 다현 이사님. 네, 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자리에서 벌떡 하고 일었다.
“준비해서 바로 한국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도경이 전화를 끊자 이지훈은 궁금하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습…….”
“한태오 회장께서 쓰러지셨다고 합니다.”
“네?”
“지훈 이사님, 지금 당장 한국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없더라도 잘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재빠르게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섰고, 도경은 길게 심호흡을 했다.